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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성찬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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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져서 하늘이 붉어질때였다. 경수는 정말 필요한 것들만을 아무렇게나 가방에 우겨넣었다. 빨리 가야돼, 빨리. 경수는 입을 악 물었다. 빨리 가야된다고 되뇌이는 경수의 손은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부들거렸다. 경수는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냈다. 이러면 안돼. 입에서 울음을 참는 소리가 비져나왔다.

경수는 가방을 메고 뛰쳐나갔다. 급한 맘에 마당의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손바닥이 까졌다. 경수는 재빨리 일어나 따끔거리는 손바닥을 비벼 흙을 털어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달음박질을 하려던 경수의 발이 땅에 옭아메인듯 움직이지 못했다. 처음으로 보이지 않는 눈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그 전에 왜 자신은 한번도 집 밖을 나와 돌아다니질 않았을까. 늦으면 어떡하지. 경수는 옆에 있는 벽에 손을 대고 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어느정도 멀어졌다고 생각되던 순간에,

"어디가요."

집에서 도망가려던 경수의 어깨가 붙잡혔다. 종인이 외출한 사이 가려고했는데 늦은 것이었다. 종인의 손을 뿌리치고 가야되는데 머리가 굳어버렸다. 

"나, 나, 그쪽, 종인씨,"
"울었어요?"

그나마 움직이던 입술도 완전히 석상이 되어버린듯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정한 것 같기도, 조금 피곤한 것 같이 들리기도 했다. 종인은 자신의 손으로 눈물 범벅인 경수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이번에는 닦아준 볼이 부어오르지 않아 아프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눈물이 났다.

"더 얼룩졌네, 미안해요."

종인은 힘없이 웃고는 경수의 품으로 안겼다.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피나요?"
"..."
"다쳤어요?"

그대로 울음이 멈추었다. 경수는 종인의 얼굴을 제 손으로 매만졌다. 흉터가 얼룩덜룩하게 난 것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울보."

종인은 경수의 어깨를 감싸안고 힘겹게 자신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수에게서 히끅대는 소리가 났다. 종인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경수는 누워서 자고있는 종인의 옆에 앉아있다가 다리를 가슴께로 끌어안았다. 너무 조용해서 종인의 옅은 숨소리도 들려왔다. 눈을 감았다. 장면들이 떠올랐다.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은 흙투성이었다. 남자는 바닥에 널브러져있었다. 몸 여기저기에서는 피가 흐르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남자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데도 바닥을 손으로 긁으며 어디론가 움직이려고 애썼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낄낄대며 그를 둘러 싸고 다친 남자를 발로 차고 그가 고통스러움에 신음을 내는 것을 보며 재미있어했다. 
경수는 눈을 감은 그 채로 옆을 더듬거려 종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종인에게 차마 끝내지 못한 말을.

"나 종인씨 꿈꿨어요. "

남자가 가려고 하는 그 곳에는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 피를 흘리는 남자쪽으로 오열을 하고 발버둥을 쳐도 옆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붙잡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붙잡힌 남자는 소리를 질러댔다. 처음으로 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경수는 그 지독한 꿈에서 깨어났다. 악을 질러대는 그 목소리는 분명 자신, 도경수였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나도 있었어요."

경수가 속삭이고 미동 없는 종인의 손을 꼭 잡았다.

"괜찮아요."

종인의 입술이 사근사근 움직였다. 자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계속 깨어있었는지 종인의 목소리는 또박했다. 경수는 고개를 숙였다. 괜찮지않은걸 알면서도, 종인의 목소리가 너무 따뜻해서, 순간 정말 괜찮다고 생각한 자신이,

"무서워."

종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앉아 경수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했다. 경수는 종인의 목을 끌어안았다. 경수의 목울대가 울렁였다.








*








꿈에 종인이 나왔다. 경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둘이 떨어져있으면 종인이 꿈 속의 일을 당하지 않게될까봐 도망가려했던 것인데 종인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런데 경수는 그 다음날부터 종인의 옆에 붙어있었다. 옆에 있다가 꿈에서 봤던 장면이 일어날 낌새가 보이면 피하게하려는 의도였다. 종인은 자신의 옆에서 자기가 지켜주겠다며 난리를 피우는 경수를 보고 애기 다루듯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이렇게 작아서 누가 누굴 지켜요."

