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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전 1 | 인스티즈

여우전 狐傳​



 태초의 씨앗에서 신이 태어나니, 그 탄생을 함께한 동물 중 하나가 여우였다. 몇 안 되는 가장 성스러운 동물 중 하나였던 그들은 신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고, 나날이 거만해졌다. 권력을 탐하기 시작했고, 살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 한 천지신명은 여우들을 하늘에서 추방시켰다. 그래도 옛 정이 있는지라, 그는 그 이상 여우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추방당한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그 감정도 제각각이었다. 분노와 슬픔, 후회와 원망. 그 결과 수 천년이 지나서, 여우들은 4개의 부족으로 나뉘어졌다. 분노한 자들의 후손 『홍(紅)』족, 슬퍼한 자들의 후손 『청(靑)』족, 후회한 자들의 후손 『백(白)』족, 원망한 자들의 후손 『흑(黑)』족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여우들에게는 한 가지 묘책이 필요했다. 이제 그들은 신의 보호 아래에 있지 않았다. 추방이라는 두 글자는 생계를 위협하기에 충분했으므로 여우들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들이 찾아낸 것은 여우구슬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구슬에 정기를 모아 영생하는 것. 모든 여우들의 목적이었고, 소망이었다. 그들은 천 년에 걸쳐 여우구슬에 정기를 모았다. 정기를 모은 지 정확하게 천 년이 되는 날, 여우구슬은 그들의 소망을 한 가지 이뤄주었다. 천 년의 정기를 모은 여우들, 그러니까 꼬리가 아홉개인 구미호들은 모두들 그렇게 빌었다. 영생을 원한다고.


 여우구슬에 정기가 담길 때마다 여우들의 힘이 강해졌으니, 여우들은 자신의 여우구슬에 더 많은 정기를 넣고 싶어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딱 한 가지, 천 년이라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신의 사랑을 받는 가장 나약한 존재, 인간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방법을 알게 된 이후로 여우들은 너도나도 인간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을 취하기에 가장 특화된 여우는 『홍(紅)』족의 붉은 여우들이었다.


 『홍(紅)』족. 그 이름답게 붉은 꼬리와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 여우들. 예로부터 붉은색은 인간의 눈길을 끌기에 좋았고, 보기에도 가장 화려해서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 붉은 여우들은 그것을 이용했다. 인간을 유혹했고, 취했다. 붉은 여우들은 그것을 '인간 사냥'이라고 불렀다. 누가누가 더 인간을 많이 홀리나. 그 게임에서 이기는 사람이 『홍(紅)』족의 수장이 되는 것이다.


 마침내 그들이 죽인 인간의 수가 천 명에 이르자, 천지신명이 그 사실을 알고 노했다. 사실을 알게 된 신은 곧장 붉은 여우들에게 벌을 내렸다. 그것은 여우들이 받은 두 번째 벌이었고, 가혹한 벌이었다.


너희 붉은 여우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즉시 여우구슬을 그 사람에게 줘야 할 것이다. 그 사랑은 인간에 한해서 한 순간에 찾아올 것이며, 헤어 나오려고 하면 할 수록 더 깊게 빠질 것이다. 소중히 하는 법을 몰라 힘만 탐하는 너희들에게 걸맞은 벌이 아니더냐.



 여우구슬이 없으면 요력도 약해진다. 붉은 여우들은 천지신명의 벌이 두려웠다. 그래서 그 이후로 붉은 여우들은 '인간 사냥'을 금지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일절 하지 않았다. '사랑'이란 단어는 이제 붉은색을 가진 여우들의 세상에선 꺼내지 않는 말이 되었다.



사랑이 가장 가혹한 형벌이란 것을 모르는 여우도 있더냐. 그러니 구태여 그 단어를 입 밖에 꺼내지 말라. 그 최후가 비참해질 것이니.

―『홍(紅)』의 서 中 ―



 그렇게 사랑은 붉은 여우의 수치가 되었다.







 

― 붉은 여우의 수치






 태형은 『홍(紅)』족 수장의 차남이었다. 비록 그는 두 번째였지만 모두들 그가 차기 수장이 될 것이라고 쉬쉬했다. 그는 제 형보다 영리했고, 물러터진 장남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의 무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성격이었다. 그러니 다들 앞에서는 말을 못 해도 뒤로는 태형을 지지했다. 『홍(紅)』족의 모두가 그를 지지하니 필시 차기 수장은 자신이 되리라, 태형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태형은 남다르게 붉은 제 머리와 꼬리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아쉬워했다. 이렇게 황홀한 색을 가지고도 인간을 취할 수 없다니. 깊게 상심했다. 그는 빨리 구미호가 되고 싶었고, 구미호가 되려면 아직 몇 백 년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홍(紅)』족에 벌이 내려진 이후로, 여우들은 수장을 '구미호 중 가장 지지를 받는 자'로 뽑기 시작했으니까.


