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사진의 분위기와 글 속 분위기는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며칠 전부터 알바 퇴근 후 우리 집까지 날 미행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눈치 못 챌 수가 없었다.
어디서 본건 있는지 벽에 숨고 전봇대 뒤에 숨고 하는데 어딘가 2%씩 부족해서 눈에 계속 띄었다.
이름도 나이도, 얼굴마저 잘 모르는 남자가 알바 끝난 늦은 밤 시간에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게 처음엔 무서웠지만
일주일 째 계속되다 보니 이젠 든든하기까지 하다.
가게 일이 끝나면 밤 12시 30분. 퇴근할 때 쯤 되면
항상 가게 앞에서 담배 한 개피를 피우고 내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내가 가게 밖으로 나오면 급히 딴청 피우다 내 뒤를 졸졸졸 따라온다.
거리를 엄청 나게 두고 말이다.
-
“ㅇㅇ씨, 저 남자 또 왔다.”
“네? ”
사장님의 말에 밖을 보니 그 남자가 역시나 담배 한 개피 입에 물고 가게 앞에 쪼그려 앉아있다.
평상시에도 옷은 잘 입구나
생각했는데 항상 편한 캐주얼한 스타일만 입던 그가 깔끔한 수트차림이다.
“사장님 저 퇴근해 볼게요.”
“그래~ 오늘은 저 남자랑 얘기나 한번 해봐”
“네?”
“저 사람도 지극정성이지, 이런 목석이 어디가 좋아서 1주일째 따라다닐까?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은데
뭐 ㅇㅇ씨가 먼저 말 걸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아.... 뭐.. 이만 갈게요 수고하세요.”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 봐요.”
가게 밖으로 나오자 여름임에도 쌀쌀한 바람과 함께 그가 피우던 담배연기가 확 다가온다.
“켁켁.. ”
갑작스런 담배연기에 잔기침을 하자 그가 고개를 돌려
날 보곤 얼른 담배를 땅에 비벼 끄고는 벌떡 일어난다.
내가 가만히 서 있자 그가 더 안절부절 하며 애꿎은 담배갑만 만지작만지작한다.
그를 빤히 보다 앞장서서 한참을 걷자
역시나 내 발검음에 템포를 맞춘 그의 발소리가 먼발치에서 들린다.
사장님의 말처럼 말이나 한번 걸어볼까... 하고
원래대로 라면 쭉 직진해야 하지만 중간에 작은 골목길로 급히 들어갔다.
“어?!”
한참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놀란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아까보다 급해진 발걸음 소리도...
골목길로 들어선 날 보지 못한 것인지
그냥 직진으로 쭉 걸어가는 그를 잡아세웠다.
“저기요!!”
앞으로 급히 걸어가던 그가 자리에서 멈춰섰다.
가까이서 보니 더 잘생겼네......
뒤를 돌아본 그에게 다가가자 그가 뒷걸음질 친다.
뭐야 이남자... 쑥맥인가..
“이름이 뭐에요?”
“다니엘......”
“다니엘... 다니엘, 왜 자꾸 나 따라와요?”
“.......”
“네?”
“.. ㅇㅇ씨...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어서... ”
한참을 담배갑만 만지작거리고
애꿎은 구두코를 땅에 콕콕 박더니
고개도 못들고 웅얼웅얼 이야기한다.
귀엽네....
“그럼 뒤에서 미행하듯 따라오지 말고 옆에서서 데려다줘요.”
그가 순간 내 말에 고개를 확 들고 날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자 급하게 시선을 돌린다.
생긴건 좋아하는 여자에게 앞뒤 안보고 달려들게 생겼는데
무지하게 쑥스러움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옆에 서서 걸으며 서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길만 걸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그가 들어가라며
고개 짓을 살짝 하고는 자기 갈 길 가버렸다.
갑자기 시크해진 그의 행동에 순간 당황해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예전에 따라올 때는 내방의 불이 켜진 것까지 확인하고 돌아섰던 걸
창문으로 본적이 있기도 했는데
지금은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홀연히 가버렸다.
“에이, 뭐 남자친구도 아니고 그런 걸로 서운해 하고 있지? 따라와 준 건만으로도 고맙지.”
그가 갔던 길을 쳐다보니 이미 그의 모습이 안 보인다.
걸음 되게 빠르네.
사장님의 말 대로 대화를 해본 결과,
나쁜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내 예상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ㅇㅇ씨, 오늘은 그 남자 안보이네?”
가게 밖을 쳐다보자 항상 그가 쪼그려 앉아있던 자리에 아무도 없다.
괜히 또 서운해진다.
그 사람이랑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그냥 집에 같이 가던 사람인데 서운할 게 뭐 있어..
그러면서도 안 보이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어제 한번 집에 같이 걸어갔다고 옆자리가 허전하다.
괜히 든든했던 마음도 그가 없으니 불안해지고
이 동네에 살면서 매일 걷던 길인데 이젠 무섭기까지 한다.
발걸음을 재촉해 빨리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우다다 빠르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냥 제발 계속 뛰어서 쭉 가세요.. ”
평상시 같으면 내 얼굴이 무기라고 당당했을 나지만
기분이 그래서 일까?
무서워지는 기분에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다.
눈 꽉 감고 천천히 한 발 떼려는 순간
내 어깨를 잡는 손에 너무 놀라 소리도 못내고
고개를 돌려보니 다니엘이다.
다니엘은 많은 거리를 뛰어온 것인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내 어깨를 꽉 잡는다.
“늦어서 미안해요.”
유창하진 않지만 어눌하지도 않은 그의 한국말에
갑자기 안심이 되어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내 행동에 놀란 다니엘이 같이 쪼그려 앉아
내 상태를 천천히 살피는며 이 남자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오늘 일이 늦게 끝나서 ㅇㅇ씨 끝나는 시간에 가려고 했는데 못 갔어요. 미안해요.”
내 어깨를 잡고 일으켜 주는 그의 손길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나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눈을 맞추는 다니엘,
어제까지만 해도 눈만 마주치면 쑥스러워 하던 그였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자 내가 쑥스러워져
고개를 돌려 푹 숙였다.
고개를 숙인 내 모습을 보던 다니엘이 살풋 웃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한 번만 안아봐도 되요?”
그의 목소리에 고개만 살짝 끄덕이자 그가 나를 꽉 안아온다.
‘두근두근’
그가 안아주자 심장이 터질 듯이 반응을 한다.
이러다 심장이 너무 뛰어 심장에 무리가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 ld…… you…… be……”
“네?”
나를 안고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던 다니엘이
되묻는 나의 말에 목소리를 가다듬고
한 발자국 나에게서 멀찍이 선다.
그리곤 허리를 숙여 내 눈높이를 맞추고 웃으며 말한다.
“이 순간이 오길 계속 기다렸어요.
잘 들어요.
.
.
.
.
.
I would like you to be my girlfriend.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실래요?”
*
그냥 순딩순딩한 다니엘이 쓰고 싶었는데 뭔가 맘에 안드네요...
다니엘 분량이 너무 작아...
고백하는 신을 만들고 싶어서....
그냥 저 다니엘의 고백 멘트에 꽂혀서 쓰다보니
저걸 꼭 쓰겠다는 집념하에 쓰다보니
다니엘 분량이 너무 작았네요...ㅠㅠㅠ
다니엘의 분량을 위해 저는
여러분이 많이 읽지 않으셔도 다니엘 편을 쓸것입니다....
그럴 거입니다...
기대해 주실거죠?? ㅎㅎ
몰라 짧아서 포인트도 없어요 ~~ 그냥가지 말고.. 댓만 써주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