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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관심 그만 받기를 설정한 글입니다

* 동양식 호그와트가 보고 싶어서 만든 세계관. 해리포터와 유사성이 있을 수도 있음.

* '세븐틴' = 최다인원 = 출연 빈도 수 多 → 카테고리 고정. 

* 스토리 주요 인물이 '뉴이스트', '프리스틴'일 경우 변동.

* 노래 있습니다.




음양학당 (陰陽學黨) ; 괴귀산 습격 사건 (1)





 방송부, 학생회, 선수 대기실, 음양학당 교사진들, 관중석, 티비 밖, 인터넷 등등, 현재 대한민국에서 난리가 나지 않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음양 고등학당 체육대회’였다.


 민경의 고함에 놀란 방송부원들은 송출을 끊었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작동이 되지 않았다. 송출을 끊어도 보고, 화면을 다른 카메라로 전환을 해보고, 전광판이 아닌 티비 송출도 방송사 쪽에서 끊어봤지만 도통 먹히질 않았다. 전광판에 흐들축제 습격 사건 괴물과 대치하고 있는 지훈과 여주의 모습을 거의 전국민이 실황으로 지켜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상황을 모두 전해 들은 교사진들은 자리에 있지 않은 규원을 제외하고 빈 대기실에 모여 비상 긴급회의를 급히 열었다. 하지만 대기실 안은 하나같이 인상을 쓰고 모두 생각에 빠진 표정만 지을 뿐, 회의실로 변경된 대기실은 정적만이 맴돌았다. 그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못 했던 거지. 모두 교사 생활을 오래 해왔던 선생들이었지만 이런 상황은 생전 처음 보는 일이었거든.


 대기실 안은 정말 조용했다. 그러나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교사진들의 귓가는 회의실 안과 대비되게 무척이나 시끄럽게 느껴졌다. 진아는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었다. 벌써부터 예상이 가는 앞으로의 미래에 진아는 물론이고 주위 교사진들은 점점 험악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체육대회를 1시간이나 미룬 것과 규원이 급히 괴귀산으로 가던 것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예상을 했지만 일이 이렇게 성가시게 진행될 줄이야. 지끈거려오는 관자놀이를 꾹 눌러보는 진아였다.


“이거, 백 퍼센트 기자회견 감이겠죠?”

“못해도 대국민 사과는 해야 될 거예요”



   2학년 체육 담당 주연이 눈치 보며 말하자 3학년 수련학개론을 담당하고 있는 희선이 '대국민 사과'를 언급하며 답했다. '대국민 사과' 이 말, 한 마디에 분위기는 폭풍을 만난 배처럼 부서져 가라앉았다.



"와아, 이게 얼마 만의 뉴스 출연이에요! 교사진들 단체로 기자회견이라니. 하하하"



 2학년 주술학 담당 혜린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자조 섞인 말은 전혀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한 목적은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회의실 안 어두운 분위기는 회생 불가능이었다. 1학년 퇴마론 담당 진아가 분위기만큼이나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저 요괴가 저희의 결계를 뚫었을까요?



 진아가 던진 질문이었다. 사건의 정황을 알자 모두가 떠올렸던 질문이었다. 음양학당은 학교 본 건물을 포함해 음양학당 소유 라면 모든 건물이 결계가 쳐져 있다. 경기장도 마찬가지였다. 음양학당 소유였기에 결계는 당연히 쳐져 있었다. 음양학당은 요괴를 퇴마하는 퇴마사를 양성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교기 때문에 요괴들의 침범이 잦았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결계가 만들어져있었다. 학교 최초 설립자부터 해서 음양학당에서 수업을 가르쳐왔던 선생들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결계를 강화시켜왔다. 그 문화는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고, 결계의 두께는 웬만한 국가 기관 결계만큼이나 두껍다. 어쩌면 그것들보다 훨씬 더 결계가 견고하고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가 음양학당의 교사들은 퇴마사 활동을 오래 한 교사들도 많고, 퇴마사 활동은 하진 않았지만 퇴마사 못지않은 영력을 가진 교사들도 많았다. 심지어 대학당에는 사방신을 신수로 가진 교수도 있다. 그런 교사들의 힘이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결계를 만들었으니 웬만한 요괴들은 결계에 손도 못 대고 결계의 기운을 느끼기만 해도 도망갈 정도로 강하단 말이다.


  그런데 저 거대한 요괴가 그걸 뚫고 저렇게 난입했다고? 저런 식으로 학교에 난입할 수 있는 요괴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본 적이 없었다. 굳이 꼽자면 지금으로부터 몇 십여 년 전, 마군 전쟁을 진두지휘 했던-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보인- 호현 정도? 마군 전쟁을 실제로 겪었던 몇몇 교사는 그날의 생생한 기억에 몸을 부르르르 떨었다. 혹시 결계에서 문제가 생겼지 않냐고 하는 교사들이 있었지만 가은은 그에 딱 잘라 말했다.



“결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 학생회가 여러 번 확인하고, 학생회에게 보고받은 제가 2차적으로 확인하러 갔습니다. 제가 확인했을 땐, 결계에 어느 한 곳도 손상된 곳이 없었어요.”



 가은의 말에 대기실 안은 술렁술렁 댔다. 그럼 정말 그 결계를 뚫고 들어오는 요력을 가진 요괴란 말이야? 그럼, 지금 지훈 학생과 여주 학생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아요! 특히 여주 학생은 아직 음양 세계에 온 지 이제 2개월이라고요! 경찰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예요? 교장 선생님께서는 지금 어디서 뭐 하시고 계시는 거죠? 초반에 조용했던 대기실은 교사들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이내, 3학년 부장, 고급 퇴마 담당 가희는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리쳤고 큰 소리가 났다. 단숨에 이목이 가희에게로 집중되었다.



