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보충 때문에 집을 나섰고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담담하게 시작한 글. 남자치곤 차분한 글씨체. 악필도 아니고, 딱히 잘 쓴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 평범한 글씨체였다. 나도 모르게 낙오자를 발견하고 어느 정도 풀린 분위기에 잠들어 버린 모양인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어깨엔 얇은 가디건 한 벌이 걸쳐져 있었고, 책상 위엔 종이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종이 위에 붙은 노란 포스트잇엔 '낙오자'라고 적혀 있었고. 조심스레 그 포스트잇을 떼 책상 위에 붙인 뒤 종이를 읽기 시작했다.
이름 표지훈. 고등학교 2학년생. 간단한 신상 정보와 그 밑에 빈 공간엔 시간이 멈췄을 당시를 쓴 모양. 손끝에서 종이가 팔락거린다.
[여름방학 보충 때문에 집을 나섰고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학교 가는 길에 항상 지나는 공원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다. 사람이 떠드는 소리도 없고 그냥 모든 소리가 음소거를 한 것처럼 사라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멈춰 있었다. 움직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고 나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 잠깐 그 자리에 굳은 채 있다가 주변을 돌아다녀 보고 다시 돌아왔고, 어떤 사람들이 나타나서 나를 데리고 왔다.]
"일어났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박경이 서 있다. 내가 가디건을 건네니 히죽 웃으며 제 팔에 두른 박경이 엄지손가락으로 문 밖을 까딱. 읽어 봤지? 걔 보러 가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이와 포스트잇을 챙기려는데 아까 미처 보지 못했던, 종이가 처음 놓여 있던 자리에 있는 작은 사이즈의 사진. 종이 밑에 깔려 있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진을 들었다. 증명 사진 크기. 방금 막 찍은 건지 대충 찍은 모양새다. 불만스러운 상황인지 치켜뜬 눈, 뚜렷하지 않은 이목구비. 하지만 준수한 외모다.
"지금 오류도 그렇고 얘 일도 그렇고 여러 가지 겹쳐서 좀 복잡한 모양이야."
"응."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네가 걔 좀 챙기면서 시간 벌라던데?"
복도를 걸어 흰 문 앞에 멈춰 섰다. 시간을 벌어? 내 옆에 선 박경을 바라보지만 놈은 별 말 없이 씨익 웃으며 '그럼 수고'하고 복도 저 끝으로 걸어가 버린다. 어느새 혼자 남았다. 한숨을 푹 내쉰 뒤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쇠의 느낌이 그대로 손바닥에 닿는다. 몸이 안 좋은 걸까, 평소엔 그냥 시원하고 말 느낌이 오늘따라 예민하게 피부를 자극한다.
달칵.
문을 열자 보이는 건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남자 아이. 방금 검사를 마친 건지 교복을 추스르고 있는 모습이다. 내가 문을 닫자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고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인상을 팍 쓴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녀석의 앞에 있는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책상과 의자 두 개. 어찌 보면 취조실 같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하복 와이셔츠를 끝까지 채운 아이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표지훈, 맞지?"
"…예."
"난 우지호야."
대화는 뚝 끊겼다. 딱히 이어갈 말이 없다. 녀석도 나도 입을 열지 않고 있고 서로 시선을 피하고 있다. 난 괜히 볼펜만 딸깍딸깍거리며 이미 몇 번을 본 종이를 계속해서 읽는다. 한참을 그러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에 앉은 표지훈이라는 놈을 바라보니 녀석도 고개를 비스듬히 틀어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다. 어색한 정적 속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표지훈.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사람들이 얘기해줬지?"
"시간이, 멈췄다느니 뭐라느니."
불만 가득한 목소리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내가 이해했어? 하고 물으니 사납게 나를 돌아본다. 그 모습에 나는 쯧하고 혀를 찼고. 제대로 이해 못 했구나. 누가 너 여기 데리고 왔어? 설명해준 사람은 누구야? 그 말에 표지훈은 잠시 말없이 다른 곳만 바라보다가 짜증스럽게 말한다. 몰라요. 그 여러 명을 내가 어떻게 다 기억해요.
