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모든 연인들도 그럴줄 알았다. 모두 우리와 같을줄.
서로에게 익숙해져 보듬어줄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 그래서 사랑하는 법을, 설레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
우리와 같이 몇년을 사귄 연인들에게도 당연한 건줄 알았다.
제 1회_
9년의 끝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날씨는 참 좋았다. 집에만 있는 게 지겹고 심심해서 쉬는 날에는 늘 그렇듯 익숙하게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전정국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치려다 말았다.
분명 내가 나가자고 해도 귀찮다고 할 게 뻔하니까. 집 청소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루하게 tv에 시선을 두던 나는 일어나 청소기를 밀기 시작했다.
내가 청소를 하던, 말던 도와줄 생각도 없이 게임만 하는 전정국은 많이 변했다. 적어도 처음으로 우리가 동거를 시작했을 땐 저러지는 않았으니까.
아, 지금은 변한 모습이 아니라.. 지금은 너의 실체인 걸까? 선반 위에 액자들은 우리의 사진으로 가득 차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놀이공원 가서 처음으로 같이 찍은 사진부터 해서..
스무 살 때 엠티 가서 같이 찍은 사진.. 스물한 살 때 훈련소 가서 찍은 사진.. 제대하고 사진 등등. 저 때 나는 뭐가 저렇게 좋다고 실실 웃고 있었을까.
청소기를 밀다 책상 밑에를 밀려고 하면 전정국은 자연스레 발을 치워 양반다리를 해 보인다.
카페 사장이란 놈은 꼴에 얼굴 잘생겼다고 여자 손님들을 달고 사는데.. 그런 애가 집에선 게임만 하는 걸 알까.
여자친구 일 하나도 도와주지도 않는다는 걸 알까? 확 그냥 말해버리고 싶네. 한숨을 내쉬자 전정국은 내 턱을 강아지 만지듯 우쭈쭈 만지며 말한다.
w.1억
모든 연인들도 그럴줄 알았다. 모두 우리와 같을줄.
서로에게 익숙해져 보듬어줄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 그래서 사랑하는 법을, 설레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
우리와 같이 몇년을 사귄 연인들에게도 당연한 건줄 알았다.
제 1회_
9년의 끝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날씨는 참 좋았다. 집에만 있는 게 지겹고 심심해서 쉬는 날에는 늘 그렇듯 익숙하게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전정국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치려다 말았다.
분명 내가 나가자고 해도 귀찮다고 할 게 뻔하니까. 집 청소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루하게 tv에 시선을 두던 나는 일어나 청소기를 밀기 시작했다.
내가 청소를 하던, 말던 도와줄 생각도 없이 게임만 하는 전정국은 많이 변했다. 적어도 처음으로 우리가 동거를 시작했을 땐 저러지는 않았으니까.
아, 지금은 변한 모습이 아니라.. 지금은 너의 실체인 걸까? 선반 위에 액자들은 우리의 사진으로 가득 차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놀이공원 가서 처음으로 같이 찍은 사진부터 해서..
스무 살 때 엠티 가서 같이 찍은 사진.. 스물한 살 때 훈련소 가서 찍은 사진.. 제대하고 사진 등등. 저 때 나는 뭐가 저렇게 좋다고 실실 웃고 있었을까.
청소기를 밀다 책상 밑에를 밀려고 하면 전정국은 자연스레 발을 치워 양반다리를 해 보인다.
카페 사장이란 놈은 꼴에 얼굴 잘생겼다고 여자 손님들을 달고 사는데.. 그런 애가 집에선 게임만 하는 걸 알까.
여자친구 일 하나도 도와주지도 않는다는 걸 알까? 확 그냥 말해버리고 싶네. 한숨을 내쉬자 전정국은 내 턱을 강아지 만지듯 우쭈쭈 만지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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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인들도 그럴줄 알았다. 모두 우리와 같을줄.
서로에게 익숙해져 보듬어줄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 그래서 사랑하는 법을, 설레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
우리와 같이 몇년을 사귄 연인들에게도 당연한 건줄 알았다.
제 1회_
9년의 끝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날씨는 참 좋았다. 집에만 있는 게 지겹고 심심해서 쉬는 날에는 늘 그렇듯 익숙하게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전정국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치려다 말았다.
분명 내가 나가자고 해도 귀찮다고 할 게 뻔하니까. 집 청소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루하게 tv에 시선을 두던 나는 일어나 청소기를 밀기 시작했다.
내가 청소를 하던, 말던 도와줄 생각도 없이 게임만 하는 전정국은 많이 변했다. 적어도 처음으로 우리가 동거를 시작했을 땐 저러지는 않았으니까.
아, 지금은 변한 모습이 아니라.. 지금은 너의 실체인 걸까? 선반 위에 액자들은 우리의 사진으로 가득 차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놀이공원 가서 처음으로 같이 찍은 사진부터 해서..
스무 살 때 엠티 가서 같이 찍은 사진.. 스물한 살 때 훈련소 가서 찍은 사진.. 제대하고 사진 등등. 저 때 나는 뭐가 저렇게 좋다고 실실 웃고 있었을까.
청소기를 밀다 책상 밑에를 밀려고 하면 전정국은 자연스레 발을 치워 양반다리를 해 보인다.
카페 사장이란 놈은 꼴에 얼굴 잘생겼다고 여자 손님들을 달고 사는데.. 그런 애가 집에선 게임만 하는 걸 알까.
여자친구 일 하나도 도와주지도 않는다는 걸 알까? 확 그냥 말해버리고 싶네. 한숨을 내쉬자 전정국은 내 턱을 강아지 만지듯 우쭈쭈 만지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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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침부터 한숨이야?"
"너는 아침부터 게임이 잘 돼?"
"잘 돼. 이 시간에 해야지 잘 된단 말이야."
지랄.. 속으로 욕을 읊고선 청소기를 대충 치워놓고서 쇼파에 앉았다.
나름 심심해서 몸둘바 모르는 내가 신경쓰였는지 전정국은 게임을 하다말고 뒤돌아 나를 힐끔 보고선 말했다.
'뭐 시켜먹을까?'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밖에서도 시켜먹고, 집에서도 시켜먹고..
너는 돈이 남아도냐? 이 말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고서 나름 널 생각하고 말했다.
"집에서 시켜 먹고 이런 거 말고, 나가서 먹자."
"나가서? 뭐 먹고 싶은데?"
"파스타 맛있게 하는 집 있거든? 차 끌고 갔다 오자."
"어딘데?"
"춘천인데! 경치도 좋대. 드라이브 할 겸 갔다 오자."
"춘천까지 가려면.. 지금 주말이라 차 밀리겠다. 두시간은 걸리겠네."
"밀리면 뭐 어때. 집에서 할 거 없이 계속 멍때리는 것보단 낫지."
"이거 끝나고."
"그럼 먼저 준비한다?"
먼저 준비한다며 욕실로 들어가자, 전정국은 대충 고개를 끄덕인다. 맨날 아침에 눈뜨면 싸우기 시작해서 눈 감을 때까지 싸우는데..
