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성찬 엑소
단도 전체글ll조회 1417l


가장 작은 방. 그 방에서 경수는 벽에 등을 대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향 내가 가득했다. 경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오랜 시간 앉아있었더니 무릎이 잘 펴지지않아 약간 절뚝였다.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앉고 말았다. 







고인의 사진을 가져오라는 말에 경수는 종인이 찍은 사진들을 모아둔 상자를 가져왔다. 뭐하세요? 직원은 찬바람이 나게 따지듯 물었다. 눈이 안보여서, 그 사람이 찍힌 사진을 몰라요. 경수가 말했다.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그 사람 찍힌 사진 여기 있는데 찾아주실 수 있으세요?"


경수가 웃자 직원은 잠시 멍히 있다가 그에게서 상자를 건네받아 사진을 찾아주었다.








"고아시구요. 연락되는 친척분들도 안계시구요. 회사동료분들과도 연락이 안되시구요."


경수는 남자의 말이 끝날때마다 대답하며 고개를 조금씩 끄덕였다. 실례지만 고인과 어떤 사이세요? 부러진 손톱을 매만지던 경수가 행동을 멈추었다. 무엇이라 대답해야할지 고민하다가 그는 힘없이 웃었다.


"그냥, 옆집 사람이예요."


정말로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종인은, 아무런 사이도 아닌 자신을. 


"그런데 굳이 3일이나, "


남자는 말끝을 흐렸다. 하루도 괜찮지 않겠어요? 라는 뜻을 경수는 알고 있었다. 경수는 고개를 옆으로 살랑 흔들었다. 그래도, 3일은. 경수는 말을 하다가 뚝 끊었다. 목이 메였다. 3일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경수는 고개를 떨구었다. 







건물 내에서 가장 작은 방을 경수는 겨우 얻을 수 있었다. 이틀째, 장례식은 조촐하게 치루어지고있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사실은 종인과의 연락이 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찾아오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경수는 하루종일 앉아 아무것도 먹지않고 생각속에 파묻힌 상태로 시간을 보내다가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도했다.

그렇게 거의 새벽이 다되어가는 시간이 되자 경수의 눈이 느리게 감기었다가 떠졌다. 피곤했다. 속으로 삼켜 문드러지는 속을 옆에서 알아봐주는 이 없이 혼자 견디는 것이 사무치게 서럽고 가능하다면 소리라도 지르고싶을 정도였다. 종인은 그를 알아봐줄텐데, 아니 그가 있었다면 이렇게 힘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경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에 빠져들었다.











야이 씨발놈아-씨발-. 경수는 누군가가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에 잠에서 설핏 깨어났다. 경수는 푸하고 한숨을 뱉었다. 겨우 잠들었는데.


"누구세요."


목소리가 갈라져나와 경수는 목을 가다듬었다. 상대는 으어어 하는 소리를 내며 울어댔다. 남자가 저렇게 울어대는걸 보니까 여자친구가 죽은건가, 하고 경수는 생각했다. 남자는 경수의 말을 듣지 못한 듯 했다. 경수는 엉금엉금 기어가 남자의 팔을 잡았다. 남자에게서 술냄새가 확 풍겼다.


"으, 으어, 억."

"저기요, 잘못오신거 같은데요."


경수가 역한 술냄새에 숨을 참고 말을 걸었다. 남자는 경수가 말을 건 다음부터 말없이 히끅댔다. 저기요? 경수가 다시 상대를 불렀다.


"잘못오신 것 같다구요."

"저기여. 눈 안 보여요?"


경수는 대답을 망설였다. 지쳐버려서 아무 생각없이 행동했더니 상대와 전혀 상관없는 쪽으로 시선을 처리한 모양이었다. 


"네."

"그 쪽이 도경수예요?"


경수와 남자는 둘 다 말이 없었다. 경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누구시죠?"









*









남자는 자신을 오세훈이라고 소개했다. 종인과 어렸을 적 고아원때부터 가족처럼 살아왔다는 것도, 종인이 학생시절 어땠는지, 어쩌다가 이 일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자잘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술때문에 혀가 꼬여서 발음이 부정확하긴 했지만 경수는 대충 알아들었다.


