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B. 헝거게임]
- 김한빈의정석 -
* 암호닉 *
bobb_y
뿌리부터햫기가동동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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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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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맘빈과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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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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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디꿍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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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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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이랑
꽁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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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
헤헷
달다리
페브리즈
분홍양말
뿌요
조으디
뚜기두밥 오뚜기밥
<3 기맘빈과김밥 <3
비니비니한비니
손가락근육
헛둘헛둘
쥬넹쥬네
도비
두비두밥
지원아
주네야
뜟
슬리데린
너에게로가는걸음
닐리리야
콩듀
우현동자
동덩
햇님
두둠칫
동그리동동
뿡뿡이
말미잘
몽실
한빈아뿌잉
J
뛰었다. 발걸음을 놀리고 내 다리도 마치 이 때만은 내 다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미친듯이 다리의 보폭을 넓게 벌리면서 뛰었다.
달리고, 실수로 나무에 부딪히고. 그러면서도 김지원과 잡고있는 손은 전혀 놓지않았다. 놓아도 되는데, 김지원은 굳이 놓을 생각을 하지않는 것같았다.
김, 김지원! 그의 등을 보며 뛰고 있는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그럴수록 속도를 높이며 뒤를 돌아보지않았다. 내 뒤에서는 짐승들이 달려왔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두 걸음 씩 다가오는 것만같은 짐승들의 울부짖음이 등 가까이서 들려왔다. 나는 눈을 꼭 감고 그저 이끌리기만 했다.
간혹 가다가 나무에 부딪혀도 다시 아픔을 참아내면서 달려야하는 그와 나. 과연 어디로 가고있는걸까, 나는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폐가 팽창해서 터져나갈것만 같았다. 가루가 되고, 흔히들 말하는 쇳내음이 내 입안을 감돌기 시작했다. 목은 칼을 들이민 것처럼 날카로웠다.
다리의 감각이 추위와 달리기에 익숙해져갈 즈음에 김지원은 황급히 나를 반대쪽으로 돌려 자신이 짐승쪽을 바라보도록 몸을 틀었다.
미쳤어? 난 그에게 진심으로 미쳤냐고 소리질렀다. 하지만 그는 들은척도 하지않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있는 힘껏 짐승쪽으로 던졌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귀를 어지럽혔다. 그리고 푹 하는 소리를 내며 꽂힌 날카로운 물건. 포효하는 짐승, 이를 악물고 그걸 노려보는 김지원.
일단 한 마리 죽였고. 그가 던진 물건은 다름아닌 짧은 단도였다. 피를 뚝뚝 흘리며 쓰러지는 짐승 뒤에 또 다른 짐승의 얼굴이 나타났다.
차마 김지원의 무기를 쓰기엔 너무 아까운 터라 나는 내 가방 속에 손승완이 챙겨준 총알탄이 3개나 남아있음을 기억해내고 총을 꺼내들었다.
등 뒤에 꽂아뒀지만 간신히 떨어뜨리지않고 온 총은 공기에 노출되어있는 것을 그대로 나타내며 차갑게 빛을 반사했다.
김지원의 손을 잡고있던 손을 꽉 쥐고 내가 앞으로 빠르게 걸어나갔다. 순식간에 김지원은 내 등 뒤에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왜 죽이냐, 넌 살인자다. 그런 말들은 지금 떠오르지도 않았다. 오직 내가 아끼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그냥 아무이유없이 총구를 들이밀게 되었다.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커다랗게 포효하며 네 발로 쿵쾅쿵쾅 뛰어오는 짐승을 향해 인상을 쓰고 거침없이 총알을 쏴댔다.
탕, 탕탕, 하고 네 발이 연속적으로 나갔다. 김지원은 그 짐승이 쓰러짐을 보자마자 다시 내 손을 이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며 내가 메고있던 가방이 움직였다. 쏘아댔던 총은 여전히 잡은 손 반대편에 쥐고 있었고, 서벅서벅거리는 풀 밟힘 소리가 올라왔다.
몇 마리인지 모를 짐승들은 또 다시 우리를 추격하고 있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아니 어쩌면 모두 몰살시켜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김지원, 김지원!"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급박한 내 목소리에 그는 날 힐끔 뒤돌아보고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향했다. 김지원, 대체 어디가는거야!
