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사진 속의 분위기와 글의 분위기는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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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미행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계속된 촬영스케줄에 지쳐서 아무 생각 없이 걷다
우연히 들여다본 가게 안에서 일하는 그녀 모습이 예뻐
무작정 기다려 퇴근시간도 알아내고 집도 알았고 이름마저 알게 됐다.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아가고 싶었지만
그녀가 늦은 밤에 모르는 남자가 따라온다고 생각해 멀어질까 두려웠고
그녀가 혹시나 나를 피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그냥 먼발치서 바라보기만 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
AM 12:30, 여자가 참도 늦은 시간까지 일한다.
그녀가 끝나려면 아직 10분정도 남아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 입에 물었다.
오늘 수트 화보 촬영이 있던 날이라 스텝에게 옷 선물을 받아
그녀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
일부러 입고 왔는데 멋있게 잘 보이려나 모르겠다.
아.. 쪼그려 앉아 있으면 너무 모양새 빠져보이려나?....
“켁켁.. ”
갑작스러운 여자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담배 연기가 매캐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고 서 있어서
아직 긴 장초를 얼른 바닥에 문질러 끄고 벌떡 일어섰다.
혹시 담배연기로 인해서
내 점수가 감점되진 않을까 걱정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담배가 문제다.
끊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다
멋있게 보이려고 입고 온 수트 마저 구겨져 있어
괜히 속상하기만 하다.
잘 보이려고 입고 왔는데, 그냥 터덜터덜 그녀 뒤를 따라갔다.
“어?!”
잘 보이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한 마음에
옷에 생긴 주름도 손으로 당겨 펴보고
담배 냄새도 없애려고 방방 뛰어도 보고
여러 시도하다 지쳐 그냥 땅만 보고 가다
그녀가 잘 가고 있나 고개를 들었더니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그녀 걸음이 이렇게 빨랐나 싶고
그녀가 시야에서 안 보일 만큼 느리게 걸었나
안 보이는 그녀가 걱정되고 당황한 마음에
급하게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그녀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요!!”
순간 멈춰서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오늘도 역시나 예쁜 모습으로 서있다.
“이름이 뭐에요?”
“다니엘......”
“다니엘... 다니엘, 왜 자꾸 나 따라와요?”
“.......”
“네?”
“.. ㅇㅇ씨...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어서... ”
왜 나는 그녀에게 먼저 당당하게 말을 걸지 못할까?
왜 이런 모습만 보여줬을까?
꾸깃꾸깃 구겨진 양복처럼 내 자신감도 구겨져
목소리마저 웅얼웅얼 얘기해 그녀에게 매력 없이 느껴질까 속상하다.
“그럼 뒤에서 미행하듯 따라오지 말고 옆에 서서 데려다줘요.”
그녀가 이제 따라오지 말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니 순간 눈이 마주쳐 심장이 멎을 듯한 느낌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두근두근’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내가 그냥 우뚝 서있자 그녀가 먼저 가자며 손짓한다.
아, 내가 원래 이렇게 쑥맥이었나······.
남자는 당당함 자신감!
으로 살아가는 건데 이런 모습만 보여주게 되버려서
괜히 마음만 복잡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아무말도 안하고 그녀 집앞에까지 왔다.
평소의 나라면 그녀 집에 불이 켜지는 순간까지 지켜보겠지만
오늘은 속상해서 그녀에게 들어가라고 몸짓하곤
빠른 걸음으로 나와 택시를 탔다.
-
집에 들어서자 다리에 힘이 쭉 풀리면서
심장이 다시 뛰어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그녀와 말을 했다.
그녀에게 내 이름을 알렸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터져버릴 듯 요동치고 있다.
입고 있던 옷을 대충 벗고 침대에 누워
그녀와 이야기했던 순간을 생각하자 두근거려 잠도 안 온다.
양복 입은 모습을 보긴 했을까?
아, 옷···. 왜 그녀 앞에서 당당하게 행동하지 못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 모습은 그녀에게 남자로 비춰지지 않고 어린 동생으로만 보였을 것같다.
“으아아아······”
생각이 깊어질수록 생각이 더 많아지는 밤이다.
-
“아? 다니엘, 뭐야·· 어제 잠 못잤어? 얼굴이 왜 안 좋아?”
