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김정환 - 너 사용법)
한국대학병원 03
호출을 받고 급하게 소아과로 복귀한 민석은 서둘러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김쌤, 쌤이 돌보던 담이요. 갑자기 쓰러져서 중환자실로 옮겨졌어요."
"거의 완치되서 요양 겸으로 있다가 곧 퇴원할 예정이었잖아요.
근데 갑자기 쓰러지다니요."
"오전에 체크할 때 급격히 백혈구 수치가 오르더니
오후되더니 심하게 구토를 하더라고요."
민석이 돌보고 있는 담이는 민석에겐 특별한 존재나 다름없었다.
2년 전, 민석이 처음 인턴으로 들어오고 소아과 회진을 할 당시 맨 처음 담이의 모습은
주사를 맞기 싫어 간호사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고 있는 모습이었다.
담이는 3살 즈음부터 백혈병 증상이 보이기 시작하여 1년 가량 입원하고 있었는데
골수 이식을 받고 회복중이었다.
'어이구 우리 꼬마아가씨, 왜 그렇게 뛰어다니실까?'
'으아 저기...저기!! 으아아아아악!!'
'담이 너! 맨날 주사 맞기 싫다고 도망다니면 어떡해!'
그 때 당시 갓 4살이 된 담이는 총총총 뛰어서 간호사를 피하고 있었다.
간호사는 담이를 잡지 못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쩔쩔매는 듯이 보였다.
'잠깐만 잠깐만 담이라구 했지!!
내가 맛있는 사탕 줄게.
눈 꼭 감고 주사 한 번만 맞자! 어때?'
민석은 간호사를 피해 자신의 뒤에 숨은 담이를 번쩍 안아올려 눈을 맞추며 이야기 했다.
담이는 눈물을 방울방울 달고 민석을 한참 쳐다보더니 끄덕였다.
'그런데요.. 이짜나요. 선샌님도 이거 할 쑤 있져요?'
민석도 주사를 놓을 수 있냐는 얘기였다.
민석은 당연하지 라면서 담이를 병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면요.. 선샌님이 해주세요..'
간호사는 어이없다는 듯 담이를 보며 웃었고 민석은 알겠다며 간호사에게 주사를 건네받았다.
'잠깐 따끔!할거에요 우리 담이 1부터 10까지만 세고 있어요~'
담이는 여전히 무서운 듯 눈을 꼭 감고 차근차근 1부터 10까지 세기 시작했다.
민석은 담이가 아프지 않게 살살 주사를 놓았고 다 놓은 뒤에는 담이에게
잘 참아줘서 고맙다고 꼭 안아주기까지 했다.
민석이 병원으로 들어와 처음으로 놓은 주사였고 첫 환자였다.
그런 담이에게 민석은 각별할 수 밖에 없었다.
"아, 담이가 준 거."
루한과 복도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틈에 가운 주머니에 넣어넣고 잊어버린 담이의 선물.
민석은 우울한 기분을 달랠 겸 담이가 준 종이를 조심스레 펴보았다.
한 장의 그림.
하얀 가운과 청진기를 하고 있는 의사와 예쁘게 원피스를 차려입은 꼬마 아이가 손을 잡고 있다.
그리고는 맨 아래에 씌여져 있는 글씨들.
'민석 선생님, 감사합니다!'
예쁜 담이의 마음에 자연스레 웃음꽃이 피어났고 담이가 빨리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민석이다.
그 시각, 경수는 잠을 자지도 못한 채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숙직실에서 나와
응급실 구석에 위치한 탕비실로 들어가 컵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에이, 잠도 못자고 이게 뭐야."
경수가 휘적휘적 라면만 젓고 있는데 탕비실 문이 열리더니 찬열이 들어온다.
경수는 갑작스런 찬열의 등장에 먹던 컵라면을 두고 벌떡 일어나 예의를 갖추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한 경수 덕분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종이컵을 떨어트릴 뻔한 찬열이
경수 쪽을 쳐다보며 놀란 눈을 한다.
"누구?"
"아, 레지던트 1년차 도경수라고 합니다.
선배님에 대해서는 익히들어서 얼굴을 알고 있었습니다."
박찬열, 비록 신경외과 레지던트 3년차이지만 한국대학교 의예과 수석으로 입학, 수석으로 졸업.
과탑을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의대괴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탄 덕분에
후배들에게 한국대 레전드라고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단점이라면, 냉혈한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맺고 끊음이 너무 확실한 탓에 그런 말이 있는 것이겠지만
찬열 자신이 주위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니 당연 자신의 직속 후배인 경수도 못 알아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경수는 찬열이 나갈 때까지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경수에게는 정말 존경스러운 선배였고 찬열의 영향으로 신경외과에 지원한 것도 있다.
