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온앤오프
단도 전체글ll조회 2198l 3

 


 

꿈을 꿨다. 경수는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부스스한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눈을 꿈뻑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경수는 마른세수를 하고 무릎을 가슴께로 끌어왔다. 아, 또 누군가가. 생각이 미치자 경수의 어깨가 조그맣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경수는 친구의 옆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자기 손가락을 매만질 뿐이었다. 친구는 펑펑 울었다. 목이 쉴정도로. 경수는 친구의 울음에 자신도 눈물이 날 뻔했지만 입술을 앙 물었다. 


 

  


 

경수 때문이야. 경수가 그랬어.   


 

  


 

친구는 울면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거 아니야. 경수는 속으로 수백번은 더 말했지만 입밖으로는 내뱉을 수 없었다. 경수의 옆에 서있던 선생님이 경수의 손을 잡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친구의 어머니가 사고를 당했다. 교통사고였다. 어린 경수가 보아도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기절해서 누워있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렇게 덜덜 떨리는 손이 의지할 곳이라곤 어머니의 손밖에 없는 듯이 그렇게 절박하게 잡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겨우 의식을 되찾은 어머니는 마른 입술을 움직이며 물었다.  


 

"아가는...?"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못했다.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열렸던 입술은 또다시 꾹 닫히고 말았다. 아버지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는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아무런 말이 오가지않아도 어머니는 알았는지 울음이 터트렸다. 친구는 부모님의 울음에 덩달아서 울기 시작했다. 옆에서 묵묵히 서있던 경수의 어깨를 때리면서 친구는 울었다. 너 때문이야. 경수가 그랬어. 엄마, 경수가 그런 꿈 꿔서 엄마를 이렇게 만들었어. 


 

  


 

  


 

  


 

꿈을 처음으로 꾼 것을 여덟살때였다. 신기해서 학교 친구들에게 얘기를 잔뜩 해댔다. 모르는 아줌마가 나왔는데 배가 이따만큼 나왔었어. 하늘색 이쁜 옷 입고 있었다! 그런데 아줌마가 차에 부딪쳤어. 진짜? 안됐다. 

그리고 그 날, 친구의 엄마가 사고를 당했다. 경수가 말했던 그 차림 그대로였다. 물론, 배가 이따만큼 나왔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유산했다. 

그 이후로도 경수는 가끔 꿈을 꾸었다. 하나같이 다 사고와 관련된 꿈이었다. 경수는 한참이 흘러서야 그들이 누군지를 깨달았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경수의 꿈에 나오는 사람들은 경수의 주의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이었다.  

꿈에 나온 그들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주고 싶었지만 사고가 언제 일어날지는 알 수 없었다. 빠르면 그 날, 느리면 한달 후정도에 꿈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실제로 일어났다. 경수는 사고가 난 후에서나 그들이 누구였는지 알 수 있었다. 꿈에서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지만 누군지 현실에서는 본 적이 없어 알 수 없었다. 목소리라도 들으면 누구인지 추측이라도 할텐데 꿈에서는 음소거가 된 듯 정말 영상만 나왔다. 경수는 사고가 난 후 병원과 장례식을 꼬박꼬박 챙겨갔다.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내가 꿈을 꿔서 그들이 이런 일을 당하는 거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경수의 머릿속을 지배해갔다.  

시간이 갈수록,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면서도 막을 수 없음에 경수는 지쳐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꿈에서 본 일들이 그대로 일어날때마다 혼자 속앓이를 하는 것에 경수는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그는 도망쳤다. 쏟아지는 미래의 일들을 경수는 모두 받아내기 힘들었다. 


 

"집이 여기 하나만 있는거죠?" 


 

경수는 손으로 담장을 만지며 물었다. 담이 낮았다. 겨우 허리께나 올정도였다. 


 

"거 담장 옆에 집이 있긴한데 웬만하면 잘 안들어올겁니다. 굳이 들어온다면야 대인 기피증이라던지 가족 중 하나가 소리를 질러대며 발작하거나 그러던지요." 


