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마셔라 마셔라!!!
그렇게 김종대 씨랑 화해? 는 아니고
어색했던 거 다~ 풀고나니까 촬영도 잘 풀리고 빵빵터지고.
김종대 씨도 멘트 치는게 참 주옥같고, 현장 분위기도 재미있고.
아무도 지치지 않고 촬영을 하니 이게 바로 원래 우리 분위기!
김종대 씨도, 게스트 분들도, 스태프 분들도
추가촬영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신나하는 게 눈에 보였다.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방방거리며 촬영장을 돌아다녔다.
방금전까지 어색했던 건 다 잊어버리고.
덕분에 왕피디님께서는 기분이 매우 좋아지셨다.
촬영 내내 미소를 감추지 못하시더니
끝!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랜만에 보는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하시는 말, 오늘 회식이다!
...네? 회식이요?
매일매일 시간에 좇기는 바람에 제대로 된 회식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회식한다! 라고 말은 들었어도 항상 막내라는 이유로 작업을 했었어야 했고
선배들이 풀어주는 이야기를 항상 부럽다, 부럽다! 하며 듣고 있었어야만 했다.
회식하면서 팀 분위기가 단단해지는 것 같았고
항상 부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드디어 첫 회식!
다른 사람들은 회식을 한다면 꺼려진다고 말하곤하지만
저는 첫 회식이라는 기대감에 두근두근. 물론 이 마음은 첫 회식 뒤 다 없어져버리겠지만^^;
회식장소로 가는 내내 김종대 씨는 제 옆에 붙어서 별 짓을 다했다.
하나로 묶은 제 머리를 올렸다가 내렸다가, 돌렸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빙글빙글 돌렸다가.
초딩도 개초딩이 따로 없었다. 진짜 나이 스물이 넘은 남자 맞냐고!
물론, 처음에는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좀! 김종대 씨 저리가요."
"싫은데~ 막내랑 있을건데~"
저리가라고 해도 말 안 듣고 하지 말라고 해도 말 안 듣고.
그래서 결국 포기했다. 어휴, 내 머리를 만져라만져.
제 반응이 없자 시시했는지 이제는 뒤에서 업히듯 제 등에 기대서
막내 출동! 이러는데
정말 한 대 치고 싶었다^^...
출동은 무슨. 내가 무슨 파워레인저도 아니고!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어색 기류를 타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변할 수가 없다.
김종대는 이중인격이다.
확실하다.
"무거워... 무겁다고요!"
"어? 뭐라고? 막내, 좋다고? 그래! 출동!"
아마 회식 가기 전에 초딩 한 명 죽이고 가야겠네요 하하!
떠들면서 도착한 회식장소.
걸어서 10분 거리였기에 걸어서 이렇게 빨리 왔지. 아니면... 어휴.
회식장소는 자연스럽게 고깃집으로 정해졌고 왕피디님부터 시작해 여러 출연진분들이 앉으시고
막내인 저는 화장실이나 한 번 다녀왔다가 회식자리로 돌아왔다. 어차피 맨 끝에 앉을 걸 아니까.
"막내! 여기 앉아."
...? 네? 왜 제가 김종대 씨 옆에 앉아야 하죠...?
당연히 제 옆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김종대 씨는 딱 봐도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근데 이걸 또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 안 한다는 게 문제다.
우리 팀 너무 훈훈하네여! 막내가 센터에 앉고(ㅜㅜ)
어쩔 수 없이 김종대 옆, 센터에 앉아 하하, 하며 실례하겠습니다. 를 외쳤다.
하하, 참 감사합니다!
"막내! 한 잔 해야지!"
"에이, 내 것도!"
"막내~ 건배!"
예상은 했지만 현실은 더 무서웠다고 한다^^~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술잔에 예예, 하면서 받던것도 한 두번이지.
무슨 전 스태프 분들이 제게만 주는 것 같아서 어질어질. 아나! 제발!!!!!
마치 흑기사 역할을 할 것 같았던 김종대는 옆에서 웃고만 있었다.
어휴, 기대한 내가 멍충이지. 흑기사는 무슨.
오히려 부추기기까지 했다. 막내 더 마실 수 있을 것 같은데~ 막내야 힘!
...오랜만에 김종대 개샛기야! 를 맘속으로 외쳤다. 김종대 죽일거다.