"형, 인간들은 얼마나 산다고 했지?"

"글쎄. 길게는 100년쯤 되려나."


 옆에서 책을 읽는 제 형을 쿡쿡 찌르던 태형의 눈동자에 무료하다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답변을 듣고 더욱 더 기구한 운명을 실감했다.


"그렇게 얼마 살지도 못할 거, 여우한테 주면 좀 덧나나."

"그건 금기된 일이야."

"알지, 알아. 근데 만약 그게 금기된 일이 아니었잖아?"

"····."

"난 지금쯤 벌써 구미호가 되어 있을 걸."


 짜증 난다는 듯 앞에 펼쳐 논 책을 덮어버린 태형이 본격적으로 제 형에게 매달려 말을 이어갔다. 장남인 석진은 태형의 말에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는 것이 귀찮다는 듯 태형을 살짝 밀어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신은 왜 그런 나약한 종족을 사랑할까."

"금방 사라지니까 더 애착이 가는 거겠지."

"그러니까 더 실제로 보고 싶어."

"···뭐?"

"형, 인간을 본 적 있어?"


 늘 궁금했던 일이다. 인간의 생김새, 색, 향기 등등. 분명 저에겐 없는 무언가가 있어서 신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 싶어서 늘 품어오던 생각이었다. 태형의 말에 석진은 얼굴을 굳혔다.


"왜. 본 적 있다고 하면, 너도 보게?"

"난 안 돼?"

"보는 것으로 안 끝날 것 같아서 그래."

"안 그래. 보기만 할 거야, 보기만. 그래서 어떻게 생겼는데?"

"그냥 똑같아, 우리랑. 꼬리만 없어."


 똑같다는 말에 태형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는 더욱 더 커지는 호기심에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결국 석진마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태형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원하는 게 뭐야? 아까부터 줄곧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어땠어?"

"뭐가."

"그거 말이야."

"····."

"정말로 인간을 보는 순간, 신의 말처럼···."

"거기까지 해."


 '사랑'이라는 금기어가 태형의 입에서 막 나오려는 참이었다. 석진의 표정이 더욱 더 굳어졌다.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태형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 하긴."

"김태형. 아까부터 계속 금기된 것들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그만해."

"내가 뭘."

"금기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더 관심 가지지 마."


 정말로 인간을 사랑했어? 라는 말이 태형의 입에서 사그라들었다. 그는 사랑한다는 감정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랑에 대해 석진에게 물을 참이었다. 석진의 말에 여전히 웃으면서도, 태형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이제 이 얘기는 그만."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석진 역시 그 말을 믿진 않았지만 그냥 고개를 휙 돌릴 뿐이었다. 그 이후로 대화가 끊겼다. 태형은 그날 제 방으로 돌아와 한참을 생각했다. 저와 다를 거 하나 없는 생김새의 인간. 호기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인간계의 문이 열린다는 것은 모든 여우들이 아는 사실이었다. 이젠 사냥용이 아니라 '흔하지 않은 산책로' 정도의 용도로 쓰였지만. 아, 물론 가끔씩 인간에게 여우들의 물건을 가져다 파는 놈들이 있긴 했지만 굳이 그것을 문제로 삼지는 않았다. 그런 시시한 놈들보다는 태형이 문제였다.


"이번 개문(開門) 때는 나도 인간계로 산책이나 갈까."


 태형의 말에 옆에서 차를 따르던 붉은 여우가 고개를 벌떡 들곤 목소리를 떨었다. 차는 이미 잔에 넘친 지 오래였다.


"사, 산책이요···?"

"어. 산책."

"····."

"차, 다 넘쳤는데."

"···아."


 다들 쉬쉬했지만 알고 있었다. 그 산책이 정말 산책이 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정확했다. 태형은 『홍(紅)』족이 벌을 받은 이래 최초로 금기를 어길 짓을 꾸미고 있었다. 금기된 옛 풍습, '인간 사냥'을.


"그러면··· 하인은 몇이나 데려가실 건지···."

