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어. 이 둘의 관계는 이제 그냥 연습생과 연습생, 음악 동료와 음악 동료의 사이로 끝이 났어. 진환이는 하루하루를 낮에는 연습하고, 밤에는 우는 그런 하루를 지냈고, 준회는 여전히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모른채, 그냥 여자들과 만나면서 그렇게 다녔어. 어느 날, 비팀끼리 숙소에서 치맥콜을 먹고 있었어. 그 날이 유일하게 양현석 사장님한테 칭찬을 받은 날 이었거든. 당연히 성인인 진환이는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워낙 잘 취하는 애라 반 캔도 못 마시고, 한빈이 어깨에 기대서 웅얼거리고 있었어. 주...아직... 좋아...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더니 이내 잠이 들어 버린 진환이를 보고 한빈이가 한숨을 쉬면서 준회를 노려보면서 말했어. 야, 구준회. 너 진환이 형 진짜 안 좋아해? 진짜로? 당연히 준회는 그 질문를 외면하고 그냥 계속 치킨만 먹었지. 한빈이는 진환이를 지원이 한테 넘기고는 계속 말했어. 진환이 형이 아까 술먹고 취해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구준회 아직도 좋아하는데, 잊고 싶은데, 잊을 수가 없데. 니가 진환이 형을 생각한다면, 재대로 감정표현을 해. 어중간하게 아직 미련있는 척 하면서, 진환이 형이랑 둘이 있을때, 욕하지 말고. 남자 좋아하는게 그렇게 싫으면 처음부터 형이랑 사귀질 말던가... 이렇게 한빈이의 잔소리와 준회의 침묵이 이어지던 중, 진환이가 눈을 떳어. 눈을 뜨자마자 준회랑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돌리고 무시했어. 한빈아, 그만. 내가 다 잘못한거지. 내가 처음부터 안 좋아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미안해. 이 말을 듣고있는 준회는 뭔가 이상했어. 헤어진 커플이라면 이런 말을 들으면 그냥 아무런 감정이 없어야 하는데, 자꾸 가슴이 따끔따끔한게 이상한거야. 뭔가 짜증도 나고. 사실 한빈이 어깨에 기대고 있는것도 지금 기분이 나빴었는데, 자꾸 미안하다. 잘못했다. 이런 말을 들으니깐, 더 기분이 나쁜거야. 그래서 준회는 확 일어나서 입술을 깨물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어. 준회는 자기의 감정이 어떤건지 하나도 모르겠었어. 그냥, 계속 미칠꺼 같은거야.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기가 진환이를 좋아한다는 결론 밖에 안나는데 그게 너무 이상한거지. 분명히 사귈 때는 답답하고, 같이 있기 싫고, 귀찮고 그랬는데, 지금은 본능적으로 며칠 전처럼 진환이가 자기를 다시 봐주기를 바라는거야. 진환이는 준회가 방으로 들어갔을때 그 때 울음이 터져버렸어. 원래 멤버 앞에서는 최대한 안 우려고 하고, 울어도 그냥 훌쩍훌쩍 우는 수준이라 당연히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지. 차마 준회한테 들릴까 조용히 울기는 했지만 거의 탈진 할 정도로 그냥 울기만 했어. 이때까지 최대한 숨기고 다녔던 감정이 막 북받쳐나오는거야.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도 헤어졌을때, 준회가 짐을 버리는걸 보았을때, 다른 여자 연습생이나 여자랑 놀고 있는걸 보았을때... 셀 수 없이 혼자 울던것도 생각나 그냥 다 울어버렸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술은 진실을 말하게 한다고 하지. 그게 딱 진환이였어. 술을 먹고 진실을, 자신의 마음속 응어리를 다 토해내게 하는거지. 진환이는 헤어진 후부터 마음속의 상처를 곪아 터질때까지 가만히 놔두고 있었던거지. 다 울고나니 뭔가 시원한 느낌이었어. 그러고는 앉아서 멤버들한테 모든 걸 다 털어놓았지. 아직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 너무 안도가 됬던거야 진환이는. 그리고 진환이는 마지막으로 준회를 이 괴로웠던 관계에서 없애기 위해, 준회 방으로 조심히 들어갔어. 준회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지. 자고 있었다기 보다는 자기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그냥 누워서 머리 속을 정리하고 있었던거였어. 진환이는 그런 준회가 자는 줄만 알고, 마지막으로 준회 입술에 뽀뽀를 한 뒤 나가려고 했었어. 준회는 가만히 누워있던 중 입술에 무슨 촉감이 들자 눈을 떳고 그냥 가려던 진환이를 보게 되었어. 그리고 그 때 다시 확신했지. 아... 나는 아직 진환이형을 좋아하는 구나... 그러고는 황급히 일어나서 진환이 팔을 붙잡았어. 진환이는 갑자기 준회가 일어나서 팔을 붙잡자 두렵기도 하고 또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준회를 바라보기만 했어. 형, 나 아직 좋아해? ...어, 좋아해. 아니, 좋아했었어. 지금부터 안 좋아할꺼거든. 그리고 1년 넘게 사귀었던 구준회는 이제 없는 사람하려고. 그냥 착한 동생이었던 구준회만 알고 있을꺼야. 준회는 이 관계를 끝내려고 하는 진환이의 말을 듣고 있다가 한숨을 쉬더니 진환이를 껴앉았어. 미안해. 미안해. 내가 나빴어. 아니, 내가 미쳤었어. 이렇게 착한 애인 두고 바람핀 내 잘못이야. 미안해. 진환이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준회를 밀어내고는 말을 했어. 준회야, 나는 싫어. 더이상 이렇게 상처받고 싶지도 않고, 이런 비참한 기분 이제는 안 느끼고 싶어. 아까 내가 와서 뽀뽀한거는 용서가 아니라 그냥 마지막 인사야. 헤어진 김진환이 구준회한테 하는 마지막 인사. 그러니깐 우리 그냥 형 동생으로 돌아오자. 너는 나한테 착한 동생으로 돌아오고, 나는 너한테 그냥 형으로 돌아올께. 그러고는 방을 나가버렸어. 용서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며. 준회는 진환이가 나가고 방 문이 닫히자, 뭔가 설명할수 없는 기분이 들었어. 분노는 아닌, 그렇다고 슬픔이라고는 할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어. 답답하고, 진짜 모든 걸 다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어. 그러고는 깨달았어.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 진환이가 자신과 헤어졌을 때 느꼈다는 걸 말이야. 그러고는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어. 마치 폭포처럼 한 번 시작한 눈물을 멈추지 않았고, 마음은 먹먹하고 누가 움켜지는 것 같았어. 준회는 방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그냥 그 상태로 눈물만 쏟으며, 계속 한 마디만 반복했어. 미안해... 용서해줘...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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