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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황인준] Ordinary heart drop | 인스티즈 

 

 

 

 

 

O R D I N A R Y H E A R T D R O P 

w.문달 

 

 

 

 

 

 

 

 

 

 

 

 

 

 

 

 

 

 

 

 

 

비가 내리는 날이면 기분이 젖었다, 꼴사납게. 

 

 

 

 

 

 

 

 

 

 

 

 

 

 

 

옛날에는 나름 일부러 비를 맞기까지 하며 집까지 걸어갈 정도로 괜찮게 생각했던 것 같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졸업식날, 호우주의보라고 했지만 부모님이 바빠 우산 하나에 의지해 걸어가다 옷이 다 젖었던 게 화근이었을지도. 

 

여령이는 그래서 비 오는 지금 손에 들린 봉투가 원망스러웠다. 

밀린 계산 줄 때문에 마구잡이로 집어넣은 물건들이 뾰족한 모서리를 비닐에 들이밀며 빠른 귀가를 재촉했다. 

어떻게 해서 마트 근처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빗줄기는 도리어 거세어졌다. 

버스 도착 정보 어플로 확인한 제일 빠른 버스는 여령이의 동네를 거치지 않았다. 

배터리가 넉넉치 않음을 확인한 손이 핸드폰을 주머니로 쑤셔넣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쉬니 도시 특유의 탁한 대기가 습습하게 눅진 냄새가 났다. 

좋지 않았다. 마른 기침을 하며 전화를 꺼내 들었다. 

 

 

"비 와. 

올 줄 몰랐지. 분명 저녁 늦게 온다고 했는데. 

그냥 맞아? 

됐어. 아 됐다고. 그냥 간다고. 아니야, 끊어." 

 

 

 

엄마 라는 글자는 금방 사라졌다.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여령이는 결심에 선 한숨을 크게 쉬었다. 가까운 역까지 뛰어가려면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야 한다.  

한 쪽 팔을 머리 위로 들고 건물 밖으로 나섰다. 바람 없이 잔잔했지만 가늘게 많이 내리는 비였다. 실시간으로 기분이 추락함을 느끼며 여령이는 미간을 구겼다. 

코너를 돌아 다다른 횡단보도는 애매한 초록색이었다. 주춤거리던 발은 동동 구르다 멈춰섰다.  

 

 

 

"작은 손으로 막으면 비 덜 맞아요?" 

 

 

노란 그림자가 여령이의 위를 덮쳤다. 고개를 돌려보면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여령 쪽으로 우산을 기울이고 있었다. 

 

 

 

 

 

"고마워요. 그런데 괜찮아요." 

 

 

 

신호가 바꼈다. 여령이 괜찮다며 팽팽한 우산 끝에 손을 대고 밀어냈다.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노란 우산이 올라왔다. 

여령이는 몇 번 더 괜찮다고 내치다가 포기했다. 오지랖 좀 부려보겠다는데 뭐. 

 

 

"안 무거우세요? 들어드릴까요?" 

 

 

 

"네. 괜찮아요. 씌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보는 남자의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반감을 불러온다. 여령이는 약간은 언짢은 티를 내며 목을 꾸벅 숙이고 계단을 내려갔다. 

뒤가 신경 쓰여 옆을 괜히 둘러보는 척 하며 머리를 살짝 살짝 돌렸지만 더 따라오는 건 없었다. 답지 않게 친절한 학생이었나보다, 하고 말았다. 

 

 

 

 

 

 

 

 

 

 

 

 

 

 

 

 

 

 

이번 비는 자주 땅을 울게 했다. 여령이는 울상 지었다. 집에 잘 나가지 않는 집순이가 3일 연속으로 외출을 해야하는 가운데 날씨 꼬락서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발이 젖어 흙탕물이 스며들어도 괜찮을 꼬질한 양말을 꺼내 신고 밖을 나섰다. 

 

툭  

툭 

투둑 

 

늘어선 나무들 아래를 걸으니 무성한 잎들을 통과한 몇 방울들이 튕기는 소릴 내며 떨어졌다. 

좁은 길에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여령이는 근처의 물 웅덩이와 들어오는 승용차를 번갈아 보다가 꺾인 골목으로 잠깐 빠졌다. 

 

 

툭  

 

툭 

 

투둑 

 

 

 

낯설지 않은 노란 우산이 뒤를 돌아본다. 

고양이를 조심스레 만지고 있던 손이 굼떠졌다. 

