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아 뭐야 부끄럽게, 하고 마크 어깨를 이렇게 툭 쳤는데 휘청거리기는 커녕 흔들리지도 않고 아하하 하고 웃더니 다시 눈 동그랗게 뜨고는 진짜야, 진짜. 예뻐. 라고 한국어로 다시 말해주는데.. 원래 외국인 남사친은 다 이렇게 스윗하니? 블러서 괜히 했다 정말.. 볼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고개 숙이고 볼 만지작 거리는데 옆에서 마크가 뭐라고 중얼거리더라구. 응? 하고 고개 들었더니 아무 것도 아니래. 뭐야.. 나 못 들었는데. 아무튼 마크가 내리자고 말할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호구조사..를 했는데 너무 놀랐던게, “Really? 진짜로?” “Yes. I’m Mark ✌🏻Lee✌🏻” “그럼 혹시 아버지께서..?” 뭐야 뭐야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는데 어떻게 이렇게 생겼지? 아 미안 말 같지도 않은 생각 또 해버렸네.. 아니 근데 진짜•• 와우. 너무 놀라서 가만히 있었더니 그래서 한국어 할 줄 아는 거야. 아마 여주 네 생각보다 나 한국어 잘 할 걸? 하고 말을 잇는데 갑자기 웃음이 나는거야. “엄마가 영어 공부하라고 오자고 한 건데, 갑자기 한국어 유창한 Canadian friend가 생겨버렸네.” 내 말에 마크가 어, 음.. 하는 고민과 함께 살짝의 제스처를 하다가 헉 다해 우리 이거 내려야해 하고 내 손목을 살짝 잡고 내렸어. 내 손목.. 내 손으로는 간신히 다 잡히더니 마크 손에는 널널하네.. 뭐 그런 생각하면서 잡힌 손목 쳐다보니까 마크가 화들짝 놀라면서 Sorry! 하더라. 응? “허락없이 잡아서 진짜 미안.” “아 아냐 괜찮아.” 그랬더니 분위기가 이상해지네.. 그래서 눈 딱 감고 (물론 말할 때는 눈 뜨고 있었어.) 얼굴에 철판 깔고, 마크한테 손 내밀면서 허락해줄테니까 손 잡고 갈래? 라고 물었고..결과는,, “혹시 불편하면 말해.” 꽉, 잡혔습니다. #17 마크가 나를 데려간 곳은 다른 데도 아니고 아쿠아리움 이었어. 손등에 입장 도장을 찍고 들어가는데 으음 원래 아쿠아리움이 이렇게,, 투박한가? 싶었지만 마크가 계속 옆에서 네가 진짜 좋아할거야. 진짜로. 하고 바람을 넣는 통에 나도 모르게 기대가 되더라고. “오,,해파리..” “Oh.. Jelly fish..” 기둥 모양의 수조에 이리 저리 떠다니는 하얗고 파란 해파리를 보고 동시에 말한 건 좀 웃겼다. 장난스레 마크를 그 가까이로 밀었더니 아아아! 하고 다시 내 옆으로 찰싹 붙더라. 해파리는 .. 좀.. 그래.. 멋쩍게 말하는데 귀여워서 봐줬다. 그리고 더 깊이, 여전히 손을 꽉 잡은 채로 그 안에 들어가자 나는 마크의 말이 맞았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어. 감탄 밖에 안 나왔거든. 커다란 수조를 각자 차지 하고 있는 저 해양동물들이. 그래봐야 갇혀있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 나라의 좁은 아쿠아리움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크기의 공간에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는 저 물고기들이 너무, 예쁘고 찬란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마크의 손을 놓고 수조 유리 앞에 두 손을 딱 붙이고 서서는 들여다봤어. 마크가 천천히 걸어 내 옆으로 서더니 이게 메인이라면서 멋있지 않냐고 말을 하는데, 입이 안 떨어져서 고개만 끄덕이고 두 눈은 여전히 그 안을 들여다봤어. “동물원 좋아하길래, 여기도 좋아할 것 같았어.” 아 그랬구나.아쿠아리움을 택한 이유가, 그거였구나. 나는 대답을 고르고 또 고르다가 좋아 라고 짧은 대답을 했어. 별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거든. “이게 다는 아닌데, 마저 보러 갈래?” 그러면서 마크가 본인의 손바닥이 위로 가게 하며 내게 손을 내밀었어. 이거 다시 손 잡자는 뜻인 거 맞지? 