오늘은 어찌 된 게 한 번을 안 싸워서 신기해했는데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내가 너의 행동을 보며 화를 내지 않고, 꾹 참는 것이다. 그래 일주일에 한 번 쉴까 말까 하는 날에 괜히 화내고 싸우지 말자.
이게 몇주만인가.. 매일 일에 찌들어 있기만 했는데.. 나름 화장도 신경써서 하고, 옷도 꾸며서 입어서는 거실에서 기다리는데.
전정국은 대충 츄리닝, 모자를 쓰고서 나오는 걸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너에게 할말은 많지만 아무말도 않기로 했다. 오늘은 뭐처럼 쉬는 날이니까. 좋게 넘어가자.
엘레베이터에 올라타 전정국을 바라보니, 전정국은 졸린지 하품을 하며 나를 힐끔 본다.
'뭐' 내 말에 전정국은 어이가 없는지 작게 웃으며 내려가는 층수만 바라볼뿐 별말 않는다.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올라탔을까. 추운지 전정국이 제일 먼저 히터를 틀고선 내 손을 잡았다. 버릇이었다.
항상 차만 타면 항상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손 잡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히터를 트는 것이 제일 먼저다.
'눈 올 것 같네.' 내 말에 전정국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선 노래를 틀었다.
마치 내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트는 것 같은 느낌에 괜히 전정국을 찌릿- 쳐다보면, 전정국은 정말 아무 생각도 안하는듯한 눈을 하고선 운전을 한다.
그래도 서로에게 질렸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이렇게 손을 잡아주는 걸 보면 아닌가보지? 진짜 웃기는 애야..
손을 잡고 그렇게 한참 말 없이 있었을까. 밖엔 해봤자 세네 살 쯤 되었을 아이의 손을 잡고 같이 걷는 남자,여자를 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을 너한테 예전에 여러번 했었지 아마도.
"전정국."
"어?"
"우리는 결혼 해?"
"해야지."
"언제 해?"
"나중에?"
항상 너는 결혼 얘기를 꺼내면 장난식으로 '나중에'라는 말을 꺼낸다
. 분명 20대 초반의 너는 결혼 얘기만 꺼내면 당장이라도 하자며 나를 꼭 끌어안고 있었는데.
지금 20대 후반의 너는 결혼하자는 내 말이 지겨울 뿐이다.
"너 그 말 3년 전부터 하는 거 알지? 그때는 우리가 어려서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말들이었겠지만,
지금 우리 내일모레면 서른이야. 남들은 다 우리 나이때 결혼 많이 해."
"남들이 지금 결혼한다고 너도 지금 결혼하게? 우리 아직 스물일곱이야. 아직 안늦었어."
"나는 마음이 급해. 솔직히 우리 9년이나 연애한 거면.. 결혼할 때 됐지 않아? 남들은 5년 연애 하고도 결혼해."
"10년 연애하고 결혼 안 한 사람들도 있어."
"그래서 나랑 10년은 채우고 결혼 생각해보겠단 소리야?"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왜 또 그러냐."
"넌 내가 결혼 얘기만 하면 지겹고, 듣기 싫지? 그냥 나랑 결혼 하기 싫은 거지?"
"말이 왜 그렇게 되냐? 내가 너랑 결혼 하기 싫대? 아무것도 준비한 것도 없이 자꾸 결혼 타령만 하니까 그러지. 결혼이 그렇게 쉽냐?"
"내가 결혼 타령만 했어? 내가 언제 그랬는데? 그리고 나도 결혼 어려운 거 알아. 너랑 지금 동거 하면서 충분히 느꼈어."
"…그만하자 좀."
전정국이 한숨을 내쉬면서 내 손을 놓고서 핸들을 잡았다. 눈을 지긋이 감았다 뜨는 걸 보면..
화를 참고 있는 게 분명했는데.. 나는 네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짧지않은 9년 동안 우리는 연애를 했다.
사실 4년은 행복했고, 5년은 어거지로 정 때문에 산 게 맞는 소리겠지만..
그래도 나는 너와 결혼을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을 했다. 나를 잘 아는 건, 너를 잘 아는 건 나,너 밖에 없으니까.
우리는 반드시 결혼을 해야된다고 생각을 했다. 너 말고는 나는 결혼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난 너뿐이니까.
"지금도 충분히 같이 살면서 도와주는 거 하나도 없고, 오롯이 너는 네 취미 생활만 하려 하고, 결혼하면 얼마나 더 심각할지 알면서도.."
"그만하라고!"
"화내? 왜 화내?"
"기분좋게 나와서 왜 이상한 소리만 늘어뜨려."
"내가 이상한 소리를 했어? 결혼 얘기 한 게? 너는 그냥 나랑 연애만 하고 끝내려고 한 거였구나. 그것도 9년 동안이나."
"……."
"왜. 이러다가 그냥 헤어지면 넌 정말 끝이겠다? 너는.. 넌 친구들 많아서 모르겠지만,
나는 너 때문에! 너 만나느라 제대로 된 친구 한명도 못사귀었어. 좀 신중하게 한 번이라도 생각 해보면 안 돼? 내가 맨날 결혼 타령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결혼이 혼자 하는 거야? 같이 하는 거잖아. 적어도.. 너 때문에 친구 없이, 청춘 없이 살아 온 날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무정하지는 말았어야지."
"누가 그러래?"
"뭐?"
"누가 나 때문에 친구도 못사귀래? 누가 친구랑 놀지 말라 했어? 네가 네 스스로 그렇게 행동한 거잖아.
그리고 맨날 싸울 때마다 청춘,청춘 하는데, 청춘이 내가 버리라고 한 게 아니라, 네가 버린 거야."
"…너 진짜!"
너무 화가 났다. 그냥 예쁜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데. 더 바랄 것도 없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나를 속상하게 하는 전정국이 너무 미워서 핸들을 잡아 힘을 주니, 전정국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야 미쳤어!? 사고 나!"
"같이 죽어, 그냥!"
내 인생의 반을 너로 채웠는데. 나에게 상처를 주는 네가 너무 괘씸했다. 9년 동안 연애하면서 전정국이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날 모른다.
급히 전정국이 브레이크를 밟았고, 우리의 몸은 앞으로 기울어진다. 갑자기 멈춘 차에 사방에서 클락션 소리가 들렸고..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전정국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비싸서, 화가 난듯 한숨을 내쉬며 다시 차를 움직인다. 습관처럼 담배를 찾는 너의 손은 원래 내 손을 꽉 잡아주었는데.
"나중에?"
항상 너는 결혼 얘기를 꺼내면 장난식으로 '나중에'라는 말을 꺼낸다
. 분명 20대 초반의 너는 결혼 얘기만 꺼내면 당장이라도 하자며 나를 꼭 끌어안고 있었는데.
지금 20대 후반의 너는 결혼하자는 내 말이 지겨울 뿐이다.
"너 그 말 3년 전부터 하는 거 알지? 그때는 우리가 어려서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말들이었겠지만,
지금 우리 내일모레면 서른이야. 남들은 다 우리 나이때 결혼 많이 해."
"남들이 지금 결혼한다고 너도 지금 결혼하게? 우리 아직 스물일곱이야. 아직 안늦었어."