 

 

비가 정면으로 맞서는 우산과 부딪쳐 깨지듯 여령이의 마음을 한없이 맑은 미소가 두들긴다. 

 

 

 

 

 

 

 

 

 

 

 

 

 

 

 

 

 

 

 

 

저기요, 하고 그 애가 불렀다. 

전처럼 교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여령이는 이번에 가슴에 달린 명찰을 바라봤다. 

황 인 준. 

속으로 불러봤다. 누군가의 이름을 음미하는 일은 오랜만이다.  

인준은 불러 세워놓고 다음엔 정적을 두었다. 딱 봐도 말을 붙이려 쥐어짜는 모양새였다. 여령이는 슬며시 짝다리를 짚었다. 

 

 

"학교 안 가요?" 

 

 

마지못해 도와주는 여령이의 말에 반가움을 숨기지 못하는 게 영락없는 애였다. 

여령이는 먼저 묻고 손에 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지각이요. 고삼이라고 웬만한건 다 봐주시거든요." 

 

 

"그렇구나. 만나서 반가웠어요. 아무리 그래도 학교는 가세요." 

 

 

경계심 없이 아이의 다리에 기대는 고양이를 마지막으로 여령이는 골목 밖으로 나가려 몸을 돌렸다. 막 벨소리가 들렸다. 

일이 생겨 오늘 같이 영화를 못 볼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 

일부러 펑크낸 게 아니란 걸 알지만서도 여령이의 목소리는 땅으로 꺼져갔다. 

비가 온다고 몸이 축 처져도 놀러 나간다는 사실에 설레서 공들여 옷을 고르고 화장도 했다. 당장 침대로 몸을 던지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안 좋았지만 모처럼 꾸민 제 모습이 아깝기도 했다. 

 

 

"저기, 결석 몇 번이나 해봤어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오늘 해볼래요? 나 약속 바람 맞아서 지금 한가해졌거든요." 

 

 

오락가락하며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날씨마냥 여령도 큰 파동을 그렸다. 

 

 

 

 

 

 

 

 

 

 

 

 

 

 

편하게 대해달라며 누나- 라고 운 부터 먼저 떼는 붙임성에 여령이는 눈동자를 요란하게 굴렸다. 

 

 

"좋아하는 장르 있, 있어?" 

 

 

 

"저 가리는 거 없어요. 아, 무서운 건 좀 많이 무서워하긴 하는데 누나가 공포 영화 좋아하시면.." 

 

 

현재 상영중인 영화들이라 해봤자 한 개가 독점하는 중이었고 다 고만고만 했다.  

원래 친구와 보려했던 건 청불 영화였다. 여령이는 옆을 슬쩍 보고는 고민했다.  

 

 

"이거는 어때요 누나?" 

 

 

 

"나 로코물은 안 좋아해." 

 

 

 

"왜요?" 

 

 

 

"음..나랑은 거리가 먼 얘기라서? 현실성도 없고." 

 

 

 

"왜 먼 얘기예요, 생각보다 가까울 수도 있지." 

 

 

 

 

무슨 의도로 꺼낸 말일까, 깊은 추측은 하기 싫어서 여령이는 대충 결정지었다. 

이거 보고 싶으면 보자. 넘겨버리려는 여령이의 뒷모습을 말없이 보다가 입꼬리에 힘을 잔뜩 주어 올리며 쫓아갔다. 

 

 

"팝콘 제가 살게요!" 

 

 

 

"아니야. 내가 네 시간 멋대로 가져간거니까 내가 다 살게." 

 

 

 

"저 마냥 애는 아니에요. 제가 살게요." 

 

 

인준이 팝콘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 동안 여령이는 빠르게 손을 놀렸다. 

미쳤냐는 친구의 카톡에 여령이는 그러게, 하고 점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미자 데리고 뭐하는 짓인지. 

충동적인 행동을 이제와 후회해봤자 소용없었다. 

 

 

전형적으로 설렘이 예상 가능한 구간을 주는 클리셰 범벅의 영화였다. 

역시나 커플들이 서로에게 기댄 채 감상을 했고, 인준은 긴장해서 기껏 사놓고 콜라도 팝콘도 입에 넣지 못했다. 

 

 

 

"영화 잘 봤어요?" 

 

 

"네? 네." 

 

 

"뻥. 옆에서 제일 어수선했으면서." 

 

 

여령이의 말에 티나게 당황하던 인준은 손사레를 치다가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누나 저 보고 있었어요?" 