“일단,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졌군요. 저희는 지훈 학생과 여주 학생을 구조하는 게 우선입니다. 저희 중 몇 명은 여기 남아서 관중들과 학생들을 통제해주세요. 혹시 요괴와 연결된 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절대로 그 누구도 관중석을 이탈하는 경우는 없어야 합니다.”



  교사진들 중 영력이 가장 강한 인원을 선별해 괴귀산으로 출발했다.




   괴귀산 밑에는 규원이 서있었다. 비둘기 한 마리가 규원의 어깨로 날아왔다. 비둘기를 보자마자 규원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비둘기는 규원의 어깨에 앉아 귓가에 부리를 가까이 갖다 대어 꼭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부리를 움직였다. 역시나, 이렇게 되었구나. 비둘기는 교사진들이 보낸 비둘기였다. 경기장의 현 상황을 규원에게 전하러 온 것이었다. 규원은 괴귀산을 올려다보았다.


도대체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행운인가,

저주인가.

신이 주신 능력인가,

악마가 준 능력인가.

확실한 건,


미래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규원은 산에 발을 살짝 들이밀었다. 산은 더 이상 규원을 밀어내지 않았다. 역시나였다. 규원은 그 모습에 서글픔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안개로 뒤덮여 경계가 진 그곳은 사방신과 해태들, 그리고 민현이 둘러싸고 있었다. 규원이 가르쳐 준대로 착실히 양기를 밀어 넣고 있었다. 시간은 얼마나 지난 건지, 양기는 얼마 정도 넣은 건지, 앞으로 얼마를 더 넣어야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에 ‘아, 제대로는 넣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들 중,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얼굴을 타고 흘리는 수많은 땀들이 힘든 정도를 알려주고 있었다.


    동호는 눈가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닦을 수 없었다. 여기서 합장 자세를 무너트리면 보내고 있던 양기가 끊어지게 된다. 자신이 보내고 있는 양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다들 고생하고 있는데 자신 혼자 뗄 수 없었다. 동호는 눈 한 쪽을 질끈 감았다. 눈가에 있는 땀이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저기, 여자애들. 괜찮아?”



 동호는 현재 땀 때문에 따가운 눈보다는 여학생들이 걱정이었다. 그들은 동호의 물음에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양기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몸에 있는 양기가 충분해야 보낼 수 있다는 건데 여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양기가 부족했다. 여학생들이 남학생들과 음양진을 다르게 그렸던 것도 이것이 이유였다. 부족한 양기를 쥐어짜려니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체력 소모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 괜찮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나영이었다. 역시나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 훨씬 초췌한 얼굴이었다. 그중, 나이가 제일 어린 시연이 곧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머릿속은 이 빌어먹을 합장 자세를 때려치우고 눕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나영과 결경 그리고 예빈도 피차일반이었다. 온몸이 땀범벅이라 얼굴과 목에는 땀에 의해 머리카락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입술은 바짝바짝 말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마저 혼미해져가는 느낌에 눈은 계속 풀려갔다. 결경은 얼마 살지 않은 인생 중에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 중에 이렇게 힘들 때가 있을까 싶었다. 예빈은 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한 번 쓸어내렸다. 그러나 침의 물기는 금방 날아갔고 입술을 더 마르게 했다. 목구멍이 쩍쩍 갈라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진짜? 진짜 괜찮아? 걱정과 다정이 섞인 민현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려왔다. 민현은 여덟 명의 학생 중 제일 멀쩡해 보였다. 땀도 그렇게 많이 흘려대지 않았고, 자세도 약간의 흐트러짐마저도 없었다. 목소리에서부터 흐트러짐 없어 보이는 민현에 결경은 생각했다. 신수도 여우 정도밖에 안 되는데, 왜 저렇게 강해? 착한 사람이긴 한데, 너무 완벽해서 재수가 없네. 결경은 입술을 삐쭉댔다.



“여학생들은 조금 쉬었다 할래? 내가 더 낼 수 있을 것 같아”



  민현은 참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강한 사람이었고. 결경이 그렇게 생각할 만한 사람이었다. 양기가 몸에 빠지는 건 음양인으로서 생각보다, 엄청 힘든 일이다. 그런데 지금보다 더 방출할 수 있다니. 그 말에 승철은 놀라 기함을 터트렸다. 저 자식은 괴물이야?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동호는 입맛을 아쉽다는 듯 다셨다. 힘을 더 쓸 수 있으면 미리 말해주지. 그럼 나 땀 닦았잖아.... 눈만 따갑게 됐네....



“저는 필요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요.”



  결경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뭔가 불만이 있어 보였다. 불만이 있으니 말할 힘을 쥐어짜면서 말했던 거겠지. 그에 민현은 아차 싶었다. 결경이 자존심이 강했다는 걸 순간 잊고 있었다. 아마, 제 말은 결경을 못마땅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경은 정말 민현의 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민현이 어떻게 결경을 달래줄지 생각하고 있던 참에 다 죽어가는 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필요 없어요.”

“어? 정말? 목소리가 안 좋은데....”



 종현이 시연을 걱정했다. 거칠어진 숨소리가 섞여 말하는 시연은 당연히 모두가 걱정스러워 했다. 시연은 거센 숨소리로 인해 말이 끊어졌지만 자신의 의사는 확고하게 전달했다.