그러자 경수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라며 화를 냈다. 그러나 종인은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제 몸은 제가 지킬 수 있다며 으스대면서 자신이 경수를 지켜주겠다고 대답했다.

"저번에 다쳐서 내가 다 치료해줬잖아요."
"그건 그 새끼, 아니 그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런거라니까요."
"이번에도 갑자기 나타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경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종인은 별생각이 없어보였다. 저번에 그렇게 다쳐놓고도 저렇게 태평하다니. 경수는 저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








경수는 낮잠에서 깨어났다. 분명 그냥 잤는데 이불이 덮어져있었다. 종인이 들었다가 간 모양이었다.
가을에 종인의 꿈을 꾸었지만 벌써 한겨울이 되었다. 한달이 지나도록 종인에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않았다. 경수가 꿈을 꾼지 한달이 지나고 며칠이 지난 날 새벽, 경수는 종인의 집 문을 두드렸다. 며칠 전부터 올까말까 고민하다가 찾아왔다. 한번 두드려보고 열리지않으면 그냥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문이 열리지않아 경수가 돌아가려는 찰나 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생긴 종인이가 보고싶으셨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예요?"

종인이 장난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며 경수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비볐다. 경수는 말없이 종인의 허리를 안았다. 

"고마워요."

살아줘서 고마워요. 경수는 뒷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입안에서 삼켰다. 경수의 예기치 못한 포옹에 당황해 어정쩡하게 서있던 종인은 그의 말을 듣고 경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난 또 뭐라고."

나 걱정 안해도 된다니까. 종인은 웃었다. 

"내 말이 맞았죠? 둘이 같이 있으면 괜찮다고."










-일어났어요? 시장보려고 나왔는데 오래 안걸릴 것 같아서 일부러 안깨웠어요.

종인은 경수의 전화를 받자마자 말을 쏟아냈다. 묻지도 않았는데 경수가 물어보려던 것을 다 알려줄만큼 언제 이렇게 우리가 가까워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경수는 짧게 웃었다.

"그래도. 혼자가면 심심하잖아요."
-얼마 안걸릴거예요.

종인은 손목 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한 삼십분? 아, 고구마 먹을래요? 한박스 사갈게. 종인이 차에 올랐다. 좀 있다가봐요. 차에 시동이 걸렸다. 그래요 하는 경수의 대답을 듣고 나서 종인은 전화를 끊었다. 경수는 전화가 끊겼지만 한참을 귀에 대고 있다가 천천히 내려놓았다. 종인은 차를 몰아 장소를 빠져나오다가 백미러로 힐끗 병원을 쳐다보았다. 짐을 덜은 듯 후련해지는 기분에 콧노래가 났다.








*








종인이 먹을거리를 다 산 후에 마지막으로 고구마 한 상자를 차에 실었을때였다. 오는 데만해도 시간이 오래걸렸는데 웬일인지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인데도 오늘은 사람이 많아 물건을 사는데도 오래 걸렸다. 벌써 삼십분이 지나있었다. 늦는다고 경수에게 종인이 전화를 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종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누구,"
"김종인? 김종인 맞지?"




경수는 종인을 기다리면서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종인이 말한 삼십분이 지났다. 몇 분 안에 가겠다고하면 정말 그 시간에 맞춰서 오던 종인이었다. 경수는 손톱을 틱틱 소리가 나게 물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제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전화를 해볼까하고 핸드폰을 들었다가 종인이 괜한 걱정을 한다며 꾸중아닌 꾸중을 할 것 같아 내려놓기도 몇 번 했다. 경수는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이십 분이 지났다. 경수는 손톱을 뜯던 것을 멈추고 종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두번 울렸다. 경수의 집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경수는 전화를 끊고 후다닥 나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종인은 제 이름을 내뱉은 상대방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고 상대를 알아챈 후에 종인은 아, 하는 짧은 탄성을 냈다. 오세훈.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근 일년만에 보는 친구는 많이 변해있었다. 머릿결 생각 안하고 여러 색으로 염색을 해대더니 결국 삭발을 감행한 모양이었다. 검은 그의 머리카락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나아보였다. 종인은 반가움에 포옹이라도 할까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종인은 눈을 꿈뻑였다. 잠깐. 방금 뭐가.

"김종인, 이 씨발새끼야!"