"나는 마음이 급해. 솔직히 우리 9년이나 연애한 거면.. 결혼할 때 됐지 않아? 남들은 5년 연애 하고도 결혼해."
"10년 연애하고 결혼 안 한 사람들도 있어."
"그래서 나랑 10년은 채우고 결혼 생각해보겠단 소리야?"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왜 또 그러냐."
"넌 내가 결혼 얘기만 하면 지겹고, 듣기 싫지? 그냥 나랑 결혼 하기 싫은 거지?"
"말이 왜 그렇게 되냐? 내가 너랑 결혼 하기 싫대? 아무것도 준비한 것도 없이 자꾸 결혼 타령만 하니까 그러지. 결혼이 그렇게 쉽냐?"
"내가 결혼 타령만 했어? 내가 언제 그랬는데? 그리고 나도 결혼 어려운 거 알아. 너랑 지금 동거 하면서 충분히 느꼈어."
"…그만하자 좀."
전정국이 한숨을 내쉬면서 내 손을 놓고서 핸들을 잡았다. 눈을 지긋이 감았다 뜨는 걸 보면..
화를 참고 있는 게 분명했는데.. 나는 네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짧지않은 9년 동안 우리는 연애를 했다.
사실 4년은 행복했고, 5년은 어거지로 정 때문에 산 게 맞는 소리겠지만..
그래도 나는 너와 결혼을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을 했다. 나를 잘 아는 건, 너를 잘 아는 건 나,너 밖에 없으니까.
우리는 반드시 결혼을 해야된다고 생각을 했다. 너 말고는 나는 결혼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난 너뿐이니까.
"지금도 충분히 같이 살면서 도와주는 거 하나도 없고, 오롯이 너는 네 취미 생활만 하려 하고, 결혼하면 얼마나 더 심각할지 알면서도.."
"그만하라고!"
"화내? 왜 화내?"
"기분좋게 나와서 왜 이상한 소리만 늘어뜨려."
"내가 이상한 소리를 했어? 결혼 얘기 한 게? 너는 그냥 나랑 연애만 하고 끝내려고 한 거였구나. 그것도 9년 동안이나."
"……."
"왜. 이러다가 그냥 헤어지면 넌 정말 끝이겠다? 너는.. 넌 친구들 많아서 모르겠지만,
나는 너 때문에! 너 만나느라 제대로 된 친구 한명도 못사귀었어. 좀 신중하게 한 번이라도 생각 해보면 안 돼? 내가 맨날 결혼 타령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결혼이 혼자 하는 거야? 같이 하는 거잖아. 적어도.. 너 때문에 친구 없이, 청춘 없이 살아 온 날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무정하지는 말았어야지."
"누가 그러래?"
"뭐?"
"누가 나 때문에 친구도 못사귀래? 누가 친구랑 놀지 말라 했어? 네가 네 스스로 그렇게 행동한 거잖아.
그리고 맨날 싸울 때마다 청춘,청춘 하는데, 청춘이 내가 버리라고 한 게 아니라, 네가 버린 거야."
"…너 진짜!"
너무 화가 났다. 그냥 예쁜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데. 더 바랄 것도 없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나를 속상하게 하는 전정국이 너무 미워서 핸들을 잡아 힘을 주니, 전정국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야 미쳤어!? 사고 나!"
"같이 죽어, 그냥!"
내 인생의 반을 너로 채웠는데. 나에게 상처를 주는 네가 너무 괘씸했다. 9년 동안 연애하면서 전정국이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날 모른다.
급히 전정국이 브레이크를 밟았고, 우리의 몸은 앞으로 기울어진다. 갑자기 멈춘 차에 사방에서 클락션 소리가 들렸고..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전정국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비싸서, 화가 난듯 한숨을 내쉬며 다시 차를 움직인다. 습관처럼 담배를 찾는 너의 손은 원래 내 손을 꽉 잡아주었는데.
"나중에?"
항상 너는 결혼 얘기를 꺼내면 장난식으로 '나중에'라는 말을 꺼낸다
. 분명 20대 초반의 너는 결혼 얘기만 꺼내면 당장이라도 하자며 나를 꼭 끌어안고 있었는데.
지금 20대 후반의 너는 결혼하자는 내 말이 지겨울 뿐이다.
"너 그 말 3년 전부터 하는 거 알지? 그때는 우리가 어려서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말들이었겠지만,
지금 우리 내일모레면 서른이야. 남들은 다 우리 나이때 결혼 많이 해."
"남들이 지금 결혼한다고 너도 지금 결혼하게? 우리 아직 스물일곱이야. 아직 안늦었어."
"나는 마음이 급해. 솔직히 우리 9년이나 연애한 거면.. 결혼할 때 됐지 않아? 남들은 5년 연애 하고도 결혼해."
"10년 연애하고 결혼 안 한 사람들도 있어."
"그래서 나랑 10년은 채우고 결혼 생각해보겠단 소리야?"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왜 또 그러냐."
"넌 내가 결혼 얘기만 하면 지겹고, 듣기 싫지? 그냥 나랑 결혼 하기 싫은 거지?"
"말이 왜 그렇게 되냐? 내가 너랑 결혼 하기 싫대? 아무것도 준비한 것도 없이 자꾸 결혼 타령만 하니까 그러지. 결혼이 그렇게 쉽냐?"
"내가 결혼 타령만 했어? 내가 언제 그랬는데? 그리고 나도 결혼 어려운 거 알아. 너랑 지금 동거 하면서 충분히 느꼈어."
"…그만하자 좀."
전정국이 한숨을 내쉬면서 내 손을 놓고서 핸들을 잡았다. 눈을 지긋이 감았다 뜨는 걸 보면..
화를 참고 있는 게 분명했는데.. 나는 네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짧지않은 9년 동안 우리는 연애를 했다.
사실 4년은 행복했고, 5년은 어거지로 정 때문에 산 게 맞는 소리겠지만..
그래도 나는 너와 결혼을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을 했다. 나를 잘 아는 건, 너를 잘 아는 건 나,너 밖에 없으니까.
우리는 반드시 결혼을 해야된다고 생각을 했다. 너 말고는 나는 결혼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난 너뿐이니까.
"지금도 충분히 같이 살면서 도와주는 거 하나도 없고, 오롯이 너는 네 취미 생활만 하려 하고, 결혼하면 얼마나 더 심각할지 알면서도.."
"그만하라고!"
"화내? 왜 화내?"
"기분좋게 나와서 왜 이상한 소리만 늘어뜨려."
"내가 이상한 소리를 했어? 결혼 얘기 한 게? 너는 그냥 나랑 연애만 하고 끝내려고 한 거였구나. 그것도 9년 동안이나."
"……."
"왜. 이러다가 그냥 헤어지면 넌 정말 끝이겠다? 너는.. 넌 친구들 많아서 모르겠지만,
나는 너 때문에! 너 만나느라 제대로 된 친구 한명도 못사귀었어. 좀 신중하게 한 번이라도 생각 해보면 안 돼? 내가 맨날 결혼 타령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결혼이 혼자 하는 거야? 같이 하는 거잖아. 적어도.. 너 때문에 친구 없이, 청춘 없이 살아 온 날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무정하지는 말았어야지."