“여기서 제일 고생하고 여주 언니한테 칭찬받을 거거든요.”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그 속에는 해맑음이 내포되어 있었다. 민현은 그 말에 ‘푸흡’하고 웃었다. 막내의 말이 참 귀엽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여주 추종자 해태들에게는 그 말이 전혀 귀엽지 않았는지 바로 반박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누가 제일 고생하고 있는지 아냐. 네가 내 꼬라지를 못 봐서 그렇다. 생각보다 내 꼴도 만만치 않다 등등 시연에게 향하는 말들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해태들에 예빈까지 더해져 시연을 향한 화살은 거세졌다. 하지만 시연은 ‘흥’하고 코웃음을 쳤고 다시 하나하나씩 반박해나갔다. 반박은 곧 싸움으로 이어졌고 서로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든 지를 피력했다. 그 싸움의 중심에는 여주가 있었다. 조용히 듣고 있는 민현은 아무런 제지도 가하지 않았다. 이들이 열을 내며 싸우는 동안에 보내는 양기가 조금 커진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애써 말릴 필요가 없어 가만히 있는 민현이었다. 민현은 가만히 있었지만 동호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들만의 리그처럼 자기들끼리 물고 뜯는 싸움을 가만히 듣던 동호는 아무런 악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꼭 그렇게 못을 박고 싶냐? 강동호 이 나쁜 놈아”



  승철의 울분 터진 한 마디였다. 그렇게 비난의 화살은 동호를 향했고, 동호는 억울할 정도로 많은 욕을 들어야 했다. 그 순한 종현이 ‘너 진짜 나빴다. 나쁜 놈.'이라고까지 말해 동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아니.... 여주한테 민현이가 제일 1순위인 걸 나보고 어쩌라고.... 이 말은 다행히 조금의 눈치라도 있는 덕에 속으로만 묻어두었다. 풀린 분위기에 민현은 안도했고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들 이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집중하자. 기운이 흐트러졌어. 여기에 힘을 다 빼면 안 돼”



  민현의 말에 다들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 그리고 다들 너무 여주만 생각하지 말고 지훈이도 생각해줘. 우리가 구할 사람은 여주와 지훈이야. 민현의 말에 예빈은 정말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아, 걔도 있었죠?”



  아마, 이 말을 지훈이 들었으면 지훈은 분명 예빈에게 주화를 날릴 게 분명했다.




 괴귀산 산속에서는 순영이 귀신들을 잡아내기 바빴다. 귀살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때는 지훈과 여주가 수갑 가지고 투닥대고 있는 시점- 그걸 알게 된 귀신들은 아주 빠르게 순영에게서 도망쳤다. 그러나 순영이 그것들을 놓칠 리 없었다. 포식자가 피식자를 사냥하는 것처럼 순영은 산속을 쏘아 다녔다. 밖에서 양기를 보내주고 있어서 순영의 힘은 어느 정도 돌아오고 있어 귀살시키는 데 엄청 힘들지는 않았다. 순영은 도망가던 한 귀신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뭐야, 힘 봉인했다며! 너무 세잖아! 귀신은 속으로 소리쳤다.



“말해라.”

“.... 뭐, 뭘? .... 요?”



창백했던 순영의 얼굴에는 혈색이 돌았지만 순영의 목소리는 쌀쌀하기 그지없었다. 목덜미를 잡힌 귀신은 달랑 서술어만 있는 순영의 말에 시치미를 떼는 건지, 아니면 정말 순영이 뭘 말하는지 모르는 건지 어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순영의 눈초리가 더더욱 날이 섰다. 그 눈초리에 ‘히익’하며 놀란 귀신은 정말 순영이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울어댔다. 그에 순영은 친절히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나열했다.



“이 산에서 일어났던 일, 모두 다 말하라고”

“....”

“더 친절하게 얘기해주리?”

“....”

"너네가 끌고 간 남자애가 반쪽짜리 주작이라는 걸 어떻게 너네 알았는지”

“....”

“내 양기는 어떻게 빼앗아 갔는지 말하라고”



  순영은 이상스러웠다. 아니, 이상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귀신이니까 당연히 지훈을 보면 영혼이 귀신으로 묶여 있다는 걸 알 수는 있지만 그게 지훈이 반쪽짜리 주작임을 알게 하기에는 턱도 없었다. 그리고 힘이 빠지는 이 느낌. 거기다가 평소엔 눈 깔고 설설 기어야 할 것들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부리는 객기. 눈치와 감이라는 게 있는데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귀신의 희미한 형체가 바람 앞의 등불만큼이나 흔들렸다.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귀신은 자신을 끈덕지게 바라보는 순영의 시선을 회피했다.



“나, 나도 잘 몰라.... 요”



  그리고 뒤늦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를 붙이며 질문에 대답했다. 귀신의 대답에 순영의 손아귀 힘이 점차 강해져갔다. 귀신은 순영의 악력에 괴로워 소리를 질렀다. 이대로 가다간 가령 목이 끊어지며 귀살 당할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이 든 귀신은 다급하게 말했다.



“황! 황, 황음 나무에!!”



  황음 나무에? 순영의 눈썹 한 쪽이 꿈틀거렸다. 순영은 힘을 살짝 풀었다. 귀신은 거친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



“헉, 허억, 헉. 하아, 두 번 죽을 뻔했네....”

“.....”

“내가 이곳에 어떻게 왔는데 여기서 또, 아아아악!”

“....”

“아아!! 죄송해요!! 그러니까 황음 나무에!!”


목에서 느껴지는 강한 힘이 없어지자 바로 옆길로 새는 귀신에 순영은 다시 손에 힘을 주었다. 시간도 얼마 없고, 약해진 힘으로 여주를 찾아야 하는데 귀신의 꽤나 느긋한 태도에 화딱지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귀신은 죄송하다고 소리치며 원래의 길로 돌아왔다. 귀신은 숨을 헉헉대며 말하였다. 귀신이 말한 순영의 양기를 빼앗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귀신들의 음기가 한껏 버무려진 오래된 황음 나무를 하나 찾아, 기둥에 작은 구멍을 판다. 그곳에 어떠한 주술을 외우면 일신이 산에 들어오는 순간, 양기는 모두 그 나무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일종의 봉인 같은 거였다. 귀신의 입에서 ‘봉인’이라는 말이 나오자 순영은 학을 뗐다.



