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볼을 잡고 호흡기 마냥 눈을 불어 대던 입술이 그대로 그의 것을 감쳐 물었다. 실수도 아니고 복수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이 감정이 어딘가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직감과 적중한다면, 첫 만남에 입술을 비빈 그때와 사뭇 다른 생각과 느낌이라면, 말장난으로 사람 열 받게 만드는 이놈을 정말, 정말이라도…….
— 떨려?
— 어?
— 떨리냐고.
— ……엉.
질척한 입술로 대답하던 그가 자신의 얼굴을 맞잡은 손을 목 뒤로 감았다. 순식간에 목을 감고 안긴 꼴이 된 나를 두 팔로 감아 단단히 옭아맸다. 지그시 내리다 보는 눈. 단 몇 초 만에 주객전도가 된 입장은 뭐랄까, 굉장히 창피하고 떨리냐고 물어본 내가 너무 망측하고, 그걸 또 대답한 이놈은 도대체 뭐 하는 놈…….
— 한 번 더 할래?
— …….
— 확인 사살.
+
— 아, 드디어 집 간다.
— 우등 좌석으로 끊었는데 왜 이렇게 불편해?
— 거의 한 달 동안 마늘만 까댔으니까 허리가 아프지.
— 어쩌라고. 할아버지가 계란 싸줬는데 먹을 거야 말 거야?
— 난 됐어. 도착하면 찜질 팩 사준다 콜?
— 저기 길 막히는 것 봐. 저녁에서나 도착하겠네.
— 집으로 바로 갈 거야?
— 당연하지. 바로 쓰러져서 잘 거.
— 뭐 잊은 거 없어?
— 잊은 거? 없는데?
— 대답해 준다고 했잖아 일주일 전에.
— 뭘?
— 그거…….
— 그거 뭐?
— 아니…… 그거…… 너랑 나랑…… 사귀…….
— 야, 근데 너 왜 자꾸 반말하니?
— 갑자기 너한테 누나 하면서 존댓말 하는 건…….
— 너. 한. 테?
— 누나 귀 괜찮아요? 삐삐 때문에 이상해진 거 아니에요?
— 한번 봐 준다.
— 두 번 봐줘.
— 입.
— 알겠어.
— 머리 기대지 마.
— 이건 내 영혼이야.
— 무거워.
— 앞으로 적응하도록 해주지.
— 너랑 같이 버스 탈 일은 없을 거야.
— 그럼 누나 차 타고 등교해야지.
— 나 뚜벅이야.
— 알고 있었어.
— 네 차 타고 등교할 거야.
— 차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 진짜 있어? 장난한 건데?
— 면허 이번에 갱신 했잖아. 그것도 고급으로.
— 고급은 뭔데?
— 아무나 딸 수 없는 무지개색 장갑.
— …….
— 카트라이더 설날 기념으로 경험치 두 배 주길래 완전 고급으로 땄어 이번에. 승차감 장난 아니야. 야, 누나도 일단 타봐.
— …….
— 야, 누나 팔 완전 포근해.
— 기사님, 차 좀 세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