김지원은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는 듯 했으나 갑자기 큰소리로 중앙지! 라고 대답했다. 중앙지를 간다는 말에 잘못 들은 줄 알았으나 여전히 달려나갔다.
중앙지에 쉼터가 있으니 그걸 공략하자는 말인가? 나는 저려오는 다리 때문에 이를 악물었다. 숲속 곳곳에서 아까 죽인 짐승들의 포효가 울려퍼졌다.
공포스러웠다. 온 몸에 소름이 좌르륵 돋는 듯해서 달리는 도중에도 다시한번 총을 쏘고싶었으나 그러기에는 너무 모자른 총알수에 입술만 깨물었다.
몇 마리인지도 모르고 김지원과 함께 중앙지를 향해 달려나가는 이 곳은 마치 미로같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같은 곳을 맴도는 기분이였다.
헛구역질이 나올 뻔했으나 가까스로 참고 이제 슬슬 지쳐오는 체력과 한계치에 도달하는 폐활량에 고개를 하늘로 젖혔다.
하늘은 청명했으나 구름이 많았다. 마치 비가 올 것같았다. 기분나쁜 구름들이 출현하고 있었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가까워져야만 했다.
사박사박 거리는 풀잎 소리가 나와 김지원의 발에 의해 밟혀지고 나면, 정말 잠깐뒤에 으르렁거리며 그 풀을 거세게 누르고 짐승들이 쫓아왔다.
누구의 소행일까, 저번에 소리를 먹었던 안개도 수상했다. 오세훈의 뒤를 덮치던 이상한 괴생명체를 죽였을 때 터져나오던 핏덩이들이 생각났다.
왜 4명밖에 남지않았는데 짐승들을 출몰시킨 것일까. 나는 그 생각이 들자 다시 뒤를 쳐다봤다. 입을 쩍 벌리고 다가오는 짐승이 있었다.
다시 총구를 들이밀었다. 떨리는 손길로 겨우 초점을 맞춰서 이마를 쏘았다. 탕, 탕하고 올곧게 나가는 총알의 움직임이 그 짐승을 꿰뚫었다.
약 두 발밖에 남지않았다. 김지원은 내 총소리에 움찔하다가도 다시 달리는데만 집중했다. 이젠 나는 그에게 거의 끌려가는 셈이였다.
지원아, 지원아. 나는 그의 이름을 힘겹게 불렀다. 지원아, 나 힘들어... 그러자 그는 거의 반쯤 풀려나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해.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김지원은 순식간에 내 손에서 총을 빼내고, 뒤따라오던 또다른 짐승에게 총을 쐈다.
탕탕, 하고 쏘아지자 이상하게시리 원샷원킬로 죽어버린 두 마리의 짐승. 우리가 갑작스럽게 멈추자 뒤따르던 짐승들이 하나 둘씩 속도를 멈췄다.
가만히 쳐다봤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다섯마리. 몸집또한 거대했다. 위압감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김지원은 날 자신의 등뒤로 숨겼다.
총알탄 하나만 빨리 꺼내. 김지원은 또박또박 말하면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빈 총을 짐승들에게 겨눴다.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가방을 황급히 뒤졌다. 달그락거리면서 곧바로 잡히는 총알 탄 하나의 갯수를 확인하니 모두 채워져 있길래 그에게 건넸다.
짐승들은 혀로 입가를 닦아내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럴수록 우리 또한 뒷걸음질을 했고, 김지원은 버벅거리긴 했으나 새로운 총알탄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완벽하게 총알탄이 장전되자 그는 가장 가운데에 있는 짐승에게 총구를 겨누고 연속으로 총을 쏘아댔다. 탕, 탕, 탕.
총 세 발이 나아갔다. 그 짐승은 피를 흘리며 힘없이 쓰러졌고, 이윽고 상황파악을 한 듯이 네 마리의 나머지 짐승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번엔 내가 그의 손을 잡고 달렸다. 체력적으로나 몸으로나 김지원의 속도와 방향감각은 딸리긴 했지만 어쨌거나 최대한 촉을 내세우며 달렸다.
