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님, 우리 연애 할까요?
(부제: 극과극)
나는 어서 김이사님을 밀쳐내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척 했다. 도대리는 여전히 동그래진 눈으로 우릴 놀란 채로 바라 보았고, 김이사는 눈앞에 떡하니 서있는 도대리를 개의치도 않는다는 듯 나를 따라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넥타이를 조여 맨다. 아... 하며 탄식을 내뱉은 도대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던 손을 떼고는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놀란 티가 얼굴에서부터 배어 나오던 도대리보다 숨이 가빠오고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식은 땀이 흐르는 난 배로 이 상황에 놀란 것 같았다, 아니, 그래도 도대리의 충격은 말로 다 못 하겠지. 내가 어떻게 가늠을 하겠는가. 찍혔다. 지독히도 뻔뻔한 어장관리녀로. 옆에서 아무 일도 없었단 듯 층수 램프를 주시하고 있는 김이사를 가자미 눈으로 노려 보았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이사님, 우리 연애 할까요?
모두들 한가로운 일요일, 나는 으레 그래 왔다는 대표님의 호출로 등산로 입구에서 팀원들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정말 싫다. 하품이 나오는 입을 막고는 살인적으로 내리 쬐는 햇살에 손차양을 만들어 부셔오는 눈을 막았다. 도대리를 만날 면목이 없다는 거부터 시작해서 팀 내에서 내가 사고를 친 이후로 이후로 은따가 됐다는 것, 이런 상황 속에서 정말 돌아버릴 정도로 비굴한 사실은 외로운 나를 구제 해 줄 사람은 나를 매일같이 들볶는 김이사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괜시리 서글퍼져 대표님의 등짝을 바라보았다. 늙다리 대마왕. 몇 분 안 돼 김이사를 비롯한 디자인 기획 부서 팀원들 아주 소수가 모두 도착을 했고 대표님의 우렁찬 우리 모두 함께 활기찬 주말을 보내자고! 하는 소리와 함께 쥐고있던 스틱과 함께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왜 저희 팀은 그 많은 사람들 중 저하고 박사원님 윤대리님 최부장님 정주임님밖에 안 계십니까? 분명 안 나오면 회사생활에 지장과 파장이 아주 클 거라고 하셨…."
"주저리좀 그만 하고 좀 가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높으신 분이 다른 사람 말 끊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것도 모르는 건지, 아니면 내가 아랫사람이라 모른 체 하는 건지, 여전히 싸가지가 없고 건방지다. 분노의 등산을 시전했다. 장장 25분가량 동안. 어느 장도 였냐면…, 앞서 가던 마케팅부서 사람들을 모조리 지나쳐 도경수와 눈이 맞닥뜨려 얼굴이 새빨개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질만큼.
"…."
도대리는 여전히 말이 없다. 나 여전히 말이 없었다. 죄인처럼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식은땀인지 운동을 해서 흐른 땀인지 모를만큼 땀이 흘렀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우뚝 멈춰 서고 김이사를 기다렸다. 마케팅 부서 팀원들도 꽤나 지쳤는지 멈춰 서는 사람이 절반가량이었다. 역시나 그 중에 도대리는 없었다. 잠시 동안 그를 타박하고 그 찌질한 마음때문에 오버해서 으쌰으쌰한 내가 싫었다. 마주친 도경수와 터질거같은 심장과 목에서 피맛이 날 정도로 가쁜 숨. 내 미련함의 반증이었다. 스틱에 기대고는 무릎을 짚었다. 마케팅 부서가 한참 떠나가고 김이사가 금세 내쪽으로 올라왔다. 성큼성큼 무서운 추세로 올라온 괴물체력의 김이산 숨결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나를 훑어 보더니 그대로 직진 할 모양인지 스틱과 함께 다리 한 짝을 디딤돌에 내딛었다. 순간이었다. 김이사의 바짓춤을 붙잡았다.
"이사님...."
"뭡니까?"
"저 힘들어 죽습니다..."
"엄살은."
내 거지같은 몰골을 보고도 김이사는 잠시 말이 없을 뿐 '엄살은' 이 한마디가 끝이었다. 팀원들이 잠시 물을 마쉬고 숨을 고르다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쉬면 나 혼자 외로운 길이 되겠지. 필사적으로 불쌍한 눈빛을 김이사를 향해 쐈다. 김이사는 그대로 디딤돌을 딛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또 다시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그래 이놈아, 너한테 거지처럼 매달렸던 내가 신입사원이죠 맞습니다!!! 선택권은 나에게 없죠! 죄송합니다 김이사님! 귀신같은 괴성을 내며 풀썩 주저앉아 하늘을 완상했다. 김이사가 올라간지 몇 3분 채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누군가가 내 손목을 덥썩 잡고 날 일으켰다.