“이게 끝이에요!”



 방법을 다 말한 귀신은 안도하는 건지 한숨을 내쉬고 순영의 손을 슬쩍 치우려 했다. 가만히 밀려나는 손에 순영도 순순히 손을 치워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반대쪽 손으로 이번엔 귀신의 멱을 틀어쥐었다. 목젖을 제대로 맞은 귀신은 ‘컥’소리가 절로 나왔다. 순영은 그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물었다.



“그 주술이 무엇이냐”

“커헉, 컥.... 저, 저도 잘 몰라요....”

“옆에서 봤으면 대충이라도 따라 할 수 있지 않느냐”

“못 따라 해요...! 워낙 길이가 길어야 말이죠!”

“그럼 그걸 한 놈을 데려와”

“그건 못해요!”

“그리고 아직 너네가 데려갔던 그 주작 남자애에 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순영은 딱딱하게 질문만 했고, 귀신의 대답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질 않았다. 귀신만 순영의 눈치를 보며 대답할 뿐이었다. 순영은 세 번째 질문의 대답에 코로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것은 탄식의 숨이었다. 그 모습에 움찔한 귀신은 뒤이어 말을 붙였다.



“그 주술, 저희가 한 게 아니라, 다른 놈이 한 거예요.... 저희는 옆에서 보기만 했어요!”

“뭐?”

“정말이에요! 저희는 그냥 그놈이 일신에게 한 방 먹이고 싶지 않냐고 그래서 저희는 지켜보기만 한 것뿐이에요!"



  귀신의 발악 섞인 말에 순영은 손아귀의 힘을 살짝 풀었다. 귀신은 트여진 목구멍에 숨을 몰아내쉬며 이번엔 자신이 할 말이 있다는 듯, 약간의 성을 내며 말했다.



“그리고 그놈이 오늘, 반쪽짜리 주작이 온다고 얘기해줬어요! 양기에 관해서는 정말 죄송한 일인데 그 주작 남자애새끼에 관해서라면 저희도 할 얘기가 많아요!”



 귀신의 말에 ‘그럼 어디 한 번 해보든지’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을 던진 순영에 잠깐 움찔하더니 귀신은 다시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놈이 그러던데, 일신님이 그 주작 애새끼를 그렇게 예뻐하신다면서요?”

“.... 뭐? 누가, 누구를, 예뻐해?”

“일신님께서 저주로 귀신 달고 다니는 그 애새끼를요!”

“....”

“그놈을 엄청나게 예뻐하셔가지고 그 귀신을 아무런 절차 없이 그냥 괴귀산에 풀어주실 거였다면서요!”

“....”

“저희가 *천도(薦度) 거부하고 여기에 남겠다고 할 땐, 그렇게 몇 년을! 아니, 몇 십 년을! 망나니 짓 하시다가 저희가 악으로 버티니까 그제서야 풀어주신 주제에! 그 애새끼가 달고 다니는 귀신은 어떻게 그리 홀라당 풀어주려고 할 수 있어요?”

“....”

“일신님도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정말!”

“.... 허”

*천도 : 귀신의 영혼을 거두고 저승으로 보내는 의식.



 순영의 입에선 얼척 없다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순영은 귀신의 허무맹랑한 말에 어디서부터 화를 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이내 관뒀다. 하나하나 화를 내고 바로 잡기에는 제 입만 아플 거였다. 그리고 시간도 없었고. 그래, 그동안 괴귀산을 관리하면서 포악질 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순영은 억지로라도 너그럽게 이해했다. 귀에 자꾸 걸리적거렸던 건 귀신이 지칭하고 있는 ‘그놈’이었다. 순영은 귀신의 목을 거칠게 손에서 놓았다. 귀신은 형체도 불분명한 목을 아프다고 징징거리며 이리저리 더듬다 서느런 순영의 눈치에 알아서 헛기침을 해대다 ‘그놈’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니까.... 전날 밤에 검은 망토를 머리까지 둘러쓰고 온 놈이 한 명 있었어요. 야밤에 산에 누가 들어온 기척이 느껴지길래 재밌겠다 싶어 골려주려고 다 같이 갔는데 그놈이었지 뭐예요.”



  깜깜해서 얼굴은 안 보였는데 귀신은 확실히 아니었어요. 근데 귀신은 분명 아닌데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씁, 요괴 같기는 한데 뭔가.... 요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 그런 놈이었어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이니까 저희도 괜히 무서워져가지고.... 장난질은 못하겠더라고요. 근데 저희는 분명 기척도 숨기고, 모습도 못 보게 했거든요? 아니, 근데 글쎄.... 걔가 우리를 부르는 거예요! 다 보인다고! 와, 제가 아무리 귀신이라지만 그때 등에 소름이 쫘악....! 아 참, 목소리는 여자애 목소리였어요. 일단은 부르길래 가봤어요. 귀신 체면에 또 무서워하는 건 또 아닌 것 같아서.... 저희가 무서울게 귀살시킬 능력이 있는 일신님과 월신님이지... 뭐가 무섭겠거니 하면서요. 그래서 갔는데 그놈이 막, 우리 보고 도와달라는 거예요? 일신을 한 방 먹일 찬스가 있다면서.



“나를 한 방 먹여?”