 

 

"앞에 보고 있어도 옆에서 움찔거리는거 다 보였어요. 오늘 즐거웠어요. 여기서 헤어질까요?" 

 

 

"..네." 

 

 

 

"점심 시간이네요. 지금 학교 들어가면 되겠다." 

 

 

 

"누나. 제가 영화 같이 봐드렸으니까 이번엔 저랑 밥 먹어요." 

 

 

 

여령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래도 되나. 뻔한 플러팅을 귀엽다고 봐줘야 하는게 옳나 싶어서. 

 

 

 

 

 

 

 

 

 

 

 

 

 

 

 

인준은 여령이의 연락처를 기어이 받아낸 다음부터 사사로이 연락을 해왔다. 

너 고삼 맞느냐고, 공부 안 하느냐고 물어도 할 거는 다 한다는 말로 받아치니 여령이는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여령이는 부담스러웠다. 어린 애랑 이러고 있는 게 맞을까, 이 어리고 철 없는 양을 그보다 어른인 내가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제대로 인도해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너 왜 자꾸 나한테 연락하니 

 

 

대놓고 말하니 똑같은 태도로 답장이 왔다. 

 

 

누나한테 사심 있어서요. 

 

 

 

접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말 머리에 1은 사라졌지만 말풍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령이 할 말 없게 답을 하거나, 아주 늦게 답을 해주거나, 의미없는 자음들을 나열할 때도, 읽고 씹을 때도,황인준은, 한결 같아서 도리어 머리 아픈 건 여령이었다.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남자 한 명 소개 받아볼래라는 제안에 냉큼 달려갔다. 

여령이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착하기는 했다.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지만 대화가 오가는 텀이 지나치게 길었다. 여령이는 기다리는 일에 지쳤다. 늘 빠른건 인준이었다. 

 

 

나 썸남 생겼는데 

 

 

그래서. 질투해 달라구요?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런 게 아니면 왜 얘기해요 누나 좋아하는 나한테 

 

 

너는 왜 나 좋아해? 

 

 

궁금해요? 나 만나주면 말해줄래요. 

 

 

싫어. 됐어. 포기해. 

 

 

포기하게 만들고 싶으면 연락을 끊어야죠. 

 

 

연락 계속 해오는 게 누군데? 

 

 

저요. 그런데 오늘은 누나가 했네. 

 

 

 

답답한 썸남의 연락 텀에 산란해져서 허한 속을 채워 줄 인준의 애정을 갈구했다는 걸 여령이는 부정할 수 없었다. 마치 길들여진 기분이었다. 

 

 

 

 

 

 

 

 

 

 

 

 

 

 

 

 

 

 

 

 

 

뭘 하든 유리한 미성년자를 떼어내기 위해 여령이는 인준에게 썸남과의 연애 상담으로 대화를 채웠다. 세 살이나 어린 애한테 어떻게 해야할까 하고 주저리를 늘어놓는 꼴이 한심스럽긴 했지만 유치하게라도 스스로 마음 정리를 하게 유도하고 싶었다. 

인준은 얘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 때문에 여령이는 인준과 했던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며 저가 응석을 부리는 것 같아 보였다. 

차라리 잠수를 타자고 최후의 방법을 꺼내들자 인준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친구가 네 핸드폰은 하루종일 우냐고 말 꺼낼 정도로 여령이는 걸려오는 인준의 전화도 메세지도 다 쳐냈다. 

 

 

그러다 기분좋게 술을 걸쳤을 때 걸려온 인준의 전화를 받아버렸다. 

 

 

"내가 성인이 아닌 게 걸리는거죠. 내가 스무 살이었다면 나 받아줄거예요?" 

 

 

"휴, 그래. 넌 너무 어려. 넌 너무 어려 인준아, 넌 어리다고. 도대체 내 어디에 묶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만 포기해. 너 성인되면 더 좋은 애들 많으니까. 너 정도면 좋다는 애들 많을거야." 

 

 

"한 달에 한 번씩만이라도요. 한 달에 딱 하루만,그렇게 여섯번만 더 보면 저도 성인이에요. 만나는 것도 안된다 하면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누나한테 전화 걸면 안돼요?" 

 

 

인준의 절박함은 이상하게 남들보다 처연해서, 술이 여령이의 마음까지 적셔서, 그 날 또 비가 내려서. 여령이는 더 밀어내지 않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빗소리보다 인준의 흐느끼는 소리가 내면의 밑바닥을 세게 내리쳤으므로. 

