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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아 전체글ll조회 30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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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그를 처음 본 건 학생식당이었다. 

밥을 먹으며 지영이와 수다를 떨며 웃던 중 맞은편에서 쟁반을 받아들고 걸어오는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 

덜컹 하고 심장이 멈춘 느낌은 처음이었다. 

아니, 그를 제외한 세상이 모두 멈춘 느낌이랄까. 

급기야 그가 한발한발 내딛는 발이 내 심장 위를 걷는 듯 묵직한 통증마저 들었다. 

그는 대각선에 위치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여름을 열정적으로 보낸것인지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까무잡잡한 피부에 오똑한 코가 남자다운 사람. 

내 눈길을 끈 건 쌍커플 없이 큰 눈이었다. 

길게 뻗은 눈은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처럼 새초롬하면서도 깊었다. 

그 다음 들어온 것은 젓가락을 쥔 곧게 뻗은 손가락의 큰 손. 

 

 

 

"…야, 탄소야. 김탄소! " 

 

 

 

멍하니 남자를 보고 있던 내 귀에 지영이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주변의 음소거가 풀렸다. 

그리고 내 심장의 고삐도 풀린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어,어? " 

 

" 밥먹다가 뭐해? 왜 멍때려. 어? 야! 너 열있는거 아냐? 너 얼굴 엄청 빨개! " 

 

" 아, 아니야. 괜찮아. 목에 뭐가 걸렸나봐. " 

 

 

 

지영이의 큰 목소리에 혹시라도 이쪽을 보면 어쩌나 싶어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물을 몇모금 마셨다. 

다시 시작된 지영이의 수다에 건성으로 맞장구를 치며 미소짓는 내 신경은 온통 그에게 가 있었다. 

식욕은 저만치 사라진 상태라 남자를 쳐다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젓가락으로 밥알을 셌다. 

그때 메세지가 왔다는 알람이 울렸다. 

 

 

 

[ 수달 어디냐? 오늘 개강기념 포커스 회식 있댄다. 그리고 너도 현대미술사 듣지? ] 

 

[ 밥. 응. 응 ] 

 

[ 오빠한테 답변 그따구로 하지? ] 

 

[ ㅇㅇ ] 

 

[ 아 좀 ㅡㅡ] 

 

[ ㅇ ] 

 

[ 됐다, 말을 말자. 암튼 수업때 보자. ] 

 

 

 

나보다 6개월이나 늦게 태어났으면서 오빠라 칭하는 정국이의 가소로운 톡에 약을 올리며 답장을 하다보니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 전정국? " 

 

" 응." 

 

" 니네 둘도 참 신기해. 둘 다 낯은 오지게 가리면서 지들끼리는 또 괜찮은거 보면. " 

 

" 그런가? " 

 

 

 

그러고보니 정국이는 동기 남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친구로 지내며 편하게 생각했다. 

정국이의 토끼처럼 큰 눈망울이 순해보여서 그런걸수도. 

정국이 역시 같은 과, 같은 동아리인 지영이조차 아직 어색함을 갖고 있었지만 나에게 만큼은 편하고 자연스럽게 대했다. 

너무 편하게 대해서 형제 같은 느낌이랄까. 

 

웃으며 폰을 내려놓는데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입가에 미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시선을 돌리다 아까의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진정됐던 심장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내리깐 눈이 새초롬했다면 나를 마주보고 있는 눈매는 우아하면서도 신비했다. 

내 눈길을 따라 지영이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 누구를 그렇게 봐? 헐. 대박. 완전 잘생김. 근데 저사람 이쪽 쳐다보는거야?" 

 

" 우리가 너무 크게 떠들었나봐. " 

 

 

 

호들갑을 떨어대는 지영이의 말에 간신히 눈을 떼고 고개를 숙여 밥을 먹는 척을 했다. 

분명 내 얼굴은 또 불타오르고 있겠지. 

손부채질을 해서 화끈거리는 얼굴을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또 그의 이목을 끌까봐 참았다. 

그때 바로 뒤 테이블에서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다. 

 

 

" 우와~ 저 남자 대박 잘생겼어요.저기 대각선에 앉은 남자요. 모델인가? 옷도 잘 입는다. " 

 

 

 

누구를 말하는지 예상이 갔다. 

난 얼굴만 보느라 옷은 무슨색을 입었는지 못봤는데 모델이라고 얘기 할 정도면 진짜 잘 입었나보다. 

 

 

 

" 누구? …저남자? 아서라. 들이댈 생각도 하지마. " 

 

" 왜요? 완전 내 타입인데. 여친 있어서요? " 

 

" 여친? 풉. 야, 쟤 게이야. " 

 

 

 

빠르게 뛰던 심장이 아까처럼 쿵 하면서 멈췄다. 

 

게이? 보이즈 러브?  

가슴 한켠이 저릿했다. 

근데 본인한테 다 들릴텐데 너무 무례한거 아냐? 

 

마치 내가 당한듯 불쾌함에 달아올랐던 얼굴이 핏기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 어머어머. 진짜요? " 

 

 

뒤에서 새된 소리로 떠드는 말에 시장통 같았던 주변이 점점 조용해졌다. 