 어, 어! 화내지 마시고요....! 저희도!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죠. 아니, 세계의 신을 무슨 수로 한 방 먹여요? 저희가 한 방 먹여봤자 그건 모기가 피 빨아먹는 것보다 못할 텐데. 그렇게 말했더니 일신이 무슨 신이냐고, 그냥 신수일뿐이라고 말하질 않나, 지금은 힘이 예전 같지 않아서 조금만 힘을 봉인하면 일신은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고, 또, 그.... 마군 전쟁 때, 요괴한테 죽을 뻔했는데 그걸 다시 한 번 더 못 할 것 같냐고....



“....”



  히익! 일신님, 눈에 힘이.... 아, 그리고 언제까지 당하고 살 거냐는 둥, 자유를 원하지 않느냐는 둥.... 계속 그렇게 말하니까 저희도 순간 혹했는데 그 주작 애새끼 얘기까지 하니깐 완전 핀트 나가서...! 이, 일신님! 주먹 쥐지 마세요! 저희가 그때 밤이라 가지고 아드레날린이 증폭돼서 사리분별을 못해서 그랬어요...! .... 죽은 영혼이 무슨 아드레날린이냐고요? 아이 참. 거, 느낌이 그렇단 거잖아요.... 아얏! 크흠, 어쨌든 혹해서 방법을 들어보니까 일신은 양기를 봉인하면 아무런 힘도 못 쓸 거라면서 그 방법을 자기가 알고 있다더라고요. 그러더니 방법을 말해주면서 제일 오래된 황음 나무가 어딨냐고 물어봐서 알려줬죠.



“알려주니까 자기가 알아서 다했어요. 싹 다”

“그럼 봉인하는 방법이 있으면 푸는 방법도 있겠지”



   순영은 귀신이 가리키는 ‘그놈’에 대해서 더 묻지 않았다. 대신에 봉인을 푸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봉인이라면 이제 신물이 났다. 봉인 때문에 십여 년을 고생했는데 또 봉인이라니. 귀신은 순영의 질문에 답이 없었다. 순영이 귀신에게로 한 발짝 다가가서야 빠르게 대답했다.



“잘 몰라요....!”

“....”

“묘괴(卯怪)의 당근을 먹어야 한다는 것 빼고는, 잘....”



 순영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질문을 바꾸었다.



“그럼 그 황음 나무는 어딨어”


 귀신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어딨냐고”

“....”

"두 번 물었다"


 순영이 다시 물었다.



"...."

“제일 오래된 황음 나무가 어딨냐고”

“사, 사실.... 기억이 잘....”


 순영은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슬금슬금 도망가려는 귀신을 한 손으로 잡아채고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으악!'하는 소리와 함께 귀신이 순영의 발밑으로 패대기 쳐졌다. 귀신에게서 손을 떼기 무섭게 순영은 옆으로 손을 쭉 뻗어 공기를 잡아채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손에는 아주 긴 장검 하나가 손에 들려 있었다. 순영은 그 검을 인정사정할 것 없이 귀신에게 휘둘렀다. 검이 바닥에 연속해서 꽂혔다. 아니! 그놈, 그거! 완전히 허풍이었구먼! 봉인은 무슨! 존나 센데! 가까스로 순영의 공격을 다 피한 귀신은 몸도, 목소리도 벌벌 떨며 소리쳤다.



“몰라요!!”

“....”

“진짜 몰라요!!! 기억이 안 나요....! 믿어주세요....!"



 귀신은 순영이 아직도 자신이 그 꼬임에 넘어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줄 알고 단전에서부터 끌어모은 억울한 목소리로 진짜 모른다며 발악했다. 억울함이 잔뜩 섞인 목소리는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그 목소리에 난도질을 하는 듯한 순영의 행동을 잠시 멈추었다. 귀신의 눈은 흐물흐물해져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괴귀산엔 엄청 오래된 황음 나무가 너무 많기도 하고.... 그놈한테도 그중 아무거나 알려준 거였다고요.... 그래서 아무런 표시도 안 해서 일일이 다 찾지 않는 이상, 저도 어딨는지.... 귀신은 울먹였다. 순영은 귀신을 빤히 쳐다보다 점점 변명뿐인 말들에 더 이상 못 들어주겠던 건지 순영은 그 긴 검을 다시 이리저리 휘둘렀다.



"몰라요!! 으악!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귀신은 하나 잘못 짚었다. 순영이 이러는 이유는 자신이 꼬임에 넘어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생각 없이 사고 쳐놓고 책임 따위는 개나 줘버린 귀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걸 모르는 귀신은 나무의 위치는 정말 모른다며 푹푹 땅에 박히는 검을 보면서 요리조리 굴러다녔다. 순영은 일부러 맞추지 않고 있지만 귀신 입장에선 그것도 소름이었다. 옛날부터 느끼는 거지만 이딴 망나니가 일신이라니....! 귀신 살려!! 차마 순영에게 하지도 못할 말을 속으로 크게 외쳐대는 귀신이었다.


푸드드득-

까악, 까악, 까악-

슥-, 슥-, 슥-

아우-, 아우-

타닥-, 타닥-


  새가 떼를 지어 날아가는 소리, 여러 동물들의 울음소리, 수풀을 가르는 소리. 이 소리들이 동시에 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대던 순영도, 검을 피해 굴러다니던 귀신도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순영과 귀신의 눈앞으로 노루들이 어디론가 뛰어갔다. 귀신은 예민해진 목소리로 순영에게 말했다.



“무언가가 들어왔어요!”



