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받고 얼마 안 지나서 누가 사무실로 들어오길래 정신 차리고 씩씩하게 인사하니까 좋은 아침! 하고 맞받아 주시더라.
장난스럽게 말 걸어주셔서 기분이 조금 낫더라고 누군지 기억은 안 나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첫 출근 때 정신이 없었긴 없었던 건지 바로 내 앞 리에 앉으시는데 바로 앞 자리인 줄은 몰랐었어 알고 보니까 우리 부서 대리님이셨음.
근데 샌드위치랑 커피를 어떻게 해야하 나 봉투만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대리님이 아. 하고 올려다보는 거야.
"신입사원은 역시 달라 일찍도 출근했네. 아침은 먹었어요?"
"아, 네 먹고 왔어요. 대리님은 드셨어요?"
"오늘 알람 잘못 맞춰서 늦은 줄 알고 못 먹고 왔어요. 배고파 죽겠네."
"그럼 이거 드세요."
바로 샌드위치랑 커피 든 봉투 드리니까 얼떨떨하면서 받으시더니 눈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 보는데 눈 진짜 크시더라.
"이거 ㅇㅇ씨 먹으려고 사온 거 아니에요? 괜찮으니까,"
"대리님 드세요! 받은 거에요."
"새벽부터 샌드위치도 사주고, 남자친구?"
"...전 배부르니까 대리님 많이 드세요!"
남자친구? 하고 물으시는데 순간 멈칫해서 그냥 드시라고 얼버무렸음.
고맙다고 웃으시면서 샌드위치 포장 뜯는 거 보는데 혹시 김종대가 안 먹고 대리님 줬다는 거 알면 화내는 건 아닌가 걱정이 슬 드는 거야.
내가 왜 이런 걸 걱정하는건지 또 답답하고.
"내 이름 모르죠? 난 ㅇㅇ씨 이름 아는데."
"아직 정신이 없어서요. 죄송해요.."
"장난 장난 박찬열이니까 편하게 박대리라고 불러요."
"네 박..대리님!"
"ㅋㅋㅋㅋㅋ귀엽네 ㅇ사원. 샌드위치 맛있다."
혹시라도 서로 미련이 있는 건 아닐까 괜한 기대감이 생기는 내가 한심하더라.
박 대리님이랑 이야기하다 보니까 조금 친해졌어. 회사 사람들이랑 어떻게 친해져야 하나 걱정이었는데 엄청 다행이었다.
좀 있으니까 한 분씩 출근하시길래 신입사원답게 씩씩하게 인사하니까 다 귀엽다고 웃어주셨어.
쑥스러워서 목 쓸면서 웃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림 .
"좋은 아침입니다. 일교차가 많이 심한 거 같아요. 다들 감기 조심해요."
남들한테 다정한 건 여전하더라.
이맘때쯤에 일교차 심하다고 가디건 여러 벌 사 와서 입어보라고 찡찡거리던 게 생각났음.
돈 아깝게 왜 이렇게 많이 샀냐고 뭐라 해도 감기 걸리면 안 된다고 웃는 모습에 그냥 같이 웃어버리고 데이트하러 갈 때 꼭 하나씩 들고 갔었는데 ㅎㅎ..
또 옛날 생각에 잠겨서 책상만 내려다보고 있으니까 옆에 계시던 분이 슬쩍 치시면서 눈짓하길래 정신 차리고 팀장님한테 인사하려는데
팀장님 시선이 박 대리님 책상 위에 있는 샌드위치 포장지에 닿아있는 거야.
순간 심쿵해서 어정쩡하게 인사하는데 슬쩍 고개만 까닥이고 들어감.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이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옆에서 업무 몇 개 넘겨주시길래 그냥 잊어버려야겠다 생각하고 쉬지도 않고 일했어.
그래야 잠시라도 생각이 안 날 테니까. 쉬엄쉬엄하라는 소리 들을 때까지 일만 봤어.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까 벌써 점심시간인지 분위기 어수선하면서 몇 명씩 지갑들 고 사무실에서 나가는 거야.
