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였다.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엄마가 집에서 밥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고 바락바락 악을 썼다.
당신이 왜 집에 있냐고, 여기서 뭐하는 짓이냐고, 미친 사람 마냥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악을 쓰듯 소리를 마구 질렀다.
손을 부들부들 떨던 엄마는 그대로 내 뺨에 손을 날렸고, 그와 동시에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집 밖으로 뛰쳐 나왔던 것 같다.
[EXO/김종인] 아저씨 안녕하세요 01
"아씨..우산 없는데.."
집을 나설때만 해도 그렇게 무겁지 않은 빗방울이었는데 어느새 그 빗방울이 크기를 키웠는지 얼굴을 내리치는 빗줄기가 꽤나 매서웠다.
조금 전 배를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편의점에 들어가서 라면을 사먹을 때 썼던 돈 1200원이 내 주머니에 있던 돈의 전부였다.
지갑을 들고 나왔더라면 찜질방이라도 들어갔을테지만 빈털털이인 나는 갈 곳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비를 맞으며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어머, 우산 없나봐."
"신경쓰지마, 금방 들어가겠지."
나를 쳐다보는 것이 명백한 시선으로 흘깃흘깃 나를 쳐다보며 속닥이는 커플들의 목소리가 내 귀에 정확히 꽂혀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둘을 노려보자 '가출했나?' '그냥 좀 가자.' 따위의 대화를 나누며 숙덕이는 목소리가 다시 귀를 파고 들어온다. 좋지 않았던 기분이 바닥을 친다.
정상적인 학생이라고 볼 수는 없는 차림이긴 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남을 가지고 저런 이야기를 막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이를 꾹 깨물었다.
니가 무슨 상관이냐며 악을 쓰고 달려들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경찰서에 불려가 엄마가 올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걸음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다.
"아씨, 추워.."
주변을 둘러봐도 딱히 몸을 숨길 수 있을만한 공간을 찾을 수 없었다. 돈이라도 들고 나올걸 하고 후회하며 빗물이 가득 고여있는 웅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에 물이 튀었다. 씨발 하고 작게 욕을 읊조리고 괜히 더 물웅덩이를 세게 걷어차며 발걸음을 옮겼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불만을 토하며 내 주변을 피하며 걷는 것이 생생히 느껴졌지만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기분이 더러웠다. 그것도 심각하게.
으슬으슬 몸이 떨려와서 결국은 주변 길거리에 설치되어있는 공중전화부스로 들어가서 쪼그려 앉았다.
친구의 권유로 짧게 줄여 단을 박아놓은 교복 치마가 허벅지를 터질듯이 조여왔다. 그래도 어쩔수 없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이럴 수 밖에.
공중전화부스 바닥이 더러울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져려오는 다리 탓에 허벅지를 톡톡 두드리는 것도 잠깐의 처방만 되었지 결코 저린다리를 풀어줄 수는 없었다.
결국은 다리를 끌어모으고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무릎 사이로 고개를 파묻었다. 비에 젖은 몸이 떨려왔다. 추웠다. 그리고 나는 그 자세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저기요."
"...."
"저기요...저기.."
"아,씨발..."
계속해서 손으로 등을 톡톡 토닥이는 손길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눈을 떴다.
선천적인 저혈압 탓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가 욕을 내뱉었다는 자각도 없는 상태로 눈을 뜬 채로 멍하니 있었다.
쓸데없이 약한 몸 탓에 언제나 자고 일어나면 앞이 뿌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긴 어디지.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거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거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저기.."
"누구세요..?'
"아니, 여기서 그러고 계시길래 그냥.."
"누구시냐구요."
내가 들어도 싸가지가 바가지인듯한 말투였다. 가시돋힌 말투로 말을 툭 내뱉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남자가 뒷통수를 긁적였다.
우물쭈물하는 모양새는 퍽 귀여워 보였지만 얼굴을 보니 대학생쯤 되어보이는 외모에 이렇게 말을 찍찍 내뱉어도 되나 싶었다. 이제와서 뭘.
