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hereal |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욕지거리를 내뱉는 저 더러운 입술을 탐하고 싶었고 쓸데없이 하얀 너의 얼굴을 볼 때마다 신경 하나하나가 뒤틀러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말하기가 힘든 듯 작게 신음을 흘리는 너의 목소리는 듣기 안 좋게 갈라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너는 그냥 내 눈에 거슬리는 수많은 새끼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그래. 내가 이렇게까지 너를 괴롭게 하는 이유를 하나 말해보라 한다면. " 그냥 망가트리고 싶어. " 억지다. 아직 명쾌하게 찾지 못했다. … 이유를. " … 아파. " 아침부터 영재의 젖은 목소리가 내 귀를 뜨겁게 자극했다. 아파, 아파. 아프다는 말만 연신 되풀이하며 몸을 제대로 못 가두는 영재의 모습에 괜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재의 몸에 하나하나 흔적이 잡힐 때마다 알 수 없는 묘한 쾌감이 내 신경을 불균형하게 쑤석거렸다. 입만 열면 욕이었던 영재의 입술도 닫힌 지 오래다. 가끔 열리는 말문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너는 궁색했다. 그리고 확실히. " 우리 영재 아파? 배고프지. " " ……. " 너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 학교 갈 준비해야지.응? 일단 밥 먹자. " 내 말에 고개만 작게 끄덕이는 영재에 그대로 웃음를 터트릴 뻔했다. 예전엔 반항기 가득해 싸하던 눈도 이제 불안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 손톱을 자꾸 물어뜯는 작은 버릇도 생겼다. 그리고 잘 땐 중간마다 앓는 소리를 작게 흘렀다. 영재의 작디작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나로 인해 변해 간다는 거에 또 나를 승리감에 사로잡게 했다. 문득 생각나는 건데, 내가 유영재를 유별 시리 싫어했던 점 하나를 말하자면 유영재는 여자라면 사족을 못 썼다. 사실 그게 유영재라는 존재를 나에게 혹독히 박혀준 커다란 계기라고도 할 수 있다. * * * * " 유영재가 누구야. " " 응? 그냥 친구. " " 넌 친구한테도 하트 쓰나 보네. " 정말 뻔뻔하게 '친구' 라고 대꾸하는 효정이의 말에 대충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그만 보라는 듯 손을 뻗는 효정을 제지하고는 수많은 문자를 제치며 쭉쭉 내리던 내 손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너 얘랑 잤어? " " ……. " 그래. 유영재라고. 방용국이 입이 마르도록 해대던 얘기를 언뜻 들었던 것 같다. 2학년. 복학생. 여자. 섹스. 희미하게 잡은 기억력을 아무리 들춰보아도 생각나는 건 네 개의 짧은 단어. 2학년에 복학생이 있는데 여자를 존나 밝힌다더라. " 잤냐고. " " …영재 오빠가 먼저 자자고 했어. " " 씨발 년이 이게 진짜 미쳤나 ." 그대로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손이 먼저 나가버렸다. 꺅, 고막을 찌르는 목소리가 따갑게 울러 퍼졌다. 잔뜩 상기 된 효정의 눈빛이 나를 향해 번뜩였다. 미쳤어? 그래. 항상 마음에 안 들었다. 경망스러웠던 년이랑도 이제 끝이다. 예쁘다 예쁘다 해줬더니 아주 너 좆대로 잘하시네. 어?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바닥에 추락하고 효정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어느새 두려움에 찬 얼굴로 부들부들 떠는 효정에 갑자기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으스스한 한기를 느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순간 흐트러진 이성의 끈을 애써 부여잡고는 눈을 한 번 끔뻑였다. 그리곤 머리채를 잡았던 손을 풀고는 방에서 나와 이 지긋지긋한 집안을 나가려니 갑자기 삑삑, 요란하게 울리는 도어락 소리에 움직이던 몸을 멈췄다. "……. " 이내 굳게 닫혀있던 현관문이 활짝 열리면서 익숙하게 집 안으로 들어서려는 한 녀석의 모습에 그대로 작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자신의 앞에 생전 얼굴도 모르는 새끼가 서 있으니 지 딴에도 파악이 안 되는지 당황한 기색을 어리며 녀석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니가 유영재야?" |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