찬열은 그런 경수를 보는 둥 마는 둥 그저 자기 할 일만 하고 유유히 탕비실을 빠져 나갔고
경수는 드디어 찬열과 대화를 해 보았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
"아, 라면 다 불었네. 에이씨. 안먹어."
찬열의 대화와 맞바꾼 라면이기에 참는 경수이다.
'삐삐삐삐- 삐삐- 삐삐삐'
얼마 쉬지도 않은 경수의 호출기에 비상음이 울리고 할 수 없이 라면을 버려둔 채 탕비실을 나서는 경수다.
"이놈의 응급실 당직. 지긋지긋하다.."
응급실에 있던 환자 하나가 발작을 일으켜 난동을 부리고 있어 급히 호출을 했다는 당직 간호사의 말에
경수는 그 환자에게 달려가 보았다.
이미 환자 주위엔 여러 의사와 간호사들이 몰려와 있었지만 아무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환자분! 조금만 진정하세요. 심호흡하세요.
숨 크게 들이마쉬고 내쉬고.."
이런 경험이 응급실 당직을 하면서 아주 많았던 터라 경수는 아무렇지 않게 대처했고
재빨리 진정제를 투약하여 환자의 안정을 찾게했다.
주위 의사, 간호사들은 머쓱하여 제자리로 돌아갔고 경수는
이런 것하나 자기들이 못해서 어떻게 훌륭한 의사, 간호사가 되겠다고 하는 건지. 라고 생각하며
데스크로 돌아가 업무를 본다.
마침 종인도 그날 응급실 당직이라 데스크에 있었는데 종인만이 경수를 알아보고
경수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 선배님."
옆을 흘끗 본 경수가 종인인 걸 알고는 툭 말을 내던진다.
"왜."
종인은 덩치에 안 맞게 수줍은 듯이 경수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아까.. 멋있었어요."
"허, 이게 멋있으면 수술하고 나오면 박수치겠네.
저런 건 응급실에서 아무 것도 아닌거 몰라?"
경수는 뭔 놈의 사내새끼가 수줍은 척을 저렇게 하는지 괜시리 부끄러워져
되려 날카롭게 말을 했다.
종인은 경수를 보고 얼굴은 참 귀엽게 생겼는데 하는 행동은 상남자인 사람에게 확 이끌리는 느낌을 받았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업무를 보고 있는 경수에게 자꾸 말을 걸었다.
"도경수 선배님. 저기.. 제 이름은 아세요?"
"어."
"제 이름도 아세요? 와.."
"숙직실에서 명찰 봤으니까."
"아..."
괜한 기대였다고 생각하다가 급서운해진 종인은 차갑게 말하는 경수에게 왠지 모를 상처를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걸었다.
하지만 경수의 생각은 그런 종인이 귀찮았고 빨리 시간이 흘러 응급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울리는 진동에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민석이다.
"여보세요."
'경수야!'
"왜. 이 형아 피곤하시다. 뭔일인데."
'야, 너 응급실 당직 끝나면 오프지!'
"어, 왜?"
'오랫만에 한 잔 하까?'
"애교부리는 거면 끊는다."
'아이~ 그러지말고! 안그래도 오늘 일진이 사나워서 그래..
같이 마시자~'
경수는 평소에 술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절친인 민석이 마시자고 하니
마지못해 알았다고 하고 끊는다.
경수의 통화를 몰래 엿들은 종인은 마냥 어리게만 생겨서는 술도 마실줄 아네라고 생각했고
의외의 면에 작게 웃는 종인이다.
민석은 경수와 술약속을 잡고 핸드폰을 넣으려는데 두 번 연이은 짧은 진동에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처음 보는 번호로 한 통의 문자가 와서 스팸이겠지 했지만
내용이 스팸 같지 않은 거 같아 확인을 해 보았다.
'루한이야. 저장해.
음료수는 잘 마셨다.'
뜬금없는 감사문자에 뭔가 싶었지만 다음 문자를 확인한 민석은 잠시 당황을 했다.
루한으로부터 온 두번째 문자는 이러했다.
'내일 저녁 시간 되나?'
[암호닉]
마린보이
잇치
모찌
뽀리
+) 내용이 산으로 가는 건 아닐까 모르겠네요.
잠깐 자다 일어나서 쓰는 거라 헤롱헤롱..ㅎㅎㅎ
암호닉 계속 신청 받고요 ㅎㅎ
읽고 나서는 댓글 몇자씩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