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님, 우리 연애 할까요?
(부제: 인생은 타이밍의 연속)
06
"신경에 이상도 없고, 깊이 다친 게 아니라 넓게 조금씩 유리가 박힌 겁니다. 그저 자상일 뿐이니 너무 염려치 마시고요. 수술 잘 마쳤으니 당분간은 등에 자극적인 행동이랑…, 무리하게 움직이는 행동은 삼가세요."
흰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이 데면데면한 얼굴로 누워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 표정과 시큰둥한 어투가 엄살 좀 그만 부리라는 엄마의 잔소리마냥 나를 뜨끔거리게 했다. 자신의 차트를 훑으며 병실을 나간 의사선생님이 원망스러우리만치 병실 안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김이사는 허리에 손을 짚고는 숨을 몰아 쉬었다. 이마에 삐질삐질 흐르는 땀을 슬며시 닦으며 한숨을 쉬었다.
"뭘 자꾸 힐끔 거려."
"그러지 마세요, 저 지금 혼날 준비 하고 있는 거에요."
나는 김이사의 말에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떨궜다.
"ㅇ사원 뭐뭐 잘못 했습니까, 넘어진 거, 런칭쇼 망친 거, 등 찢어진 거. 많기도 해라."
"…."
"그럼 시말서 써야겠네, 맞습니까."
이상하다. 평소같았으면 뭐야 이 인간. 했을 내가 분명한데 지금은 정말 비정상적으로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그와 장난을 치고 농담따먹기나 하는 게 뭐 대수라고. 남자를 너무 못 만나서 이런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가 멋쩍게 웃으면 그 증상은 배가 된다. 심장이 연기처럼 몽글몽글 피어나 볼을 간질간질 간질이는 기분이다. 이건, 진짜 좀…, 이상한데….
"에휴... 그냥 소리 몇 번 지르시죠, 이러시는 거 정말 불편한데."
"거 참…, 잘 해 줘도 난립니까 왜?"
"잘 해 주니까 난리죠, 제가 제일 잘 알잖아요? 두 얼굴의 김종인 이사님."
뭐? 하며 나를 찌릿찌릿 가자미 눈으로 노려 보던 김이사의 다리 후들거리는 눈빛에 어색한 미소를 자아내며 어깨를 으쓱였다.
"에휴, 출근하면 ㅇ사원부터 해고해야겠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큰둥한 듯 하면서도 나를 농락하는 듯한 그의 어투에 눈썹을 꿈틀거린다. 속으로 계속해서 저를 잘근잘근 씹고 있는 걸 아는 그인지 멋쩍게 웃어 보이고는 눈썹을 들썩인다. 공교롭게도 아직도 이런 내 심장은 계속 두근두근 뛰고있다는 사실.
이사님, 우리 연애 할까요?
일주일 후 겨우 몸을 이끌고 출근 한 회사에는 별의 별 이야기가 다 돌았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소리가 절반, 이번 런칭쇼를 망치려고 경쟁사에서 심어놓은 스파이가 바로 나였다는 소리가 절반. 아무리 수준 높은 대기업이라도 이런 수근거림과 헛소문은 없을 수가 없나 보다.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들을 아무렇지 않게 떠들어대는지. 불편한 심기와 뻐근한 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웬 일이야, 엘리베이터 안에는 김종인 이사와 우리 부서 최부장님이 떡하니 계셨다. 두 분 다 아주 근엄한 자태로.
"어…, 그…. 안녕하십니까."
"참 반갑네 그래, 우리 ㅇ사원. 덕분에 쪽이란 쪽은 다 팔렸어."
최부장님은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나를 아래 위로 훑으며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숨이 턱 막혀왔다. 이제 내 회사 생활은 완벽하게 끝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살인적인 시말서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내가 매일 상상했던 이상적인 회사생활이란 와르르 무너져 없다.
"거…, 너무 그러지 마시죠."
