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약점이 잡혔다, 망했다
무작정 김종대 씨의 차에 올라탄 내가 바보다, 바보.
사실 김종대 씨의 재촉도 있었기 때문이지만
별 생각 없이 오른 차가 이렇게 내 골을 아프게 할 줄이야.
우리집 데려다 주세요!
"저, 김종대 씨... 저희 집 이쪽방향 아닌데."
"응, 알아."
"...네?"
김종대 씨가 잠시 착각해서 길을 잘못 들어섰나보다, 했는데.
알고 있었다는 김종대 씨 말에 한 숨만 나왔다.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거야.
달리는 차 안이라 내릴 수도 없고. 운전 중인 김종대 씨를 째려보았지만 얼굴에는 이미 철판을 깔았다.
나는 막내 집에 갈 생각이 없어요~ 즉석에서 노래도 만들어서 부르고. 얼씨구다 얼씨구.
정말 한 대 치고 싶었지만 이 사람은 운전 중이다, 운전 중. 혹시라도 잘못하면 나도 같이 황천길 행일테니.
이사람이 정말. 난 너무 피곤한데. 맨날 맨날 피곤하다고 말했는데! 날 데리고 도대체 어디로 가는건지.
"오늘은 막내랑 첫 데이트 하는 날~"
...네? 제가 뭘 잘 못 들은 것 같은데요? 뭔 날이요?
잠시나마 내 귀를 의심해 무슨 날이라고요? 라고 되물었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왜? 너랑 데이트 하려고 납치했지! 라는 말에
"...아!!"
"...헐"
...방금 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제 손은 무의식적으로 김종대 씨의 뒷통수를 갈기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왔던 일이, 저도 모르게 진짜로 때려버렸다. 망했다.
게다가 평소처럼 저를 놀리는 김종대를 응징하는 건 많이 해왔던 일이지만 오늘은 힘 조절이 안 된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너무 세게 쳤다는 거! 퍽 소리가 날 정도면, 어, 어, 세게 때린 거 인정.
평소 김종대를 생각하면서 부글부글 참아왔던 게 분출이 되었나.
퍽 소리가 나게 때러버린 김종대 씨 뒷통수는 막 부어오르는 것만 같았고,
"아파! 스킨십이 너무 폭력적이잖아."
"...죄송해요."
"때려놓고 죄송하다는 건 또 뭐야. 막내, 나 놀려?"
제가 때린 뒷통수가 많이 아픈 듯 오른손으론 핸들을 돌리고 왼손으론 자기 뒷통수를 매만지는데
지금까지 김종대 씨를 만나왔던 것 중 가장 미안했다. 좀... 많이 세게 때렸는데...
"어... 김종대 씨, 괜찮아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운전중인 김종대 씨 대신에 뒷통수 쓰다듬기.
혹이 난 것도 같고, 막 뒷통수가 부푸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거 알면 안 되는데(ㅜㅜ)
안절부절하는 내 모습을 눈치챘는지 김종대 씨는 이때다, 하는 표정으로
"아파아, 아프다고. 막내, 나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망했다. 이렇게 약점 하나가 잡혔다. 아오, 내 멍청한 손! 멍청이!
이걸로 몇 달은 우려먹을 것 같은데. 아니, 몇 달이 뭐람. 김종대 씨 성격으론 평생 우려먹을 것 같았다.
"머리는 아픈데, 막내는 집 가려고 하고... 그래, 알았어..."
"ㅇ..어, 김종대 씨. 우리 어디 뭐라도 먹으러 갈까요?"
"막내, 배 안고프다며."
아까 내가 흘리듯 한 말은 어떻게 기억한건지.
이런 건 굳이 기억 안 해줘도 되는데.
"ㅇ..어, 그럼 영화! 영화 보러 가요."
"뭐, 알았어. 장소는 우리 집? 얼마전에 프로젝터 샀는데."
아니요... 전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요...
"그냥 여기 앞에 영화관 있는데 거기 가요!"
"뭐, 알았어. 우리 집은 다음에 가지 뭐."
평생 갈 일 없을 것 같은데요! 안 갈건데요!
"막내, 영화 뭐 볼래?"
"김종대 씨... 사람들이 다 알아보는 것 같은데."
촬영이 끝나고 또 한 참 뒤라서 심야영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심야엔 누가 있느냐, 당연히 커플들이 있지. 그럼 낮 시간 만큼 사람들이 많다는 거.
게다가 김종대 씨는 내가 바로 김종대 입니다. 사진을 마음껏 찍으세요! 라고 광고라도 하고 싶었는지
모자는 커녕 나 연예인 입니다 포스를 마구 풍기고 있었다.
솔직히 나 때문에 김종대 씨에게 피해가 가면 안되니까, 더군다나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
조금 떨어져있을까, 하고 발걸음을 조심조심 옮기는데.
"어디가?"
처음 들어보는 딱딱하고, 불만이라는 말투.
그게 왜 내가 떨어지려고 하니까 나오는 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좀 쫄았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김종대 씨 팬들 다 울어요 막. 이상한 여자랑 영화보러 왔다고.
"사람들이 다 알아보거든요... 김종대 씨 사진이라도 찍어봐요."
"상관없어. 찍으면 뭐 어때."
어떠긴요! 자기가 분명히 팬들한테 테러당한다고 했으면서.
김종대 씨 옆에서 떨어질까, 이대로 있을까. 어쩔 줄 몰라하며 서있자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마구 비비더니
"손."
처음부터 내 대답은 바라지도 않았다는 듯 건네지도 않은 내 왼손을 잡아 저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갑작스러운 김종대 씨의 행동에 어, 어 거렸고 팝콘 사자, 라는 말에도 여전히 멍청하게 끌려갔다.
"00아, 카라멜 팝콘 좋아해?"
"네..."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깍지손.
놓지 않겠다는 듯 꽉 잡은 내 왼손.
나도 모르게 꼭 쥐게 된 김종대 씨의 오른손.
그리고 반대편에 조그마한 거울 사이로 비치는
누가보면 연인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다정하게 서 있는 김종대 씨와 나.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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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금요일이네요 시간이 참... ㄴㅓ무너무 빨라요ㅠㅠ 혹시라도 암호닉 신청하실 독자님들은 5화에서! 신청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