또, 어떤 새끼야! 출입자 하나 잘못 들여 이 꼴 났는데... 씨이. 귀신의 눈꼬리는 순영의 눈꼬리만큼이나 올라가 있었다. 귀신의 말에 순영도 그 기운을 느끼려 눈을 감았다. 순영도 조금씩 느껴졌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생명체의 기운이. 순영의 손에서 검이 스르르 사라졌다. 귀신은 검이 사라지는 걸 보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순영이 정신을 판 틈에 슬그머니 도망갔다. 순영은 그것도 알지 못하고 그 기운을 더 잘 느끼려고 집중했다. .... 이건 귀신? 아니. 그럼 인간? 그것도 아니. 요괴도 아니고....


‘근데 귀신은 분명 아닌데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씁, 요괴 같기는 한데 뭔가.... 요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 그런 놈이었어요’


  귀신의 말이 떠올랐다. ‘쿵’, ‘쿵’, ‘쿵’ 이젠 땅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윤 모르겠지만 양기가 미세하게 다시 돌아오고 있는 순영은 예민해진 오감으로 그 기운을 더욱 잘 느끼게 집중했다.



“여주?”



  그 이상한 기운과 여주의 기운이 가까이 붙어 있었다. 한순간이었지만 여주의 기운이 강하게 한 번 스쳤다. 양기가 돌아오고 있다지만 아직 많이는 돌아오지 않아 제 힘이 제대로 발휘도 못하고, 여주의 기운도 느끼지 못하는 게 화가 났다. 귀신에게 분탕질을 하려 했지만 이미 귀신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후우. 순영은 숨을 한 번 내쉬었다. 순영의 머릿속은 여주 쪽의 상황이 오만가지의 경우로 어지럽혀졌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여주를 찾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순영은 미세하게 느껴지는 여주의 기운을 향해 달려갔다. 어쩜, 여주를 찾는 게 조금은 시간이 들지도 몰랐다.




“.... 야, 네가 이긴다며”

“....”

“나 정도의 패널티가 있어도 이긴다며”

“....”

“까고 있네”



  여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훈에게 한 마디 했다. 그 한 마디는 두 마디가 되고 세 마디가 되었다. 마지막 세 마디 째엔 아주 제대로 된 비소를 지어 보였다. 잔뜩 빈정거리는 여주를 보면 보통, 지훈도 맞받이 치기 마련. 그러나 지훈은 아무런 대답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요괴만 노려봤다. 쯧쯧. 저러다 눈알 빠지겠네. 여주는 지훈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속으로는 통쾌한 감정도 들었다. 지훈은 한 손으로 뒷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지훈도 자신이 그렇게 호언장담 했는데 자신의 퇴마 주술이 씨알도 안 먹히는 모습에 민망한 모양이었다. 옆에서는 여주의 비웃음 소리만 커져가고 지훈은 뭐라 할 처지가 되지 않아 조용히 요괴만 노려보고 있었다. 요괴는 지훈과 여주를 찾는 모양인지 그 큰 몸을 휘적대며 이빨을 딱딱대고 있었다.



“아, 씨... 요기가 없는 게 분명한데. 요기가 없는 게 진짜 분명한데”



 지훈은 여주가 듣지 못하게 중얼댔다. 지훈의 기억 속, 그날 명환의 얼굴은 절대 거짓이 아니었다. 그런데 요기도 없는 요괴가 도대체 왜 퇴마가 되지 않는 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옆에선 여전히 여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 같으면 쪽팔려서 벌써 혀 깨물었다, 인마. 그렇게 생난리를 치더니.... 여주는 몇 십분 전의 지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정도 패널티 받아도 내가 얘 이겨”

“너 진짜 재수 똥 튀긴다”



  이 대화 이후로 여주와 지훈은 투닥거리다가 그 소리에 반응한 요괴가 둘을 향해 공격하였고 그때부터가 지훈의 퇴마 시작이었다. 그의 퇴마에는 망설이는 기색 같은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고, 대담하게 공격을 나선 건 여주도 칭찬하였다. 하지만 지훈과 여주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수갑으로. 수갑 덕택에 지훈이 달려들면, 여주도 달려들고, 지훈이 땅에 구르면 여주도 따라 굴러야 했다. 상대적으로 여주 보다 힘이 센 지훈이니 여주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지훈의 퇴마에 억지로 딸려가던 여주는 여기서 지훈의 의외인 면모를 발견했다. 실은, 지훈의 의외의 면모 따위는 별로 발견하고 싶지 않았지만....


 옆에서 본 지훈의 퇴마는 참, 뭐랄까. 음, 여주의 생각보다 훨씬 더 저돌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래, 저돌적. 아니, ‘훨씬 더’ 이런 부사 빼고 말하겠다. 그냥 저돌적이었다. 저돌적. 딱 그 자체. 이제껏 지훈을 봐왔을 땐, 부잣집 도련님에다 성격도 까칠하고 도도하니 가만히 서서 고상하게 퇴마할 줄 알았는데. 고상은 개뿔이.... 얘는 뭐 이렇게 날아다니는지, 쉴 새 없이 *도약 주술을 하고 다리 밑 사이를 구르고.... 날뜀도 이런 날뜀이 없었다. 날아다녀서 정신이 없는데 거기다가 퇴마는 거칠기까지 했다. 이마를 발로 날려버리질 않나, 뺨을 거세게 때리질 않나. 퇴마를 하겠다는 건지 폭행을 하겠다는 건지. 옆에서 지켜본 여주는 혀를 내둘렀다. 또, 그렇게 격하게 날아다니면서 수갑 때문에 딸려오는 여주를 챙겨주겠냐고. 다름 아닌 그 이지훈이?

*도약 주술 :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주술.