"근데 내 이름 처음 들어여, 에? 오세훈! 처음 들어?"

"....네."

"김종인 이 미친놈이 진짜-"


세훈은 경수가 자신의 이름을 처음 듣는다는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나랑 무슨 사이였는지, 같이 뭐 했는지 그런 것도 얘기 하나도 안했어요? 진짜로? 경수는 대답해지기 미안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개새끼, 김종인 개새끼. 세훈은 울었다. 경수는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세훈이 자신의 핸드폰에 있는 모든 연락처에 문자를 넣고나서 약 두시간정도가 흐르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찾아온 남자들은 세훈을 보고 술떡이 되었다며 비웃다가도 종인에게 국화를 건낼때는 엄숙한 자세로 행했다. 장례식 마지막날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나름 술이 깬 세훈이 털썩 경수의 옆에 앉았다.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세훈은 경수를 힐끗거리며 쳐다보았다. 제 손에 들린것을 만지작거리며 세훈은 한참을 망설였다.


"저기, 이거 받아요."


세훈은 경수의 품에 쏙 안겨주었다. 경수가 놀라 물었다. 뭐예요? 세훈은 또 말을 망설였다. 그, 내가 올 때 가져온건데. 경수는 손으로 훑었다. 네모난 모양. 빳빳한 종이로 포장, 그리고 가운데 리본모양으로 묶여있는 노끈. 경수는 노끈을 잡아당기고 종이를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사진...이예요. 그쪽이랑 종인이가 찍은 거."


아. 경수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코끝이 시큰해져서 경수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세훈은 이 곳으로 오던 중 사진관에 사진을 가져가라며 전시용으로 걸려있는 것을 보고 가져왔다며 설명했다. 

언제였던가,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지먼 오래 되었다면 오래되었을 그 언제. 종인은 같이 시장이나 보러 가자며 경수의 집으로 찾아왔다. 경수가 알겠다며 나가려하자 옷이 그게 뭐냐, 백수같다며 경수를 타박했다. 누구한테 잘 보일 일도 없는데 그냥 나가면 된다는 경수를 종인은 듣지도 않고 다시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는 경수의 옷장을 헤집어 그를 말끔하게 입힌 다음에야 경수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경수는 내가 백수지 뭐예요 하며 툴툴거렸지만 종인의 그렇게 입으니 이쁘다는 말에 그만 두었었다.

회상하고 있는 경수의 품에 또 무엇인가가 안겼다. 상자였다. 경수가 세훈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종인이네 집 갔었어요. 어제. 집안이 엉망이길래 대충 청소 해주다가 찾은건데."


경수는 세훈의 설명을 들으면서 상자를 열어 안을 만졌다. 편지봉투들과 그것 없이 그냥 접혀있는 편지들이 가득했다.


"그, 쪽한테 쓴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가져왔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종인의 웃는 모습이 계속 떠올라서, 결국 꾹꾹 눌러두었던 것이 터져버렸다. 경수는 액자와 상자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세훈은 그런 경수의 어깨를 토닥이고 휴지를 뜯어 경수의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경수는 겨우 울음을 멈추었다. 괜찮아요? 하고 묻는 세훈은 계속 경수의 눈치를 살폈다. 경수는 코를 훌쩍이면서 괜찮다고 대답했다. 세훈은 입술을 잘근거리며 깨물었다.


"도경수씨."


세훈이 그를 불렀다. 


"눈수술 할래요?"










*









세훈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단호했다. 눈수술해요. 경수가 대답을 망설이자 세훈은 말을 덧붙였다. 싫다고 하면 하자고 할때까지 말할거예요. 세훈은 꼭 경수의 눈을 수술하게 만들고 죽겠다는 어조로 말했다. 종인이 사진, 편지 안 보고 싶어요?