세훈은 종인에게 온갖 욕을 하면서 종인의 머리를 짝짝 소리가 나게 때려댔다. 그제서야 종인은 세훈에게 자신이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인은 손을 들어 머리를 때리는 세훈의 손을 막았다. 그렇지만 세훈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씩씩대며 종인의 하체를 발로 차댔다.

"씨발 뭔데!!"

종인도 아무 설명 없이 때리는 세훈에게 소리를 지르고 세훈의 어깨를 밀쳐 자신에게서 떨어트렸다. 저 미친새끼. 개같은 놈아. 저런 새끼를 내가 친구라고. 종인은 세훈을 노려보며 욕을 해댔다. 종인은 세훈에게 맞아 얼얼한 볼을 문질렀다. 종인을 노려보던 세훈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시간이 늦었는데도 안오길래 지금 막 전화했는데. 그 쪽이 늦은거니까 나한테 뭐라하지마요."

경수는 문을 열어주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서며 쫑알쫑알댔다.

"원래 몇시까지 갈게요, 몇 분 걸려요 하면 그 시간에 맞춰서 딱 오던 사람이 안와서 걱정되서 전화한거니까 쓸데없는 걱정했다고 하지마요. 그니까 오늘 저녁 나 안할래요. 해줘요. 아, 오늘 산 거..."

경수는 방 안으로 들어서려고 슬리퍼를 벗으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종인은 자신이 문을 열어주면 자신이 닫으면서 따라들어온다. 그리고 앞에 가면서 쫑알대는 자신의 옆에 총총 달려와서는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걷는다. 슬리퍼를 신은 자신을 보며 '발 안시려워요?' 하며 웃는다. 그런데 지금은?





"야. 아, 나. 존나. 야. 너 뭐야."

세훈은 종인에게 성큼 다가와 그의 얼굴을 붙잡았다. 눈동자는 빠르게 종인의 얼굴 이곳저곳을 훑었다.

"징그럽게. 저리 떨어져."
"너 이거 뭐냐."

시간이 많이 흘러 딱정이가 떨어지고 새 살이 났지만 눈썹 쪽에 짙은 흉이 남아있었다. 혹시 흉지면 어떡해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매일 상처를 보러 오던 경수가 종인의 얼굴에 난 생채기를 만지며 말했다. 괜찮아요, 흉 안남아. 
요새도 가끔 경수는 종인의 얼굴에서 상처가 났었던 곳을 습관적으로 만지곤 했다. 정말 괜찮아요? 아무것도 없지? 경수의 질문에 종인은 흉이 남았음에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경수씨가 신경써줘서 이쁘게 다 나았어요. 그러면 경수는 해맑게 웃었다.
세훈은 종인의 흉을 꾹꾹 눌렀다. 세훈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은 잇지 못하고 계속 짧게 욕을 해댔다.

"김종인 너 새끼는 왜 이딴 곳에 꼭꼭 숨어서 늦게 발견하게 하냐고, 거지같은 놈아."
"시비 털러온거면 그냥 가."
"개새끼야, 넌 이게 시비 터는걸로 보여?"

세훈은 제 머리를 마구 헤집더니 마른 세수를 했다. 결국엔 제 분을 참지 못하고 으아악 하는 소리를 지르며 발로 땅을 차댔다. 씨발, 내가 먼저 찾아어야했는데, 그 새끼들보다 내가 먼저!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세훈이 정확히 말하지 않았지만 종인은 이 흉을 만든 놈들이겠구나 생각했다.
아프겠다. 종인은 한쪽 눈을 찡그리고 그를 바라보기만했다. 세훈은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자꾸 제 머리를 헝클어트리다가 멈추었다. 시간이 멈춘 듯 가만히 있던 세훈이 갑자기 종인의 어깨를 우악스럽게 잡았다. 




"무슨 일 있었어요?"

경수가 물었다. 긴장해서인지 심장이 크게 쿵쿵거리며 뛰어대서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내 뒤에 서있는 사람은 종인이다, 김종인이다, 되뇌이면서 경수는 뒤를 돌았다. 무엇인가가 제 볼 옆에 닿았다. 경수는 그것을 손으로 잡았다. 그러니까 이건.

"사진이네요?"".....""뭐하는 거예요?"

사진을 쥔 손 끝에 땀이 배겨나왔다. 경수는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경수는 종인임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앞으로 뻗었다. 순식간이었다. 누군가가 그 팔을 앞으로 잡아당겨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그리고 경수의 입과 코를 손수건으로 눌렀다. 싸한 약품 냄새가 났다.