맞아야 해. 왜냐면 내가 그 손을 덥썩 잡았거든. #18 손 하나 잡고 있다고 왜 이렇게 데이트 같은 지 몰라. 야외로 나가볼래? 하고 쨍한 햇빛 아래로 나가서 걷는데 밑에서 덜컹! 하길래 엄마야! 하고 마크팔을 두 손으로 꼭 붙잡으니까 마크가 크게 웃으면서 내 어깨를 살짝 감싸는 거야. “걱정 마 그냥 돌고래 지나간거야.” 돌고래?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내가 서 있는 나무판자길 아래가 다 돌고래 수조고 언뜻 언뜻 돌고래 등이 보여서 애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려나 하고 펜스를 잡고 밑을 바라보고 있었어. 마크도 나 따라서 펜스 잡고 조용히 아래보고 있더라구. 언제 나오니 보자! 하는 오기로 기다리는데 끝끝내 한 마리도 안 보이고 마크만 옆에서 안절부절 하길래 왜? 하고 물었더니 우리 어디 가야된대. 시간 다 됐대. 그리고는 갈래? 하고 물어서 고개를 끄덕였어. 얘는 꼭 이렇게 하나하나 내 의사를 물어봐주더라. 마크가 가자고 한 곳은 다른게 아니라 아쿠아리움 내에 있는 워터쇼 였어. 정각에 시작하는 건지 사람들이 이미 꽤 몰려있더라고. 마크는 이리 저리 살피다가 괜찮은 자리를 찾아서 나를 이끌고, 나란히 앉았어. 앉고 보니까 그늘이 지는 자리더라구. 세심해.. “오늘은 펭귄 나온대.” “헐 귀엽겠다.” “그치. 너 귀여운 거 좋아하잖아.” “내가?” “응. 여주 너 귀엽다는 말 되게 많이 해.” 그런가..? 갸우뚱 거렸지만 마크가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데 뭐.. 나 귀여운 거 좋아하나보지. #19 솔직히 동물원 때도 그랬지만 이런거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마크랑 같이 와서 그런가,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훨씬 비싼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물고기를 보고 있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라고.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가지고 이리 저리 치일 뻔 하면 매번 마크가 조심스럽게 내 허리 옆에 손을 대고 있어서 부딪치지 않았어. 내 허리를 잡았다는 소리는 아니야. 어깨나 손을 건드리고도 허락을 구하는 눈빛을 보내는 애인데, 허리를 덥썩 잡았으려고? 절대 아니지. 쇼를 다 보고 나서는 다시 실내로 들어갔어. 메인 수조 앞에 있는 계단에 걸터 앉아서 수다를 떠는데, 생각해보니까 나만 말한 것 같네. 마크가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너무 다행이다. 처음에 너 엄청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다. 학교는 왜 자꾸 빠지냐. 오지랖일지도 모르는 말을 잘도 했어 나... 근데 매번 마크는 피하지 않고 대답해줬어. "나는 네가 캐나다에 와서 너무 다행이야." "나? 나 무서워 보였어? 오.." "아,, 솔직히 학교 별로 재미없잖아. 그치." 솔직하게 대답해주니까 내가 자꾸 그렇게 말을 붙인건가. 아냐, 가만히 있는 마크를 탓하면 안되는거지.. 마크가 처음으로 대화의 주도권은 다른 게 아니라 사진 얘기였어. "여주야 저기 수조 앞에서 사진 안 찍을래? 내가 찍어줄게." "갑자기?" "음.. 너 오늘 예쁜데 사진 안 찍으면 아쉽잖아." "어.. 그럼 예쁘게 찍어줘!" 후다닥 내려가서는 사람 없는 곳에 자리잡고 브이 하니까 마크가 핸드폰을 꺼내서 이리 저리 찍어주더라고. 예쁘게 나왔을지 모르겠네.. 하면서 마크한테 가는데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사진을 보여주면서 하는 말이 "예쁘다, 그치?" —————— 암호닉 : 동쓰 베리 딸랑이 하라하라 혀긔 메리 슈비두바 작결단1호 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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