그 날 경수는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세훈은 옆에서 새근거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여태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몇 번이나 꿈꿨던 일이었다. 비록 다른 사람의 눈이지만, 꿈속에서만 보던 그 세상을 자신이 본다는 것. 하지만 경수는 그럴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돈이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그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한참을 생각했다. 눈이 보이지않아도 자신은 이 나이까지 잘 살아있고, 어렸을 때 눈이 보이지않는다고 놀림을 받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을 더 도와주었다. 여태 불편한 것 없이 잘 살아왔는데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불편할 것이라곤 없었다. 아, 눈이 안보이는 걸 알고 종인이 자꾸 찾아와서 계속 밀어내는 것은 불편했다. 호의로 다가오는 사람을 오지말라며 나쁜 소리를 하는 것. 결국엔 친해져서 놀러다닐때도 불편했다. 정말 예쁘고, 아름다워서 같이 보러 간 곳을 자신에게 말로 설명을 해주는데 잘 표현하지 못하겠다며 멋쩍게 웃는 종인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던지. 종인은 처음에는 이렇다 저렇다 설명을 해주다가도 마지막은 결국,


"몰라요. 경수씨처럼 이뻐요."


하고 끝냈다. 경수는 그럴때마다 뭐예요 하며 푸스스 웃고는 종인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때리다가 그 곳에 기대곤했었다. 눈이 보였다면 예쁘고 아름답던 그 풍경들을 보고 같이 그 순간들을 풍경들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수도 있었을텐데. 그리고 종인의 꿈을 꾸었던 날, 눈이 보였다면 더 빨리 도망쳐서 종인과 떨어져 그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면서도, 자신의 죽음을 꿈 꾼 경수의 옆에서 항상 웃으며 걱정말라던 종인의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을지 경수는 생각했다. 

읽고싶었다. 세훈에게 읽어달라고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종인이 자신에게 무엇이라고 썼는지, 그의 필체는 어떠한지 제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리고 종인의 사진을 보고 그가 어땠는지, 그와 그 곳에 갔을 때마다 찍었던 사진에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자신이 종인을 보던 그 표정으로 종인 또한 자신을 보고 있었을지 미치도록 보고싶었다. 

경수는 이 곳까지 생각이 미치자 울컥 치밀어올라 옆에 자고 있던 세훈을 흔들어깨웠다. 세훈은 자고있다가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짜증을 내려던 세훈은 너무나도 서글프게 우는 경수를 보고 당황해 왜 그러냐며 경수의 어깨를 잡았다. 수술할래요, 수술할게요. 









*









병원에서 몇달을 살다가 나온 경수를 세훈은 그의 집으로 데려다주고 반찬거리를 사오겠다며 다시 나갔다. 경수는 그를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짐을 꾸렸다. 이사를 가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이젠 꿈을 꾸어도 괜찮다고 경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이 곳에 온 이유가 꿈을 꾸어도 누군지 몰라 알려주지 못해 그것이 싫어 이 곳으로 도망온 것이었으나 이제는 앞이 보여 꿈을 꾸어도 미리 알려줄 수 있을 것임으로 사람이 많은 곳에 나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게다가 이 곳에 계속 있으면 종인의 생각이 끝을 맺지 못해서 끝없이 우울할 것 같았기 때문도 있었다. 


"이사가려구요."


집 물건들을 차곡차곡 상자들에 넣는 것을 보고 세훈이 궁금해했다. 집에 오자마자 저게 뭐하는걸까. 이사를 가려고 그런다고하자 세훈의 눈이 커졌다. 


"집은?"

"이제 구하려구요. 집 구하면 바로 가려고 다 싸두는 거예요."


세훈은 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경수가 짐을 싸는 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집 없으면."

"없으면 찜질방이나,"

"우리집 갈래?"


세훈이 말을 놓은 지는 한참이 되었다. 그는 경수의 수술이 끝나고 그의 간병인 역할을 하면서 차차 말을 놓았다. 경수가 세훈의 얼굴을 보아하니 제 또래인 것 같아 왜 말을 놓는지 묻지 않았다. 반말이면 어떻고, 존댓말이면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세훈과 달리 경수는 그에게 쉽게 말을 놓지 못했다. 종인과 일년간 지내면서 존댓말이 입에 붙어서라고 경수는 설명했다. 사실 세훈은 그렇지 않지만 그의 눈이 '말 놓으면 죽여버린다' 라고 경수에게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만 사실대로 세훈에게 말할 수 없었다.