"누가 그러래?"
"뭐?"
"누가 나 때문에 친구도 못사귀래? 누가 친구랑 놀지 말라 했어? 네가 네 스스로 그렇게 행동한 거잖아.
그리고 맨날 싸울 때마다 청춘,청춘 하는데, 청춘이 내가 버리라고 한 게 아니라, 네가 버린 거야."
"…너 진짜!"
너무 화가 났다. 그냥 예쁜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데. 더 바랄 것도 없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나를 속상하게 하는 전정국이 너무 미워서 핸들을 잡아 힘을 주니, 전정국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야 미쳤어!? 사고 나!"
"같이 죽어, 그냥!"
내 인생의 반을 너로 채웠는데. 나에게 상처를 주는 네가 너무 괘씸했다. 9년 동안 연애하면서 전정국이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날 모른다.
급히 전정국이 브레이크를 밟았고, 우리의 몸은 앞으로 기울어진다. 갑자기 멈춘 차에 사방에서 클락션 소리가 들렸고..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전정국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비싸서, 화가 난듯 한숨을 내쉬며 다시 차를 움직인다. 습관처럼 담배를 찾는 너의 손은 원래 내 손을 꽉 잡아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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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쳤어 너."
석진은 수트를 입고선 점심시간에 잠깐 회사에서 나와 익숙한듯 카페로 향한다. 문을 열려고 손잡이에 손을 댔을 땐..
"오늘 쉬는 날이구나.."
급히 '부장님!'하며 석진에게 뛰어오는 젊은 여비서에 석진은 뒤돌아 여비서를 보았다.
비서는 추워서 귀가 다 빨개져서는 석진을 올려다보았다.
부장님 치고는 젊고, 잘생겼기에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고선 한참 다른 곳을 보던 비서가 고개를 숙이고선 크게 말했다.
"저 시키시면 되는데.. 왜 부장님께서 직접.."
"오늘 쉬는 날이구나.."
급히 '부장님!'하며 석진에게 뛰어오는 젊은 여비서에 석진은 뒤돌아 여비서를 보았다.
비서는 추워서 귀가 다 빨개져서는 석진을 올려다보았다.
부장님 치고는 젊고, 잘생겼기에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고선 한참 다른 곳을 보던 비서가 고개를 숙이고선 크게 말했다.
"저 시키시면 되는데.. 왜 부장님께서 직접.."
"오늘 쉬는 날이구나.."
급히 '부장님!'하며 석진에게 뛰어오는 젊은 여비서에 석진은 뒤돌아 여비서를 보았다.
비서는 추워서 귀가 다 빨개져서는 석진을 올려다보았다.
부장님 치고는 젊고, 잘생겼기에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고선 한참 다른 곳을 보던 비서가 고개를 숙이고선 크게 말했다.
"저 시키시면 되는데.. 왜 부장님께서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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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인데 뭘요. 들어가서 좀 쉬어요."
"네?"
"점심 먹고 들어갈게요."
한 달전에 새로 생긴 카페라 들려야지,들려야지 했다가 바빠서 못들렸는데. 하필이면 딱 쉬는 날이네..
아메리카노 마시고 싶었는데.. 생각하며 석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근처에 맛있는 게 뭐가 있더라.
결국 춘천까지 와서는 말 몇마디도 못했다. 파스타 몇입 먹고선 '맛있네'겨우 꺼낸 내 말에 전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이렇다. 요즘의 우리는 사랑하는 시간보다, 미워하는 시간이 더 많다. 남들은 사랑하기 바쁜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이게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우리가 만난지 3년째 되던 날까지는 정말 행복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싸우는 게, 하루에 몇마디 하지 않는 게..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렸고.
싸우지 않는 날이면 그게 어색하기도 하다. 우리는 파스타를 먹고서 바로 나와 차를 탔다. 그리고 또 아무말 없이 한시간을 넘게 운전을 해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대충 갈아입고 나가는 전정국에 나는 소파에 앉아서 어이없다는든 전정국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디 가는데."
"박지민 만나러."
"나랑 얘기 안 할 거야?"
"춘천 갔다 오면서 말 한마디도 안했으면서 뭔 얘기."
"내가 말을 걸어야지만 말할래 넌? 너는 나랑 얘기 하는 게 싫니?"
"너는 왜 항상 내 탓으로 돌리냐."
"……."
"길열린."
"네 탓이잖아."
"……."
"다 네 탓이잖아."
"…간다."
"어디 가! 얘기 하고 가라고!"
전정국은 내 말이 듣기 싫은 게 분명했다. 듣는 시늉도 하지 않고 차키를 가지고 나가기에, 나는 또 혼자 남았다.
이렇게 나한테 무정할 거면, 나랑 같이 살자고 하지를 말았어야지.
나는 네가 밉다. 나는 또 네가 올 때까지 자지않고 소파에 앉아 기다린다. 내가 기다리고 있을 걸 알면서도 너는 항상 늦는다.
이제는 나도 너에게 지치기 시작했다. 참 많이 견뎠네.
"어~ 왔냐? 정국이."
"미안 늦었지."
"너 늦는 거 한두 번이냐? 앉아,앉아. 오늘은 마시고 죽자."
"내일 출근인데. 나는 조금 빼야겠는데?"
"야 원래 사장은 좀 양아치같아도 돼! 열린이한테 하루만 맏겨."
"…간다."
"어디 가! 얘기 하고 가라고!"
전정국은 내 말이 듣기 싫은 게 분명했다. 듣는 시늉도 하지 않고 차키를 가지고 나가기에, 나는 또 혼자 남았다.
이렇게 나한테 무정할 거면, 나랑 같이 살자고 하지를 말았어야지.
나는 네가 밉다. 나는 또 네가 올 때까지 자지않고 소파에 앉아 기다린다. 내가 기다리고 있을 걸 알면서도 너는 항상 늦는다.
이제는 나도 너에게 지치기 시작했다. 참 많이 견뎠네.
"어~ 왔냐? 정국이."
"미안 늦었지."
"너 늦는 거 한두 번이냐? 앉아,앉아. 오늘은 마시고 죽자."
"내일 출근인데. 나는 조금 빼야겠는데?"
"야 원래 사장은 좀 양아치같아도 돼! 열린이한테 하루만 맏겨."
"…간다."
"어디 가! 얘기 하고 가라고!"
전정국은 내 말이 듣기 싫은 게 분명했다. 듣는 시늉도 하지 않고 차키를 가지고 나가기에, 나는 또 혼자 남았다.
이렇게 나한테 무정할 거면, 나랑 같이 살자고 하지를 말았어야지.
나는 네가 밉다. 나는 또 네가 올 때까지 자지않고 소파에 앉아 기다린다. 내가 기다리고 있을 걸 알면서도 너는 항상 늦는다.
이제는 나도 너에게 지치기 시작했다. 참 많이 견뎠네.
"어~ 왔냐? 정국이."
"미안 늦었지."
"너 늦는 거 한두 번이냐? 앉아,앉아. 오늘은 마시고 죽자."
"내일 출근인데. 나는 조금 빼야겠는데?"
