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현] 백현이가 페북여신한테 반한썰 完 - 인스티즈(instiz) 픽션 카테고리

분명 몇번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은거 같은데, 나는 왜이리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었다. 어제 그렇게 싫어하던 쇼핑을 꾸역꾸역 해서 옷도 많은데, 정작 오늘 아침에 입으려고 하니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두운 옷을 입으니 얼굴이 칙칙해보이고, 그래서 밝은 옷을 입어보니 얼굴 톤과 전혀 안맞아 보인다. 하, 이래서 나갈수나 있을까?

백현이가 페북여신한테 반한썰

" 진짜라니까 "

" 뭐래 병신이 "

" 진짜라고.. "

" 이응 "

" 진짜라고!!!!!!!!!!!!!!!!!!!!!!!!!!!!!!!!!!!!!!!개새끼야!!!!!!!!!!!!!!!!!!!!! "

나는 몇년을 애타게 좋아했던 페북여신님과 사귀게 되었다. 아, 이제는 페북여신님이 아니라 내여자친군가? ㅎㅎ 나는 이 기쁜소식을 무엇보다 김종대에게 먼저 알려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 친구니까 말이다. 근데 이새끼는 살면서 거짓말만 들어왔는지 도통 믿지를 않았다. 내가 문자를 김종대에게 들이밀며 진짜라고 소리쳐도 그거 조작한거 아니냐며 코웃음을 치는 김종대다. 나는 이대로 김종대에게 시달리다간 답답해서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혼자 씩씩대며 방으로 들어갔다. 근데, 저 새끼는 왜 집에 안가나 몰라.

" 여보세요? "

" 여보..? "

침대에 누워 여신님의 고백을 회상하며 한껏 설레어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나는 침대에서 벌떡일어나, 누구에게 온 전화인지 확인해보니 여신님이였다. 사귀기 전이였다면 분명 이상한 핑계라도 만들며 안받았을거다. 심장 어택 당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야 죽을래 "

" 미안미안ㅋㅋㅋ 근데 왜 전화했어? "

참으로 이상했다. 여신님과 부딪혀서 엄청 설레어 하던데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런 여신님과 나는 연인사이였다. 연인이라니.. 감격스럽다.

" 음.. 우리 내일 만날래 백현아? "

" 당연하지!!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게 만나고 싶었어? "

내가 왜 전화했냐는 물음에 여신님, 아니 징어는 몇분동안 뜸을들였다. 수화기 너머로 헛기침 소리도 들리고 부스럭대는 소리도 들려왔다. 분명 쑥쓰러워 이러는거겠거니 하며 꾹 참고 기다렸다. 역시나, 기다린 보람이있었다. 여신님은 한껏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왔다. 이런건 남자가 하는건데.. 많이 미안했다. 그러고 보니 고백도 먼저하고 데이트 신청도 먼저하고. 남녀가 바뀐기분이다.

" 응.. 쑥쓰럽네 "

" ㅋㅋㅋ아무튼 백현아 내일 OO카페 앞에서 보자 "

" 응 잘자 징어야 "

" 너도! "

징어와 전화를 끊자마자 침대에서 쿵쿵 뛰었다. 정말 살면서 이런기분은 처음이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는 말이 드디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백현이가 페북여신한테 반한썰

" 여기! "

한참을 고르고 고르다 결국 김종대의 선택을 받은 옷을 입고 나왔다. 김종대가 가끔 병신짓도 하지만 나름 인기도 많고 연애경험도 다분하다. 난 그래서 김종대에게 모든걸 의지했고, 향수부터 신발까지 모든걸 김종대에게 확인받고 나서야 집에서 나갈수 있었다.

집에서 나오는 게 이리 떨릴 줄이야. 항상 지나가던 길이지만 뭔가 화사해 보였고, 하늘은 이미 분홍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온통 분홍색이라더니. 그 말을 듣고 코웃음 쳤던 나를 백번 반성한다.

떨리는 발걸음을 겨우겨우 내딛어서 도착한 카페였다. 나는 떨리지 않는다 나는 괜찮다 를 연신 중얼거리며 카페로 들어섰다. 그리고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저번에도 말했듯이 징어는 정말 광채가 난다. 아마 연예인을 했으면 우리나라 1위였을거다. 물론 이쁜걸로 말이다.

" 많이 기다렸어? "

" 아냐, 나도 방금 왔어. 근데 백현아 너 뛰어왔어? "

" 아니? 걸어왔는데.. "

" 진짜? 근데 너 땀좀 봐 "

난 정말 천천히 걸어왔는데. 너무 긴장해서 땀이 났나보다. 나는 머리에 바른 왁스가 혹여나 풀릴까 싶어 얼른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을 닦았다.

" 근데 징어야 나 궁금한거 있어 "

" 뭔데? "

참 나도 나다. 첫번째 만났을 땐 눈만 마주치면 피하고 그랬는데 확실히 편해진건 맞는거 같다. 내가 먼저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다니. 이건 기적이다 기적.

" 너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 "

" ....어? "

내가 조금은 긴장한 듯이 말을 내뱉으니, 징어의 하얀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리고는 먹던 음료를 내려놓고 내 눈을 요리조리 피한다. 좀 오글거릴수도 있는 말이겠지만, 징어는 쑥쓰러워 하는것도 예쁘다. 정말이다.