"세훈씨 집이요?"

"응. 나 혼자 살았던 집인데 그래도 둘이 살기에도 넉넉해."


세훈과 같이 살게 되면 월세가 얼마일지, 세훈과 자신이 성격이 잘 맞을지와 같은 것들로 경수는 또 생각에 깊이 빠졌다. 세훈은 턱을 괴고 그런 경수를 기다리다가 그를 불렀다.


"우리집 가."


세훈은 그렇게 막무가내로 경수의 집을 결정했다.









*









경수가 세훈에게 들었던 말을 정리하며 짐들을 상자에 옮기다보니, 시간은 어느덧 늦은 밤이 되었다. 경수는 짐들 사이에서 세훈이 자신에게 주었던 액자를 꺼내들었다. 수술이 끝나고 맨처음으로 본 것이었다. 

몇 시간 전, 세훈은 자신의 집을 정리하겠다며 차에 올라탔다. 그에게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드는 세훈에 맞춰 경수도 같이 손을 흔들다가 갑자기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는 출발하려는 세훈의 차를 멈춰세웠다. 세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창문을 내렸고 경수는 그 창문에 붙어섰다.


"저, 이 눈이요. 누구 눈이예요?"


순간 세훈의 표정이 굳었다. 경수는 세훈이 말할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도 세훈의 표정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김종인이요."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그의 존댓말이었다. 경수는 그의 입에서 나온 종인의 이름에 비틀거리며 차에서 떨어졌다. 괜찮냐며 차에서 내리려는 세훈에게 가라며 경수는 손사레를 쳤다. 


경수는 들고있던 액자를 내려놓고 옆에 있던 핸드폰을 들었다.


-김종인이 죽기전에 문자했어 자기 눈 너 주라고


경수는 그 짧은 문자를 몇번이고 다시 찬찬히 읽고 또 읽었다.


-너 부탁한대 그리고 이제 평생 같이 있을거니까 악몽같은거 없을거라고 














"얼마나 걸려요?"


경수가 수술실에 들어가려는데 세훈이 수술담당 의사를 붙잡고 물었다. 수술을 하는 경수보다도 세훈이 더 긴장한 듯 보였다. 세훈은 앞에서 죽치고 앉아있을테니 수술 잘 되라는 말을 보냈다. 


"마취 들어갈게요."


간호사의 말에 경수는 눈을 감았다. 빨리 당신의 편지를 읽고싶다, 당신의 사진을 보고싶다. 되뇌였다.



누군가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자 경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꿈인가, 아직 상황이 파악되지 않은 경수의 귀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졸려요? 괜히 깨웠나? 괜찮아요?"


경수는 잠시 벙쪄있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왜 울고 그래요. 장난스럽게 묻는 목소리까지 똑같았다. 종인이었다. 분명 종인이다. 경수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엉엉 소리를 내면서 울어댔다. 


"깨워서그래요? 다시 잘래요?"


종인은 그에게 다정하게 물으며 동그란 경수의 뒤통수를 슥슥 쓰다듬었다. 다시 자라며 우는 경수를 자리에 눕히려는 듯 종인이 행동을 취하자 경수는 아니라며 급히 얼굴에서 손을 내려 내저었다. 종인이 웃는 것이 들렸다.

종인씨 맞죠, 맞는거죠. 울음과 함께 섞여나오는 경수의 말은 뭉개졌지만 종인은 나 맞아요, 하고 대답해주었다. 가슴이 꽉 막힌 기분이었다. 숨쉬기가 벅차 경수의 목에서는 억억대는 소리가 났다. 종인이 물이라도 떠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경수는 그를 붙잡았다. 종인은 다시 앉았다. 


"안아줄까요?"


경수가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종인은 그를 안고 등을 쓸어내려주며 뭐가 그렇게 슬퍼서 우냐며 위로했다. 신기하게도, 그가 안자 가슴을 꽉 막고 있던 무엇인가가 내려간듯 숨통이 트였다. 경수는 종인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팍에 머리를 묻었다. 진정되는가 싶었는데 또 울컥하고 쏟아냈다.