"됐어. 나 하나면 충분하거든."


 어쭙잖은 놈들을 데려가 일을 그르치고 싶지는 않았기에 태형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

"아버지한테 이르는 놈이 하나라도 발각된다면, 알지?"


 그날, 『홍(紅)』족에는 비상이 걸렸다. 수장의 귀에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태형을 말리는 방법. 사실상 거의 방법이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발 뻗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태형의 말은 석진의 귀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보름, 즉 인간계의 문이 열리는 날이 되었고, 태형은 방에 갇혔다. 아무도 방에 들이지 말고 감시하라는 석진의 명령이 떨어졌다. 태형은 이를 갈았다. 그리곤 무력으로라도 방을 나갈 채비를 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 필시 산책에서 돌아오면, 이른 놈들을 잡아 한 놈도 살려두지 않으리라.











 태형의 방 문짝이 나가떨어졌다. 떨어진 문짝 근처에는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여우들이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뒤늦게야 이 상황을 파악한 석진이 그쪽으로 달려왔지만, 이미 태형은 탈출하고 난 뒤였다. 석진은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빌 뿐이었다. 제발 금기를 어기는 일만 하기 말기를.


 한편 태형은 성 밖을 달리고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리는 곳에 도착했다. 몇 안 되는 여우들이 줄을 서 있었고, 태형도 그 뒤에 가서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형의 차례가 오자 그는 온 얼굴에 웃음이 번져 즐거울 뿐이었다. 낡은 나무 구멍 속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그러자 새벽의 색이던 하늘이 말간 색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파란 하늘에 구름 몇 점. 그는 씩 웃으며 실감했다. 아, 인간계다.


"하루 안에 돌아오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해요."


 문지기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인 그는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번화가가 보이는 것 같은데. 번화가를 앞에 둔 태형이 달리는 것을 멈췄다. 까먹을 뻔했네. 너무 튀는 빨간색을 가려야 했다. 예전에 배운 술법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인지, 태형은 금방 머리와 꼬리의 붉은색을 감추고 튀어나온 귀와 꼬리를 없앴다.


 태형은 번화가를 둘러봤다. 그까짓 벌 따위는 무섭지 않았다. 봐, 지금 잔뜩 인간을 보고 있는데도 사랑은 무슨 아무런 변화도 없잖아. 그렇게 생각한 태형이 코웃음을 치길 몇 번. 번화가도 별거 없다고 생각한 태형이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였다. 그의 두 눈에 흥미로운 것이 포착됐다. 웬 작은 점집이었다. 그것도 장사꾼 냄새가 폴폴 나는.


"점 보러 왔어?"


 점? 어렴풋이 들어온 것 같은 단어에 그가 의자에 착석했다. 그 조그만 곳에 앉을 자리라고는 고작 그 의자가 다였으니까.


"총각 오늘 조심해야 해. 행동을 조심해야지 안 그럼 큰일 나."

"····."

"그리고 행운의 색은 파란색으로 나왔네."


 파란색이라는 말에 태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독히 싫어하는 색이었다. 행운의 색이 파란색이라고?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점을 치고 앉아있어?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다시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디서 되지도 않는 점을 봐."


 낮게 깔린 그 음성이 정말로 파란색을 혐오한다는 듯, 위협적이었다. 술법으로 아까 장터에서 인간들이 주고받는 듯한 것을 만들어낸 태형이 그것을 던지고 천막을 나왔다. 만들어 낸 것은 인간 세상의 화폐였다. 술법이라 곧 사라질 화폐이긴 했지만.


 결국 해가 저물 때까지,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아무나 붙잡고 홀려서 정기를 가져갈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전개에 당황하기는 태형도 마찬가지였다. 인간들은 저마다 바빠 보였다. 붙잡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짜증난다는 듯 제 머리를 헝클인 태형이 주위를 둘러봤다. 인적이 드문 골목, 아까는 와 보지 않았던 곳이었다.


 정기를 취하기에는 딱 좋은 장소가 아니던가. 태형은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슬슬 돌아가야 하니 금방 취하고 버릴 생각이었다, 생각을 끝내자마자 운 좋게도 골목으로 여자가 들어왔다. 여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만세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는 여자만큼 다가가기 쉬운 상대가 어디 있던가!


"왜 울어요?"


 그는 다정한 투로 물으며 다가갔다. 태형의 머리 끝부분이 조금씩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의 가슴 속은 희열로 가득 차 터질 것만 같았다.