"여기 떠나자. 나랑 같이 떠나. 나랑 가기 싫으면 너 혼자라도 가. 이사. 김종인."

세훈은 머리속에서 정리되지않은 말들은 마구 뱉어냈다. 순서가 맞지 않아 엉망이었다. 종인은 세훈의 눈을 직시했다. 그의 눈이 바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안 가." 
"너 진짜 죽을 수도 있다고."
"안 죽어. 내가 왜 죽어."

종인은 한치 망설임없이 답했다. 세훈은 고개를 숙이고 숨을 내쉬었다. 왜. 왜 여기있겠다는건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웃있어. 내가 여기서 뜨면 그 사람한테 해가 갈지 누가 알아."
"넌 진짜 내 생각은 안해주냐?"

세훈의 말에 종인의 입이 닫혔다. 세훈은 종인의 어깨를 잡고있던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너 처음 고아원 왔을 때부터 같이 지냈던 건 나야. 니가 학교에서 애들한테 놀림받을때, 니가 그 새끼들 팰때, 그래서 원장한테 혼날때, 병원가서 치료받을때, 이쪽 일로 와서 고아원에서 나왔을때! 니 옆에서 계속 있었던 건 나라고. 근데 길어봐야 일년 살은 곳 이웃을 걱정해서 내 말은 씹겠다 이거냐?"

말할 것도 없이 세훈은 여태 종인을 제 가족처럼 생각했다. 그래서 종인이 무슨 일를 하든지 그의 옆을 지켰던 것이다. 그것이 저와 맞지 않아도, 종인이 그를 실망시키더라도 그는 종인의 옆에 있었다. 세훈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너 죽으면 나는?"

세훈의 손이 종인의 어깨에서 힘없이 툭 떨어졌다. 종인은 물끄럼, 세훈을 응시했다. 물을 잔뜩 먹은 수건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솜뭉치인가. 

" 나한테 말도 안하고 나가서는 잠수타서 이쁜 것 하나 없는데도 너랑 내가 파탄낸 곳 놈들이 너 죽인다고 난리를 피워대서 잠도 못자면서 너 새끼 찾았다고, 씨발놈아."

세훈은 마지막 말에 힘을 주었다. 둘 사이에는 세훈만큼 지쳐버린 긴장감이 맴돌았다. 한참 후에나 세훈은 뒤로 몇걸음 걸어가더니 종인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려 걸어갔다. 종인은 입술을 한 번 축이고 그를 불렀다. 세훈은 반 쯤 돌아 그와 눈을 마주쳤다.

"잘 가라고."
"...."
"잘 가.그리고 나 안 죽으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김종인."

세훈이 종인을 나즈막히 불렀다. 아무 감정도 없는 듯 했다. 종인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혹시라도 맘 바뀌면, 연락, 하라고."
"응."
"번호 그대로니까."

여태까지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다. 종인이 번호를 잘 외우지 못해서 종인이 정한 번호로 계속 사용해왔다. 세훈은 행여나 종인에게 연락이 올까 손에서 한번도 놓은 적 없이 그를 찾던 일년을 생각했다. 허탈감이 몰려들었다. 종인을 등지고 걸어가는 지금도 습관처럼 제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꼴을 보고 세훈은 쓰게 웃었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








종인은 짐이 많아 대문을 발로 차서 열어달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만두었다. 경수씨-문 좀 열어줘요! 경수씨-도경수-. 그러나 집 안에서 경수의 움직임은 보이지않았다. 종인은 또 자는가 싶어서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담으로 짐들을 경수의 집으로 옮기고 자신도 넘어갔다. 행여나 자고 있을 경수가 깨어날까싶어 종인은 집 문을 조심조심 열었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종인은 부엌으로 짐들을 내려놓고 경수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찾았다. 그러나 경수는 없었다. 갑자기 문득 자신의 꿈을 꾸었다며 도망가려했던 경수의 모습이 떠올라 종인은 밖으로 나왔다. 허둥지둥 신발을 신는 그의 눈에 마당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물건 하나가 들어왔다. 종인은 천천히 그 쪽으로 걸어갔다.
경수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이었다. 종인이 찍은 적 없는 경수의 사진이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앳된 모습의 경수가 있었다. 종인은 입고 있던 옷의 속주머니에 구겨진 사진을 조심스럽게 넣었다. 아닐거라고, 제발 아니어야된다고. 종인은 사진을 넣은 외투부분을 계속 손으로 매만졌다. 그 순간 종인의 집 전화가 울렸다. 
종인은 침을 한 번 삼켰다. 전화를 걸은 사람은 경수라고, 늦게 와서 마중 나갔는데 어디인지 모르겠어서 전화를 한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전화기에서는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끼쳐나왔다. 종인은 경수가 아닌 낯선 목소리에 머릿속이 뒤엉켜버렸다. 무엇인가에 막혀버린 듯 갑자기 숨쉬는 것조차 힘겨워졌다.
상대는 종인에게 잘 지내셨나하며 안부를 물었다. 그는 잔뜩 들떠있었다. 종인은 눈을 감았다.