"야 원래 사장은 좀 양아치같아도 돼! 열린이한테 하루만 맏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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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화낼 걸.. 일은 일이지."
"또 싸웠구만? 내가 아주 타이밍 좋게 잘불렀어! 그치!"
"너는 항상 기가 막히지. 싸울 때 전화하고, 잠들 때 전화하고."
"그래서 열린이랑은 왜 싸웠는데? 너네 유독 더 싸운다 요즘?"
"……."
정국이 지민의 옆자리에 앉아서는 양주를 한모금 마시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말도 않는 정국이 답답한지 지민이 덩달아 한숨을 내쉬며 정국에게 말했다.
'무슨 일인데? 궁금해 죽겠네.' 정국은 짜증을 내는 열린이의 표정을 떠올렸다. 아, 진짜 지겹다 그렇게 화내는 것도.
"또 결혼 얘기지 뭐야."
"…아 결혼?"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단 말이야. 조금만 더 모으면 우리집도 생기고, 더 좋은 물건들도 사서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싶은데."
"……."
"근데 길열린 걔는 아무것도 없어도 되니까 무작정 결혼 먼저 하자는 식이야. 아무 대책도 없이."
"하긴.. 열린이는 아마 너 군대 제대하고나서부터 결혼 얘기 했었지?"
"어. 요즘 들어서 자꾸 짜증만 늘어가고, 뭐만하면 성질부터 내고 내가 무슨 샌드백이야?
화내면 다 받아주게? 오늘은 운전하는데 핸들까지 잡아 돌리면서 같이 죽자는 거 간신히 막았다니까."
"열린이가 같이 죽자고 그랬다고? 열린이가? 걔 그런 성격 아니잖아.."
지민이 놀란듯 정국을 바라보자, 정국은 어이가 없다는듯 콧방귀를 뀌고선 양주를 한모금 마시며 말했다.
너도 나처럼 길열린 본지 벌써 9년이 됐는데.. 아무것도 모르냐 박지민.
"또 결혼 얘기지 뭐야."
"…아 결혼?"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단 말이야. 조금만 더 모으면 우리집도 생기고, 더 좋은 물건들도 사서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싶은데."
"……."
"근데 길열린 걔는 아무것도 없어도 되니까 무작정 결혼 먼저 하자는 식이야. 아무 대책도 없이."
"하긴.. 열린이는 아마 너 군대 제대하고나서부터 결혼 얘기 했었지?"
"어. 요즘 들어서 자꾸 짜증만 늘어가고, 뭐만하면 성질부터 내고 내가 무슨 샌드백이야?
화내면 다 받아주게? 오늘은 운전하는데 핸들까지 잡아 돌리면서 같이 죽자는 거 간신히 막았다니까."
"열린이가 같이 죽자고 그랬다고? 열린이가? 걔 그런 성격 아니잖아.."
지민이 놀란듯 정국을 바라보자, 정국은 어이가 없다는듯 콧방귀를 뀌고선 양주를 한모금 마시며 말했다.
너도 나처럼 길열린 본지 벌써 9년이 됐는데.. 아무것도 모르냐 박지민.
"또 결혼 얘기지 뭐야."
"…아 결혼?"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단 말이야. 조금만 더 모으면 우리집도 생기고, 더 좋은 물건들도 사서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싶은데."
"……."
"근데 길열린 걔는 아무것도 없어도 되니까 무작정 결혼 먼저 하자는 식이야. 아무 대책도 없이."
"하긴.. 열린이는 아마 너 군대 제대하고나서부터 결혼 얘기 했었지?"
"어. 요즘 들어서 자꾸 짜증만 늘어가고, 뭐만하면 성질부터 내고 내가 무슨 샌드백이야?
화내면 다 받아주게? 오늘은 운전하는데 핸들까지 잡아 돌리면서 같이 죽자는 거 간신히 막았다니까."
"열린이가 같이 죽자고 그랬다고? 열린이가? 걔 그런 성격 아니잖아.."
지민이 놀란듯 정국을 바라보자, 정국은 어이가 없다는듯 콧방귀를 뀌고선 양주를 한모금 마시며 말했다.
너도 나처럼 길열린 본지 벌써 9년이 됐는데.. 아무것도 모르냐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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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뭔 그런 성격이 아니냐.. 처음엔 안그랬지.. 작년엔 굶어 죽자고 돈 다 뻇어가고, 진짜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줬다니까. 점점 더 심해져.
진짜 스트레스다 나도.."
"너넨 진짜 하루에 수십 번 싸울 거면 왜 만나냐.. 나는 너희 결혼식 때도 머리잡고 싸울까봐 무섭다.
너네 처음엔 안그랬잖아? 너 군대 제대했을 때 까지는 진짜.. 만난지 얼마 안 된 커플 같았는데."
"그래. 4년 전까지만 해도 우린 안이랬어."
"그래서 어떡하게? 가면 또 난리 나겠는데.."
"잠들 시간에 들어가야지. 2시 쯤엔 아마 잘 거야."
"2시? 그래! 2시까지 먹고 죽자!"
돈이 없는 것도 모든 게 다 내탓은 맞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에 너를 뒤로하고, 달려갔기 때문에 너의 말 하나를 못 믿어서 몇천만원을 날렸던 적이 있으니.
내 탓은 맞네.
새벽 2시가 되어도 전정국은 들어오지 않았다. tv하나 틀어놓고 덩그라니 소파에 앉아서있는 내 모습은 꽤나 초라해 보일 것 같다.
전정국은 항상 그렇다. 나와 말다툼이 있는 날이면, 나와 얘기 자체를 하려고 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술이나 퍼마시고 들어온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일까. 내가 원하던 연애가 이런 것일까? 결혼을 한다고 행복할까.
"……."
바보같이 안 올 걸 알면서도 널 기다리는 내가 너무 답답하고, 바보같아서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정국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tv가 켜져있자 한숨을 내쉬며 먼저 소파를 보았다.
정국은 한참 서서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소파에서 잠든 열린을 내려다보았다.
'들어가서 자지.. tv는 또 켜놓고'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들어간 정국은 방에 있는 욕실에 들어가 씻고 나와서는 옷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 정국은 눈을 감지도 못하고 천장을 멍하니 보기만 하다, 이불을 하나 챙겨 나와 열린이에게 덮어준다.
"……."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밖을 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 눈 오면 길 미끄러운데..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는 신발장을 보았다.
신발이 있는 걸 보니 전정국이 온 건 확실했고.. 이불이 있는 걸 보니, 전정국이 덮어준 게 분명했다.
자꾸만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는 걸 보니 감기라도 걸린 것 같아서 이마에 손을 대보다가, 방금 일어났는지 정국이가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다.
"몇시에 들어왔어."
"너넨 진짜 하루에 수십 번 싸울 거면 왜 만나냐.. 나는 너희 결혼식 때도 머리잡고 싸울까봐 무섭다.
너네 처음엔 안그랬잖아? 너 군대 제대했을 때 까지는 진짜.. 만난지 얼마 안 된 커플 같았는데."
"그래. 4년 전까지만 해도 우린 안이랬어."
"그래서 어떡하게? 가면 또 난리 나겠는데.."