 


 


 


 


 


 


 


 


 


 


 

경수는 이삿짐을 차마 다 풀지 못하고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젠 꿈을 꾸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아마도 오늘은 햇빛이 따사로운 날일것이다. 화사한 햇살아래 나뭇잎들과 꽃들이 반짝거리고 있을 것이다. 날씨 좋다.  

경수는 본 적이 없는 풍경들을 꿈에서 본 영상들을 되짚어가면서 상상했다. 


 


 


 


 


 


 


 


 


 


 


 


 


 


 


 


 

"안녕하세요~" 


 


 

마을에 어울리지않는 차림의 남자였다. 그러나 슈퍼 앞 평상에 모여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던 아줌마들은 정장을 입은 남자에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남자는 그들에게 예쁘게 떡이 올려져 있는 그릇을 건네었다.  


 

"저기에 새로 이사와서 인사드리려고 왔어요." 


 

남자는 마을과는 조금 동떨어진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원래 좀 덥나요? 남자는 정장 자켓을 벗고 소매를 걷었다. 그리 긴 옷을 입고 있으니까 덥지. 아주머니들 중 한명이 말하자 남자는 싱긋 웃어보였다. 왜 그리 먼 곳에 사냐고 묻자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음-하는 소리를 냈다. 


 

"그냥요. 혼자 있는게 편해서요." 


 

그러자 아주머니들은 사람관계가 중요하다며 훈수를 두었다. 남자는 헤실헤실 웃었다. 자주 놀러와요. 자주 올게요. 


 

"총각! 이름은 뭔지 안알려주나?" 


 

아! 남자는 집으로 걸어가다가 말고 뒤를 돌았다. 김종인이예요! 그리고 종인은 다시 집으로 걸어갔다. 


 


 


 


 


 


 


 


 


 


 


 


 

똑똑똑. 종인은 옆집 앞에 그릇을 들고 서서 현관을 두들겼다. 누구세요? 


 

"옆집인데요, 떡 좀 드세요." 


 

이사를 온것이냐 묻는 경수에게 종인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옆집 폐가인데. 경수가 중얼거리자 종인이 그 말을 알아듣고 대답했다. 아주 못 살을 정도는 아니라서요. 경수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릇은 안주셔도 돼요. 종인은 경수의 손에 그릇을 올려주고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분명 옆집은 폐가라고 했다. 옆집으로 올 사람은 대인기피증이라던지 가족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그렇지 않고서는 대부분이 꺼리는 집이라 웬만하면 사람이 잘 안들어올거라고 부동산 사람이 말했었다. 그래서 선택한 집이었는데, 그런 옆집에 사람이 들어왔다. 

대인기피증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랬다면 떡 들고 오지 않았겠지. 혼자 온 것 같던데 가족에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숨이 절로났다. 저 사람은 나한테 말 안 걸었으면 좋겠다. 경수는 집 안으로 들어와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할까. 다신 꿈 안 꾸고 싶은데. 경수는 그릇 위의 떡을 조금 떼어내 먹었다. 맛있네. 


 


 


 


 

집으로 돌아온 종인은 동네에 떡도 다 돌려서 할 일이 없어 무료했다. 이삿짐이라고 풀 것도 없었다. 방안에서 둥글거리며 굴러다니던 종인은 어지러운 느낌에 멈추었다. 어지러워. 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 꽤나 주먹쓴다는 애들 중 하나가 종인이었다. 싸워서 이긴만큼 진 적도 많았지만 지고 나면 종인은 항상 다시 그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종인은 상대아이를 자기가 당한 것의 몇배로 갚아주었다. 

넌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 학교 위상을 높여주지는 못할 망정 애들을 패고다녀? 학생주임이 종인을 혼낼때마다해서 귀에 딱지가 얹혀질 정도였다. 


 

"그 새끼들이 먼저 시비텄어요." 