차라리 승관과 성연이 여주를 싫어한다는 게 더 믿음직했다. 그리고 정말 하필, 안타깝게도, 퇴마도 퇴마 무기는 고사하고 퇴마 부적도 없어 일일이 퇴마 주문을 읊어야 했다. -이것을 독문퇴마(讀文頹魔)라고 한다.- 누가 알았겠는가? 괴귀산에 ‘경찰과 도둑’ 경기를 하러 와선 이렇게나 큰 요괴를 퇴마해야 한다는 걸. 지훈이 신수가 주작이고 아무리 유서 깊은 주작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아직 고등학교 2학년. 프로 퇴마사들처럼 부적 없이 주술을 사용하는 건 지훈에게도 힘들었다. 퇴마 무기도 부적이 있어야 꺼낼 수 있기도 하고. 지훈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더럽게도 복잡해서 프로 퇴마사들도 알긴 알지만 잘 쓰지는 않는 독문퇴마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있겠나. 있는 선택지가 이것뿐인데. (독문퇴마는 외워야 하며 대부분이 한문이며, 한 주문 당, 길이도 길다. 보통, 요괴 혹 악령 봉인, 저주를 내릴 시 주로 사용한다.) 그래도 유서 있는 집에서 태어난 게 도움이 된 건 아는 독문주문이 있다는 점이었다. 조기 교육이랍시고 어릴 때부터 집에 사람을 불러, 아니면 아버지에게 직접 퇴마사 교육을 받아왔던 지훈이었다. 그때, 독문 퇴마를 배웠던 적이 있고 그중 몇 개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던 지훈이었다. 다행이라면 참 다행인 것이었다.


  근데 이게 왜 여주에겐 안타깝냐면은 그 길고 복잡한 주문을 1층짜리 집 높이를 훌쩍 넘는 높이를 뛰고 내려오고 그러는 도중에 그, 길고 긴 한문으로 된 주문을 들으니 여주는 속이 메스꺼워 견딜 수 없었다. 누군가가 조금만 여주의 등을 치면 그대로 입에서 무언가를 쏟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여주에게도 듣는 귀가 있고 보는 눈이 있는지라 지훈의 능력은 여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토 나올 것도 참고 그 정도의 개고생은 봐주었다. 아까, 큰 소리를 떵떵 치기도 했으니 ‘조금만 고생하면 이 요괴를 퇴마 시켜주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요괴는 퇴마 당할 기세가 없었다. 그러니 여주의 입에선 불만이 자동적으로 터져 나왔다. 온갖 퇴마로 지친 지훈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요괴를 쳐다봤다. 왜 퇴마가 되지 않는 거지? 요기가 약하다는 건 곧, 마력(魔力)이 약하다는 뜻.-요괴의 힘을 마력이라고 한다. 마력이 강하면 요기가 강하게 나타난다.- 마력이 약하면 아무리 퇴마력이 약한 퇴마라도 금방 퇴마가 되는 게 정상이다.-어릴 때, 배운 거라 지훈이 알고 있는 독문퇴마문들은 퇴마력이 약함.- 그런데 퇴마 당할 낌새는 물론, 괴로워하지도 않다니. 오히려 영적인 공격보다 물리적인 공격이 훨씬 요괴에게는 괴로운 듯 보였다. 요괴는 지훈과 여주에게로 달려들었다. 여주와 지훈은 서로 다른 길로 도망치려 했지만 둘 사이를 연결하는 수갑 덕에 서로에게 돌아오게 되었다.



“악!”

“으악!”



  도망치려던 힘이 크게 작용해 반동이 커졌고, 지훈과 여주는 서로의 어깨가 아주 세게 부딪혔다. 지훈과 여주는 그대로 자리에서 넘어졌다. 그러나 요괴는 아파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허리를 빠르게 굽혀 여주와 지훈의 코앞에서 입을 크게 벌렸다. 여주와 지훈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미친....! 오지 마!”



  기분 더럽게도 요괴의 입안을 보게 된 여주는 보기 역겹다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크게 돌려 손을 쭉 뻗었다. 끄아아아아악! 펑. 파지지지직. 쿵. 눈을 감은 여주의 귓속으로 요괴의 울음소리와 함께 엄청난 굉음들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눈을 뜨니 보이는 건 얼빠진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는 지훈의 얼굴이었다. 뭐야? 얘 뭔데 이래.... 여주는 고개를 휙 돌려 요괴 있던 쪽을 바라보았고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가히 놀라웠다. 여주 눈에는 나무들은 다 부서져 있고 부서진 나무들 사이로 쓰러진 요괴가 보였다. 여주는 저가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두어 번 깜빡거리더니 지훈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혹시, 이거.... 내가 한 거냐?”

“.... 그럼 네가 한 거지, 요괴가 지 혼자 저랬겠냐. 멍청아”

“말을 해도 꼭....”



 하여튼 간에 싸가지 없는 새끼. 가시 선 말투로 여주에게 말한 지훈이었지만 속으로는 감탄하고 있었다. 자기가 몇 십분 동안 삽질만 한 걸, 여주는 손 한 번 뻗고 해결해버렸으니까 말이다. .... 이래서 네가 싫어. 지훈은 작게 중얼거렸다.



“뭐라고 했냐”



   지훈은 여주의 말을 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갑 때문에 여주도 지훈을 따라 일어나야 했다. 그리고 그 둘은 요괴에게로 걸어갔다. 요괴는 꽤 멀리 날아가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걷고 나니 쓰러진 요괴 앞에 다다랐고,

요괴는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 다음 편에 계속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 진짜 거의 한 달만에 왔네요! 남아있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초반에 연재했던 것처럼 완결을 위해 열심히 쓰려구요

그래도 댓글은 언제나 반가운 존재입니다...(꾸물꾸물)


사실 세이브 글을 그렇게 많이 만들지 못했어요... 쿨럭.... 그래도... 화이팅...



오타, 맞춤법 지적 환영입니다. 오타, 실수는 저의 디폴트 값이거든요 ^-^ 둥글게 알려주세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질문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화 사담글 혹은 댓글로 알려드려요.