"잠들 시간에 들어가야지. 2시 쯤엔 아마 잘 거야."
"2시? 그래! 2시까지 먹고 죽자!"
돈이 없는 것도 모든 게 다 내탓은 맞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에 너를 뒤로하고, 달려갔기 때문에 너의 말 하나를 못 믿어서 몇천만원을 날렸던 적이 있으니.
내 탓은 맞네.
새벽 2시가 되어도 전정국은 들어오지 않았다. tv하나 틀어놓고 덩그라니 소파에 앉아서있는 내 모습은 꽤나 초라해 보일 것 같다.
전정국은 항상 그렇다. 나와 말다툼이 있는 날이면, 나와 얘기 자체를 하려고 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술이나 퍼마시고 들어온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일까. 내가 원하던 연애가 이런 것일까? 결혼을 한다고 행복할까.
"……."
바보같이 안 올 걸 알면서도 널 기다리는 내가 너무 답답하고, 바보같아서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정국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tv가 켜져있자 한숨을 내쉬며 먼저 소파를 보았다.
정국은 한참 서서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소파에서 잠든 열린을 내려다보았다.
'들어가서 자지.. tv는 또 켜놓고'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들어간 정국은 방에 있는 욕실에 들어가 씻고 나와서는 옷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 정국은 눈을 감지도 못하고 천장을 멍하니 보기만 하다, 이불을 하나 챙겨 나와 열린이에게 덮어준다.
"……."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밖을 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 눈 오면 길 미끄러운데..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는 신발장을 보았다.
신발이 있는 걸 보니 전정국이 온 건 확실했고.. 이불이 있는 걸 보니, 전정국이 덮어준 게 분명했다.
자꾸만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는 걸 보니 감기라도 걸린 것 같아서 이마에 손을 대보다가, 방금 일어났는지 정국이가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다.
"몇시에 들어왔어."
"너넨 진짜 하루에 수십 번 싸울 거면 왜 만나냐.. 나는 너희 결혼식 때도 머리잡고 싸울까봐 무섭다.
너네 처음엔 안그랬잖아? 너 군대 제대했을 때 까지는 진짜.. 만난지 얼마 안 된 커플 같았는데."
"그래. 4년 전까지만 해도 우린 안이랬어."
"그래서 어떡하게? 가면 또 난리 나겠는데.."
"잠들 시간에 들어가야지. 2시 쯤엔 아마 잘 거야."
"2시? 그래! 2시까지 먹고 죽자!"
돈이 없는 것도 모든 게 다 내탓은 맞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에 너를 뒤로하고, 달려갔기 때문에 너의 말 하나를 못 믿어서 몇천만원을 날렸던 적이 있으니.
내 탓은 맞네.
새벽 2시가 되어도 전정국은 들어오지 않았다. tv하나 틀어놓고 덩그라니 소파에 앉아서있는 내 모습은 꽤나 초라해 보일 것 같다.
전정국은 항상 그렇다. 나와 말다툼이 있는 날이면, 나와 얘기 자체를 하려고 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술이나 퍼마시고 들어온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일까. 내가 원하던 연애가 이런 것일까? 결혼을 한다고 행복할까.
"……."
바보같이 안 올 걸 알면서도 널 기다리는 내가 너무 답답하고, 바보같아서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정국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tv가 켜져있자 한숨을 내쉬며 먼저 소파를 보았다.
정국은 한참 서서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소파에서 잠든 열린을 내려다보았다.
'들어가서 자지.. tv는 또 켜놓고'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들어간 정국은 방에 있는 욕실에 들어가 씻고 나와서는 옷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 정국은 눈을 감지도 못하고 천장을 멍하니 보기만 하다, 이불을 하나 챙겨 나와 열린이에게 덮어준다.
"……."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밖을 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 눈 오면 길 미끄러운데..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는 신발장을 보았다.
신발이 있는 걸 보니 전정국이 온 건 확실했고.. 이불이 있는 걸 보니, 전정국이 덮어준 게 분명했다.
자꾸만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는 걸 보니 감기라도 걸린 것 같아서 이마에 손을 대보다가, 방금 일어났는지 정국이가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다.
"몇시에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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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시."
"좋냐."
"뭐가."
"피하고 나가서 술 퍼마시고 들어오니까 좋냐고."
"……."
"나 감기 걸린 것 같아."
"감기?"
"응."
"약 먹어."
"…그게 끝이야?"
"너 감기 걸려도 병원 안가잖아."
"괜찮냐고 물어보는 게 그렇게 힘드니."
"…어떻게 아픈데."
"자꾸 몸이 떨리고 어지럽단 말이야."
정국이가 내게 천천히 다가와서는 이마에 손을 대봤다. '열 있네' 그 말에 천천히 전정국을 올려다봤더니, 전정국은 술냄새를 풍기며 내게 말했다.
"집에서 쉬어. 약국 들러서 약 사갖고 올게."
"나 쉬면 너 힘들잖아."
"괜찮아."
"그냥 나갈게. 너 혼자 일하는 건 무리야."
"너 괜히 나왔다가 기침하고 그러면 손님들은."
"…내가 걱정돼서 쉬라는 게 아니라, 손님들이 불쾌할까봐 쉬라고 한 거야?"
"네 걱정도 되지. 너 아프면 며칠은 가니까."
"됐어."
"…왜 또."
"짜증나."
"……."
"일 안나갈 테니까. 너 혼자 알아서 하던가."
"오늘도 나가지 마? 옆에 있어줘?"
"됐다고 그냥 가라고."
전정국은 뭘 잘했다고 또 한숨을 내쉬며 '알았어' 대답을 하고선 씻으러 들어간다. 남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간단할까. 남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갈 수록 변해갈까.
핸드폰 알림 소리에 핸드폰 화면을 보면.. 엄마에게 문자가 와있다.
[오늘 김치 가져갈게 집에 있지?]
"녹차라떼 휘핑크림 올려드릴까요?"
"네? 네..네..! 혹시 휘핑크림.. 조금만 더.. 주실 수.."
"당연히 더 얹혀드리죠~ 나오면 진동벨로 알려드릴게요."
"네..!"
여학생 두명은 정국에게 진동벨을 받아내고선 자리로 가서 앉았다. 서로 먼저 여자친구 있냐 물어보라며 떠밀고 있었고, 정국은 커피를 만들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 벨소리에 화면을 보았다.
'열린♥'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은 정국은 어깨와 볼 사이에 핸드폰을 껴놓고 두 손으론 커피를 만든다.
"어."
- 오늘 일찍 끝낼 수 있어?
"늦어도 8시?"
- 더 일찍은.
"많이 아파?"
- 그것도 그런데.. 엄마가 온대서. 네 얼굴도 볼겸 오는 것 같아.
"어머님 몇시에 오시는데."
- 3시쯤에..
"지금 두시반인데."
- …손님있어?
"응. 꽤."
- 못오겠네.
"나중에 찾아 뵌다고 전해드려."
- …어.
"밥은."
- 먹었어.
"약도 먹었어?"
- 응.
"알겠어."
- …응.