"그럼 지금 상황 설명해줄게."
내 말에 녀석이 드디어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진작에 좀 그래줬음 얼마나 좋아? 녀석의 태도에 짜증이 살짝 나려 했지만, 놈도 지금 속이 편하진 않을 거란 생각에 조용히 눈을 깜박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잠시 입술을 깨물며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요.
"지금이 몇 년도에요, 정확히?"
그 질문에 나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 못 해. 내 대답에 녀석의 표정이 아까보다 심하게 일그러진다. 뭐에요. 왜요.
"확실한 건 네가 살고 있던 시간과는 몇 세기가 차이가 난다는 거야."
"몇백 년이요? 천 년도 넘나?"
"아마 천 년보단 적을 걸?"
내 두루뭉술한 대답에 표지훈은 시선을 돌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인 모양. 손에 든 볼펜을 휘휘 돌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넌 시간이 어떻게 흐른다고 생각해? 어쩌면 멍청하고 쉬운 질문이다. 내 물음에 표지훈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도 잊고 눈을 꿈벅거리다가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 그야, 앞으로 흐르겠죠. 그 대답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
"네가 사는 시대엔 아마 이론으로만 존재했을 거야.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들어 봤어?"
내 말에 녀석의 눈썹이 꿈틀. 계속 다른 곳을 보던 눈이 다시 내 쪽을 향하고, 잠시 말없이 우리 둘은 서로 바라보았다. 한참을 날 바라보던 녀석의 대답을 난 끝까지 기다렸고 녀석은 작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아마도요."
"그게 우리 시대에선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지 않아."
"그걸 어떻게 알아요?"
"봤으니까."
내 말에 표지훈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오른다. 시간이 움직이는 걸 볼 수 있게 됐으니까. 그러다가 이내 계속 들고 있던 종이를 뒤집어 아무것도 쓰지 않은 면이 앞으로 오게 책상에 올렸다. 볼펜 끝을 딸칵 누르고 종이 위에 동그라미를 하나 그렸다. 그리고 그 동그라미를 감싸고 있는 또 다른 커다란 원. 표지훈에게도 잘 보이게 놈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그리니 녀석도 뭔지 궁금한 듯 앞으로 몸을 내민다. 쉽게 설명할게. 이 안 쪽에 있는 동그라미 있지. 이게 지구야.
"그럼 그 밖은요?"
"시공간."
시공간이요? 그래, 시공간. 너희 땐 시간과 공간을 합쳐서 시공간이라고 불렀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인데, 우주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시간과 공간이 일그러지거나 문제를 일으키며 서로 튀어 나가지 않게 감싸고 있는 곳. 내가 조곤조곤 말하자 녀석의 얼굴이 조금은 진지해진다.
"그리고 지구 밖에서 작용한 외력 때문에 이 시공간이 휘었어. 원래 시공간은 휘어도 그다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아. 하지만 이번엔 좀 심각했지. 시공간이 휘다 못해 꺾였거든."
"꺾여요?"
"그리고 비틀린 부분 하나가 툭 떨어져 나왔지."
원 두 개 옆에 또 다른 원을 그렸다. 그리고 거기서 동그라미를 하나 조그맣게 그리곤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는 모양으로 화살표를 찍찍. 내 설명에도 녀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하긴, 쉽진 않겠지.
"좀 다르게 설명해볼까. 물이 흐르는 수도관이 있어. 만약 그 수도관에 구멍이 나면 어떻게 돼?"
"당연히 물이 새겠죠."
"그거야. 이 시공간을 시간이 흐르는 파이프라고 치면, 그 파이프에 구멍이 난 거야. 구멍에서 떨어져 나온 파이프의 일부는 지구로 떨어진 거고. 어쨌거나 이 시기부터 시공간의 정의가 바뀐 거야."