"용건이 뭐야."

그의 고개가 잔뜩 수그러졌다. 이런 사람과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경수가 없어졌는데, 빨리 찾아야하는데. 상대는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낄낄대며 웃기만 했고 그것은 종인을 더욱 자극시켰다. 그냥 전화를 끊어버릴까하고 종인이 생각했다. 대답을 않는 상대에게 할 말 없으면 끊는다고 말하려는 찰나에 수화기에서 경수의 목소리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울음이었다.
옆집 사람이랑은 모르는 사이입니다, 저 데리고 있어도 옆집 사람은 오지 않을겁니다, 아무 사이도 아닌데 단지 옆집 사람이라고 구하러 올 사람이 누가 있어요, 저랑 옆집 사람은, 정말로, 아무 사이도.
그는 거의 애원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은 남자는 그런 경수의 모습에 더 신이 나서 웃어댔다. 종인은 낮게 욕을 씹었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상대는 웃음을 뚝 그쳤다. 경수의 울음이 작게 들려왔다.

-조용히 시켜.

그리고 경수는 비명을 내질렀다. 종인은 수화기를 집어던지듯 내려놓았다. 주위에 있는 물건들은 제자리를 벗어나 이곳저곳으로 날아가 소리를 내며 최후를 맞이했다. 나 때문이라고, 자신이 늦게와서, 자신이 경수를 놓고가서, 하는 마음은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씨발, 거지같은 새끼야!!"

종인은 악을 질러댔다. 그러나 상대는 그런 종인의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이거 어쩌나. 그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옆집 분께서 화나셨는데.

하며 경수를 조롱했다. 종인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고 쥐어뜯었다. 저 곳에서 경수가 다치는데도 자신은 이 곳에 앉아 전화를 받고 그런 경수의 비명을 듣는 것밖에 하지 못함에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 사람 바꿔."

상대는 조급한 종인과 달랐다. 바꿔! 종인이 소리를 지르고나서야 그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기지개를 펴고 휘적휘적 경수에게로 다가가 그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경수의 옆에 서있던 남자 둘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그를 일으켜세워 무릎을 꿇게 했다. 경수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새끼야 새끼야, 경수를 부르면서 그의 턱을 손가락으로 툭툭 쳐댔다. 

"야. 아무 사이 아니라면서요. 김종인 존나 빡돌았는데 아무사이가 아니야?"
-입 다물어 개새끼야. 더러우니까 경수씨한테 말 걸지마. 
"아하. 이름이 경수야? 경수-, 경수야-."

남자는 경수의 볼을 건드렸다. 볼따구 통통하네. 남자가 종인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고 종인은 그의 말 한마디마다 날카롭게 반응했다. 남자는 그저 이 상황이 재밌었다. 그렇게 감정도 표정도 없는 얼굴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이 그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왜 그럴까. 자문했다. 남자는 제 앞에서 벌벌거리는 경수의 입에서 물려놓은 것을 빼냈다. 한참을 고민해도 답은 쉽사리 떠오르지않았다. 남자는 경수의 앞에서 중얼거렸다.

"굉장한 사이같은데 김종인이 고아니까 가족사이는 아닌것같고, 같이 일했던 사람인가해도 이렇게 무방비로 마구 당하는걸 보니 아닌것같고."

남자가 말할때마다 입에서 담배연기가 보글보글 올라왔다. 남자는 경수의 눈을 쳐다보았다. 까만 그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추었다. 경수는 힘이 다 빠져서 색색대는 소리만 낼뿐이었다.

"둘이 사귀나."