 

그렇다고 맞받아치는건 뭐하는거야? 니가 깡패새끼냐? 이래서 가정 교육이 중요한거야. 고아원이고 뭐고 다 쓸데없다니까. 

사춘기의 반항심과 어리숙한 생각이 뭉쳐서 정말 종인은 그쪽 일에 몸을 담궜다. 씨발, 저딴 소리 들을 바에 진짜 깡패되고말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냥 가서 때려부수라면 부수고 패라면 팼다. 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학교에서는 그렇게 욕을 먹었는데 이 곳에서는 잘한다고, 인재라며 칭찬을 받았다. 생전 처음으로 듣는 칭찬이었다. 그래서 종인은 더 나서서 일을 해결하고 다녔다. 


 


 

어느 날인가 종인은 혼자서 달동네를 찾아갔다. 자신을 가장 아껴주었던 사람이 손을 씻고 나간 곳이었다. 그래도 나름 지위가 높아서 잘 살았는데 나가서는 왜 굳이 이런 곳에서 사는 것인지. 종인은 다 쓰러져가는 현관을 살짝 밀었다. 녹이 슨 소리가 들리면서 현관문에 발라진 페인트가 후두둑 쏟아졌다. 윽. 종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왔나. 아저씨는 종인을 반겨주었다. 종인은 아저씨에게 고개만 살짝 숙이며 인사를 간단하게 했다. 아저씨는 종인을 집안으로 데려가 간단하게 상을 차려주었다. 왜 나가셨어요? 종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차가 담긴 찻잔을 아저씨는 종인에게 건네주었다. 차를 건네는 아저씨의 팔에 상처가 나있었다. 꽤나 깊어보였다. 


 

"꼬매드려요?" 


 

종인이 묻자 아저씨는 고개를 한번 천천히 끄덕였다. 종인은 능숙하게 마취약을 놓고는 상처를 꼬매기 시작했다. 


 

" 니가 때려부순 사람들집 말이다." 


 

왜 다쳤는지 물어볼까 고민하던 종인의 머릿속은 아저씨의 말에 뚝 끊겼다. 아저씨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서 침울한 느낌이 들었다. 움직이던 종인의 손이 점점 느려져 속도를 잃었다. 


 

"다시 가본 적 있드나."  


 

대답을 해야되는 질문일까. 내 대답을 들어보고자 하는 질문인지 아저씨 혼자서 한 말인지 종인을 알 수 없었다. 아저씨는 다른 손으로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고는 한참을 침묵했다. 종인은 멈추었던 손을 다시 놀려 상처를 꼬매었다. 


 

며칠 전에 장례식장에 갔다가 봤다. 요 며칠 전에 나한테 매달려서 울고불고 별 난리를 쳤던 놈이라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고 마, 그 새끼 자살했더라. 장례식에도 지 어머니밖에 없고말이다. 내가 사람 얼굴 잘 기억하는 편도 아닌데 그 놈 얼굴은 왜 떠올랐는지.  


 

아저씨는 그 후로 말이 없었다. 종인은 아저씨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저씨의 집에서 나오는 종인은 지금 느끼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종인도 그 날로 그만 두었다. 왜인지는 자기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저기요." 


 

종인은 집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옆집 사람이었다. 그는 종인이 주었던 비어있는 그릇을 들고 서있었다.  


 

"안주셔도 된다니까." 


 

그래도 그쪽꺼잖아요. 경수가 대답했다. 


 

"안녕히계세요." 


 

경수가 종인의 쪽으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는탓에 종인도 얼떨결에 같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종인은 머쓱한 기분이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 


 

"저기요." 


 

종인이 경수를 불러세웠다. 경수는 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돌렸다. 시선은 약간 땅쪽으로 기울어져있었다. 


 

"옆집이기도 하고 우리 둘밖에 없기도 하니까," 


 

잘 지내봐요. 종인이 말을 맺고는 그에게 왼쪽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한 것이었지만 경수는 안타깝게도 그의 손을 보지못했다. 종인의 손이 허공에 계속 둥둥 떠있었다. 이상하네, 이 사람. 