"외력 때문에 시공간에 구멍이 난다고요? 그게 가능해요?"
"네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곳이 우주야."
그 말에 표지훈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고 보니 그런 괴담 있지 않았어, 너희 세대에? 나사에서 너희가 상상도 못 할 일이 일어나고 있대서 누군가가 외계인? 이랬더니 그건 너희가 상상할 수 있는 일이잖아. 이런 거. 내 말에도 표지훈은 반응이 없다. 좀 친해지려 꺼낸 말이 무안해진다. 무뚝뚝한 녀석의 반응에 흐음, 하고 어색한 숨을 내쉰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건, 시공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그러자 다시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시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거지."
"그래서 아까 시간이 멈춘 거예요?"
"아니, 그건 좀 이따 얘기해줄게. 일단 문제가 생긴 건 지금 우리가 있는 시간으로부터 백 년하고도 이십 년 전이야."
"백 년이요?"
표지훈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진다. 녀석은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래. 시공간에 난 구멍으로 시간들이 흘러 나오면서 문제가 생겼어. 흘러 나온 시간들이 소멸되거나 아니면 문제가 생긴 시공간이 스스로 시간들을 잡아먹기도 하고…. 아무튼 모든 시간들에 문제가 생긴 거야. 예를 들자면, 젠가 알아?"
"그 나무 블럭 가지고 탑 쌓고, 하나하나 빼면서 탑 넘어뜨린 사람이 지는 게임. 그거요?"
"그래, 그거야. 시간을 그 젠가에 비유하면 처음엔 빠진 곳 없이 완벽하게 되어 있지. 그런데 외력에 의해 하나하나 빠지면서 사라지기 시작하는 거야. 그러다가 마지막엔 와르르, 무너지는 거지. 이해 돼?"
애써 쉽게 설명하려고 했는데 비유할 대상을 찾는 것도 힘들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남에게 설명을 할 필요가 한 번도 없었기도 했고, 일단 고등학생이 이 모든 걸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힘겨울 것이다. 표지훈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는 아닌데, 대충은 이해 가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어쨌거나 시간이 사라지면서 일 년의 길이가 짧아졌어. 시간이 어긋나면서 여름과 겨울이 시기가 뒤바뀌기도 했고, 북반구의 크리스마스가 여름에 찾아오는 일도 생겼어. 시간이 완전히 뒤엉킨 거야. 그대로 유지되지도 않고 제멋대로 계속 변하고 있었어. 시간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었으니까. 결국 해결 방안을 찾다가 연구에 들어간 게 아까 얘기한, 시공간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야."
"어떻게 생겼어요?"
응? 내가 멍청하게 되묻자 녀석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거, 시공간에서 떨어져 나온 거요. 어떻게 생겼는데요? 그 말에 나는 잠시 뺨을 긁적였다. 하긴, 상상할 수가 없으려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빛덩어리.
"빛덩어리?"
"응. 그냥 둥글게 생긴 빛을 내는 덩어리. 어쨌거나 사람들은 그걸 개조하는 것에 성공했어. 그걸 이용해서 시간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도 확인할 수 있고, 시간여행도 가능하게 됐어. 그게 백 년 전 쯤? 아무튼 그 때부터 시간을 되돌리는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어. 소멸된 시간들을 복구하고, 일년을 다시 365일로 만드는 일. 그리고 그런 일을 하는 곳을 타임 컨트롤 오가니제이션, 줄여서 TC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TC에서 시간을 복구하기 시작했고 백 년 째 시간을 복구하는 중이야. 이제 거의 막바지고. 참고로 여기가 TC야."