무심코 남자는 떠오르는 말을 그냥 내뱉었다. 순간 초점을 잃고 멍하니 있던 경수의 눈이 크게 요동쳤다. 이새끼들 봐라? 남자는 웃어제꼈다. 애인이라 이거지? 경수가 남자를 향해 아니예요 라며 웃어대는 남자를 말리려고 일어서다가 다시 넘어졌다. 한쪽 뺨이 얼얼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반대 쪽으로 고개가 확 돌아갔다. 종인은 소리를 질러댔고 남자는 그런 종인의 반응에 쾌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내 새끼들이 내 앞에서 니 놈 때문에 쓰러지던 걸 보면서 느낀건 이걸로는 모잘라, 씨발. 남자는 몇번이나 더 그의 뺨을 내리쳤다. 한참 후에나 남자는 숨을 고르기 위해 행동을 멈추고는 제 손에 있는 전화를 경수의 귀에 박을 듯 가져가댔다. 말해. 남자가 숨을 헐떡댔다. 종인씨. 경수가 그를 불렀음에도 종인의 소리는 들리지않았지만 경수는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오지마요. 제발 오지마요. 종인씨 오면요, 오면은."
"나 때문에 미안해요."

경수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소리를 질러대던 종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침착했다. 

"괜찮아. 내가 갈게. 울지말고 기다려요."

울지말라는 말에, 경수는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또, 괜찮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정말 괜찮다고 느껴버렸다. 경수는 오지말라고 얘기하려 했지만 남자가 그에게서 전화를 뺏어가 자신들이 있는 장소를 얘기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종인은 손으로 제 머리를 겨우 지탱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머리를 쓸어넘기는 손이 바들거리며 떨려왔다.








*








모든게 뒤엉켰다. 잔상들처럼 여러 장면들이 지나갔다. 
종인이 들어서자마자 문 옆에 있던 남자들이 그를 잡더니 주위의 물건들로 그를 내리쳤다. 모든게 꿈 속에서와 같았다. 보이지 않아도 경수는 꿈대로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남자들이 비웃는 소리, 종인이 숨을 몰아쉬는 소리, 그리고 두명에서 붙잡혀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 
하지마요, 그러지 마세요. 경수가 울어댔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의 말은 신경도 않고 경수쪽으로 가려는 종인을 발로 차거나 등을 내리치면서 비웃었다.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남들에게 도움이 된 적 없는데도, 꿈을 꿔서 다른 사람들이 다치고 죽게 만들었는데도, 그 일을 수십번, 수백번은 겪었으면서도 왜 종인을 밀어내지않았을까, 어째서. 도경수, 너는 어째서 그렇게나 이기적이었을까. 고작 혼자 남는 것이 두려워서. 꿈을 꾸었던 날, 종인을 만났었더라도 그 손을 뿌리치고 그에게서 멀어졌어야했다. 아니, 먼저 그 전에 그의 곁에서 니가 멀어졌어야했다고. 자책하는 경수의 눈에서는 수도꼭지를 열은 것처럼 눈물이 내렸다.
그만해-. 경수가 소리를 질렀다. 이어 쇠붙이가 울리는 소리가 나고 경수는 자리에서 쓰러졌다. 씨발, 아까부터 존나 시끄럽게. 남자의 목소리가 경수의 귀에 울렸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가운데 경수는 종인의 소리를 들었다. 둔탁한 소리들. 남자들의 괴성. 머리가 아프다. 경수의 이마로 피가 주륵 내렸다. 그의 입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남자들의 소리가 줄어들었다. 종인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폭발음같은 것이 울리고 경수는 정신을 잃었다.








경수는 드라마에서 악몽을 꾼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소리를 내지르고 숨을 급히 들이마쉬며 꿈에서 깨어났다. 기침이 저절로 났다. 기침을 하는데 몸 여기저기가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경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일어났어요?"

종인의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경수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달려있었다. 종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경수가 손을 움직이자 종인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채고 경수의 손을 잡아 제 얼굴에 올렸다. 종인이 웃는 것이 손을 타고 느껴졌다. 
꿈이었으리라. 경수는 그가 웃는 것을 느끼고 긴장이 축 풀어졌다. 꿈이었을것이다. 종인이 웃는다. 그저 자신은 종인을 기다리다가 다시 잠에 들어 악몽을 꾼 것이라고. 이 꿈이 일어나지않게 종인의 옆에 계속 있어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경수는 말없이 그를 끌어안았다. 종인이 숨을 들이마쉬었다.

