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봐라!"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내 부인이 될 자를 만나러 온 것이다, 이런 것을 기다린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련님."
"저것을 끌어내라, 그리고 내 부인이 될 자를 불러오거라!"
[EXO/민석준면찬열경수세훈] 인연(因緣) 6
[명사]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2.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이어지는 글입니다. 1편부터 보고 와주세요 제! 발!-
이게 무슨-어이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졌다.
뭐 이 새끼야? 이따위 것?
소리내어 버럭 버럭 악을 쓰고 싶었지만 내 정혼자라는 낯짝 반반한 사내의 옆에 앉아서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정혼자라는 남자의 시종으로 보이는 남자때문에 입술만 꾹 깨문 채로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촤르륵-소리를 내며 부채를 펼쳐 이가를 가리더니 그 큰 눈을 반으로 접으며 씨익 웃어보이나. 뭘 갑자기 쳐 웃어싸.
"제가 초면에 큰 결례를 범한듯 합니다, 부인."
그걸 이제야 알았니? 응?
당장이라도 잘난 얼굴을 북북 긁어놓고 싶었지만 부글부글 끓는 속을 겨우 달래며 그저 싱긋이 웃어보였다.
성격이라도 좋아보여야 데려가겠지-하고 혼자 생각한 끝에 취한 행동이었다.
내 웃음에 하답이라도 할 생각인지 와하하-하는 필요 이상으로 화통한 웃음소리를 내며 허리까지 젖혀가며 웃어보인다.
아-내 남편될 사람은 정말 미친 놈인건가.
"우리 둘의 혼사에 대해 부인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뜻입니다."
왜 부모님의 뜻이 이따위 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내 대답에 눈썩을 실룩이더니 씨익 웃어보인다. 화려하게 펼쳐져 있던 부채를 접더니 부채 끝으로 탁-하는 가볍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다기가 올려진 탁상을 내려친다.
지금 불만이라는거냐-이 잘생긴 새끼야.
"나는 이 혼사에 의문이 많소."
"그러십니까?"
아-다른 세상에까지 와서 나는 지아비될 남자를 마난 첫날 이렇게 버림받는건가.
억울한 마음에 코를 찡긋거리며 고개를 수그렸다. 탁자 밑에 얌전히 숨겨둔 두 손으로 꾹 주먹을 말아쥐었다.
너무해-너무하다 진짜.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이를 악다물었다.
애초에 나는 너와 결혼하려 이 곳에 온 것도 아닌데-온갖 생각의 나래를 펼쳐나갈 찰나, 장난기 그득한 목소리가 방 안을 그득히 메운다.
"어찌 한낮 인간에 불과한 제가 꽃과 혼사를 올릴 수 있겠습니까?"
"예?"
"제가 이리 태어나 20년이라는 세월을 살았지만 인간과 꽃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하는 말입니다."
"저는 꽃이 아니라-"
"그리 아름다운 얼굴을 하시고 꽃이 아니다 내빼시면 밉습니다, 부인."
순간적으로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세훈이의 말은 정말 거짓이 아니었구나.
이리도 잘난 얼굴을 한 사내가 씨익 웃으며 저런 말을 하는데 어떤 여자가 심장이 뛰지 않고 베기겠나,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더니 이내 또 촤르륵-하는 소리를 내며 그 화려하기 짝이없는 부채를 펼치더니 내 얼굴을 가린다.
"초면에 농이 지나쳤던듯 싶습니다. 결례를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결례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그런 과분한 칭찬을 하시고,"
"그리 울듯한 얼굴을 하고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는 무엇을 믿어야 합니까?"
씨익 웃으며 부채를 거두어가더니 이제는 제 얼굴을 가린다. 정학하게 붉디 붉은 그 얄팍한 입술만은 가리는 부채 밑에서 사내가 미소를 짓는듯 했다.
동그란 눈이 반으로 접히며 휘어진다. 날렵하던 코 끝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코 끝을 찡긋거린다.
아-이 잘난 사내가 웃는 얼굴은 이런 모습이구나.
멍하니 생각을 하는 찰나,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부채를 빠르게 움직이더니 내 얼굴을 모조리 가려버린다.