여기가 그 시간을 되돌리는 곳이라고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세 달 쯤 전에, 시간을 모두 복구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뭐가 빠졌나 살펴보니까 2013년 8월, 그러니까 네가 온 그 시간이 소멸되었더라. 8월이 통째로. 보통 소멸된 시간들은 지금 현재를 기준으로 300년 안팎이어서 그 쪽에 문제가 이상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 어쨌거나 2013년 8월만 복구하면 시간이 다시 멀쩡하게 돌아오는 거야."
이해 돼? 내 얘긴 여기까지. 볼펜을 달칵거렸다. 그러다가 흰 종이 위에 내려놓고 표지훈의 표정을 살폈다. 복잡한 얼굴. 어려운 이야기를 들은 것, 그 시대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이야기를 들은 것, 시간에서 낙오되어 어느 시간에도 안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신세가 된 것 등등. 여러가지가 녀석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8월이 사라졌다고요? 녀석의 얼굴이 멍하다. 본인이야 느끼지 못했으니 지금 내가 해주는 이야기가 당황스럽기만 하겠지.
놈은 낙오자다. 시간에서 낙오되었고 지금 현재로썬 어느 시간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저 걸쳐져 있을 뿐이다. 아슬아슬하게. 곧 오류는 물론 놈에 대한 해결 방안까지 컨트롤러들이 들고 오겠지만 어쨌거나 표지훈은 지금 불안정한 상태다.
"어렴풋하게, 정말 어렴풋하게는 이해 가요."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이젠 이야기가 끝났나, 안도하고 있던 내 발목을 덥석 잡는 굵직한 목소리. 내가 움찔하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아까 시간이 멈춘 거랑 저만 멀쩡한 건요?"
아 맞다, 그거 설명 안 했네. 녀석은 덤벙대는 내가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말만 하면 한 쪽 눈썹을 위로 치켜 올리니까. 원래 이렇게 덤벙대는 편은 아닌데, 낯선 사람에게 어려운 이야기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 괜히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고 다시 입을 열었다. 오류야.
"오류요?"
"그래. 변덕스러운 시간만큼이나 그 빛덩어리. 그러니까 시간을 제어할 수 있게 만들어준 그것도 변덕스럽거든. 그래서 오류가 일어나고 시간이 멈춘 거야."
사실 지금까지 오류가 일어난 횟수가 매우 적긴 했지만. 이 말은 하지 않고 뒤로 삼켰다. 그리고 그 오류가 일어나는 와중에 또다른 오류가 이중으로 겹쳐졌나 봐. 그래서 너만 빼고 모든 시간이 멈춘 거고. 내 말에 녀석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다. 나도 나지만, 너도 참 답답하겠다.
"아까부터 기분이 이상해요."
"어?"
"계속, 계속 이상해요. 뭔가 되게…말로 못하겠어요."
시간에서 낙오되었으니 느껴지는 불안정감일 것이다. 잠시 녀석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벽에 붙은 전자 시계를 보았다. 빨간 막대들은 08:05:18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교대 시간이 가까워지고, 표지훈을 맡기기 위해 나와 교대할 사람에게 미리 말을 해두려던 참에 문을 열고 들어온 이민혁과 박경. 박경이 옆에 선 이민혁에게 말씀하세요, 하고 말하니 이민혁은 잠시 뭐라 말할지 고민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오류는 복구되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다시 흐르게 할 수 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안심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에 내뱉은 말이 문제였다. 하지만 표지훈 군에 대해선 어쩔 방도가 없네요.
"무슨 소리냐고요."
쾅, 책상을 치며 표지훈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잔뜩 화가 난 얼굴. 이민혁이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며 표지훈에게 말했다.
"우리도 어쩔 수가 없어요, 지훈 군.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기도 하고 지금 지훈 군이 시간에서 낙오된 상태라 기억을 없앨 수도 없고."
"낙오요?"
말 안 했어요? 내게 묻는 이민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한다. 표지훈을 대할 때와는 정 반대. 살짝 기분이 나빠져서 '금방 해결될 줄 알고 안 했죠'하니 그래요, 하고 시큰둥한 대답만 돌아온다.