솔직히 대학시절부터 주량엔 자신있어서 여기저기서 많이 먹곤 했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와구와구 들이키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눈을 껌뻑껌뻑 으, 안 돼, 안 돼. 머리를 두어번 휘젓고 눈을 똑바로 떴다.
옆을 보니 어느순간부터 많이 마셨는지 김종대 씨가 흐물대고 있었다.
자기 몸을 주체를 못 해서 흐물흐물. 해파리가 흐물흐물 거리는 거랑 똑같아서
고개를 숙이고 큭큭큭 하며 웃다가 이건 찬스지! 하며 휴대폰으로 여러 장 찍어뒀다.
나중에 협박해야지. 말 안들으면.
킥킥 거리며 김종대 씨를 두어번 흔드니까 어,어? 하면서 깨는데.
...건들이지 말 걸 그랬나. 그 때부터 시작했다.
김종대의 막내 취하게 만들기 작전.
"막내, 한 잔 받으세요~"
"00이한테 주실 분!"
"막내! 벌써 다 마셨어? 그럼 한 잔 더!"
나를 취하게 만드려고 작정을 했는지 그 때부터 마구 쏟아지는 잔들.
하나하나 마시다가 그냥 가버릴 것 같아서 웃으며 김종대 씨에게도 권했다.
왕피디님! 김종대 씨도 한 잔 원하시다고 하시는데요!
그렇게 한 참, 제 앞에 채워진 마지막 한 잔을 마시고 으어, 하며 김종대 씨를 바라보자
역시 풀린 눈으로 저를 바라본다. 아니 왜 나랑 술대결을 하세요...?
김종대 씨는 이래서는 안되겠는지 게임까지 제안했다.
왕피디님! 심심한데 우리 게임이나 하죠!
스태프 분들이랑 출연자 분들이랑 모두모두 다함께 취한 상태라서
어려운 게임은 하나마나 맨 처음 사람이 걸릴 게 뻔했기 때문에 제일 쉬운 걸로 정했다.
3,6,9 게임. 이름만 들어도 쉬워보였다.
1, 2, 그렇게 몇 가지의 숫자를 이어가다가 온 제 차례는 32였다. 짝 하고 박수를 한 번 치고나자
김종대 씨는 멍청한 얼굴로 어? 어? 라는 표정을 지으며 제게 알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내가 보내줄 리가 없지.
박수를 한 번만 치면 돼요~ 라고 하니
그 말을 정말로 믿었는지 박수를 한 번 짝.
아싸! 걸렸다!
"김종대 씨 얼른 마셔요 마셔."
"어? 나 32 맞는데?"
"...아닌데요! 김종대 씨 33이에요!"
"아닌데? 32야."
저런...! 김종대 씨는 예능이 아니라 연기족으로 진출했었어야 한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는 32야, 라고 말하는데
스태프분들은 껌뻑 다 속아넘어갔다. 아~ 그렇구나.
아니, 아니라고요! 33 맞는데!
그렇지만 아무도 내 말은 들어주지 않고 김종대 씨만 믿더라.
억울해, 억울해!
"그럼 막내가 마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틀렸잖아요!"
"...그런 게 어딨어요!"
"그렇네? 막내야 마셔라 마셔라 마셔!"
"마셔라! 쭉쭉쭉!"
벌칙주로 따라두었던 특급폭탄주를 제게 내미는데
생각만 해도 어질했다. 저걸 마시면 내일 백퍼 기절이다, 기절.
손이 덜덜 떨리면서 그걸 받는데 정말 양도 많고, 냄새도 독하고...
"ㅈ...진짜 마셔요?"
"그럼~ 마셔라 마셔라!"
평소에 친했던 스태프 분들이 다 그러시는데
진짜 너무너무 얄미웠다. 저 이거 마시면 내일 출근 못 해요...
"그럼, 막내야 흑기사 써."
제 옆에 앉은 막내 작가님이 소근소근 이야기해주시는데
누굴 흑기사로 써요... 누구긴 김종대 씨지.
"...김종대 씨가 할 리가 없잖아요."
"왜? 종대 씨랑 00이 서로 썸타잖아."
예? 그건 무슨 헛소리... 썸이 아니라 쌈이겠죠.
김종대 씨가 일방적으로 시비거는^^;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까 김종대 씨에게 애처로운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이거... 이거...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오글거리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김종대 씨에게 부탁하니
잠시 시선을 회피하더니 굳게 다짐한 듯 그대신 소원 하나.
그렇게 말하고 원샷...!