그러고는 장난기 그득한 목소리는 어디로 날려버렸는지 제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짝이 없는 말투로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어 뱉는다.
"부인께서는 이 나라 황국(黃國)은 참으로 관대한 나라다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이리 아름다운 얼굴을 모두 드러내고 길을 다녀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십니까?"
귓가에 속삭이는 과분하기 짝이 없는 다정한 말에 귓가가 간지럽다고 느낄 찰나도 없이 괜히 심장이 떨린다.
오라버니에 이어 세훈이에 이제는 정혼자라는 사내에게까지.
내가 이렇게 쉬운 여자였나 하는 짧은 고민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부채를 접어 볼을 톡 가볍게 치는 손길에 잡생각을 지워버리고 정신을 차렸다.
내 앞에 일어나 서있는 사내를 올려다 보기 위해 목을 주욱 빼야만 했다. 키도 크대-하던 세훈이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듯 싶었다.
이 세계의 나도 키가 작은 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오라버니와 있을 때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의아하다가도
세훈이와 처음 만나 얼굴을 마주했을 때 보다도 이 남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내 목에 더 큰 무리가 가는구나-하는 또 다른 잡생각이 머리 속을 메웠다.
"또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키가,"
"말씀해보십시오."
"키가 훤칠하십니다."
"그 한마디 말을 하는데 어찌 그리 얼굴이 붉어지십니까?"
나도 모르게 또 얼굴이 붉어졌나, 싶어 나도 모르게 양 손으로 볼을 감싸쥐었다.
습관인지 또 다시 와하하-하는 웃음소리를 내며 크게 웃은 정혼자라는 사내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더니 내게로 팔을 스윽 뻗는다.
그러고는 양 손으로 내 볼 위에 올려진 내 손을 감싸더니 내 손을 내 무릎 위로 얌전히 올려놓는다.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는 법이니 맨손으로 그리 만지시면 위험합니다."
"제가 진짜 꽃이라도 되는 듯 말하십니다."
"화부인(花婦人)-"
"예?"
"꽃 화(花)자를 붙이면 화부인(花婦人)이 되니 퍽 잘 어울리는 호칭이 아닙니까?"
그러고는 다시 씨익 웃는다. 이리 사람을 낯간지럽게 하는 말은 어디서 배워오기라도 하는걸까.
가슴 속 한켠이 간질간질한듯한 묘한 느낌에 괜히 큼큼,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앞에 초면인 사내를, 그것도 정혼자라는 사내를 그저 세워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 작은 움직임을 읽었는지 뒤로 한발자국 물러선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선 나를 보고는 씨익 웃더니 접혀진 부채 끝으로 내 머리통을 톡 친다.
한번으로는 부족했는지 통통 소리를 내며 두어번 머리를 더 톡톡 두드리더니 씨익 웃는다.
"부인께서는 키가 자그마하십니다."
"아직 다 자라지 아니한 것이니 그리 놀리시면 밉습니다."
"본디 아름다운 꽃은 작고 여려 보호가 필요한 법입니다, 퍽 잘 어울리시니 그리 심통난 표정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듯 싶습니다."
말을 마치고 살풋이 웃어보이더니 내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내 몸을 의자 위에 앉힌다.
그러고는 그 긴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원래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찻물이 담긴 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찻잔을 들어올려 입 안으로 차를 가볍게 털어넣는다.
물방울이 묻은 입술을 대충 손등으로 스윽-문질러 닦더니 몸을 바로해 앉고는 다시 나를 보고 입을 연다.
"부인께서는 저를 아십니까?"
"도련님께서는 저를 아십니까?"
"그대가 내 꽃이라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더 알 필요가 어디에 있습니까?"
"제가 아는 도련님은 어사대부(御史大夫) 박근우의,"
"쉿."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가를 슬쩍 찌푸리더니 부채로 내 입술을 톡 친다.
전혀 아프지도 않은 그저 그런, 가벼운 부채로 행하는 장난질에 그저 웃자 웃지 말라며 볼을 툭 치고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분명 세훈이가 어사대부(御史大夫) 박근우의 장난이라 그리 말했는데,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건가. 싶어 눈을 들어 사내를 쳐다보자 시선을 마주하고 씨익 웃는다.