"표지훈 군, 지금 지훈 군은 오늘 있었던 오류 때문에 원래 있던 시간에서 낙오된 상태에요."
"그게, 그게 뭐에요. 낙오라뇨."
"그러니까 어느 시간대에도 지훈 군은 포함되지 않는 거예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굳이 이해할 필요 없어요. 별로 큰 문제는 없고 그냥 좀 불안정하고 그런 것뿐이니까."
"그냥 좀 불안정? 당신은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표지훈, 진정해."
지금 내가…. 진정하라고! 내가 소리치자 공격적인 태도로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던 표지훈이 결국 아랫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말을 마쳤다. 이민혁을 보는 표지훈의 얼굴은 살벌하기 그지없고, 이민혁은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한참을 표지훈이 씨근덕거리는 소리만 들리고, 이민혁이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나는 그동안 계속 시간이 움직이는 걸 봐왔기도 했고, 지훈 군이 어떤 기분일진 상상도 할 수 없고 해서…. 그냥 지훈 군을 이해 못 했네요. 미안해요."
"저도 죄송해요."
퉁명스럽게 사과를 받은 표지훈이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 얜? 박경에게 속삭이며 묻자 고개를 휙휙 젓는다. 나도 몰라. 아직 어떻게 하란 말 안 해. 아마 곧 나올 것 같긴 한데…. 그 말에 나는 한숨을 푹. 오늘만 몇 번째 한숨인지 모르겠다. 의자에 앉아 이마를 짚고 있는 표지훈에게선 후우, 하고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방의 분위기는 전에 없이 굳어 있다.
교대 시간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버저가 파란 색 빛을 낸다. 우지호, 교대 시간. 알아, 나도. 박경의 말에 조용히 대답하며 의자를 책상으로 밀어 넣었다. 이민혁 씨는요. 그 쪽도 지금 교대하러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내 물음에 이민혁도 고개를 끄덕인다.
"곧 다른 사람 올 거야. 그 때까지 어디 가지 말고 여기 있어. 어차피 도망갈 이유도 갈 곳도 없겠지만."
내 말에 표지훈이 '네'라고 희미하게 대답한 것도 같다. 박경과 이민혁이 먼저 나가고, 내가 마지막으로 방을 나오며 문을 닫으려다가 표지훈의 모습을 살폈다. 의자에 앉아 이마를 짚고 있는 아이.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아이. 천천히 문을 당겼고, 문틈으로 보이던 녀석의 모습도 쿵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문을 닫고 나서도 나는 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야, 우지호. 안 와? 박경이 나를 부르자 그제야 나는 '어어'하고 손잡이를 놓을 수 있었다.
표지훈, 낙오자. 사령실로 향하는 내내 머릿속에 맴도는 녀석의 마지막 모습.
불안정한 경계선 위에 서 있는 녀석은, 좀 많이 위태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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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8월 글은 겁나 재미없고 단조롭게 이어질 것 같단 느낌적인 느낌! ^^ 아 이거 뭐지 편안한 한지 배경으로 글 쓰다보면요 한지 무늬라고 해야하나 막 검은 점이나 분홍 점 뭐라고 해야하지 암튼 무늬 그런 거 있잖아요 그게 너무 거슬렼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꾸 글자를 가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튼 일주일에 한 번은 글 올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ㅠㅠ...컴퓨터를 못하는 날이 많아지네요 모바일로 글 쓰는 거 정말 사람이 할 짓이 못 되던데... 스마트폰자판은 제 손에 비해 너무 작아요...☆★ 요즘 학교 공부 말고도 따로 제 진로 쪽으로 공부하는 게 있기도 하고...세상에나 600페이지...소설도 아니고 저걸 어떻게 공부해여 엉엉 무튼 글 던지고 전 자러 갈게여^*^ 근데 제목에 숫자 들어가니까 1편 2편 나타내는 거 왤케 헷갈리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