"여자는 찬 데 앉는 거 아니라고 어머니께 안 배웠습니까."
김이사가 퉁명스럽게 내게 묻는다. 사람이 뭐하나 부드럽게 대하는 법이 없지,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심기가 불편하진 않았다.
"먼저 올라가신 줄 알았는데, 아니셨네요...?"
그의 뜻밖의 에스코트에 꽤 나쁘지 않은 기분을 느꼈다. 얼굴이 발그스름하게 달아 오르는듯한 기분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를 따라 조금씩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를 배려해주려는 것인지 저는 성큼성큼 길을 오르더라도 내 발걸음을 재촉하진 않았다. 하긴, 늦었다고 타박을 줄 어느 누구도 없으니까. 데면데면한 그의 태도가 꽤나 이해가 갔다. 그렇게 대략 20분을 속으로 오만가지 상스러운 욕을 하며 걸었을 때 즈음 높은 절벽이 보였다. 평소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달갑지가 않아 그의 옷깃을 꾹 붙잡았다. 온 몸이 떨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내리쬐는 햇빛에 미간이 일그러졌다. 숨을 헉헉거리며 무릎을 짚었으나 또 뒤쳐지긴 싫다는 생각에 다시 성큼성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시야가 흐릿흐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 발 한 발 힘들게 디딤돌을 밟고 올라갔고, 몇 걸음 안 가 머리가 핑 돔과 동시에 절벽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순간이었다. 조심!! 내 손목을 잡고 있던 김이사가 인상을 찌뿌리며 소리를 외치고 나를 확 끌어 안은 것은.
이사님, 우리 연애 할까요?
결국에 나는 정상의 'ㅈ'자도 보지 못 한 채로 산 입구 근처의 카페에 본부장과 함께 숙연히 앉아 있어야만 했다. 마땅하게 갈 곳이 없어도 아무리 이런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라니... 그것도 어색하게 단 둘이 말이다. 오가는 말 없이 커피만 홀짝였다. 사실은 산 정상까지 올라가서 도대리님께 꼭 말씀드리고싶었는데, 죄송하다고... 괘념과 함께 한숨이 나왔다. 마음이 불편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심각한 고민과 함께 커피를 씹어 먹을 듯 마시고 있는 나를 김이사는 눈을 치켜뜨고 조용히 바라본다. 뭐야, 사람 기분 이상해지게.
"있잖아요 ㅇㅇㅇ씨."
"네."
눈썹을 씰룩이며 이마를 슥슥 매만지다가 이내 말을 잇는 김이사다.
"여자들은 뭐 먹을 때마다 항상 그럽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여자들은 꼭 남자들 볼 때 그렇게 묻히고 먹습니까? 왜? 지들이 무슨 짐승이래요?"
나는 눈을 치켜뜨며 입가를 쿡 찔러 보았다. 고작 휘핑크림 하나 묻은 거 가지고 무슨 짐승은 짐승…. 그정도로 심기가 불편했나 싶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산 한 번 갔다왔다고 산짐승 다 됐네."
이번엔 휴지를 뽑아 들고 저가 슥슥 닦아 준다. 익숙한 스킨냄새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노골적인 향수냄새는 극도로 싫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내가 언제 이렇게 모순덩어리가 돼 있었을까. 자꾸만 그의 냄새를 찾게 된다. 품에 안기고 싶을 정도로 그의 향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얼마 전엔 업무중에 포털 사이트에 쳐보기도 했다. '남자 스킨 향기' 별의 별 결과가 나왔지만 내가 세운 가설 중 제일 그럴 법 한 게 '이사님이 쓰고 계신 향수는 성페로몬 향수이다.'였다.시계를 들여다 보고 있는 김이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페로몬 향수를 모르고 쓰는 사람도 많다던데…, 그는 이 사실을 과연 알고 있었을까? 그런 와중에도 엄청난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내 심장은 아직까지 두근두근 뛰고 있다는 것. 이게 과연 그의 향수 탓 때문만일까...?
"얼굴 뚫립니다. 그렇게 내가 마음에 듭니까."
"전혀요."
"업무시간에도…, 모니터에 내 얼굴이 둥둥 떠 다녀서 그럽니까?"
"그냥 일 못 한다고 하시죠."
"빙고."
바람빠지는 소리로 웃는 그의 얼굴에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고싶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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