오전 내내 쉬지 않고 일해도 반 정도 남은 서류들 때문에 뭔가 다 못하면 야근이라도 해야 될 거 같아서 점심은 안 먹기로 했음.
주위에서 밥 안 먹으러 가냐고 묻길래 사실 아직 밥 먹을 정도로 친한 사람이 없다고 하기엔 너무 왕따 같고 업무 핑계 대면서 웃으니까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주시길래 살짝 웃고 다시 서류 파일 집어 드는데 박 대리님이 대뜸 내 옆으로 오셔서 밥 먹으러 가자고 하는 거야.
"아직 같이 먹을 사람 없으면 나랑 먹어요. 다른 사원들이랑도 친해지면 좋잖아요. 같이 가요."
"아니에요. 나중에 같이 먹어요."
"나중에 언제!! 나중에도 먹고, 지금도 먹으면 안 돼요?"
"죄송해요. 진짜 배 안 고파서 그래요ㅠㅠ"
"아, ㅇ사원 아침 너무 많이 먹어서 배 안 고픈가 보구나 그래요 그럼 내일은 꼭 먹어야 해요."
더는 안 물어보시고 어깨 툭툭 쳐주시면서 나가는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랐다.
힘내서 얼른 끝내야겠다고 자판 두드리고 있는데 팀장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사무실에 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팀장님 나오니까 놀래서 모르는 척 컴퓨터만 봤어.
내 자리 근처에서 멈칫하더니 밥 안 먹어요 ㅇ사원? 묻길래 뒤도 안 돌아보고 네 하고 답했어.
생각해보니까 나 참 미쳤지 ㅋㅋㅋㅋㅋ 신입사원 주제에 팀장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생각 없이 키보드 자판 치면서 한글에 쓰고 있는데 좀 있다가 사무실 나가시길래
숨 좀 돌리고 있는데 컴퓨터 화면 보니까 알 수 없는 말들만 적혀 있더라고.
식겁해서 얼른 지워버리고 깜빡이는 커서만 보고 있는데 눈앞으로 종이봉투가 불쑥 나타난 거야.
놀래서 올려다보니까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박 대리님이었음
"이거 봐 좀 있으면 배고프다니까. 집중 안 되죠?"
"조..금요? 박 대리님은 벌써 식사 다하신 거에요?"
"아니요. 아침에 ㅇ사원한테 고마워서 보답하러 왔죠."
내 옆자리에 있는 의자 끌고 와서 앉아서 봉투 뒤적거리시더니 샌드위치랑 음료 두 잔을 꺼내는 거야.
커피 뭐 좋아하는지 몰라서 스무디 사왔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나야 너무 감사해서
완전 좋아한다고 음료 잔 집어 드니까 다행이라고 웃으시는데 박 대리님 진짜 잘 생기신 듯.
샌드위치 먹고 있는데 사무실로 누가 들어오는 거야. 벌써 드셨나 하고 보는데 팀장님인 거야.
박 대리님도 놀랬는지 점심 안드셨냐고 팀장님한테 물으니까 김종대는 입맛이 없어서 안 먹었다고 말하고 팀장실로 가시는 거야.
다시 앉아서 먹으려는데 팀장님이 뒤돌아서 먹고 나서 환기 좀 부탁한다고 하시길래
박 대리님이랑 알겠다고 대답하고 음료 잔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박 대리님이 의아하다는 듯이 말하는 거야.
"이상하네. 오늘따라 팀장님 기분 안 좋아 보이지 않아요?"
"그런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마셔가면서 먹어. 체할라."
갑자기 말 놓아서 당황스럽다기보단 그냥 놀래서 보니까 박 대리님이 멋쩍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하시길래
괜찮다고 말 편하게 하라고 말하니까 미안한 듯이 계속 웃는 거야.
"진짜 괜찮다니까요! 다 저한테 말 편하게 하시는데 대리님만 높임말 쓰시는 거 알아요?"
"그래서 싫어요. 신입 사원한테 좋은 인상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랄까."
"ㅋㅋㅋㅋㅋㅋㅋ 충분히 박 대리님 좋은 분이신 거 아니까 편하게 해요. 제가 불편하니까 네?"