등 뒤로 들리는 싸늘한 총알탄의 소리들과 포효들, 그리고 풀썩 하고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발걸음들. 모든것들이 미쳤다.
존나 힘들어! 나는 숲속이 다 울리도록 욕을 내뱉으며 김지원을 이끌었다. 바람결을 타고 그가 허,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른쪽으로 틀어."
"뭐라고?"
"오른쪽으로 틀라고! 그 쪽 아니야, 빨리!"
김지원은 내게 총을 건넸다. 다시 바뀌어버린 그와 나의 역할에 어안이 벙벙했으나 내 어깨를 툭 치고 그가 날 이끈채 달렸다.
타다닥 하고 나무들사이에 우리의 발걸음소리가 피어나갔다. 김지원, 그리고 나. 12구역의 아니, 어쩌면 우리가 나타낼 수 있는 최악의 발악일까.
나는 다시 잡게된 총구를 좌우로 번갈아 쏘면서 4발을 날렸다. 1발밖에 남지않았다. 따라오는 짐승은 오직 두 마리.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김진환이 떠올랐다. 그의 얼굴에서 미세하게 나오는 웃음이. 그리고 그가 건넸던 첫 날 만남의 나이프. 끝이 뾰족해서 잘못 휘두르면 찢겨나갈.
난 몇 일전 내 가방을 뒤져서 나왔던 짧은 칼을 기억해내고 그 칼이 내 주머니 속에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냈다. 총을 입에 간신히 물고 재빠르게 뒤졌다.
무언가 잡히길래 꺼냈다. 운좋게도 그 칼이였다. 나는 이로 총을 물고 입술로 버틴 채 가장 비교적 가까운 짐승을 향해 망설임없이 던졌다.
칼이 제일 무섭게 던져질 때 나오는 소리가 다시한번 들렸다. 그 칼은 짐승의 눈을 정통으로 찔렀는지 맞은 짐승이 괴로운 소리를 내며 속도가 늦춰졌다.
마지막 한 발을 어떻게 쓸것인가.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괴로운 핏덩이 같은 침을 삼켰다. 목을 잔뜩 찌르며 내 머리 또한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제발, 제발. 원샷원킬이 아니더라도 속도만이라도 늦춰지길. 나는 속으로 빌면서 흔들거리는 초점을 애써 맞췄다. 내 목표물 좌표에 안착했다.
내심 카운트 다운을 했다. 셋, 둘, 그리고 하나. 드디어 김지원은 긴 탈출구를 찾아낸 듯이 씨발! 이라며 큰 소리를 내며 급작스럽게 웃었다.
그의 특유 웃음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내가 총을 쐈다. 탕, 하는 소리가 들리고 빠르게 나아가는 속도가 내게는 느리게만 보였다.
슬로우 모션. 마치 그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곧게 뻗어나간 내 마지막 총알은...
"다 죽였어, 씨발."
자동적으로 욕이 나왔다. 그리고 시야가 환해지길래 주위를 두리번 거렸는데, 타이밍 적절하게도 중앙지에 도착해 있었다.
짐승은 코로 기도를 긁는 소리를 내며 피를 토했다. 점점 멀어져가는 그 짐승의 모습에 난 눈을 떼지 못했고, 김지원은 드디어 다 떨어뜨렸다며 좋아했다.
두 마리 남아있지 않았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대꾸했다. 한 마리는 너처럼 칼을 던졌어. 저 마지막은 그냥 총 가는대로 쐈어.
풀 밟는 소리가 우리빼고 들리지않아서 내심 기대했다고 했다. 근데 그 기대가 이렇게 돌아와서 자신은 기쁘다고. 나는 멈춰선 속력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였다.
김지원, 이상하지 않아? 내 말에 김지원은 눈을 끔뻑였다. 뭐가? 아니,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그러자 김지원은 뒷통수를 긁적였다.
김진환이 그랬잖아.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고. 난 아무생각없는데. 그의 말에 김빠지는 기분이 들어서 고개만 끄덕였다.
넓은 중앙지에는 바람만 불었다. 오는 도중에도 들리지 않은 대포소리에 김한빈과 손승완은 여전히 죽지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김지원은 날 잡은 손을 여전히 놓지않았다. 그를 따라 주변을 살피니 봉곳 솟아오른 단단한 높은 건물이 보였다. 김지원 키보다 약 두 배 반 정도 높아보였다.
