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나 지난걸까. 머리가 띵했다.
밤이 어둑어둑한 것을 넘어서 하늘이 시커매지고 나서야 돌아간 그 박찬열이라는 사내 덕분에 몸이 죄다 늘어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방에 돌아가서 씻고 주무셔야 한다는 시종아이의 목소리에 결국은 축 늘어진 몸을 일으켜 세웠다.
[EXO/민석준면찬열경수세훈] 인연(因緣) 7
[명사]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2.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이어지는 글입니다. 1편부터 보고 와주세요 제! 발!-
"이제야 나오십니까?"
"아, 세훈아."
내 목소리에 바닥에 끌려있는 칼 탓인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구부리고 있는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선 세훈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옆에 다가와 선다.
역시나 코 끝이 빨갛게 얼어있다. 괜히 마음이 시렸다. 너는 어느 집안의 아이일까.
이곳 황국(黃國)에서 어사대부(御史大夫) 라는 직책이 얼마나 화려한 직책인지는 모르겠지만, 널 이 추위에 떨게 할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것인걸까.
"아씨, 저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멍하니 나 혼자만의 생각의 나래를 펼쳐가던 중 내 소맷단을 슬쩍 잡아쥐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인사하며 사라지는 아이의 뒤를 바라보자
이번에는 내 등을 툭 치는 다소 투박한 손길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면 내 얼굴을 바라보는 무표정한 얼굴의 세훈이가 서있다.
그렇지 않아도 하얀 얼굴이 추위에 하얗게 질렸다가 찬 바람에 그새 피부가 트기라도 했는지 양 볼이 보기 흉하게 벌겋다.
"방에 들어가 있지 왜 그걸 기다리고 서있어."
"도련님이 명(命)하신 덕분에."
"오라버니를 말하는거야?"
"아가씨의 오라버니를 제외하고 이 집안에 도련님이 더 있을 것 같아?"
"아니, 확인 차원이지."
내 대답에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씨익 웃어보이는 세훈이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댔다.
손을 가져다댔지만 슬쩍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고개를 돌리는 세훈이의 행동에 분명 차가울 것이 분명한 얼굴을 매만질 수는 없었다.
민망해진 손을 두어번 쥐었다 펴면서 손을 뒤로 숨기자 또 다시 피식-하고 버석한 웃음을 터트린다.
"피곤할텐데 빨리 들어가서 자."
"넌?"
"나도 돌아가야지."
"어딜?"
"뭐가 그렇게 불안해서 그렇게 아등바등이야."
이것봐. 역시나.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서는 너는 또 그렇게 내 마음을 읽어버리지.
어느새 속으로 꿍쳐놓았던 불안감을 끄집어내서는 입 밖으로 내뱉어버리는 세훈이의 행동에 입술을 비죽 내밀면 또 여느때와 같은 웃음을 보이며 입술 끝을 톡 건드린다.
내가 눈을 치켜뜨면 또 한번 씨익 웃으며 내 입술 근처를 맴돌기만 하던 손을 거두어 내려 등 뒤에 숨긴다.
"말씀드렸잖아, 아가씨."
"무얼."
"변하지 않아."
"알고 있어."
"그러니 불안해 하지 말아, 아가씨."
"불안해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행복하게 웃지는 말어.
밖에, 다 들렸어. 아가씨."
"세훈아,!"
제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에도 불구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검은 머리칼이 부드럽게 일렁인다.
또 한번 씨익 웃어보인다. 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칼집 채로 뽑아들더니 흙바닥에 작게 쾅 소리가 내도록 박으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그러고는 단정하게 고개를 들어올리며 칼을 갈무리해 다시 허리춤에 차고는 다시 고개를 까닥 하며 뒤로 돌아선다. 망설임없이 걸어나간다.
네가 가는 곳은 어디일까. 어둠에 눈이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네가 향하고 있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저 어둡기만 할 뿐인데, 너는 어디로 가는걸까.
왜 그렇게 웃기만 해.
이 세상의 나는 분명 네가 연심(戀心)을 품고 있는 대상일텐데 어째서 너는 네 연인이 또다른 정혼자를 만나고 돌아오는데도 그리 담담한 얼굴을 해.
