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CODE NAME: 0914Z-01 |
'지호야- 옳지. 그래. 잘한다. 그래,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그래. 그렇게 걷는 거야.'
Who's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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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난히도 낮은 목소리가 외친 격양된 한마디. 집으로 도착한 택배박스는 이상하리만치 커다랬다. 집에서 엄마가 맛있는 거라도 잔뜩 싸서 보냈으려나 싶어 콧노래마저 흥얼거리며 풀어헤친 큰 박스 안에는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도, 하다못해 인스턴트식품도 들어있지 않았다. 박스를 분주히 풀어내던 지훈의 큰 손은 상자안의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멈춰 섰다. 사람이었다. 분명히 사람의 형상을 한 그것은 제 몸집 하나만이 온전히 들어갈 만한 박스 안에 쥐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쓰러져있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지훈의 외마디가 집안을 울렸다. 조금은 커다란 소리였지만 상자안의 그것은 지훈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못한 듯 고요한 얼굴로 눈을 감은 채였다.
“저기, 저기-”
지훈은 조금 떨리는 손을 천천히 뻗어 그것의 어깨를 손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차다. 그것의 몸뚱이는 차가웠다. 차갑게 식어버린 몸과 잠에든 듯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에 놀란 지훈이 상자에서 한발자국 멀리 떨어지며 어깨를 움츠렸다. ‘호, 혹시 시체....?!’ 엉뚱하지만 아예 근거가 없지는 않은 상상을 하며 지훈은 다시 한 번 눈을 감은 그것에게로 다가섰다. 확실히 죽어버린 것 같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시체라고 하기엔 눈앞에 있는 그것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잠깐 사이에 침착을 되찾은 지훈에게 뒤늦게 상자에 동봉된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수상해보였다. 발신인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오로지 받는 이에 표지훈 제 이름 석자만이 쓰여 있을 뿐.
흰 봉투를 뜯어 안에 든 내용물을 꺼냈다. 역시나 봉투와 같은 색의 새하얀 종이 한 장.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는 듯 컴퓨터로 작성한 폰트는 꽤나 딱딱한 인상을 주었다. 역시나 발신인의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아주 간결하고도 짤막하게 작성된 몇까지 정보만이 있었다.
[모델명은 0914Z-01입니다. 현재는 강제종료 된 상태이나 전원을 부팅하면 다시 눈을 뜰 겁니다. 배터리 충전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에너지드링크면 충분합니다. 부디 잘 데리고 있어주세요.]
아니, 이건 정보랄 것도 없었다. 지훈은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다시금 상자로 달려가 안에 들어있는 그것을 살폈다. 확실히 인간 같은 모양새였다. 하지만 모델명이라니. 로봇이다. 로봇이다! 지훈이 삼키는 침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 목젖이 꿀렁였다. 하긴. 요즘 같은 세상에 인간형 로봇이 보기 힘든 건 아니지만……. 서기 3000년, 공장이나 그 외 각종 산업시설 혹은 3D업종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던 초기의 단순한 로봇들은 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외형 또한 점점 인간을 닮아가게 되었고 A.I를 탑재한 인간형 로봇은 이제 길거리 어디에서나 쉬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 왜 우리 집에? 지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상자 안에 들어있던 그것을 꺼내 일으켰다.
“윽...! 아, 고철덩어리 아니랄까봐 존나 무겁네.”
보기보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그것을 일으켜 소파위에 올려놓은 지훈은 손을 탁탁 털며 소파를 내려다보았다. 가만히 보니까 정말 인간같이 생겼다. 얼핏 보면 아니 자세히 뜯어보아도 착각할만한 생김새다. 다갈색의 머리칼이며 곱게 정리되어있는 눈썹과 흰 피부 오똑한 코에 붉은 입술. 가슴팍만 오르락내리락 움직여준다면 정말 눈앞에 있는 건 인간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리라. 가만히 그것을 내려다보던 지훈은 짧게 탄성을 뱉었다. 아! 로봇이라고 했으니 일단 부팅을 해야 택배가 배달되어진 이유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지훈은 그것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전원버튼을 찾았다. 전원버튼이 있어야 부팅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흰 면 티셔츠와 얇아 보이는 청바지를 걸친 그것의 몸 어디에서도 버튼으로 보일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한 지훈은 급기야 그것의 몸뚱이를 가리고 있던 티셔츠를 위로 말아 올렸다. 괜히 부끄러워지는 건 이 고철덩어리가 너무나도 인간을 닮았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지훈은 자신에게 되뇌며 버튼을 찾았다.
“아...!”
가슴팍까지 흰 티셔츠를 말아 올렸을때 지훈의 입에선 다시 한 번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치 건전지를 끼우는 곳처럼 원형으로 경계선이 진 가슴이었다. 카트리지 형식의 배터리인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훈은 그것의 가슴팍으로 손을 뻗었다. 지훈은 손가락이 들어가도록 홈을 파놓은 곳에 자신의 손가락을 집어넣어 마치 병뚜껑을 열듯 오른쪽으로 돌렸다. 조금은 삐걱이는듯 한 소리를 내며 돌아간 원형의 케이스는 손쉽게 떨어져 나왔다. 케이스가 떨어져나가자 저의 참모습을 드러내는 듯 훤히 드러난 어두운 금속성의 몸뚱이는 흰 피부아래 커다란 점처럼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놀라운 듯 가만히 그것을 쳐다보던 지훈은 회색의 케이스 안에 자리한 전원버튼을 찾아내었다. 아, 이거구나. 녹색의 전원버튼을 누르자 마치 컴퓨터가 부팅되는 것처럼 아주 잠시 동안 위잉-하는 기계음이 귓가에 들렸다. 지훈이 움찔하며 눕혀진 그것에게서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마치 사람이 기지개를 켜는 듯 한 모양새였다. 그것은 곧 눈을 떴고 허리를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부비는 모습은 정말이지 인간과 흡사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탓에 말려 올라갔던 티셔츠는 어느새 스르르 내려와 원위치상태가 되었고, 아무 말도 없이 마주 본 그것과 지훈의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지훈을 바라보고 선 그것은 눈을 깜박였다. 깜박. 또 다시 깜박.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조금은 놀란 지훈이 눈을 깜박이지 않은 부자연스런 모양새가 되었다. 얼마간의 정적이 흐르고 후웁-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그것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지호입니다. .............................그런데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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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돌아온 코주부는 쓰던건 안쓰고 또 다른걸 들고왔어요....
죄송해요
이제 인정할 때가 된 것 같아요.....
Find는 결말까지 생각해두고서 완결을 꼭 내고싶었던 소재인데 저의 한계인지 벽에 부딪힌것같아요
글을 써도 써도 마음에 들게 나오지 않아 보류상태랍니다 한마디로 휴재인거죠ㅠㅠ......
재미있게 읽어주시던 독자분들 정말이지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제 모자란 필력이 벽에 가로막혀서 그만...ㅠㅠㅠㅠㅠㅠ
그런 주제에 또 무슨 새로운 소재냐 싶으신 분들도 있을지 몰라요..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 프롤로그 그러니까 맛보기용이니까 반응이 없다면 그냥 혼자서 끄적이고 만족하는 글로 남겨둘게요
오랜만에 찾은 글잡담은 구독료 제도도 생기고 뭔가 신기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
히히 염치불구 다시 찾아왔어요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