오늘 같이 화보찍기로 되있던 로빈이 얼굴을 보며
입모양으로 완전 별로야? 라고 묻더니
대답없는 날보고 어깨를 툭 치고 촬영장으로 간다.
예, 완전 별로네요.
결국 1시간 잤다.
그녀와 이야기하고 옆에 서서 걸었단 사실에 기뻐 잠 못 이루다
그녀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 고민하다 잠 못 이루고
리플레이, 계속 반복이었다.
“다니엘, 얼굴 왜 다 죽어가?”
등을 툭 치는 손길에 뒤를 보니 에네스가 히히 거리며 서있다.
에네스에게 털어놓으면 좀 괜찮으려나
분장 고치러 가는 에네스를 따라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그냥 웃으며 비실비실 웃는 에네스.
남은 심각해 죽겠는데 그저 이 상황이 웃긴가 보다.
“그냥 고백해봐,
원래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네가 따라 다닌 거 알고 먼저 말까지 걸었다며,
그럼 어느 정도 너한테 호감이 있다는 뜻 아니겠어?
지금 네가 고민한다고 그 여자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먼저 네가 다가가. 그냥 밀어붙여.”
에네스가 스타일리스트에게 고맙다고 고개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동안까지도 난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있었다.
고백이 답이다.
그녀에게 어필하자 라는 생각뿐이다.
그래, 밀어붙이자!
-
AM 12:20, 그녀가 곧 끝날 시간인데
아직도 촬영은 끝날 줄 모른다.
괜히 마음이 급해져 간다.
거기 밤길 위험하던데, 어두워서······.
“OK, 수고했어요~”
끝났다.
지금 바로 뛰어가면 조금은 늦겠지만
대충 그녀 퇴근시간이랑 비슷할 것 같다.
옷만 부리나케 갈아입고 심장이 터질 듯이 달렸다.
오늘은 꼭 그녀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보겠다는 그 생각 하나로 무작정 달렸다.
이미 퇴근시간이 지나버렸을 시간이라
가게 안에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카페 안을 들여다보고 있자
카페 사장이 그녀 집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방금갔어요. 하곤 웃는다.
감사의 표시로 고개만 살짝 숙이고
다시 그녀 집 방향으로 뛰어가는데
종종 걸음으로 걷다 자리에 우뚝 서버린 그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벌써 심장이 두근거리며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서 있는 그녀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덥석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
“늦어서 미안해요.”
그녀가 나를 보곤 바닥에 주저 앉아버린다.
혹시나 오늘 일하면서 혼자 걸어가며 바닥에 주저 앉으면서
다치진 않았는지 그녀를 천천히 살펴보는데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보인다.
“오늘 일이 늦게 끝나서 ㅇㅇ씨 끝나는 시간에 가려고 했는데 못 갔어요. 미안해요.”
바닥에 앉아버린 그녀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워주자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몸이 느껴진다.
아, 진짜 예쁘다.
머릿속에는 예쁘다는 생각뿐이다.
예쁘다.
예쁘다.
너무 예쁘다.
그녀의 눈을 쳐다보자 어제의 당당했던 그녀는 어디가고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더 설렌다.
아, 귀여워······.
안아 주고 싶다.
“한 번만 안아봐도 되요?”
그녀에게 용기내서 한 말에
그녀가 거의 알아차리지도 못할 만큼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 너무 귀여워···.
그녀를 품에 꼭 안자 심장이 터질 듯이 반응한다.
진짜 이대로 심장이 멈춰버릴 거 같다.
“I would like you to be my girlfriend.”
“네?”
나름 고백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못 들은 것 같다.
처음 당당하게 하는 얘기인데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얘기하자.
후, 그녀의 눈높이에 맞추고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유지한 채
“이 순간이 오길 계속 기다렸어요.
잘 들어요.
.
.
.
.
.
I would like you to be my girlfriend.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실래요?”
*
뭔가 순딩순딩한 다니엘보다는 찌질하게 표현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글 실력에 한계를 느끼네요 ㅜㅜㅜ
호다 미안..
그냥 어린아이의 느낌을 좀 내보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막 설레하면서
무조건 예쁜 모습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다니엘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예.. 뭐.. 된건지는 모르겠네요ㅎㅎㅎ
전 편에서 칭찬을 많이 받아서 이거 쓰고 욕먹는 건지 모르겠네요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