 

 

 

 

 

 

 

 

 

 

 

 

 

 

 

 

 

 

 

 

 

 

 

 

 

만나자.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새소리와 함께 일어나는 건 힘들다. 

먼저 만나자 했으므로 물리기도 그랬다. 

부지런히 준비한 여령보다도 일찍 나와있는 인준의 표정은 밝았다. 

그게 마음을 후벼팠다. 

 

 

 

"오늘 하루종일 같이 있어." 

 

 

"완전 좋아요."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이제 우리 보지 말자. 오늘까지만 보고." 

 

 

투명하기만 할 줄 알았던 표정은 의외로 잘 참더라. 

인준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손 잡아도 돼요?" 

 

 

"응. 근데 나 살짝 수족냉증 있어." 

 

 

 

손끝은 항상 다른 곳보다 낮은 체온으로 머물렀다. 

인준은 깍지까지 끼지 않고 여령이의 네 손가락 끝부분을 모아 잡았다. 

 

 

"차갑기만 해요?" 

 

 

"아니. 지금처럼 네가 잡아주면 따뜻해지지." 

 

 

 

쭈루룩. 

입을 떼자마자 좁은 통로를 열심히 올라온 내용물이 허무하게 가라앉는다. 

에이드가 든 플라스틱 컵을 들고 있는 손이 축축했다. 

여령이의 손을 잡고 있는 다른 손과는 정반대였다. 

인준은 빨대를 잘근 잘근 씹어 뭉갰다. 

 

 

"아 뭐지. 왜 이렇게 눅눅하지." 

 

 

"오후에 비 살짝 내린댔어요." 

 

 

"뭐 그렇게 자주 온대. 짜증난다.. 우산 안 가져 왔는데." 

 

 

"괜찮아요." 

 

 

"우산 갖고 왔어?" 

 

 

여령이 인준의 몸을 앞뒤로 살피며 묻자 입고 있던 얇은 남방을 쥐고 팔랑거렸다. 

 

 

 

 

"여차하면 제 옷 덮어쓰고 가는거죠." 

 

 

 

 

"..어디서 멋있어 보이는 거 어설프게 따라하려고. 아." 

 

 

 

여령이의 정수리에 정통으로 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인준이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들었다. 끊기듯 떨어지던 방울이 점점 길게 늘어졌다. 

인준이 입고 있던 남방을 벗어 들고는 여령을 제 옆구리에 끼고 뛰듯이 걸었다. 

 

 

 

"우리 그냥 우산 사자." 

 

 

"어설퍼 보여요?" 

 

 

"솔직히," 

 

 

아니. 

 

 

"말을 말자." 

 

 

 

싫어하는 날씨마저 낭만이 되게 하는구나. 

 

 

 

 

 

 

 

 

 

 

 

 

 

 

 

 

 

10 

 

 

 

 

 

 

 

 

비는 금방 그쳤다. 바깥은 더 찐득해졌다. 습기가 흐느적거리며 팔에 달라붙었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라도 되는 것처럼. 나쁘다는 얘기다. 인준이 젖은 남방을 탁탁 털어 팔에 옷걸이처럼 걸쳤다. 

 

 

 

"옷 젖어서 어떡하냐." 

 

 

 

"괜찮아요. 덕분에 뽀송하잖아요." 

 

 

 

"아니. 찝찝한데. 건조해지고 싶다." 

 

 

 

"그러면 영화 보러가요. 어둡고 서늘하잖아요." 

 

 

 

"그래. 근데 뭐 보지." 

 

 

 

"로코.." 

 

 

 

"나 그 장르 안 좋아한다니까?" 

 

 

 

"이제 먼 얘기 아니잖아요." 

 

 

"지금," 

 

 

"썸남 있잖아요." 

 

 

 

지금 나 좋아하는 너랑 어떻게 보냐- 라고 말하려던 입이 눈치를 보며 다물렸다. 

인준이 그은 선에 여령이는 한 쪽 발을 뒤로 뺐다. 

 

 

 

이곳 저곳 발바닥이 화끈하게 돌아다니다보니 헤어질 때가 되었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절로 인준의 행동과 표정을 주의깊게 살피는 여령이다. 

 

 

 

"안녕. 공부 열심히 하고, 목표로 하는 대학 꼭 가고, 응. 안녕." 

 

 

 

"진짜 이제 누나한테 연락 못해요?" 

 

 

 

"어. 나 번호도 바꿀거야. 네 말대로 나 이제 만나는 사람도 있고." 