위로 올라가자. 김지원 또한 말은 그렇게해도 어지간히 힘든 눈치였다. 아무말없이 그를 따라 터덜터덜 함께 걸어갔다. 일단 위에 올라가서 누가 오나 지켜보자.
점차 가까워지는 건물은 은색 빛을 띄며 아무런 창문도 없었다. 그저 뭔가 숨겨져 있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건물이였다랄까.
퉁퉁 하고 두들기자 금속의 울음이 나왔다. 그는 날 힐끔쳐다보고는 손가락으로 정상을 가르켰다. 지금 이럴때가 가장 긴장감이 높을때라고 했다.
다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눈이 저절로 크게 떠졌다. 다시 쫓아올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명. 네 명밖에 남지않았어. 손승완이 널 죽일지도몰라. 아니면 내가 그 애한테 당할지도 모르지. 그러기 전에 어서 올라가는 말이였어.
김지원은 내 어깨를 자신의 팔로 두르고 한 층 가깝게 다가왔다. 그의 땀냄새와 체취가 훅 올라왔다. 난 아무말도 하지않고 가만히 있었다.
우리 둘이 이겼으면 좋겠다. 그는 실실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철 없는 소리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꾹 누르고 그를 올려다봤다.
우리 둘이 이겨서 12구역에 갔으면 좋겠다. 갔으면 모두들 영웅대접을 하겠지. 아픈우리엄마도 다시 쾌유할 수 있을꺼야. 누나도, 형도 고생안하고.
꿈꾸는 것만같은 그의 붕 뜬 목소리에 난 그의 어깨를 한번 토닥였다. 차마 이겨, 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이기고싶었기 때문이다.
김지원이 이기면 내가 죽어야하고, 내가 이기면 김지원이 죽어야했다. 둘다싫었다. 김지원을 죽이고싶지도 않았다.
한 명을 위한 영원한 게임, 헝거게임이니까.
"이제 올라가자. 좀 어렵긴 해도 등산한다고 생각하고 저기 크게 튀어나온 부분 올라가면 될 것같은데."
김지원의 손을 따라서 본 것은 내가 미처 보지못한 부분이였다. 은색 건물의 약간 뒷 편에는 크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었다.
내가 다리를 찢어서 올라갈 수 있을 정도였다. 김지원은 일단 자신이 먼저 올라가겠다며 내 가방과 자신의 가방을 위로 던졌다. 풀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보다 훨씬 키가 크고 다리가 긴 그는 두어번 그 부분을 두들기더니 한번에 올라갔다. 그리고는 다시 다리를 들어올려 꼭대기까지 도달했다.
어느새 그의 얼굴이 훨씬 위로 올라가있었다. 빤히 쳐다보자 뭘 보냐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빨리 올라와, 내가 잡아줄께.
내 허리보다 조금 위에 위치한 그 부분 때문인지 망설여졌다. 한 번보고 김지원얼굴을 보고, 한 번보고 김지원얼굴을 보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아이고, 하는 소리를 내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못믿는거야? 아까도 말했잖아, 난 너 좋아한다니까.
"좋아하는 여자는 손 안놓쳐야 정상아닌가."
"..."
그는 그렇게 말하고 환하게 웃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 있는 말인데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귀가 아려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발을 먼저 올렸다. 발차기를 하는 것과같은 자세가 되서 반대쪽 무릎으로 반동을 조금 주고 있었다. 김지원은 내게 손을 뻗었다.
큼지막한 그의 손이 아슬아슬하게 다가왔다. 나는 기합소리를 내며 건물을 애써 잡은 채 그 부분을 밟고 올라왔다. 조금 높아진 시선에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다.
자, 이제 올라와. 김지원은 한 손이 아닌 두 손을 함께 내게 뻗었다. 난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손을 잡았다. 으쌰, 하고 그는 나를 가볍게 위로 올렸다.
중앙지가 완전히 전체가 보였다. 핏자국들과 여기저기 버려진 무기들, 그리고 진행자들이 거두어가지 못한 뼈조각들도 간간히 보였다.