 

"저기, 저 손 민망하거든요." 


 

종인이 왼손을 조그맣게 흔들었다. 경수는 그의 말을 알아듣고는 황급히 손을 내밀었다. 경수는 당연하게 오른손을 내밀었고 그의 오른손과 종인의 왼손이 부딪쳤다. 경수는 눈이 커져서는 허둥지둥 왼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뻔히 자신이 왼손을 내밀은 것이 보일텐데도 왜 오른손을 내밀은 것일까. 생각하던 종인은 그의 손을 붙잡은 경수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끼고서야 알아챘다. 

눈이 안보이는구나, 하고. 저기요, 


 

"저 없는 사람 취급하세요." 


 

이건 무슨 말이래. 불편한게 있으면 자신에게 말하라고, 도와주겠다고 말하려던 종인은 경수의 말에 당황했다. 경수는 말을 덧붙였다. 


 

"그게 그쪽에게 좋은 일이예요. 그쪽 위해서 하는 말이예요." 


 


 


 


 


 


 


 


 


 


 

이사온 날부터 며칠이 많이 지났지만 경수의 집에는 아직 정리되지 못한 상자들이 많았다. 시간이 넘치고 넘쳐 하루에 다 끝낼 생각이 아니어서 조금씩 푸르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눈이 보이지 않고 새 집은 전 집과 구조가 많이 달라서 한참을 헤멘 것도 이유에 있었다. 

이삿짐 상자를 열고 상자 속을 만져보자 신문지들의 느낌이 났다. 신문지로 꽁꽁 싸매놓은 것을 보니 주방용품인 듯 싶었다. 경수는 상자를 부엌으로 가져가 각자의 자리에 놓았다. 달각달각. 그릇들이 서로 맞물리며 소리를 냈다. 경수는 그릇들을 찬장에 넣다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었다. 달각. 경수는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그릇소리가 났다. 게다가 그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왜 자꾸 와요. 안도와줘도 된다구요." 


 

상자가 있는 쪽으로 말하자 경수가 아닌 다른 사람의 짜증이 튀어나왔다. 말하나마나, 종인이었다. 


 

"사람 참 이상하시네. 도와준다구요. 그냥 사람들도 혼자 하려면 힘든데 그쪽처럼...!" 


 

종인은 투덜거리다가 합 하고 입을 다물었다. 눈이 안보이면 더 오래걸리니까 도와준다구요. 말을 차마 끝내지 못했다. 둘 사이에는 정적이 돌아다녔다. 종인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앞에 서있는 경수의 눈치를 보았다. 젠장, 내가 왜 이 사람 눈치를 보는건데. 


 

"저 눈 안보여요. 그래서 혼자 하는거예요. 짐정리하면서 집구조도 익히려고. 그러니까 오지마요. 그 쪽한테도 좋을 일 없다구요." 


 

경수의 말이 끝나자 종인은 아, 가요, 가! 하며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경수의 집에서 나갔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서야 경수는 후 하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며칠째인지 잘 모르겠다. 옆집사람은 가만히 있다가도 경수가 집정리를 할때면 귀신같이 알아서는 경수의 집으로 찾아와 그를 도와주었다. 처음에 그가 왔을때 안도와줘도 된다고 하면서 경수가 그를 내쳤다. 같이 있다가 친해지기라도하면, 그래서 그가 옆집사람의 꿈을 꾸게될까봐서였다. 그런 경수의 속사정을 알리없는 옆집남자는 계속 그의 집에 찾아왔다. 경수가 그를 내칠 것도 알아서 조용히 경수를 도왔다. 

그런데 어딘가 허술했다. 짐을 들고 경수의 뒤를 졸졸 따라가다가 경수와 부딪친다던지, 맨발로 와서 장판과 발바닥이 떨어지는 쩍쩍 소리를 낸다던지, 큼큼거리는 헛기침을 습관처럼 해대서 항상 경수가 알아채곤했다. 오늘은 그릇정리를 도와주려다가 그릇소리를 너무 크게내서 걸린 것이었다.  