내가 미안해요, 내가 다 잘못했어. 다 내 잘못이야. 경수의 몸이 바들거렸다. 


"저번에 가자고 한 곳 싫다고 해서 미안해요. 사람 많아서 싫다고 해서 미안해요. 우리 가요. 지금 가자, 응? 거기도 가고, 저저번에 말한 곳도 가고. 그냥 우리 놀러다니기 쉽게 다른데로 이사갈래요? 종인씨가 한 말 싫다고 해서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종인은 한손으로 경수의 어깨를 휘어안았다. 그는 경수의 머리에 제 볼을 부비다가 그의 머리에 살짝 입술을 대었다. 경수는 종인의 가슴팍에서 천천히 떨어져 종인의 얼굴에 손을 올렸다. 손이 달달거리며 떨렸다.


"우리 이사가서, 벚꽃놀이도 계속 가고 피서도 가고 단풍놀이도 가고 눈꽃축제도 가요. 가서 사진, 맞아 사진도 많이 찍고, 비디오도 많이 찍자, 종인씨 목소리 두고두고 듣게."


경수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웃어보였다. 종인의 얼굴에 댄 경수의 손 위에 종인의 손이 올라왔다. 


"언제 갈래요?"


그는 경수의 손을 감싸쥐고 경수의 이마에 제 이마를 가져다대었다. 종인은 경수의 얼굴에 잔뜩 번진 눈물을 닦았다. 종인은 경수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얹었다. 심장이 쿵쾅거려서 터질거같았다. 경수는 눈을 꿈뻑였다. 언제부터 갈래요? 종인이 푸스스 웃으며 물었다. 가요, 지금 가. 경수가 대답하고는 눈을 감았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가요. 가고싶었던 곳 다 써놨으니까 안 잊어버릴거야."


종인은 살며시 감긴 경수의 감긴 눈 위에 입술을 올리고 촉 소리가 나는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감긴 경수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흠칫, 놀라면서 경수가 정신을 차렸다. 잠시 멍하게 있던 그가 종인이 꿈이었음을 알아채고 바람이 빠지듯 웃자 옆에서 호들갑스러운 세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어요? 깼어요? 어때요? 아파? 왜 울어요?"

"꿈을 꿨는데."


경수의 목소리가 갈라지며 나왔다. 세훈은 경수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침묵했다.


"종인씨 나왔어요."


말하는 경수의 가슴이 아려왔다. 경수는 이제야 깨달았다. 종인과 함께 있을 때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으로 같이 벚꽃을 보러갔을때 왜 그랬을까. 왜 그가 자주 하던 그의 말투를 자신도 따라하게 된걸까. 그렇게도 많은 장례식을 갔었음에도 종인의 죽음에는 담담하지 못했을까.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엉퀴어버린 끈들이 갑자기 한번에 삭 풀리듯이 알게 되었다. 그를 많이 좋아했음을 자신은 왜 이제서야 깨닫게 된걸까.

그렇게도 보고싶어하던, 읽고싶어하던 편지였음에도 경수는 편지를 읽지 못하고 그것들이 담긴 상자만 애잔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했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경수는 잘 모르겠다,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사진만 봐도 저릿한 기분에 잔뜩 겁에 질려서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데 편지는 얼마나 그를 무너뜨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병원에 들어간 날부터 나올때까지 매일밤 만지작대던 종인의 편지를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울지 마.’







아마도 무더운 여름, 경수가 술김에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울었던 그 날. 얼마 마시지도 않았음에도 술에 잔뜩 취해 누워서 잠들었던 그 날. 깨어보니 종인의 무릎을 베고 자고 있었던 그 날. 경수가 부스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종인은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다.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종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부디 오늘 밤은 행복한 꿈만 꾸기를.’