내가 폭팔시킨 가방들도 형체를 잃어버린 채 찢어져있었다. 왠지모를 기분이 이상해져서 눈만 요리조리 굴리고 있었다. 몇일전 왔다간 흔적들이였다.
그 때 김지원이 날 구해줬지. 4명이 아닌, 8명가량 남아있었던 중앙지로 모이라는 긴급한 짜임새에 김한빈과 차학연을 죽이기로 연합을 했었던 날.
다리불구가 되버린 나를 배려해 직접 차학연에게 다가간 김한빈과 그런 나를 목표물로 삼았던 박경리의 습격에 멍청하게 버둥거렸던 나를 구해줬었다.
배가 구멍이 뚫려버렸지만 정신을 그대로 잃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김지원과 함께였다. 김한빈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가장 충격적이였던.
오세훈의 자살. 나는 입가가 말라옴을 느꼈다. 툴툴거려도 심성은 착한 아이였는데. 육성재를 죽이고 살아남은 손승완의 모습도 가물가물했다.
김한빈의 얼굴을 보지못한지는 약 3~4일이 되었지만 그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살아남기만 해주면 다행인 것을, 식량은 있을지 여러모로 걱정되었다.
첫번째 시작할 때 자살로 처리되었던 김남준의 시신과 강슬기의 죽음, 박초롱을 죽이고. 초아와 이홍빈도 내 눈앞에서 죽어갔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이것이야 말로 말로만 듣던 살인의 추억인가? 누군가를 죽였었지. 하고 기억을 되뇌이며 아련하게 잠겨야만 하는 것일까.
딱히 반갑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쾌한 느낌. 나는 김지원 옆에 앉아서 멍 하니 중앙지만 내려다보고있었다. 옆에서 부스럭거리면서 쩝쩝 먹고 있는 그였다.
근데, 너무 조용해. 그는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조용하면 더 불안하단말야. 김지원은 한움큼 더 털어넣었다. 뭔가 일어날 것만같아.
때맞춰서 바람이 불었다. 검은 구름이 흩어지고 있었다. 살짝 처량한 기분, 그리고 그의 말에 따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시커먼 느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거리는 소리. 그리고 나무들의 흩날림과 내 머리카락이 덩달아 흩날렸다. 무언가, 있는걸까.
"...씨발, 미쳤다."
김지원은 갑자기 먹던 봉지를 툭 하고 떨어뜨리더니 벌떡 일어섰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은 나와 정 반대방향이여서 고개를 귀찮게 뒤로 돌려야했다.
끙끙대면서 뒤로 돌렸는데 저 멀리서 뭔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내가 봤던 짐승? 그것보다 작았다. 짐승보단 사람같았다. 두 발로 달려오는 폼이 꼭 그랬다.
김한빈? 난 그 생각이 들자 저절로 몸이 일으켜졌다. 누가 뭐라고 할 것없이 아찔한 끝으로 다가가서 집중적으로 그것을 쳐다봤다.
크와아악, 하고 내가 듣지못한 전혀 다른 짐승의 울부짖음이 퍼져왔다. 그 기세에 자동적으로 움찔하고 비틀거리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게 뭐야. 나는 헉, 하고 숨을 들이키며 그 짐승을 가르켰다. 이상한 괴생명체와 짐승을 합쳐놓은 듯한 진절머리날 정도의 흉측함 그자체였다.
여기저기에 달라붙어있는 눈알들과 이빨들이 까득까득하는 소리를 냈다. 손은 여러 개로 꿈틀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 짐승 앞에 사람은,
"손승완!"
손승완이였다. 그녀는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잔뜩 지친 얼굴이였다. 앙 다문 입술과 헉헉 거리는 숨소리, 금방이라도 꼬일듯한 스텝.
그녀는 날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그 사이에 그 괴생명체랑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만 같아서 소리를 빽 질렀다. 손승완! 그러자 그녀는 다시 달렸다.
비교할 수 없는 스피드에 김지원 또한 할 말을 잃은 것같았다. 그는 내 총을 뺏어들어서 총알탄을 다시 갈았다. 헛손질을 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철컥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김지원은 그 괴생명체를 따라 손을 움직였다. 자꾸만 자신의 포위망에서 벗어나는 탓에 그는 아이씨, 하고 신경질을 냈다.