'주문 할게요..!' 다른 손님의 목소리에 정국이 급히 전화를 끊고선 카운터로 향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라, 사람이 얼마 안올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꽤나 많이 온다.
주문까지 받으려니 벅찬지 정국이 아무도 모르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문을 한 손님은 정국의 손가락을 유심깊게 보았다.
네번 째 손가락에 반지를 본 여자들은 '거봐 있다 했잖아'하며 서로 아쉬워한다.
많이 아픈가.. 저녁은 어떡하지.
"전서방은 어디갔어?"
"일하러 갔어."
"그래? 아픈데 집에서 좀 같이 있지.."
"나 아프다고 정국이도 같이 쉬어? 일은 해야지.. 카페 옮긴지 얼마 안 돼서.. 이럴 때 더 열심히 해야 된단 말이야."
"그래? 아아 이거 김치는 전서방이 짠 거 좋아하니까 짜게 했어! 냉장고에 넣지 말고,
이틀 정도는 여기 올려놨다가 먹어 알겠지? 어차피 너희는 김치 먹어도, 라면에나 먹잖아?"
"응."
"어유 아파서 어쩌냐.. 전서방 혼자 고생하겠네."
"나 아픈 건 신경도 안쓰이지 엄마는?"
"우리 딸 아파서 어째~ 어렸을 땐 감기 한 번도 안걸리더니."
엄마는 내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주고선 소파에 가서 앉았다. '집 크진 않아도 괜찮네..'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엄마 옆자리에 앉았더니
엄마는 내 손을 덥썩 잡으며 말했다.아, 엄마 손도 많이 늙었네..
"결혼은 언제 해? 이 정도 집이면 좀 작아도.. 신혼 생활은 괜찮을 텐데.
네 아빠도 지금 몸 안좋아서 죽네, 마네.. 하는데 얼른 결혼 해. 왜? 전서방이 하기 싫대?"
"나중에.."
"집 떄문에 그래? 왜~ 애 낳고나서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면 되지.. 요즘은 다 대출 받아서 가잖아.
엄마 손녀,손주 좀 보자! 너희 닮은 애들이 얼마나 예쁘겠니?돈이 부족해? 엄마가 보탤게."
"엄마 머리아파.. 그만해."
"엄마 친구들 딸들은 벌써 애낳고 살어~ 애기가 얼마나 예쁘던지.. 아, 참.. 내가 택배로 산삼 좀 보냈어!
얼마 전에 보니까 전서방 살이 쏙 빠졌던데.. 닭 하나 사서 산삼 넣고 푹- 삶아줘.
성현이 엄마 아들도 엄청 아프고, 마르고 힘도 없었는데 산삼 넣고 닭 몇 번 삶아 먹였더니 지금은 통통~ 해져서는 멀쩡하대잖아."
"그만하라고 엄마."
"어머 얘는 왜 짜증이니? 어째 세월이 지날 수록 아빠랑 성격이 똑같아진다?
너 애 임신 했을 때는 화도 내지 말고, 스트레스도 받지 말아야 돼. 엄마가 스트레스 받으면, 애도 스트레스 받는다?"
"……."
"아빠도 얼마 안있으면 돌아가실 텐데. 아빠도 네가 결혼 하는 걸 얼마나 보고싶어 하는데."
"애 안낳아! 결혼도 언제 할지도 몰라! 제발 그만 좀 해. 듣기 싫어."
"…열린아."
엄마가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선 날 바라봤어. 안 그래도 전정국 걔는 결혼 할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엄마는 올 때마다 결혼 얘기에, 손주 볼 생각에 들떠서는 앞서서 얘기 하고.
항상 좋은 건 다 전정국한테만 주려고 하고, 모든 걱정들은 정국이한테만 쏠려있으니까, 이제는 나도 짜증이 났어.
"결혼 안 한다고 안 해!"
"결혼을 왜 안 해! 10년 가까이 연애 했으면 해야 될 거 아니야! 또 네가 그만 만나자고 했어? 이 년아.. 너는 그놈에 욱하는 성질.. 진짜."
"누가 결혼 하기 싫어서 안 해? 누가 예쁜 애기 낳기 싫어서 이러고 있어? 나도 남들처럼 결혼하고 싶고, 애 낳고 싶어!"
"…이게 미쳤지! 엄마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니! 몇년동안 한다고 말만하고, 정작 돌아오는 건 없느니까! 답답하니까 그러지 엄마는!"
"짜증난다고 나도.. 그냥 가! 엄마 오니까 더 아픈 것 같아."
"그래 이년아! 간다! 가!"
결국엔 엄마를 강제로 떠밀어 보냈다 엄마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나는 바보같이 엄마를 원망했다.
엄마를 보내고나서 나는 거짓말처럼 더 아파왔고, 눈물도 더 났다.
정말 재수없게도 이런 상황에 결혼 한다는 친했던 친구 연락에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는 소리내어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9시가 되어서 도착한 전정국은 들어오자마자 '왔어'라는 말을 하고 식탁 위에 죽이 든 봉지를 올려두었다.
소파에 앉아서 가만히 정국이를 올려다보면, 정국이가 추운지 코는 빨개져서는 코트를 벗고서 말했다.
"죽 사왔어. 저녁 안먹었지?"
"…왜 이렇게 늦어 와?"
"손님이 자꾸 와서 미안."
"나 아픈데."
"약 먹어도 똑같아?"
"나 아픈데.. 너는 조금 더 일찍 올 수 없었어?"
"말했잖아. 손님이.."
"하루만.. 하루만 욕심 덜 내도 되잖아."
"미안해. 일단 와서 이거 먹자."
"……."
"안 먹어?"
"……."
"내가 먹여줘야 먹을래?"
정국이가 조금은 미안한지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서 내 손목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힘 없이 일어나 정국이가 이끄는대로 향하자, 정국이는 의자에 나를 앉히고선 죽을 꺼낸다. 나는 또 이런 거에 고마울 줄도 모르는채, 서러운 것만 기억하고 입을 연다.
"내 친구들은 아프면 남자친구가 하루종일 옆에 붙어있어줘."
"미안하다고."
"넌 항상 미안하다고만 하잖아. 이젠 네가 미안하다고 하는 것도 진심인지 모르겠어.
너.. 나 사랑하기는 하니? 내가 보고싶어서, 걱정 돼서가 아니라 그냥 집이라서 들어오는 거잖아."
"옆에 있어준다고 했을 때, 네가 그냥 일 나가라며 나보고 뭐 어쩌라고 그럼."
"화내는 거야 지금?"
"이랬다, 저랬다. 나야말로 네가 항상 나한테 하는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리거든? 한가지만 하면 안 되냐? 좀."
"……."
"일단 좀 먹고, 약 먹어."
"안 먹어."
"왜 안 먹어."
"그냥 먹기 싫어."
"먹지 마, 그럼."
전정국이 죽을 치우려고 하길래 죽 그릇을 잡았어. 나는 진짜 바보같아. 왜 네가 이렇게 나올 떄면 더 고집을 부리고 싶은 걸까.
"먹을 거야?"
"……."
죽을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어. 뜨거운 죽 덕분에 내 손등이 너무 따가워서 인상을 쓰니, 전정국이 또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넘겼어.