 

 

 

"누나, 행복해야 해요." 

 

 

 

"응." 

 

 

 

"진심으로 그러길 바랄게요." 

 

 

 

"응." 

 

 

 

"진짜 행복하게 지내요." 

 

 

 

"응 알겠어." 

 

 

 

"누나는 행복하면 울어요?" 

 

 

인준의 말에 여령이 손으로 눈을 비볐다. 언제 흘렀는지 촉촉한 눈주의에 당황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행복하라니까 막 울고 그러네." 

 

 

 

 

비는 그쳤는데, 만약에라도 언제 다시 비가 내린다면, 여령이는 인준의 노란 우산이 잔상보다 선명히 떠다닐 것 같다 생각했다. 

 

 

 

 

 

 

 

 

 

 

 

 

 

 

 

 

11 

 

 

 

 

 

그리고 간만에 소나기였다. 

 

 

 

 

 

 

 

 

 

 

 

 

 

 

 

 

12 

 

 

 

 

 

 

 

사귀면 좀 나아질 줄 알았다. 사랑한다고 말은 해주지만 남자친구는 여령과 그 밖의 다른 것들도 사랑해준다고 정신 없었다. 

자정이 지나면 뭐하냐는 여령이의 카톡을 읽지 않고 놔둔 지가 18시간 째였다. 

답답해서 바깥 걸으려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먹구름이 짙었다. 잠깐인데 괜찮겠지, 그러나 유독 비는 여령이에게는 가차없더라. 

 

 

 

 

"재수도 존나 없네." 

 

 

 

카톡 알림음 소리가 나더니 화면이 번쩍였다. 핸드폰 액정 위로 동그란 점들이 다닥다닥 생겼다. 

남자친구는 겨우 ㅋㅋㅋㅋ 를 보냈다. 

커플 알림앱에 설정 해놓은 하트 아이콘 안의 300일이라는 숫자가 볼품 없어보였다. 

 

 

 

"진짜..진짜 빡쳐.." 

 

 

 

호의는 강제가 아니지만 제 앞에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에게 여령이는 깊은 서운함을 느꼈다. 대충 신고 나온 맨발에 슬리퍼가 부끄러웠다. 

얼굴은 기름져가지곤, 한심했다. 

인생이 왜 이러냐. 좋은 일이랑 나쁜 일은 번갈아 오는 게 공평한 거 아니야? 왜 좋은 일은 안 오고 나쁜 일만 계속 와. 

혼잣말로 속상해, 속상해를 중얼거렸다. 더 속이 상하는 건 눈은 건조했다. 

흘릴 눈물을 비에게 몽땅 뺏겨버렸다. 그래,실컷 울어라. 

 

 

 

"거기 계속 쭈그려 앉아 있으면 비 그친대요?" 

 

 

 

우중충한 세상 속에서 이질적이다 싶을 정도로 선명한 노란색이었다. 

 

 

 

"..인준이?" 

 

 

 

"와, 감동. 나 안 잊었네요 누나." 

 

 

 

간만에 만난 얼굴에 그 전에 어떻게 끝났든 벌떡 일어나 다가갔다. 

여령이에게 편애적으로 기울어진 우산 속에 마주보고 인준이 있었다. 

 

 

 

"내가 행복하라고 했는데 울 준비 된 얼굴이야."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원하는 대학은 갔어? 어디 가는 길이야?" 

 

 

 

"적당히 괴롭게 지냈죠. 원하는 대학은 갔고." 

 

 

 

"아..응." 

 

 

 

"그냥 집 가려고 했는데, 누나한테로 가고 싶어요." 

 

 

손잡이를 쥔 손등에 힘줄이 확 일어선다. 여령이 입매만 올려 웃으며 인준의 손을 감싸잡았다. 

 

 

 

"나 그 사람이랑 사귀고 있는데. 오늘 삼백일이야." 

 

 

 

"난 아직 누나 좋아하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그래서 그 사람 옆에서 계속 있는게 좋아요?" 

 

 

 

여령이는 가만히 서서 고민에 잠겼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를 재고 있었다. 

 

 

 

"나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되는지만 알려줘요. 이건 대답하기 쉽죠?" 

 

 

"어..음.." 

 

 

"누나, 기다려?" 

 

 

여령이는 핸드폰 화면을 껐다켰다 했다. 읽지 않은 남자친구의 성의 없는 카톡 메시지가 맨 상단에 보였다. 