"그것은 내 아버지에 대한 것이지 그대의 지아비될 사람의 것에 대한 것이 아니질 않습니까.
"그러하면 도련님께서는 어떤 분이십니까."
"내가 어떤 놈인가 하는 것은 부인이 느끼기에 따라 달라질테니 구태여 내 입으로 스스로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러하면, 존함은.."
"박찬열이오, 내 이름."
박찬열, 입 안에 부드럽게 감기는 자연스러운 이름이었다. 부드럽게 뭉그러지는 자연스러운 이름.
소리내어 입 밖으로 내자 씨익 웃으며 다시 한번 불러보라며 슬쩍 조른다. 큰 덩치에 맞지 않는 귀여운 행동이 묘하게 어울려 웃음을 자아낸다.
피식-소리를 내어 웃자 다급하게 부채를 집어들고 내 얼굴을 모조리 가리고는 그리 웃으시면 죄가 됩니다-하고 장난스레 귓가에 속삭인다.
"부인께서는 차를 싫어하십니까?"
"쓴 것을 먹는 것에 서툴러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화부인(花婦人)이라 생각했더니 어린 아이가 아닙니까.
제가 도둑놈이라도 된듯한 기분입니다."
"그리 말씀하시면 부끄럽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하는 내 행동에 씨익 웃더니 자신의 손을 슬쩍 담근다.
손가락 끝에 이리저리 지저분하게 차가 묻어 이게 뭐하는 짓이냐-하며 다급하게 손을 닦을 것을 전하자 아무것도 아니라며 짐짓 고개를 젓더니
이내 손을 내 얼굴 앞으로 들고오더니 가볍게 손을 접었다가 펴며 내 얼굴 위로 물방울을 튕긴다.
내 얼굴 여기저기에 튄 물방울에 하인으로 보이는 그 사내가 입을 쩍 벌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도련님!"
"그리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꽃이 놀라지 않겠느냐,"
"부인되실 분의 얼굴에 무슨 짓입니까요!"
버럭 소리를 지르는 하인 쪽으로 고개를 슬쩍 튼 내 정혼자, 그래, 박찬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사내는 얼굴 가득 의구심을 품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실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찬열의 표정에 하인은 어이가 없는지 입을 벌리고 어버버 하는 바보같은 소리를 낸다.
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찬열이는 입술을 두어번 달싹이더니 제가 손을 담궜던 찻잔을 들어올려 다시 제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는다.
그러고는 물에 젖은 그 손가락으로 내 콧잔등 위에 물방을을 톡 얹어놓는다.
"내가 내 어여쁜 꽃에게 물을 주었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되는 일이라도 있는듯 구는구나."
제 할말을 마쳤는지 찻잔을 탁상 위로 올려놓더니 자리에 앉는다.
내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그렇지 않냐며 한쪽 눈을 찡긋하며 나를 바라보고 싱긋이 웃는다.
아-내 정혼자라는, 이 박찬열이라는 사람에 대해 세훈이가 알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구나.
단순히 얼굴이 잘생기고 키가 크고 공부를 잘하고 어사대부(御史大夫)의 후광을 등에 업은 남자가 아니라 이 남자는, 이 사내는.
"앉으십시오, 부인."
사랑을 해 본적이 없는 어린아이구나.
박찬열 (20)
황국 어사대부(御史大夫) 박근우의 장남
황국(黃國)의 승상(丞相) 김준후의 여식의 정혼자
"내 꽃에게 내가 물을 주었을 뿐인데, 그것이 어찌 문제될 일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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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아이디 고니 준면맘 꽯뚧쌟랣 카르텔꺼 시나몬 시카고걸 모라
권지용 밝으리 열찬박 오징어땅콩 용마 메리미
장미 알콩 꽃잎 모카 매력넘치는 까꿍이 구금 뭉뭉 노트북 라임
허니 하나둘 이웃집여자 세니 카레맛 준멘님이아멘
메일링은 주말에 집에 가서 끝낼게요! 늦게 댓글 다신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