김이사가 머리를 슬몃 정리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최부장은 자애로운 미소를 가장해 가소로움 가득 드러낸 미소를 띄며 나를 노려봤다.
"하하, 김이사님, 제가 ㅇ사원한테 뭐라고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그게 참…."
나는 헛기침을 몇 번 했다. 공기중에 날아다니는 먼지들보다, 눈칫밥에 걸린 사레가 나를 더 켈록거리게 한다. 나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이리저리 굴리며 내 가슴 가득 텁텁히 쌓인 묵직한 문제들을 심도 깊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래 봤자 나오는 답은 나는 이미 이 회사에선 글러먹었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탄 나를 벌써부터 바가지마냥 박박 긁는 최부장의 행동만 봐도 그럴 것이 분명했다. 휴, 그만 둘까. 그러기엔 오빠에게 빌렸던 돈들이 내 어깨를 묵직하게 한다.
"아, 참, 김이사님 오늘 일찍 임원회의 있지 않으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놓고 온 자료가 있어서요."
김이사는 고개를 돌려 나를 내려보며 말했다. 가져다 줄 거죠? ㅇ사원. 책상 제일 왼쪽에 파일. 김이사가 나를 뚫어져라 직시하며 말했고 난 거기에 혼이 나간 사람 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세 층수 표시 램프 속 세븐세그먼트는 9를 가르켰고, 김이사가 열림 버튼을 꾹 누름과 동시에 최부장은 사무실로, 나는 디자인 이사실로 저벅저벅 향했다. 김이사의 심부름이 아니었다면 최부장에게 사무실로 들어섬과 동시에 먼지 나도록 혼쭐이 났을 터인지라 김이사에게 고마움이 일었다. 그 뿐이랴, 내가 견뎌내지 못해 고개를 떨궜어야 할 상사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상상 돼 그의 배려가 그토록 감동일 수가 없었다.
"이사님, 여기 …."
"좀 가까이 와서 주지, 나 팔 빠질 수도 있는데."
또각또각 구둣발소리를 내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파일을 들이 밀었다. 근데 이 남자 뭐하자는 거야? 자꾸 몸을 뒤로 내뺀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 서며 날 약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더 앞으로 다가가 파일을 확 내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워!"
갑자기 나를 놀래키는 그의 행동에 어어어어어하며 그가 몰아가는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뭐 하시는 거에요! 넘어질 뻔 했잖…."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주변 공기가 완전히 잡아 먹힌 기분이다. 숨이 쉬어지질 않는데 심장은 쿵쾅거리는 모순적인 증상이 내 몸에 발생했다. 얼굴을 누가 불로 화르륵 태우는 것마냥 화끈거린다.
"아픕니까, 얼굴이 뭐 이렇게 빨개."
"얼굴 좀 치우시죠."
"왜요, 난 이렇게 보고 얘기하는 거 좋은데. 친밀감도 쌓이고."
"최부장님하곤 안 그러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최부장님하곤 안 친합니다. ㅇ사원 나랑 결혼하기로 했잖아."
세상에, 누가 들을까싶어 주위를 살폈다. 턱 끝부터 이마까지 완전히 시뻘건 토마토가 돼 있을 게 분명했다. 장난스러운 그의 말에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원래 사람 놀리고 그러는 게 취미십니까?"
"그런게 취미는 아닌데, ㅇ사원이 자꾸 취미로 만드네."
"정말 화 낼 거에요."
"등, 괜찮습니까."
띵. 엘리베이터 알림음이 흘러 나오고 고개를 돌린 김이사와 나의 눈이 문쪽으로 향했다. 난 경악했다. 타려는 사람이 도경수였다. 요상한 자세로 대화하는 우릴 동그래진 눈으로 바라보는 도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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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었죠,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동안 자리 비움 상태였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하겠네요... 여전히 제 글을 읽어 주실 분이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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