경수가 자신에게 신경쓰지말라고할때면 종인은 항상 저렇게 화를 내면서 돌아갔다. 하지만 그때만 그렇지, 내일이면 또 와있고,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경수의 말을 까먹은 것인지 화를 내고 가서는 그 다음날에 도와줘요?하며 말을 걸기도했다. 


 


 


 


 

한두시간정도 멍하게 앉아있던 경수는 다시 짐을 정리하기로했다. 상자 속의 물건을 조심스레 만져보니 밖으로 내다놓아야 될 물건들이었다. 경수는 상자를 들고 발을 조심조심 내딛어 밖으로 나갔다. 창고가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경수는 상자를 들고 마당을 서성였다. 어디였지. 순간적으로 어디에 창고가 있는지 잊은 경수는 생각없이 발을 옮겼다.  


 

"어...." 


 

제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도 잊어버렸다. 방향감을 상실한 경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여기가 어디 방향이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버린 공간에 자기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꼴이 되어버렸다. 

멍하니 서있던 경수는 창고가 왼쪽쯤에 있었음을 기억하고 그쪽으로 몸을 틀었다. 몇발자국을 옮겼던 경수는 이쪽이 아닌가싶어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상자 속에 담겨있던 물건들이 땅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후두둑 땅으로 쏟아졌다. 운동화끈을 밟아 넘어진 것이었다. 경수는 두어번 눈을 깜빡이고 신발끈을 묶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땅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주어담았다. 안깨져야되는데. 상자 속에는 유리로 된 물건도 여러개 있었던터라 물건을 찾는 그의 손은 조심스러웠다. 

역시나, 몇개가 깨져있었다. 경수는 손에 최대한 힘을 빼고 유리를 집어 한쪽으로 모았다. 유리가 서로 부딪치면서 절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주위를 손으로 쓱 훑자 이제는 손에 걸리는 것이 없었다. 다 됐나보다. 긴장해서인지 온몸에 힘이 다 빠져 경수는 땅에 그냥 주저앉았다.  


 

"아." 


 

실수였다. 손을 뒤로 짚는게 아니었어. 경수는 아릿하게 저리는 오른손을 땅에서 떼어냈다. 왼손으로 그 부분을 만져보니 미끄러운 유리가 느껴졌다. 손톱으로 유리조각을 건들이다가 두 손가락으로 꽉 잡아 빼려하자, 


 

"바보같이," 


 

누군가가 유리를 빼려는 그의 손을 잡았다. 누군지, 설명하지않아도 경수는 알 수 있었다. 어짜피 사람이라고는 그밖에 없으니까. 


 

"막 빼면 덧나요." 


 

종인은 경수를 일으켜세우더니 유리가 박히지 않은 경수의 왼쪽 손목을 붙잡고 걸어갔다. 종인은 밖에 있는 수돗가로 경수를 데리고 가더니 유리가 박혀있는 손위에 물을 흘려 흙을 닦아냈다. 쓰라림에 경수의 인상이 구겨졌다. 

종인은 경수를 데리고 경수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약상자 어딨어요?  


 

"없..는데...." 


 

왜인지 종인의 목소리가 사나워 경수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사람이 다칠지도 모르는데 약상자도 없어요? 종인은 버럭 화를 내더니 기다리라하고는 자신의 집에서 약상자를 가져왔다. 손 줘요. 종인은 경수의 손에서 유리조각을 빼낸 후 능숙하게 치료를 해주었다. 바닥에 내려놓는데 유리소리를 들어보니 꽤나 큰 모양이었다.  


 

"제가 할게요." 

"꼬맬 줄 알아요?" 


 

경수가 손을 빼려는데 종인이 힘을 주고 놓아주질 않았다. 경수는 꼬맬 줄 아냐는 종인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럼 그냥 가만히 있어요. 종인은 말을 끝내고 경수의 손에 마취약을 넣었다. 집중을 해서인지 꼬매주는 동안 한마디도 않던 종인은 붕대를 감아주다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다치면 신경을 어떻게 안써요." 