이리줘, 내가 할께. 원래 이런건 내 전문이였다. 헝거게임이 시작하기 전, 트레이닝을 할 때 김한빈과 함께 했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시뮬레이션이였지만 5분동안 죽도록 움직였던 그것을 3일가량 반복하니까 스킬도 생기고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두 손으로 총을 잡았다.
그 괴물보다 한 두 거리 정도 앞에 두고 그것을 따라 움직였다. 괴물은 다시 포효하면서 속도를 냈다. 저벅저벅 거리는 소리가 커져왔다.
빨리 총을 쏴야한다. 안그러면 손승완이 죽는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무작정 총을 두어발 쐈다. 탕, 탕하고. 그러나 개같게도 빗나가버렸다.
빗나간 총알이 그 괴물의 원동력이 되버렸던 걸까. 그 괴물은 날 쳐다보더니 징그럽게 웃고는 손승완과의 거리를 위협적으로 좁혀갔다.
손승완은 달리다가 그만 넘어져버렸다. 자신의 발에 꼬여버린 탓이였다. 비틀거리면서 애써 몸을 일으켰으나 괴물은 어느새 등 뒤를 덮고 있었다.
"하윽..."
"손승완!!!!!"
그녀는 고개를 들어서 날 봤다. 난 그 괴물에게 총을 다시 쏴댔다. 한 발이 먹혀들어갔던 건지, 괴물은 잔뜩 빡친 상태로 울부짖고는 허리를 숙였다.
왜, 왜그랬던걸까. 그녀는 날 보고는 웃었다. 두 눈이 반달이 되었고, 입 꼬리는 올라간 채 그녀는 헤, 하고 웃었다. 분홍빛 입술이 오물조물 움직였다.
큰 목소리로 중앙지가 울릴정도로 손승완은 살짝 몸을 피해서 괴물의 입을 피했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있었다.
야, 잘들어!!!! 그녀의 목소리가 찢어지도록 갈라졌다. 손승완의 목소리에 김지원도 따라서 고개를 들었다. 나는 내 총을 꾸욱 붙잡고 있었다.
크왁, 하는 소리를 여러번 내며 손승완을 물려고 하는 괴물을 향해 총을 쏘자 손승완이 손을 들어서 저지했다. 왜, 왜...? 나는 허망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뒷구르기를 한 번 보이며 겨우 몸을 피했다. 하지만 삐끗했던 발이 치명적이였던 걸까, 그녀는 다시 비틀거렸다.
"잘들어, 멍청아!!!!!!"
"..."
손승완은 날 힐끔 보더니 멍청이라고 치부했다.
"내가 너한테 했던 말 아직도 기억할꺼라고 칠께, 지금은!!!"
"..."
"제발 후회하지마, 알겠어?"
그녀는 괴물의 거친 손스냅을 겨우 피하며 피를 뱉었다.
"내버려둬, 구하려고 하지마!!!!"
"..."
"죽는게 더 나아, 김기범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 그니까..."
"..."
"구하려고하지마..."
손승완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괴물에게 다리를 잡혀버렸다. 그녀는 버둥거리다가 온 몸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괴물의 손아귀가 거셌는지, 그녀는 소리질렀다.
아악!!!하고 신음이 울려퍼졌다. 손승완은 그 와중에도 힘을 쥐어짜내며 저항을 간간히 했다.
그러면서 총구를 다시 들려던 내게 말했다. 멍청아, 구하려고 하지마!!!!!
"총 내려, 당장!!!!"
"하지만, 손승완!!!!"
"어차피 난 못 이긴단말야... 내가 살아서 돌아가면 뭐하냐고!!!!!"
"..."
"김기범이 없는데, 유일한 목적이였던 새끼가 여기에 없는데 내가 왜 돌아가야하는건데!!!!"
그녀의 말이 마치자마자 오도독, 하는 소리가 괴물의 입에서 퍼져나왔다. 그리고 손승완의 다리가 피로 물들어져갔다. 2구역의 수트가 피범벅이 되어가고 있었다.
