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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Maybe




 
 
 
쓸데없는 감정은 사람을 약하게 만들었다. 김지원이 고삐가 풀린체 해롱거리며 들어왔던 날이 그의 어머니 기일인것은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되었다. 녀석은 언제그랬냐는듯 제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웃는얼굴뒤로 그늘진 모습이 겹쳐보이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오는날이 있으면 가는날도 있다고 치부해버렸다. 내가 버림받았다 심드렁하게 말을 내뱉을때 머리를 숙이며 잠시 말을 아끼던 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무거웠다.  답답함에 의무실 창문을 홱하니 젖혔다. 며칠간 고분고분 약도 잘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더니 이제는 제법 움직이는데 큰무리가 없었다. 이렇게 크게 외상을 입은적은 열여덟살 이후로 처음이였다. 구준회놈이 장난삼아 당긴 방아쇠가 어깨를 뚫고 지나갔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죽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최초의 순간이였지 아마. 지나간 추억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의무실은 건물의 이층 구석쯤이였다. 상처는 점점 아물어 갔고 사실 혼자서 걷는데도 무리만 하지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었다. 어쩌면 사실 가슴한켠 무서움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정말 버려졌을 까봐 무서운것이였다. 휙 바람을 가르는 미세한 소리에 밑을 내려다 보았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밑으로 과녁판을 정확히 조준하고 있는 김지원과 몇몇 형사들이 보였다.  몸에 딱맞게 핏된 하얀와이셔츠위로 녀석의 판판한등이 들썩였다. 소음기가 달려있음에 탄환의 거친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곳을 나가서 저녀석과 마주친다면 저 총으로 날 겨누겠지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탄창이 빈것인지 손바닥으로 총의 밑단을 치며 탄창을 가리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잠시 넋을 놓은찰나 쏟아지는 앞머리를 쓸어올리던 녀석의 시선과 정확히 마주쳤다. 당황스러운 나와 달리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한손을 들어보이며 인사해왔다. 녀석의 행동에 나머지 형사들의 눈이 자연스레 나에게 모였다. 후다닥 벽뒤로 몸을 감추었다. 미친거아냐?  우리가 언제부터 저렇게 다정히 웃으며 인사를 할 사이였다고... 김지원이 예상밖의 행동을 해올때마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당황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가 의문이다. 그나저나.. 나 왜 숨었지..
 
 




 
 
 
 

-
 
 
 
 
 
 

오른손으로 움켜잡은 방아쇠를 당기자 작은 공기음과 함께 탄환이 과녁을 뚫었다. 텐! 점수를 알려주는 경관의 말에 고맙다는 신호를 보냈다. 어릴적 무작정 경찰이 되겠다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번졌다. 열여덟살의 나는 가족여행이라면 치를 떨었다.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놀러가기를 더 원했고 차라리 집에 누워 티비나 보는게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만에 외국여행이냐며 강제적으로 끌고가려던 어머니가 계셨고 싫다며 발악했던 내가 있었다. 결국 가족여행에서 벗어나 한국에 남았던 나는 환호를 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사일뒤 싸늘한 주검으로 한국에 돌아오셨다. 손에든 권총을 힘주어 잡았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내뒤로 뭐하냐는 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냐 그냥 옛날생각나서' 정말 그저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것 뿐인데 진환은 내어깨를 꽉쥐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너같은거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집에서 나가!!!' 울분에 석였던 아버지의 고함이 진심이 아니란건 알고 있었다. 알겠다며 뛰쳐나온 나도 진심이 아니였으니까. 어머니는 중국에서 의문의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 이유없는 총살일 뿐이였다. 아무도 그 범인을 제대로 찾아주려하지않았다. 내가 형사가 되고 나서야 안거지만 중국의 큰 마피아일 가능성이 높다고했다. 그때부터였지 아마 마피아란 범죄조직만 보면 치를 떨기 시작했던게.  텐! 마지막 탄환이였다. 처음엔 탄창 하나도 제대로 갈지 못했던 내가 너무도 능숙히 이짓을 하고 있단것이 기특했다. 어, 무심결에 든 고개너머로 김한빈이 있었다. 김한빈의 짧지않은 진갈색 앞머리가 바람에 날리며 가려져있던 눈을 드러냈다.  손을들어 인사를 건냈지만 후다닥 벽뒤로 숨어버리는 녀석에 허공에 든 손이 갈길을 잃었다. 괜히 뻘줌한 손을 주먹을 쥐어 내렸다. 창문모서리로 삐져나온 갈색 머리칼에 작게 웃음지었다. 숨으려면 제대로 숨던가.
 