 

그의 목소리는 아까와는 달리 나긋나긋했다. 계속 듣고있으면 잠이 올 것처럼.  


 

"다치지나말고 그 말을 하던지." 


 

종인은 붕대를 다감은 경수의 손을 경수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종인은 열어놓은 약상자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요! 경수가 급하게 그를 불러세웠다. 


 

"고마워요..." 


 

종인은 경수의 감사인사를 듣고 한참이나 그를 쳐다보았다. 경수는 종인이 답이 없자 자신이 뭔가 실수했나싶어 가만히 있었다. 


 

"저기요 아니예요." 


 

종인이 말했지만 경수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네?하고 되물었다. 


 

"저기요가 아니라 김종인이라구요, 내 이름." 


 

그리고 종인은 경수의 집에서 나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김종인. 경수는 그의 이름을 몇 번 불러보았다. 


 


 


 


 


 


 


 


 


 


 


 


 


 


 

종인이 그렇게 가고나서 경수는 깊은 잠에 들었다가 겨우 깨어났다. 깜빡거리는 눈이 무거웠다. 옆에 두었던 핸드폰을 들었다. 


 

"10시 23분입니다." 


 

핸드폰에서 여자의 기계음이 들렸다. 다시 또 자기에는 벌써 잠이 깨어버렸다. 뭐라도 할까. 근데 뭘하지? 경수는 상체를 일으켜 앉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가 아까 미처 치우지못하고 밖에 그대로 둔 상자와 유리들이 기억나 그는 밖으로 나갔다.  

운동화를 신으려다말고 경수는 옆에 있던 슬리퍼를 신었다. 혹시 또 신발끈을 밟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마당을 돌아다녔다. 여기 어디에 있을텐데. 혹시 몰라서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도 들고 나와 앞을 톡톡 치면서 돌아다녔는다. 이상하다. 마당을 쓱 한 번 훑었는데도 지팡이에는 걸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이 치웠던가, 생각하고 서있는데 그의 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해요?" 


 

경수는 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돌렸다. 소리를 들어보니 담장 건너 그의 집에서 말한 것 같았다.  


 

"여기에 있던 상자요. 정리하려고 그랬는데," 

"그 손을 하고 무슨 일을 또 해요." 


 

경수가 말을 하는데 종인이 그의 말을 툭 끊었다. 그래도 치우던거는 치워야죠. 경수가 말하자 종인이 후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거 창고에 뒀어요. 거기다 두려던 거 맞죠?"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은 담장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시간 늦었어요. 캄캄한데 위험하게 돌아다니지말고 자요." 


 

종인은 어쩐지 경수가 걱정되었다. 경수도 그가 자신을 걱정함이 느껴졌다. 경수는 그의 말을 두어번 곱씹어보다가 한숨처럼 웃음을 내뱉었다.  


 

"어짜피 낮이나 밤이나 똑같은데요, 뭘." 


 

종인은 나름 걱정되서 한 말인데 경수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자 약간 당황했다. 잠시 후 그는 자신이 한 말이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종인은 짧은 시간 동안 입술만 열었다닫았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어떤 단어도 나오지못했다. 뭐라고 해야하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걱정안해도 돼요." 


 

경수는 담장쪽으로 다가갔다. 신기하게도, 종인의 바로 앞에서 경수는 멈춰섰다. 


 

"신경쓰지마요." 


 

웃으면서 말하는 그의 모습에 어쩐지 종인은 마음 한쪽이 아릿하니 아픈 느낌이었다. 경수의 오른손이 담장위에 살포시 얹혀져있었다. 붕대가 칭칭 감겨진 그의 손으로 종인의 시선이 옮겨졌다. 그리고 그의 손도,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경수의 손쪽으로 천천히 다가섰다. 


 

"그 쪽, 아니 김종인씨 위해서예요." 


 

종인은 차마 그의 손을 잡지 못했다. 