아마도 쌀쌀한 가을, 경수가 종인의 꿈을 꾸고 도망치려했던 그 날. 종인이 다친 몸으로 자신을 안아 울면서 다시 돌아온 그 날. 집으로 돌아간 종인이 걱정되어 갔었을 그 날. 다친 몸으로 뭐하고 있었어요? 종인은 쓰던 것을 멈추고 연필을 내려놓고 그를 안았다. 걱정되서 온거냐며 웃었다.







‘보고싶다.’







아마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그 어느 날인가 경수는 종인의 집에 들렀다. 역시나 종인은 무엇인가를 쓰고있었고, 경수는 무엇이냐고 물었고, 종인은 아무것도 아니라 대답했다. 맨날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을 회피한다며 경수가 투덜대었다. 굳이 알아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자꾸 대답을 피하는 종인의 행동에 섭섭해서 나온 투정이었다. 종인은 그런 그의 투정을 보고 귀엽다고 답했다. 그리고 순간에 섭섭함이 풀렸다.


하나씩 꺼내어 보는데 언제 썼겠구나 하는 것들을 다 알 수 있었다. 한 문장이 쓰여있기도 했고 길게 편지가 들어있기도 했다. 종인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마지막, 제일 바닥에 깔려있는 편지를 경수는 읽는 순간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언제 쓴 것인지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었고 그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표정으로 이 문장을 썼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하, 기운빠진 소리로 웃는 경수의 눈에 눈물이 잔뜩 고였다. 여태 겨우 참아왔건만 마지막 편지, 단 한줄에서 경수는 무너져버렸다. 자신은 왜 이리 어리석을까. 어째서 이렇게 느린걸까.

꿈에 당신이 나왔을 때, 자신은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나는 용기내어 말하지 못한걸까. 










‘제가 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찬란했었을 당신을 나 또한 사랑하고 있음을.















<암호닉>

궈노

디귿

랄라!

모카

몽실

반짝

승쨩

쓰밥

아카시아

에쏘

쮸쀼쮸쀼











너무 오랜만이져.....죄송해여.......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아ㅠㅠㅠㅠ종인이눈 경수에게로 갔네요ㅠㅠㅠㅠㅠ 어떡해ㅠㅠㅠㅠㅠ이젠 정말로 악몽안꾸길 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와..ㅠㅠ눈물나와여..하..종인이랑경수..ㅠㅠㅠㅠㅠㅠㅠ어떡해..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종인인 마지막까지 경수생각ㅠㅠㅠㅠ종인이눈으로 경수도 앞으로계속 행복했음좋겠다유ㅠㅠㅠ
9년 전
독자3
너무 슬퍼요ㅜㅜㅜ...혼자 남은 경수 잘 지낼수 있을까요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2 꽁딱 03.21 03:16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콩딱 03.10 05:15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54 콩딱 03.06 03:33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61 꽁딱 03.02 05:08
엑소 꿈의 직장 입사 적응기 1 03.01 16:51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45 콩딱 02.28 04:59
이준혁 [이준혁] 이상형 이준혁과 연애하기 14 찐찐이 02.27 22:0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53 꽁딱 02.26 04:28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걍다좋아 02.25 16:44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걍다좋아 02.21 16:19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45 꽁딱 02.01 05:26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33 꽁딱 02.01 01:12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0 걍다좋아 01.30 15:24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2 꽁딱 01.30 03:35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1 꽁딱 01.30 03:34
방탄소년단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그루잠 12.26 14:00
방탄소년단 2023년 묵혀둔 그루잠의 진심4 그루잠 12.18 23:35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상대?182 이바라기 09.21 22:41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 콩딱 09.19 18:10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26 콩딱 09.16 19:40
지훈 아찌 금방 데리고 올게요5 콩딱 09.12 23:42
방탄소년단 안녕하세요 그루잠입니다9 그루잠 09.07 16:56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임창균] 유사투표1 꽁딱 09.04 20:26
이동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 하트튜브 08.23 20:46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채형원] 유사투표2 꽁딱 08.15 06:49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19 콩딱 08.10 05:04
[세븐틴/정한] 바나나 우유 먹을까요3 꽁딱 08.09 03:36
전체 인기글 l 안내
4/29 7:46 ~ 4/29 7:4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