 

나는 녀석이 블랙이 아니라는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은 실로 제일 유력하다 생각했지만 하는행동을 봐서는 전혀 아닌것 같았다. 꽥꽥대는 고함소리도, 아닌척하지만 숨기지 못하는 표정이 어둠속을 배회하는 마피아집단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진환은 내가 매일 김한빈을 심문이라도 한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오늘 아침에 언제까지 그럴거냐는 말해 그저 웃어보였다. 심문은 무슨, 그 성격에 잘도 내 질문에 답해주겠다. 가끔 축처진 두눈을 하고 짜증을 픽내는 모습이 성난 강아지 같았다. 그래도 녀석도 사람이였던지라 기쁜일이 있으면 웃긴했다. 아.. 
 세븐! 점수를 알려주는 경관이 갑자기 왜이러냐는듯 눈살을 찌푸려왔다.
 
 
 
눈이 조금커지면서 해맑은 미소를 걸치며 날올려봤던 그날의 잔상이 남아있었다. 집중이 안된다.
 
 
 
 
 
 
 

일은 저녁에 터졌다. 검은 세단 몇대가 무섭게 주차장을 비집고 들어오더니 검은 양복을 맞춰입은 몇명의 사내들이 서로 쳐들어왔다. 낯선 방문객의 등장에 자연스래 서가 시끄러워졌다. 백인둘 흑인셋. 형사인가? 그들은 서장과 몇마디 나누더니 발걸음을 재촉해 이층을 향해 올라갔다. 진환이 물을 들이키며 맞은편에서 걸어오다 이내 날 발견하곤 말을 서둘렀다.
 
 

"저사람들 본국사람들이야 장난없지?"
"본국사람들이 왜온거야"
"녀석들이 너무 안잡히니까, 뭐라도 하나 잡으서 내세우려는 모양이지"
 
 
 
진환의 말에 붙잡았던 물통을 경직된 채로 내려놓았다. 뭐라도 하나 내세운다니 설마.. 진환은 날카로운 내 질문에 조심스래 답을 해왔고 그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난 이층을 향해 뛰었다. '김한빈이 증거는 없지만 현장에서 유일하게 나온 증거품이 될수도 있다는 그런 짐작아닐까 수사에 협조해달라는것 같더라. 끌고갈 모양이야' 아무 증거가 없는녀석을 심증만으로 잡아 족치려는 것이였다. 아직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을 데려다 본국은...  숨을 몰아쉬며 복도 끝으로 치닫을때쯤 익숙한 녀석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시발 진짜 이거 놔!!' 백인장정들에게 양쪽으로 붙들린채 질질 끌려나가는 녀석이 온몸으로 반항하고 있었다.
 
 
 
성큼성큼 다가서 본국의 사람들앞에서자 알수없는 영어로 말을 해왔다. 김한빈은 분에 못이긴 표정으로 나를올려다 보았다. 눈가가 빨개져있었다. 자연스래 터지는 한숨에 말없이 김한빈의 몸을 떼내려고 했다. 무작정 김한빈을 데려가려는 내행동에 남자들은 약간의 거친 말을 내뱉으며 힘을 빼지 않았다. '그만해라 ' 서늘히 내뱉은 목소리에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듯한 백인녀석이 다가와 얼굴가까이 삿대질을 하며 침을 튀겨왔다. 오른 뺨위로 튀긴 물기를 손등으로 닦아냈다. '그만하라고...' 복도에 흐르는 냉기류에 모두가 침묵했다. 다리가 불편한것인지 바둥거리는 김한빈의 등으로 검둥이 녀석하나가 팔로 가격을 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의사였다.
 
 
 
 

"김지원!!"
 
 
 
 

순간의 화를 참아내지 못한 내 주먹질에 툰탁한 소음을 내며 검둥이 녀석이 뒤로 나자빠졌다. 다시한번 녀석의 정강이를 차버리려는 찰나 진환과 몇몇경관이 달려와 내 어깨를 눌러왔다. 진환이 마치 범인을 잡듯 내 두손을 뒤로 꺽어버림에 구부정한 자세로 화를 표출했다.
 
 
 

"시발,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한국말 못알아듣냐? fuck you라고 개새끼들아!!"
"김형사 진정해. 왜이래, 다 끝난 이야기야"
 
 
 
내 언성이 높아지자 옆에서 어깨를 눌러잡던 경관이 다급이 말을 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본국 녀석들을 곧장 노려보았다. 시발은 못알아들어도 fuck you는 알아들었나 보다. 씩씩대며 어이없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모습이 가관이였다. 내가 미치면 감당이 안된다는건 옛적부터 우리 팀 전원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였다. 우리쪽 팀장은 본국녀석들에게 다가가 진중히 무언가를 전했고 녀석들은 끝까지 화를 삮히지 못했다. 몇분간의 논쟁이 있고난뒤 녀석들은 나를 노려보며 빠져나갔다.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라도 그것이 나를 향해 내뱉는 욕이라는것 정도는 알고있었다.  느슨해진 힘사이로 팔을 거칠게 빼냈다. 이거놔. 복도 한중간에 주저 앉아 마른 기침을 내뱉은 김한빈에게로 달려갔다. 고르게 내뱉는 숨소리에 그제야 진정이 되는듯했다. 
 