 


 


 


 


 


 


 


 


 

암호닉 


 


 

궈노 

모카 

몽실 

반짝

승쨩 

쓰밥 

아카시아 

에쏘 

쮸쀼쮸쀼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모카입니다.
음.. 경수가 철벽을 단던히 치는군요. 물론 이해는 간다만.. 뭐. 니니군이 그 철벽을 허물거라고ㅠ저는 믿으니까요.

10년 전
aval
모카님ㅠㅜㅠㅠㅠ읽어주시구 덧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라뷰ㅠㅠㅠㅠ♥두시간정도 남은 오늘두 내일도 좋은일 가득하세요!ㅠㅠ
10년 전
aval
신알신하신 독자분들께! 현재 보고 계신 글 이후로 잠시 휴식을 가질까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올게요 독자분들중에 학생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시험기간이 끝나갈즈음에 돌아오겠습니다 물론 저는 그동안 열심히 쓰고있을게요! 현재 제 글을 보고계신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께 덧글부탁드려도 될까요 우럭ㅠㅠ그냥 짧게 잘 봤다고 쓰셔도 저에겐 큰 힘이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제가 작가님을 러브합니다(하트)
by 모카

10년 전
독자3
비회원인데 이 댓글이 언제뜰까요ㅜㅠㅠ 무튼 잘 봤어요♥♥ 다음편이 궁금하지만 차분히 기다릴게요 ㅜㅠㅠ
10년 전
aval
감사합니다ㅠㅠ!!
10년 전
독자3
와, 이거 제 소재에요! 제가 드린거!T^T 진짜 감동이다, 어쩜 이렇게 재밌게 써요?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으려고 애썼잖아요ㅠㅠ 글 이렇게 잘 쓰시면서! 에잇! 아, 암호닉 신청할게요! [반짝]으로! 위에 보니까 잠시 휴식기라고 하셨는데, 신알신 하고 갈테니까 천천히 부담없이 오세요! 진짜 재밌게 읽고 가요T^T!!!♥
10년 전
aval
암호닉 받았어요!!맘에 혹시라도 안들으시거나 예상보다 못썼으면 어쩌나 걱정 많이했어요ㅠㅠㅠ다행이네요ㅠㅠㅠ
10년 전
독자4
신알신 할께요ㅠㅠ 완젼내스타일ㅠㅠ
10년 전
aval
와!감사합니댜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세라05.14 14:46
      
      
몬스타엑스 [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2 세라 05.14 17:56
몬스타엑스 [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세라 05.14 14:46
트위터랑 포스타입에서 천사님을 모신다가 많은데 그게 뭐야?1 05.07 16:58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4 콩딱 04.30 18:5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2 꽁딱 03.21 03:16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콩딱 03.10 05:15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54 콩딱 03.06 03:33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61 꽁딱 03.02 05:08
엑소 꿈의 직장 입사 적응기 1 03.01 16:51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45 콩딱 02.28 04:59
이준혁 [이준혁] 이상형 이준혁과 연애하기 14 찐찐이 02.27 22:0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53 꽁딱 02.26 04:28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걍다좋아 02.25 16:44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걍다좋아 02.21 16:19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45 꽁딱 02.01 05:26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33 꽁딱 02.01 01:12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0 걍다좋아 01.30 15:24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2 꽁딱 01.30 03:35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1 꽁딱 01.30 03:34
방탄소년단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그루잠 12.26 14:00
방탄소년단 2023년 묵혀둔 그루잠의 진심4 그루잠 12.18 23:35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상대?182 이바라기 09.21 22:41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 콩딱 09.19 18:10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26 콩딱 09.16 19:40
지훈 아찌 금방 데리고 올게요5 콩딱 09.12 23:42
방탄소년단 안녕하세요 그루잠입니다9 그루잠 09.07 16:56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임창균] 유사투표2 꽁딱 09.04 20:26
전체 인기글 l 안내
5/15 4:42 ~ 5/15 4:44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