"왜 그러는데. 내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적성이 좀 풀려? 어?"
"넌 나를 너무 몰라."
"미안하다고."
"넌 항상 미안하다고만 하잖아. 이젠 네가 미안하다고 하는 것도 진심인지 모르겠어.
너.. 나 사랑하기는 하니? 내가 보고싶어서, 걱정 돼서가 아니라 그냥 집이라서 들어오는 거잖아."
"옆에 있어준다고 했을 때, 네가 그냥 일 나가라며 나보고 뭐 어쩌라고 그럼."
"화내는 거야 지금?"
"이랬다, 저랬다. 나야말로 네가 항상 나한테 하는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리거든? 한가지만 하면 안 되냐? 좀."
"……."
"일단 좀 먹고, 약 먹어."
"안 먹어."
"왜 안 먹어."
"그냥 먹기 싫어."
"먹지 마, 그럼."
전정국이 죽을 치우려고 하길래 죽 그릇을 잡았어. 나는 진짜 바보같아. 왜 네가 이렇게 나올 떄면 더 고집을 부리고 싶은 걸까.
"먹을 거야?"
"……."
죽을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어. 뜨거운 죽 덕분에 내 손등이 너무 따가워서 인상을 쓰니, 전정국이 또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넘겼어.
"왜 그러는데. 내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적성이 좀 풀려? 어?"
"넌 나를 너무 몰라."
"미안하다고."
"넌 항상 미안하다고만 하잖아. 이젠 네가 미안하다고 하는 것도 진심인지 모르겠어.
너.. 나 사랑하기는 하니? 내가 보고싶어서, 걱정 돼서가 아니라 그냥 집이라서 들어오는 거잖아."
"옆에 있어준다고 했을 때, 네가 그냥 일 나가라며 나보고 뭐 어쩌라고 그럼."
"화내는 거야 지금?"
"이랬다, 저랬다. 나야말로 네가 항상 나한테 하는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리거든? 한가지만 하면 안 되냐? 좀."
"……."
"일단 좀 먹고, 약 먹어."
"안 먹어."
"왜 안 먹어."
"그냥 먹기 싫어."
"먹지 마, 그럼."
전정국이 죽을 치우려고 하길래 죽 그릇을 잡았어. 나는 진짜 바보같아. 왜 네가 이렇게 나올 떄면 더 고집을 부리고 싶은 걸까.
"먹을 거야?"
"……."
죽을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어. 뜨거운 죽 덕분에 내 손등이 너무 따가워서 인상을 쓰니, 전정국이 또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넘겼어.
"왜 그러는데. 내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적성이 좀 풀려? 어?"
"넌 나를 너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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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 너 몰라. 맨날 그렇게 혼자 별 것도 아닌 거에 어디서 작은 곳에 상처 받아서 며칠 내내 찡얼 거리고,
그 작은 게 뭔지도 알려주지도 않는데 내가 널 어떻게 아냐?"
"9년을 만났는데 날 왜 몰라? 네가 제일 잘 알아야지!"
"말이 안통한다 길열린."
"……."
"너 왜 이렇게 애가 됐냐?"
"…내가 애가 됐다고?"
"하루에 몇백 번은 네 찡얼 거리는 소리만 들어.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있는 게 덜 답답할 정도로 너 진짜 애같아."
"그럼 넌! 요즘 나만 보면 귀찮아하고, 자려고만 하잖아."
"……."
"너 나한테 권태기 왔냐? 그래서 내 몸만 찾게 돼?"
"너 진짜.."
"……."
"말 좆같이 한다."
"…욕했어?"
아무리 화나도 내게 욕 한 번 하지 않았던 전정국은 내게 처음으로 욕을 내뱉었다. 여기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는 넌 나 화풀이 하려고 만나냐? 너만 화낼줄 알아? 나도 화낼 줄 알아!
내가 맨날 너한테 아랫사람 대접 받으면서 사는데, 밖에 나가서는 내가 어느 누구한테 윗사람 대접 받으며 살겠어!"
너는 날 이제 아끼지 않는다. 내 앞에서 실수로 욕하면 바로 입을 틀어막던 너는 이제 없다.
"내가 너한테 화만 냈다고? 내가 너한테 막대했다는 소리야? 내가?"
"막 대했잖아. 투명인간 취급은 당연하고."
"너도.. 너도 충분히 나 무시하잖아. 요즘 들어서 더 나한테 차갑고, 뭐 하자고 하면 귀찮다고만 하고.. 결혼 하자고 하면 말만 돌리고.."
"결혼은..!"
"오늘도 엄마가 와서 결혼 언제 하냐고 물어보고 가셨어. 도대체 언제 해? 정말로 우리 결혼을 하기는 해?
나는 결혼이 너무 하고 싶은데.. 너는 결혼 하자는 소리 한마디도 안 하고.. 난 항상 기다려야 돼?
돈 없어도 된다구.. 엄마나, 아빠한테 빌려서 해결하고, 나중에 갚으면.. 그럼 되잖아."
"뭐? 미쳤다고 어머님,아버님한테 빌려? 생각이 있어?"
"이게 왜 미친 얘긴데? 갚겠다잖아."
"넌 내가 여태 한 얘기들 뭐로 들었어? 네가 항상 귀에 딱지 앉도록 얘기하잖아.
우리 곧 있음 서른 맞아. 근데 아직도 돈 모아둔 거 하나도 없이 이렇게 살면서, 아파서 움직지도 못하는 장인어른한테 돈을 빌려?"
"넌 나를 사랑하지 않아."
"……."
"여봐, 너 예전엔 나한테 욕 한마디도 안 했고, 그런 눈으로 나 본 적도 없어."
"……."
"9년 동안 너 만나지 말 걸.. 그냥 그 동안 다른 남자들이나 만나며 살았으면.. 이렇게 지겹게 살지는 않았을 텐데."
"장난하냐 너?"
"헤어지자."
"……."
"나 너랑 더이상 못 살겠어. 결혼 해서도 얼마 못버티고 이혼하자는 소리 나올 것 같아."
"진심이야?"
"진심이야."
"……."
"너랑 있으면.. 기 빨려. 사랑 받는 느낌이 나지 않아."
솔직히 나를 잡아줄줄 알았다. 하지만 너는.. 내 말에 나를 빤히 바라볼 뿐.. 아무말도 않았다. 너와 나는 완전히 끝인 게 분명했다.
여태 심하게 싸우면서 나를 잡지 않았던 너는 한 번도 없었는데.
"이 집 사면서 내 돈 하나 들인 거 없었으니까, 내가 나갈게."
"가."
"뭐?"
"가라고 그냥 빨리."
"…진짜."
"……."
"개새끼다, 너."
"간대서 가라는데 뭐! 나보고 어쩌라고!"
"갈게! 가면 되잖아!"
방에 들어가 모자를 쓰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선 집에서 나섰다. 그런 나를 너는 여전히.. 붙잡지 않았다.
너와 나의 9년 연애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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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예전부터 이런 내용 내고싶었능데.. 내게 되었어형 항 항 항 핡 핡 핡 그럼 전 샤워하러 뽕 ?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