그리 아픈 표정을 하고서는 잔뜩 물어뜯어 허옇게 입술 피부가 모조리 일어난 얼굴을 하고서는 왜 그래 웃기만 해.
"아씨, 들어오지 않고 뭘 하세요."
속이 쓰라렸지만 문을 열고 아씨! 하고 나를 부르는 시종 아이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미리 들어와 방을 뎁혀 놓은건지 따뜻한 온도에 몸이 편하게 늘어지려고 하기도 잠시 방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남자의 얼굴에 그새 몸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갔다.
내 시선의 끝이 시종 아이에게로 향하자 아이는 얼굴을 붉히며 헤헤 웃는다.
"밤이 늦었는데 주무시질 않구요."
"밤이 늦었는데도 누이 동생이 돌아오질 않으니 이리 기다리고 있던 것이 아니냐."
"줄곧 방 앞에서 기다리신 겁니까?"
"그렇다고 하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게 해 줄것이냐?"
"그 반대이니 돌아가십시오."
누가 들어도 매정한 내 말투에 당황했는지 시종아이는 내 소맷자락을 슬쩍 끌어당긴다.
괜찮다는 의미로 아이의 손을 내 소매에서 떼어내자 뭔가 심통이라도 났는지 입술을 비죽이며 손을 내려놓는다.
다시 고개를 들어 오라버니의 말간 얼굴을 바라보면 싱긋이 예의 그 다정하기 짝이없는 웃음을 보여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째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란, 죄다 저렇게 웃기만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오라버니다. 피를 나눈 형제다. 밀어내야한다. 내 머리 속에서 너무나도 간단하게, 어찌보면 냉정하게 정리되어진 오라버니와 나의 관계였다.
세훈이와는 또 다른 관계였다.
세훈이와 이 세상의 나와의 관계는 단순히 그 신분의 차가 높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세훈이의 신분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세훈이가 어느 집안의 자제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 말하는 투로 보아, 저잣거리의 천민은 아닌듯 싶을 뿐이었다.
단순히, 꽤나 있어보이는 우리 집안의 아버지의 마음에 들 정도의 집안은 아니구나-그리 스스로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김준면이라는 이 사람은. 이루어질수도, 이루어져서도 안되는 관계일 뿐이다.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단순히 얼굴을 붉힐 문제로 끝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였다.
"어여쁜 얼굴을 보았으니 이제 돌아가도 될듯 싶구나."
"잠시 기다리세요, 배웅을,"
"그럴 필요까지 없으니 구태여 움직이지 말거라."
"오라버니,"
"피곤하지도 않은 것이냐,
미인은 잠이 많다 하더니 틀린 말인가 보구나."
씨익 웃어보이며 내 머리 위로 큼지막한 손을 툭 올려놓더니 머리를 슥슥 몇번 문지르고는 정말로 그냥 나갈 생각인지 방 밖으로 발을 내딛는다.
미안한 마음이 피어올랐지만, 어찌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찌해서는 안되는 관계였고, 어찌해서는 안되는 사내였다.
가볍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뒤에서는 아씨! 하는 고함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어찌 소리를 지르느냐?"
"아무리 봐도 아씨는 도련님께 정말 너무하십니다."
툴툴거리며 내 머리에 얹어진 장식을 하나하나 빼주는 아이의 손길을 느끼며,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눈을 끔벅거리며 두어번 고개를 꾸벅이며 몸을 휘청거리다가, 이내 눈을 감고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나는, 멍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켜 세운 나는, 꼭두새벽부터 소리를 버럭 내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를 꼽자면 첫째, 내 옆에서 씨익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때문에.
둘째, 내 옆에서 씨익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처음 보는 사내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셋째, 마지막으로 내 옆에서 씨익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이 사내아이가 내 머리를 콩-소리가 나도록 쥐어박았기 때문에.
이 남자는 또 누구야.
"꼬맹이, 이제 일어나?"
김민석 (18)
황국(黃國)의 승상(丞相) 김준후의 여식의 죽마고우(竹馬古友)
"꼬맹이, 까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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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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