 
 

"김지원. 본국에서 내려온 사람을 저렇게 대해놓고 어쩔 작정이야. 그아일 제일처음 의심했던 건 너였잖아. 돌려보낼거면 얼른 돌려보내고 넘길거면 빨리넘겨. 범인은 족쳐야 나온다는거 니 신조아냐?"
 
 
 

진환이 차갑게 말을 내뱉고 뒤돌았다. 입을 꾹다물곤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래 맞는말이였다. 제일처음 발견한것도 나고, 의심한것도 나고, 범인은 족쳐야 나온다고 했던것도 내가 맞다. 하지만 지금와서 격어보니 아니다란 말은 형사로서 내뱉기엔 다소 무책임한 말이였다. 더 피해를 보기전 김한빈을 돌려보내야했다. 녀석을 부축해 의무실안으로 들어갈때까지도 김한빈은 말이 없었다. 고개를 푹숙인채 침묵을 지키는 모습에 목울대를 삼켰다. 미안하고 해야할까, 아니면 돌아가라고 해야하나 무슨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창틀에 보이는 물잔에 일단 물부터 줘야하나하고 몸을 돌렸다. 순간 작게 붙들려오는 힘에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수 없었다.
 
 
 
"..가..지마.."
 
 
 
잘못들은건가 해서 다시 김한빈을 응시하려고 하자 녀석은 힘을 주어 내 옷을 붙들으며 내 등으로 얼굴을 묻어왔다.
 
 
 
"ㄷ.. 뒤돌아도 .. 보지마."
 
 

녀석의 목소리에 확연히 물기가 어려있었다. 등으로 김한빈의 가쁜 숨결과 눈물자욱이 느껴졌다. 떨리는 목소리로 간간히 말을 내뱉음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녀석의 손을 슬며시 때내며 곧장 그 얼굴을 마주했다.  빨갛게 부어오른 손목과 열기가 오른 얼굴이 마주했다. 눈꼬리가 축쳐져서는 눈물을 떨어트리지 않으려는듯 눈에 힘을 주고 있는 서글픈 얼굴이였다. 손을 들어 눈가득 맻힌 눈물을 닦아내곤 조심스래 녀석을 품에 가두었다. 왠일로 녀석은 날 밀어내지 않았고 토닥토닥이는 내 손길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마치 아이다루는듯한 내 손길에 김한빈은 나를 아프지않게 나를 밀어냈다. '미안하다..' 무거운 내 음성에 그 작은 얼굴이 나를 향했다. 무언갈 말하고 싶어하는 녀석의 입술이 달싹였다. 내가 왜 그렇게 흥분했는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증거도 없는 민간인을 잡아가려는 녀석들의 횡포때문에? 아니면 이런식으로 사건을 뒤엎어 수사하려는 썩은 본국에 치가 떨려서? 빨갛게 달삭이는 입술이 언제부터 내시선을 가져간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몸이 붕뜬것같은기분이 들었다. 하얀얼굴에 서린 물기가 더 분위기를 미묘하게 만들었다. 분위기 탓이였다. 순전히 그렇게 생각했다. 김한빈의 작은 얼굴을 붙잡았다.
 
 
 

여전히 망설이는 김한빈의 입술위로 조용히 내입술을 내리붙였다. 이 순간 깨달은것 같다
어쩌면 이 녀석을 보내기 싫은걸지도 몰랐다.







-댓글감사합니다. 인티 안올뻔!! 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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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대박 분위기 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저 이거 왜 이제야 봤을까요ㅠㅠㅠ이런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가 어느쪽으로 절을 하면 된다구요?ㅋㅋ 둘이 티격대는 것도 귀엽고 꽁냥대는 것도 귀엽고ㅠㅠㅠㅠ 근데 한빈이 진짜 버려진거 아니죠?ㅜㅜㅠ 여튼 신알신하고 가요!
9년 전
독자2
엄마야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상에 작가님 ㅠㅠㅠ 신알신 하고 갑니다 ㅠㅠㅠㅜㅜ
9년 전
독자3
와 문체도 좋고 짱짱ㅜㅜㅜㅜㅜ 작가님 사랑해여ㅜㅜㅜㅜㅜ훠우!
9년 전
독자4
진짜 재밌ㅅ어여ㅠㅠㅠㅠㅠㅠ 짱짱맨
9년 전
비회원79.50
헐이걸이제봤어ㅠㅠㅠㅠㅠ 작가님돌아오세여ㅠㅠㅠㅠㅠ 쨩쨩
9년 전
독자5
독방에서 추천하길래 보러왔ㄴ느데 대박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분위기가 넘 좋슴다. 시간가는지도 모르고 읽었어요 ㅠㅠ 지원이 입맞춤이 뭔가 찡하네요 둘이 잘 될수있을지... 신알신하구가여! 다음편도 나왔으면 좋겠네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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