"어... 어? 원샷?"
"야~ 김종대 씨 남자네 남자!"
"원샷이면 소원 두 개 아냐?"
"맞아, 두 개지. 두 개."
그건 또 어느나라에서 나온 법인가요(ㅜㅜ)
얼떨결에 흑기사를 부탁하긴 했지만 정말로 들어줄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저를 취하게 하려고 했으면서...
"...김종대 씨 괜찮아요?"
"ㄱ...갠차ㅏ나~"
안괜찮은 것 같은데요.
"...김종대 씨?"
"으어, 어? 막내! 좋아. 으. 소원! 두개! 저엉리입!"
갑자기 헛소리를 하면서 자기를 흔들던 제 손을 낚아채서
자기 품에 안고 부비부비. 난 막내가 너무 좋아! 좋아 좋아!
취중진담인건지, 아니면 장난치는건지.
알 수가 없어서 저를 안은 김종대 씨의 팔을 풀려고 하자
힘은 더럽게 세요. 절대 안 놓아주는 팔에 읏차! 하면서 겨우 빠져나왔다.
그러니까 힝, 왜 가? 일루와 다시! 하는데
어휴. 한 방에 훅 가도 여전히 초딩같았다. 왕초딩!
계속 부리는 땡깡아닌 땡깡에 어쩔 수 없이 제 손 하나만 줬다.
잡고 있던가요. 씨, 왕 초딩.
김종대 씨의 맛간 상태를 보자 왕피디님은 더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하셨는지
이제 그만 접자! 라는 말을 하셨고
모두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수고하셨습니다~ 를 외치고 자리를 떴다.
여전히 제 손을 잡고 있는 김종대 씨는 헤롱헤롱 거리며 매니저분께 끌려나가다시피 했고
막내였던 저는 회식자리를 둘러보며 혹시 빠진 물건은 없나, 하고 살폈다.
휴대폰이라도 나두고 갔으면 어떡해.
그렇게 자리를 둘러보다가 스태프 한 분의 휴대폰을 발견했다.
어, 이거 막내 작가님 휴대폰인데...
평소 친했던 막내 작가님이라서 갔다줘야지~ 라는 생각으로 휴대폰을 만지는 순간
문자 하나가 띠로롱, 하고 도착하더니
자기 마음대로 열려버렸다. 어, 이거 내가 연 거 아닌데!
[수고하셨습니다~ 비록 우리 막내 취한 건 못봤지만 절반의 성공이랄까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막내랑 저 팍팍! 아시죠? - 김종대 씨]
?????????네??????????????
제가 잘 못 봤나싶어 눈을 비비고 봐도
김종대 씨에게 온 문자가 확실했다. 내용도... 확실했다.
ㅇ...이런 미친 김종대!!!!!!
그제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다.
저를 취하게 만드려고 일부로 막 마시게 했고
어쩐지. 게임도 제가 틀린 게 수상했다. 으어!! 이게 뭐야!
그럼 김종대 씨는 안 취했던 거야? 저걸 마시고도? 무슨 이런!!!
소원 두개만 따낸거잖아? 사기다, 사기!
진짜 속아넘어갔다. 우리 팀에게 완전히 속아넘어갔다.
제가 잠시 화장실에 갔다온 시간에 다 짜고 나를...!
뒤늦게 김종대!! 김종대 어딨어!! 라며 김종대 씨를 찾아나섰지만
이미 스태프 분들까지 집에 가버린 것 같았다.
아오, 나 이거 내일 아침이면 기억 못 할 것 같은데...
열이 확 올라 택시!! 택시!!!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아니, 이 김종대 씨가 뭐하는 짓? 집으로 가는 길에 김종대 씨에게 문자 하나를 남겼다.
[진짜 사기꾼이다!!! 사기꾼!]
♡암호닉♡
막내 새벽빛 구금 자몽 충전기 병삼이 손가락근육 슈아 코나 잇치 엘르 꾸르잼 슈웹스
드디어 10화! |
드디어 10화를 찍었습니다ㅠㅠ! 10화를 쓰는 김에 1화를 보고 왔는데.. .어... 지금이랑 쓰는 게 초큼 다르네영 그때의 초딩을 보고 싶어서 오늘은 개초딩 김종대가 주제였어요^^...
항상 부족한 거 봐주시는 독자님들 신알신 해주신 분들 암호닉 분들 제 사랑 받으세요!! 얍야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