"회사에서 잘렸어요."

"그럴 때 기분을 조금 좋게 하는 방법을 아는데."
 

 마침내 태형의 황홀할 만큼 붉은색이 자태를 드러냈다. 어둑한 곳에서도 제 색을 잃지 않는 것이 퍽 볼만했다. 태형은 여자의 손목을 천천히 감싸 쥐었다. 꼭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홀리는 것이 익숙하다는 듯. 본능이었다. 끓어오르는 기쁨 속 그가 마지막 말을 뱉었다.


"알려줄까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잡은 손목을 제 쪽으로 끌었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아는 것. 홀리는 법도, 정기를 취하는 법도 태형은 배우지 않았다. 그것은 금기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알고 있다. 본능이 그렇게 말했다. 여자가 끌려왔다. 태형은 이제 다음으로 할 일도 알고 있었다. 입술을 맞추면 오늘 그의 계획이 완벽해질 참이었다. 입술을 맞추려 얼굴을 들어올리는 순간이었다.



너희 붉은 여우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즉시 여우구슬을 그 사람에게 줘야 할 것이다. 그 사랑은 인간에 한해서 한 순간에 찾아올 것이며, 헤어 나오려고 하면 할 수록 더 깊게 빠질 것이다. 소중히 하는 법을 몰라 힘만 탐하는 너희들에게 걸맞은 벌이 아니더냐.



 마주 본 여자의 얼굴을 뒤로하고 머리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심장이 쿵, 하고 에어지는 듯한 기분에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눈 앞의 것들이 전부 흐릿해지고, 여자의 얼굴만 선명하게 눈으로 들어왔다. 이미 그의 붉은빛은 제 온몸을 삼킨 후였다. 술법으로 가렸던 붉은 귀와 꼬리가 드러났다. 온통 붉은빛 속에서 태형 홀로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저기요···?"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쳐서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곧, 자꾸만 들려오는 그 음성이 신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이럴 리 없어. 태형은 온몸으로 사실을 부정했다. 그럴수록 더욱 더 조여오는 가슴이 답답해 더 빠르게 숨을 내쉴 뿐. 아까 그 점이 맞았다. 그는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괜찮아요?"


 당황스럽긴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까지 조금 몽롱한 기분이었던 여자는, 이 상황이 낯설었다. 웬 처음 보는 남자가 제 앞에서 다 죽어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그러든 말든 태형은 자꾸만 빨라지는 호흡을 감당하기가 버거운 상태였다. 결국 그는 그 다음에 해야할 일이 뭔지를 깨닫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덧붙여 이 감정이 뭔지 깨닫기까지도.


 사랑이었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던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지금 이 감정은 신이 누누이 말하던 사랑이고, 금기된 것이라는 걸. 그렇게 인정하자 태형의 가슴에서 붉은 구슬이 나와 그대로 툭, 떨어졌다. 통증은 그제서야 멎었다. 붉은 구슬을 매만지던 태형은 사랑을 느끼기도 잠시, 분노했다. 그는 금기를 어겼다. 그 대가가 지금 그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홍(紅)』족의 태형이 지독한 사랑에 빠져버렸다.


"···젠장."


 『홍(紅)』족의 자랑이, 수치가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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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1.55
헐 와 대박 헐 와 와 와...... 너무 좋습니다ㅠㅠㅠㅠㅠㅜ 필력 좋으세요ㅠㅠㅜㅜㅜㅠㅠ 청색을 싫어하는 이유는 자신이 홍족이어서 그런 거겠죠..?ㅠㅠㅠㅜ 근데 왜 행운의 색이 파란색으로 나왔을까요...?? 청족이 슬퍼하는 거였으니까 뭔가 연관이 있을까요?? 아니면 저 여성분이 알고 보니까 막 청족이고..... 앞으로 기대 되네요ㅠㅠㅠ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가요!!
5년 전
잉츄
헉 너무 감사합니다! 세세하게 읽으섰네요... ><!ㅋㅋㅋㅋㅋㅋㅋ
5년 전
독자1
이런 대작이ㅠㅠㅠㅠㅠㅠㅠㅠ하나나왓네요ㅠㅠㅠㅠㅠㅠㅠ태형이 성격 너무 좋고요 여우라니ㅠㅠㅠㅠ너무 잘어울려요ㅠㅠㅠㅠ
5년 전
잉츄
고맙습니당😘❤!!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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