" 나 언제부터 좋아했냐고~ "

" 그..그런걸 왜 물어 "

" 대답 안해줄꺼야? "

" 안해, 못해 "

" 근데 난 왜 알거 같지? "

한참을 놀린거 같다. 당황하는 모습이 이렇게 귀여울 줄은 몰랐는데. 내가 신이나서 놀리는것에 탄력을 붙이니, 징어 얼굴이 거의 빨간색이 되었다. 아, 그만해야하나.

" 징어야, 너 인티알아? "

이거.. 설마.. 강제 인밍아웃시키는건가.. ?

" ....푸흡!!!!!!!!!! "

징어는 얼굴에 연신 손부채질을 해대며 주스를 마시고 있다가, 얼토당토 않은 질문에 내 얼굴에 주스를 뿜었다.

" 헐 어떡해 ! 미안해!!!! "

" 괜찮아ㅋㅋㅋㅋ 근데 인티 하냐고 물어본게 그렇게 놀랠일이였어 징어야~? "

" 아니 그게.. 인티가 뭐..뭔데? "

징어는 주스로 흠뻑 젖은 내 머리를 보며 휴지를 끊임없이 뽑다가 '인티' 라는 말에 한 1초정도 멈칫했다. 그리고 계속 휴지를 뽑으며 답을 해왔다.

" 인티? 니가 글 올린데 "

" ........어떻게 알았어 "

징어는 장난스러움이 가득 담긴 내 말을 듣고 얼굴을 확 굳혔다. 아, 그냥 모른척 할껄 그랬나?

" 나도 인티 하니까 알지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뭐야 왜웃어?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백현아.. 내가 진짜 끝까지 모른척 하려 했는데.. "

징어는 내 얼굴을 연신 닦다가 갑자기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제발 내 예상만은 아니길 제발.

" 뭘? "

" 나도 니가 쓴글 봤는데.. "

" ............. "

그.. 엑소 타오 였던가? 걔가 시간조절 초능력이 있다던데.. 무슨수를 써서라도 내 입으로 인티를 말하기 전으로 돌아가야 할거 같은데..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백현아 왜 인티 얘기했어.. "

" ..........하 "

" 백현아 근데 니 글에 너무 내 칭찬밖에 없어서 보기 창피- "

" 아아아아아아아 안들린다 아아아아아아 "

솔직히 아까까지만 해도 이렇게 역으로 당할줄은 몰랐는데. 나는 최대한 귀를 꾹 막고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그러자 징어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웃었다. 근데 역시 징어도 사람인가보다. 웃을때는 좀 깬다. 는 무슨 웃을때도 존나예쁘다. 특히 앞니가.

" 근데 백현아 백현아 "

" 응? "

" 우리 계속 여기 있을거야? 밥 먹으러 가자 "

" 아! 밥 안먹었구나. 가자 가자 "

나는 징어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내가 잡은 손목을 빤히 보던 징어가 웃음을 흘렸다. 들킨건가.. 쑥스러워서 손 못잡은거?

" 백현아 "

" ..... "

" 변백현 "

" 응? "

어딜 잡고 있어. 내 이름을 부르는 징어 목소리에 돌아보니, 징어는 웃음을 참는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그러나싶어 빤히 쳐다보는데, 징어가 잡힌 손목을 살짝 흔들며 뺐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나를향해 내밀었다.

" 이거 잡아야지 "

" .......아 "

" ㅋㅋㅋㅋㅋ오구오구 귀여워 우리 백현이~ "

" 하지마.. "

내가 살짝 주저 하는 모습을 본건지, 징어가 손을 내렸다. 아, 잡을껄.. 존나 후회되게.

" 백현아 저기 갈래? "

" 저기? 저기 맛있어? "

" 응! 내가 며칠전에 갔었- "

징어와 이리저리 쏘다니며 맛집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나는 아까 손을 못잡았다는 후회덕분에 한참동안이나 징어 손만 보고 있다. 찾으라는 맛집은 안찾고.

" 뭐야 ㅋㅋㅋㅋㅋ "

징어가 저기 맛집이라고, 가자고 나를 향해 웃어보이는데 정말 뜬금없이 손을 잡았다. 그것도 살짝 잡은것이 아니라 거의 덥석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한참동안이나 손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는걸 티라도 내는지, 징어 손을 잡는 내 손은 땀으로 서서히 젖어갔다.

" 징어야 "

" 뭐야 왜 갑자기 진지해졌어 "

" 그.. 나는 좀 속터지는 짓을 할때가 많아 "

" .... "

" 또 눈치도 별로 없고 "

" ..... "

" 그래도 천천히 노력해갈테니까 "

" .... "

" 내가 답답해도, 눈치 없어도 참아줄 수 있어? "

말을 뱉어놓고 후회했다. 원래는 이렇게 소심한 성격이 아닌데, 자꾸 징어만 보면 불안해져갔다. 아까 징어와 같이 맛집을 찾아다니는데, 징어 옆을 지나는 남자들은 거의 다 징어 칭찬을 했고, 몇몇 남자는 내 욕을 해댔다. 솔직히 신경 안썼다. 어차피 내 여자친군데.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이기적인거 같다. 내 여자친구, 내꺼라고 생각해도 불안해지는게 말이다.

" ...백현아 "

" 응? "

" 나도 니가 생각하는거 만큼 완벽하지 못하고 "

" 응 "

" 가끔 너보다 더 눈치 없게 굴때도 있을거야 "

" 응 "

" 그래도 넌 나를 이해해줄꺼지? "

" 당연하지 "

" 나도 그래 백현아 "

누가보면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길 한복판에서 서로 고백이라니. 왜저러냐며 욕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거 같다. 정말 영원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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