+ 암호닉을 깜빡했네요 ㅠ_ㅠ 빨리 오고싶어가지고... 막 올리는 바람에... 역시 별무리 디폴트 값 = 실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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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몬의 눈물닦기)
5년 전
독자5
저 귀신 놈 잡아다가 거꾸로 매달아서 싸다구 맞아야 될 놈... ㅜㅜ
5년 전
독자2
0846이에요! 저놈의 귀신... 인생 저지르기만하는 놈.... 과연 순영이는 애들을 찾을 수 맀을지! 언제쯤 지훈이랑 여주가 사이가 괜찮아질 슈 있을지! 기대됩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당
5년 전
독자4
래번클로예요!! 사실 어제도 정주행 했는데 이렇게 오시다니 정말 사랑이예요💎❤️ (+아 그리구 뉴스 출현->출연 이 맞는 말이라고 알고 있어용 아닐 수도 있지만..!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당..!)
5년 전
별들의무리
안녕하세요, 래번클로님! 어잌후,,, 맞춤법 지적 너무 감사드립니다 ㅠㅠㅠㅠㅠㅠㅠ 바로 고치러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5년 전
독자6
작가님 글 기다렸어요! 한달밖에 안됐다는게 믿겨지지 않아요.. 체감상 1년은 된듯!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암호닉 신청해요 [달콤한마음]

5년 전
독자7
딩동입니다 ! 진짜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엉엉 오랜만에 재밌는 글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 화도 기대하겠습니다!
5년 전
독자8
롕이에요ㅠㅠㅠㅠㅠㅠ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최고ㅠㅠㅠㅠㅠㅠㅠ빨리 순영이ㅜㅜㅜㅜ만나야하는데ㅜㅜ
5년 전
독자9
작가님 보고싶었어요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0
아기상어예요ㅜㅜㅜ작가님 대박 잘 지내셨나여ㅜㅜㅜ 쪽지온거보고 너무 놀라서 호다닥달려왔어여ㅜㅜㅜ 내일 읽어야겠다!! 작가님 월컴백♥♥
5년 전
독자11
요플레입니다! 오랜만이에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기다릴 수 있다 그랬지만 많이 보고싶었아요ㅠㅠㅠㅠㅠ오랜만네 봐거 그런가 긴박한 상황인데도 다들 귀여워 죽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 관심받겠다고 거 힘내는 애들이나 일신 무서워하는 귀신이나 우리 여주랑 지훈이까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2
예밍입니다! 우앙 진짜 오랜만이에요 요즘 추웠는데 잘 지냐셨나용 사실 어제 자기 전에 읽구 고대로 잠들었네요 ㅎㅎ 그래서 다시 읽으로 갈려구욤...그래도 기억나는건 넘모 귀엽고 뽀짝하고....동호 너무 귀엽자나요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3
헐 작가님 미첫다 아 글뜬거 이제봤어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 그러게 진작 신알신해놓을걸 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 여주랑 지훈이도 그렇지만 다른 애들도 진짜 고생많이하네요 그놈의 요괴가 뭐라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빨리 무사히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을 계기로 여주 능력이 ㄴ겁나 쎄다는걸 한번 더 알고갑니다 멋져여주
5년 전
비회원130.133
안넝하세요 별들의 무리님....!!!!
제가 암호닉을 처음 신청하는거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러는데 어떻게 해야되나요..?????

5년 전
별들의무리
안녕하세요! 암호닉을 신청하는 방법은 최신화에 원하는 댓글로 암호닉을 말씀하시면 다음화부터 사담글 중 암호닉 기재란에 기재가 됩니다. 암호닉의 목적은 제가 어떤분이 댓글을 달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겹치지 않는 암호닉을 말해주셔야 해요. 댓글 너무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 되세요!♡
5년 전
비회원143.103
잘 보고 있어요 ! 진짜 한달 너무너무 기다렸습니다 ㅠㅠ 판타지 좋아하는 저로써는 최애 글 ㅠㅠㅠ 작가님 돌아와주셔서 감사해여ㅠㅠ
5년 전
비회원17.73
안녕하세요 작가님!! 진짜 보고싶었오요ㅠㅠ
저 혹시 암호닉 "지지"로 신청 할수있을까요 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4
작가님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탄탄한 스토리 들고와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소문듣고 오늘 새벽부터 정주행 했네요.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너무 재밌어요 ㅠ
암호닉 "숨이차" 신청하겠습니다 ㅠㅠ

5년 전
독자15
어제 밤에 봤는데 홀린듯이 하루만에 정주행 끝냈어요 진짜 소재가 대박인 것 같은데 ㅠㅠㅠㅠ 암호닉 [낭디]로 신청합니다!!
5년 전
독자16
진짜 재밌어요 ㅠㅠ 자까님 진짜ㅠㅠ대박 ㅠㅠ 저 암호닉 [쑤냥냥] 신청할께요!
5년 전
독자17
전 왜 여태껏 이런 훌륭한 글이 있는지 몰랐을까요...글 진짜 잘쓰세요ㅠㅠㅠ 밤새면서 정주행 했는데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요!! 이 글을 써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ㅠㅠ(책으로 내주시면 살 생각 1000000%)
5년 전
독자18
귀신 넘 웃곀ㅋㅋㅋㅋㅋㅋ
5년 전
독자19
열일곱
와......공부하다 와서 보니까 더 좋네요ㅜㅠㅠㅠㅠㅠㅜㅜ인티요새 못했는다ㅜㅠㅠㅠ오자마자 이렇게 있으시며누ㅠㅠㅠㅠㅠ너무 좋으니다음편 가야겠어요ㅎ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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