 

 

 

" 1학년 말쯤에 내 남친한테 고백했다가 까이고 바로 휴학했어. 그때 소문 엄청 퍼졌지. 김태형 쟤 게이라고. " 

 

" 왠일이야! 하긴 어쩐지 옷도 너무 잘 입더라. 저 사람 입은 옷들 구찌아니에요? 게이들이 꼭 명품 밝히더라. "  

 

 

 

평소보다 훨씬 조용해진 식당안에서 들으란듯이 말하는 저 목소리가 너무 소름끼쳤다. 

손 끝이 차가워지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용기를 내어 남자를 쳐다보니 힐끗 거리는 시선속에서 아무것도 못들었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두번의 아웃팅. 

차가워진 몸과는 달리 머릿속이 뜨거워졌다. 

 

끼기긱! 

 

쟁반을 들고 벌떡 일어나자 조용히 눈을 굴리던 지영이가 놀라서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조용했던 주변의 이목은 거칠게 일어나며 의자로 큰 소음을 낸 나에게 쏠렸다. 

쟁반을 들고 한걸음 한걸음 떼다가 다시 뒤돌아 소리의 근원지인 그 여자들의 테이블로 갔다. 

세명의 여학생이 의문의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 저분 아신다는 분이…? " 

 

 

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고학년으로 보이는 새침한 생김새의 여자가 네? 하고 되물어 왔다. 

나는 그 여자에게 생긋 웃으며 말했다. 

 

 

 

" 축하드려요. " 

 

" 네? 뭘요? " 

 

" 사회에서의 기본적 매너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신거 너무 축하드려요. 정말 천생연분인가봐요. 개념없는 커플끼리 천년만년 사랑하시길 바랄게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내 좁은 인간관계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맞서 싸울테지만 그는 낯선사람이었고 내 인생에서 이런 비꼼과 경멸의 표출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내 자신에 대한 놀람보다 그가 받았을 상처가 더 가슴 아팠다. 

황당함에 어버버 하고 쳐다보는 여자를 뒤로하고 돌아섰다. 

 

 

" 그러게! 우리 탄소 말 맞네. 아웃팅이라니 인성 소름이다, 정말! 김탄소 같이가! " 

 

 

놀란듯 쳐다보던 지영이가 웃으며 한방 더 날려주는 소리가 들렸다. 

후들 떨리는 다리로 그의 옆을 지나가자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에 눈이 마주치면 눈물이 왈칵 나올것 같아 앞만 보고 빠르게 걸었다. 

 

 

" 와 김탄소~ 우리 탄소가 이런 카리스마가 있을 줄이야! 이 언니는 뿌듯하다! " 

 

 

학생식당을 나와 미대건물 쪽으로 가면서 지영이가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사람은 괜찮을까?  

혼자 먹고 있던데 어떻게 그 수치를 견뎌낼 수 있을까. 

그냥 데리고 나올걸 그랬나. 

 

하지만 낯선 사람, 특히 낯선 남자를 데리고 나올수 있는 용기가 나에겐 없었다. 

나의 오지랖이 괜히 더 화를 부르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지영이가 다시 돌아갈까 멍하니 걷는 나를 끌고 가다시피 했다. 

 

 

 

"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커피나 마시고 가자. " 

 

 

 

지영이에게 이끌려간 까페테리아에서도 나는 멍하니 그 사람만 생각했다. 

몇번 말을 걸어오던 지영이도 기묘한 표정으로 조용히 나를 지켜봤다. 

 

 

 

 

 

" 야. 박지영. 김탄소. 빨랑 좀 다녀라. " 

 

" 아직 10분전이구만. 그렇게 보고 싶었냐? 아주 숨넘어 가겠네 " 

 

" 뭐, 뭐래. 학생이 일찍와서 수업준비를 해야지 당연한거 아니냐! " 

 

" 어이구. 그러시겠지. 탄소가 수업준비 못할까봐 엄청 걱정됐나봐~? 응,전정구욱~? " 

 

" ㅇ,야. 시끄러. 뭐라카노 진짜... 근데 김탄소 얘 왜 멍 때리고 있냐? 무슨일 있었어? "  

 

 

정국이는 평소라면 자기와 티격태격했을 내가 조용한게 이상했는지 눈치를 보며 물어왔다. 

 

 

 

" 아냐…그냥 밥 먹었더니 졸려서." 

 

" 뭐야. 아주그냥 먹고 자고. 그러다 수달이 아니라 돼지 된다,너."  

 

 

 

정국이가 걸어오는 농담에도 받아치지 않고 건성으로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강의실 뒤쪽에 조용히 앉아 나를 쳐다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  

김태형. 

 

 

 

 

 

 

[방탄소년단/김태형] 여우와 수달 prologue | 인스티즈 

 

 

 

 

 

 

====================================== 

낙화유수도 아직 마무리 못지었는데... 

갑자기 쓰게 된 글입니다. 

폰으로 쓴거라 오탈자 양해 부탁드려요😁 

계획은 10화 정도로 짧은 스토리입니다만 

반응 안좋으면 걍 내릴지도...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잘못을 고백한걸수도있어 태형쓰 게이 ..
5년 전
독자2
ㅠㅠㅠ 여기서 끊기다니... 다음화가 시급합니다ㅠㅠㅠ내리시면 안돼요ㅠㅠㅠ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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