"김..김종인이요...김종인이예요, 내 이름."
"그런데요?"
"에..네?"
"왜 깨우시는데요?"
"여기서 자면 감기걸려요..일어나요."
"나 갈데 없어요."
"갈데 없어요..? 집은요..?"
"집 나왔는데요."
당황한 표정이 가득한 얼굴로 인상을 마구 찌푸리더니 머리를 긁적이더니 하고싶은 말이 있는지 입술을 우물거린다.
까만 피부처럼 빨간 입술이 꽤 통통하다. 귀엽네.
"우리집..갈래요..?"
입가에 살풋이 웃음 한줄기를 걸치고 나를 내려다보며 말을 걸어오는 얼굴이 꽤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은 가히 정신나간 말과 다른 없었지만
내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는지 다급하게 양 손과 함께 고개를 젓던 김종인이라는 남자가 다급하던 몸짓과 함께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런거 아니예요! 그런, 막 돈 주고 나쁜짓하는 그런거 아니니까..음.."
"알아요, 그래 보여요."
급하게 말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고 피식 하는 바람터지는 소리와 함께 웃음이 나왔다. 귀엽잖아, 이 남자.
꽤나 굵직하고 선이 강해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생각외로 어렸다.
"몇살이예요?"
"나, 31살.."
"와, 아저씨네. 나 19살인데."
"아,아아...어..음..학생이네요."
"당연하죠, 교복입었잖아요."
어색하게 웃으며 뒷목을 손으로 잡고 쓸어내리는 얼굴이 아무리 봐도 30대로 보이진 않는다.
솔직히 말해 많이 쳐줘봤자 대학을 갓 졸업한 나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손등에 가득한 힘줄을 보면 그래, 뭐. 남자답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31살이라니.
속으로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머리 양쪽을 세게 누르는듯한 두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몸이 뜨뜻하다 싶었더니 열이 오른 모양이다. 제기랄, 망했다.
"말 까요, 아저씨.'
"아니, 난 이게 더 편해요."
"나 데리고 갈 거 아니예요?"
"우리집 올거예요..?"
"추워요, 비는 오고. 갈 데도 없고."
"일어나요, 그럼."
손을 잡고 일어나라는듯 나를 향해 손을 뻗어온다. 쓸데없는 친절이라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를 따라가도 괜찮을까, 그것도 나보다 12살이나 많은 아저씨를. 속으로 곰곰히 생각하며 머리를 굴렸다.
그래 뭐. 어차피 시궁창인 인생, 더 망한다고 문제가 생기겠나 싶어 엉덩이를 털며 일어나려 했다.
"저기요!"
몸이 휘청하는 것을 느끼며 다시 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다. 일어서자마자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빈혈 증세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급하게 나를 부르며 팔을 뻗어온다. 긴 팔에 몸이 반쯤 걸쳐져 겨우 추접스럽게 바닥에 널부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바로 세웠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저기요가 아니라 OOO예요, 내 이름."
"아..OOO...내 이름은 김종인.."
"알아요, 아까 말했잖아요."
"아..아..그렇구나.."
내 허리를 감싼 손을 놓지 않은채로 아저씨는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멍청해보인다, 이 사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건가 싶어 고개를 들어 아저씨를 바라보자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아저씨가 급하게 눈을 피하며 허리를 감싼 제 팔을 풀었다.
"가요, 감기걸린 것 같은데. 뜨거워요."
"나 못 걷겠는데.."
"괜찮아요."
내가 못걷겠다는데 괜찮긴 뭐가 괜찮냐며 불만을 표하려던 찰나 나를 등에 없는 몸짓에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널찍한 등판에 가만히 업혀 입을 열었다.
"아저씨."
"네?"
"집 도착하면 나 깨워요.."
"알겠어요, 잠오면 자요."
부드럽게 흔들리는 몸을 느끼며 등에 고개를 파묻었다. 꽤나 따뜻한 느낌에 금방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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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안녕하세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