"나 되게 무서운 꿈 꿨어요."
"...."
"그니까, 내 옆에서 떨어지지말고, 있어요. 그 꿈 일어나지않게, 내 옆에서."

경수가 울먹거리며 말하다가 멈추었다. 종인의 몸이 작게 떨렸다. 경수는 종인에게서 떨어져 제 손을 천천히 쥐었다가 폈다. 손이 끈적였다.








*








요란한 소리에 종인은 물론 그를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도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경수가 쇠파이프로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그 광경을 본 종인은 옆에 떨어져있던 각목을 집어들었다. 후,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을 미친듯이 가격했다. 그곳이 목이든, 머리든 종인은 상관도 않고 각목을 휘둘렀다. 종인이 행동을 멈추었다.

총성. 종인의 팔이 아려왔다. 그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간이 멈춘 듯 아무도 움직이지않았다. 경수를 내리친 남자의 손에 총이 들려있었다. 종인은 그것을 멍하니 노려보다가 성큼 총을 든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종인은 옆에 서있던 남자의 머리를 내리치고 머리채를 잡았다. 또다시 총성이 울리고 쓰러진 남자의 등에 탄이 박혔다. 씨발, 저 새끼 막으라고! 한 명, 두 명. 종인 대신 탄이 박힌 남자들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남자가 행동을 멈추었다. 그가 방아쇠를 당겨도 달칵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당황했는지 제 옷의 주머니를 뒤지던 남자는 종인의 각목으로 목을 맞고 넘어졌다. 그는 목을 감싸쥐고 켁켁댔다. 종인은 남자의 배 위에 올라타 조용히 그의 목에 떨어져있던 유리 조각을 가져다대었다.
이러는 이유가 뭐야. 종인이 묻고 남자는 종인을 보고 웃었다. 

-개새끼야, 죽어.

종인의 옆구리 쪽에서 피가 왈칵 쏟아졌다. 씨발. 종인이 기침을 뱉어내며 말했다. 내가 하나만 갖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나보지? 죽어, 널 죽이려고 이런거니까, 죽어버리라고. 그리고 그것이 남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의 손에 있던 총이 종인에게로 뺏겨지고 남자의 목에는 구멍이 뚫렸다.
사방이 고요했다. 옆구리를 움켜쥐고 일어나려던 종인은 형편없이 쓰러져 넘어졌다.
경수야. 그는 거의 기어가다싶이 걸어가 경수를 흔들었다. 경수는 대답이 없었다. 종인은 옆에 있던 천쪼가리로 허리를 동여매 쓰러져있는 경수를 업어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 
정신차려. 종인은 눈을 꾹 감고 숨을 몰아쉬었다. 핸들을 붙잡았다. 병원으로 갈까. 하지만 병원은 여기서 한시간은 족히 가야했다. 가다가 과다출혈로 죽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약품이 남아있던가. 그것도 확실치 않았다. 종인은 허탈하게 웃다가 입술을 꾹 물었다. 죽어서는 안되었다. 경수에게 죄책감을 주고싶지않았다. 죽으면 안된다.









*








종인은 옆구리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피가 뭍어났다. 마취도 않고 꼬맨 살이 욱씬거렸다. 경수에게는 괜찮다고, 그렇게 얘기했지만 눈 앞이 자꾸 흐려졌다. 종인이 자신을 지혈하는 경수의 손을 잡았다. 경수씨, 하는 종인의 부름에 경수가 답하자 종인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나, 그 쪽이 쪄준 고구마 먹고 싶은데, 해줄래요?" 

아무렇지 않은 척, 목구멍을 꾹꾹 눌러가며 한글자 한글자 종인은 힘줘 말했다. 종인이 어떤지 제 눈으로 보지못하는 경수를 위해서인지 한참 전부터 피부로 다가오는 느낌을 경수는 계속 아닐거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종인의 숨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의 것처럼, 듣는 자신이 숨이 막힐 정도로. 

"기다려요. 해줄테니까 기다려요. 자지말고, 기다려요."