 

 

 

 

"아니. 기다리지 마." 

 

 

 

"..나는 앞으로도 영영 누나랑 안되는," 

 

 

 

 

"아니. 기다리는 거 안 해도 된다고. 아니다. 아니지. 이 새끼랑 헤어지고 올 테니까 아주 조금만 기다려 봐." 

 

 

 

 

비가 점차 멎는다. 

기막히게도 언제 그랬냐는듯 구름이 싹 걷혔다. 노란 우산은 아직 접히지 않았다. 

 

 

 

 

 

 

 

 

 

 

 

 

 

 

 

 

 

 

 

 

 

 

 

 

 

 

 

 

 

 

 

 

 

 

 

 

 

 

 

 

 

 

 

 

 

 

 

 

 

 

 

 

 

 

 

 

 

 

 

 

 

안녕 선물이애오...제목 좀 대충 지었 ㅎ...그냥 보편적인 심쿵 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럽미럽미 슬슬 준비하려고 해용...좀만 더.... 

 

 

 

 

++으악 오타 알려주세요 ㅠ 

 

 

+++신알신 하신 분등껜 죄송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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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3.145
워후 역시 문달님 쵝오,,,,,,,,,,, 제가 일등인건가요ㅎㅅㅎ? 신나네요 인준이 글은 언제봐도 행복하고,,,,, 저 노란우산 좋아하는거 어떻게 아시구ㅎㅅㅎ 제가 이상하게 이 물건은 노란색이여야해!라는게 있거든요 그게 우산이랑, 슬리퍼랑, 노트에요.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 그냥,, 그래요. 요즘 나이 먹어 가는지 비 오는 날이 좋아지더라구요. 물론 세차게 오는 날 말고ㅠㅠ 저도 여주처럼 누군가로 인해서 좋아졌으면 좋겠네요ㅠㅠ
5년 전
독자1
문달님 런쥐니 글 최고에용! 분위기도 좋고 한결같은 사랑 보여주는 인준이도 설레고 진짜 선물같은 작품이였어요^^ 곧 나올 럽미럽미도 기대할게요 화이팅♥
5년 전
독자2
아 너무 좋아요 솔직히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몽글몽글해요 인준이랑 완전 어울려요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219.17
작가님 보고싶었어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글은 분위기가 항상 최고입니다 ! 인준이랑 너무 잘 맞는거같아요 ㅠㅠㅠㅠ 짱 !!
5년 전
독자3
아ㅠㅠ너무 좋아요 진짜 이런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ㄴㅣ다..
5년 전
독자4
아 이런 결말 너무 맘에 들어요 똥차 빠이,,,, 인준 웰컴이야....
5년 전
독자5
오우 맨,,, 인준이로 이런 글 보니까 괜히 심쿵 심쿵 ㅜㅜㅜ 오늘 너무 행복했는데 문달 님 글로 마무리해서 넘 좋아용
5년 전
독자6
아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 대박적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 올 때마다 인준이 보고싶을거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 최곱니다 인준이 넘 귀엽고 슬프거 순애보ㅠㅠㅠㅠㅠ 최고예요 문달님
5년 전
독자8
다 ㅠㅠ 움 ㅠㅠ 편 ㅠㅠ 업 ㅠㅠ 나 요 ㅠㅠㅠ ㅠㅠㅠㅠㅠ 스윗한 황인준 심장 가져
5년 전
독자9
작가님.. 정말 최고됩니다 황인준 장...
5년 전
독자10
아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인쥰ㄴ이 너뮤 좋아서 토할 곳가ㅏ타욮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악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 읽구 갑니다ㅠ
5년 전
독자11
99입니다!!! 우선 인준...인준아!!!사랑해!!!!!!!!!! 아 아 지금 육성으로 아~!라고 하고 있어요...세상에...노란우산에 인준이라니 그리고 이렇게 설렘이 가득하다니 세상.... .. (이마짚) 아 인준아 진짜....자기 전에 공부열심히 할테니까 꿈에 오늘 나와주라.....부탁이야..흡
5년 전
독자12
옴뫄 연하남 인쥰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최고 되네요 진쯔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요ㅠㅠㅠ
5년 전
독자13
세상에... 인준... 저 왜 이 글 지금본거죠ㅠㅠㅠㅠ 세상 마음 아리고 설레서ㅠㅠㅠㅠ 노란 우산 제일 잘 어울리는 사람 인 주니야.... ㅜㅜ...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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