"며칠만 있다가요."
박 대리님 완전 천사 ㅠㅠ
덕분에 기분도 한결 좋아지고 참 좋은 분이라는 걸 느꼈다.
점심시간 끝나고 또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니까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거임.
다 끝낸 서류들 정리해서 자리에 가져다 드리고 있는데 부서에 되게 날카롭게 생기셔서 예쁘신 분이 있거든
이름이 박..경리 였나? 부서 사람들 이름 좀 제대로 외워야겠다 ㅎㅎ..
쨋든 그분이 파일 받으면서 고맙다고 말하시다 대뜸 팀장님한테 말하는 거야.
"팀장님!! 우리 신입사원도 왔는데 회식 안 해요?"
주위에서도 맞네 회식하자면서 다들 팀장님만 초롱초롱하게 보는 거야.
팀장님이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넉살 좋게 웃으면서 말함
"오늘 술 먹고 내일 출근하게요? 내일 금요일이니까 하루만 참아줘요. 제가 살 테니까."
씨익 웃으면서 팀장실 들어가시는데 주위에서 멋있다고 환호성 대박이더라.
자리에 돌아와서 퇴근 준비하는데 회식 자리 처음 가져보는 거라 벌써 떨리는 거야.
환영식 했다가 한 달 동안 술은 입에도 못 댔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거기다가
신경 안 쓰려 해도 팀장님 눈치 보이고 안절부절못할 게 뻔하니까.
아침에 왔던 문자 때문에 확실히 정리된 게 없으니까 뭐든 다 걱정투성인 거야.
퇴근하라는 팀장님 말에 좀 기다렸다가 하나둘씩 나가시길래 가방 챙기고 일어나 인사하려는데
박 대리님이 회식 재밌을 거라고 기대하라고 웃으면서 말해주시길래 덩달아 웃으면서 인사하고 일어났어.
신경 쓰지 말고 회식자리에서 다른 사원분들이랑 친해지자는 다짐으로 씩씩하게 인사하고 나왔어.
아침에 빨리 나온다고 얇은 코트 하나 걸치고 나왔을 때 조금 쌀쌀하다 생각했는데 밤 되니까 너무 추운 거야.
정류장까지 빠른 걸음으로 가서 몸 숨기고 오들오들 떨면서 버스 언제 오나 전광판 보는데
전광판 앞에서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여자 남자 애들이 싸우고 있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어서 몰래 보는데 남자 애가 학교 가디건? 같은 거 남자 사이즈라 한참이나 큰 걸 여자애한테 던지면서
추우니까 입으라고 병신아! 이러고 뛰어가는 거야. 요즘 고등학생답지 않게 순정파인가 싶어서 티 안 나게 웃다가
"...김종대도 추운데 가디건을 왜 안 입었다고 화냈었는데."
또 김종대 생각이 나버렸어. 아까 말했지 김종대가 날씨 쌀쌀하다고 가디건 몇 벌 사왔던 일.
그때 헤어진 날 물건 정리하면서 가디건을 다 버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까
옷장 구석 한 쪽에 놔둔 상자 안에 가디건들이 그대로 들어있더라.
오랫동안 잊고 지내서 그런지 색이 바래서 남들이 볼 땐 볼품 없겠지만
모순적이게도 내 눈엔 여전히 예뻐 보였어.
버려야겠다 싶어서 쓰레기봉투 찾으려고 일어나는데 딱 문자가 오더라.
[ㅇ사원 나 박대리에요. 비상 연락망에서 찾았는데 괜찮죠ㅠㅠ?]
나중에 정리해야겠다 생각하고 더 깊숙이 옷장 안으로 밀어넣었어.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는 종대의 마음 또륵. 박 대리가 등장했어요!! 우리 박 대리!!!!!!
혹시 암호닉에서 빠지셨으면 꼭 말씀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암호닉 <('ω')/
마지심슨, 예헷, 에쏘, 뭉이, 몽실이, 구금, 마녀, 롯데월드, 랄랄, 눈누난냐, 체리, 윤아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