말을 끝내고도 경수는 종인의 손을 잡고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티안내려고 그랬는데, 티났구나. 종인이 허탈하게 웃었다. 눈물이 계속 쏟아지는게 경수가 보지 못해도 알 것같아 종인은 경수를 밀어냈다. 경수는 힘없이 자신을 밀어내는 종인의 손에 자리에서 어정쩡하게 일어났다.
고구마 못찌는거 창피해서 그러니까 가요. 종인은 말을 맺고 침을 삼켰다. 입안 가득 피냄새가 났다. 꼬맨 상처사이에서 새어나오는 피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피를 멈추게하려는 생각조차 없었다. 
경수가 방에서 나가고 종인은 옆에 있던 핸드폰을 들었다. 길은 문자가 쓰여지고 종인은 전송을 눌렀다. 전송 완료가 화면에 뜨고, 종인은 눈을 감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핸드폰이 스르륵 떨어졌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








경수는 구석에 죽은 듯이 앉아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그 무릎에 머리를 콕 박고 숨소리도 나지않을 정도로 조용히 있었다. 고구마가 익어가는 냄새만 날뿐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수백, 수천가지의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빠르게 뛰고있었지만, 놀랍게도, 경수는 제 자신이 믿지 못할 정도로 지금 침착했다.
그릇에 고구마를 담고 경수가 방으로 들어섰다. 피비린내가 자욱했다. 종인의 쪽으로 발을 내딛자 경수의 양말이 촉촉히 젖었다. 경수는 젖은 제 발을 애써 무시하고 종인의 앞에 앉아 고구마를 하나 집어들어 껍질을 까내려갔다. 양말이 점점 더 축축해졌다.
이번 고구마는 되게 맛있네요. 잘 산 것 같아요. 한 입 베어물고 경수가 종인에게 말을 걸었다. 종인은 대답이 없었다.

"아, 바보같이. 종인씨는 안주고 나만 먹었네."

경수는 미안하다며 웃고는 고구마 하나를 더 까서 종인의 손에 쥐어주었지만 종인은 그것을 잡지않았다. 경수는 다시 종인의 손에 쥐어주었다.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수는 계속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문득, 경수는 웃음을 터트렸다. 경수는 누워있는 종인의 목을 끌어안았다. 누가 들으면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나 궁금해할 정도로 그는 웃었다. 그러나 웃음은 곧 울음으로 바뀌었다.
종인의 죽음에 침착한 것이 아니었다. 침착하지않았다. 경수는 오열했다. 생각. 경수는 자신이 했던 생각들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리다가 깨달았다. 그래서 침착했던 것이구나, 그래서 지금 이렇게 우는거구나.
현실도피. 경수는 그것을 하고있었다. 그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이번 겨울이 끝나면 둘이 어디로 놀러갈지, 둘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둘이서, 둘이서.
그러나 경수는 혼자 남게 되었다. 그것이 사실이었고, 경수는 그것을 부정했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경수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상처가 쓰라렸다. 종인이 치료해준 손이 아팠다.



둘이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작고 여린 아이는 자신을 치료해준 그 사람을 찾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결국 다리에 힘이 풀린 아이가 넘어졌다. 하지만 그 상처에 밴드를 붙여줄 사람, 그 아이를 위로해줄 사람, 일으켜 세워줄 사람, 종인은 없었다. 아이는 넘어진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암호닉>

궈노

디귿

랄라!

모카

몽실

반짝

승쨩

쓰밥

아카시아

에쏘

쮸쀼쮸쀼










-----------


1. 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2. 포인트를 받기 부끄러울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찾아뵙네요T.T

마지막을 맞추려다보니까 분량은 엄청나게 불어나고 시간을 흘러가고

나름 열심히 꾸준히 썼다고 썼는데 한달이나 지나서 죄송스러운 마음에 포인트는 받지않겠습니다.

죄송해요...



3. 다음에는 일찍 찾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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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4.206
작가님 대박이에요.. 역시 새드일줄은 알았지만 해피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봤는데 새드도 나름 좋네요.. 금손이세요
9년 전
독자1
종인이가보낸문자는누구한테보낸걸까요?세훈이?아님경수?ㅠㅠㅠㅠㅠㅠ너무슬퍼요ㅠㅠㅠ
9년 전
독자2
아..종인이가 죽지 않기를 바랬는데..그래도 어쩔수 없네요ㅠ 종인이가 보낸 문자는 누구에게 보낸걸까요..경수는 혼자남아서 어떡할지..
9년 전
독자3
종인이 죽은거에여ㅠㅠㅠㅠㅠㅠ???? 경수한테 죄책감 주기 싫다매ㅜㅜㅜ주그면 앙대 종인아ㅜㅜㅜ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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