손승완!!!!!!! 나는 그녀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불렀다. 손승완은 고개를 꺾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꺄아악!!!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의 다리는 점차 없어져갔고, 그녀의 얼굴은 핏기가 없어졌으며 두 눈은 커다랗게 뜨고 멈춰져 있었다.
그 상태에서도 괴물은 뼈를 씹는 소리를 내며 손승완을, 말 그대로 먹어치우고 있었다. 나는 총을 들고있던 손이 덜덜 떨려서 총을 내 옆에 떨어뜨렸다.
미쳤어, 미쳤어...! 왜, 왜 저런 짓을 한거야!!!! 내가 구해줄 수 있었는데, 내가 구해줄 수 있었는데... 아...아...
당장 내려가서 괴물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말이 왜 내 몸을 멈추게 한걸까, 왜 돌아가야 하는거냐고.
유일한 목적이였던 자신의 남자가 없어졌으니 자신은 살 이유가 없다는 말이였다. 나는 그 말에 저주가 걸린 듯 멍청하게 두 눈을 뜨고서 쳐다봤다.
펑, 하는 잔인할만큼 큰 대포소리가 하늘에서 울려퍼졌다.
괴물은 휙 몸을 돌려서 날 쳐다봤다. 잔인하고 징그럽게 웃더니, 빠르게 건물쪽으로 다가왔다. 괴물의 입가는 피떡이 되있었다.
만족한 얼굴이였으나 괴물은 손을 휘적거리며 위협적으로 달려왔다. 김지원은 황급히 내 총을 다시 쥐고 괴물을 향해 쐈다. 탕, 탕, 탕 하고 연속으로 괴물을 맞췄다.
괴물은 첫 발을 눈에 맞았고, 두 번째 발을 몸 중앙을 맞았으며 마지막 발을 이마에 맞았다. 손승완을 먹어버린 괴물은 허무하게 무릎을 꿇게 되었다.
하지만 괴물은 버둥거리면서 그 큰 몸집으로 거칠게 소리질렀다. 크와아악, 하고 하늘이 울리도록 소리쳤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눈에는 눈물이 자꾸만 차오르고, 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승완이 죽어버렸다. 정상적인 방법도 아닌데, 그녀가.
굳이 죽길 원했다. 총 쏘지 말라고 했다. 멍청아, 쏘지마. 구하려고 하지말라고 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자꾸만 웽웽 울렸다.
"우웁...!"
갑자기 차오르는 역함에 웩, 웩 거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온 몸의 장기가 목을 타고 쏟아내릴 것 같은 느낌을 가지며 나는 눈을 질끈감았다.
나오는건 애꿎은 침 뿐이였다. 보기가 좋지않게 나오는 침의 흥건함이 건물 정상을 적셨다. 그리고 짭조름한 물이 그 침 위를 뚝뚝, 퍼져나갔다.
죽어버렸다. 날 보고 웃어줬었던 유일하게 날 붙잡아주었던 여자아이였다. 그것도 모자라서 내게 총알탄을 굳이 건넸던 아이였다.
죽을 뻔했던 상황에서 나타나서 내 손을 일으켜주었던 그녀가, 자살도 아니고 심지어 타살도 아닌. 먹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시 찾으려고 했던 그녀의 발취도 이젠 없어져 버린 셈이였다. 그녀의 흔적이 없다는 사실에 나는 더 머리가 조여오는 기분에 헛구역질을 반복적으로 했다.
자꾸만 새어나오는 눈물에 추하게 눈을 부비적거렸으나 자꾸 겹치는 손승완의말과 얼굴 때문에 더욱 나버렸다.
왜, 왜 꼭 굳이 그러고 싶었어...? 김기범이 그렇게 소중했던 거구나, 너의 목숨을 버릴만큼 소중해서 버티고 있었던걸까.
왜 날 저지했던 거니, 날 죽여도 됐었잖아. 너가 나한테 말한 말들이 돋아나는 탓에 소름이 쭈욱 타고 올라왔다.
이건 자살이나 다름이 없잖아... 후회하지말라며. 후회하지 말라는데 왜 나는, 나는... 난...
그녀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내가 봤던 그 힘없는 미소는 환하게 웃던 것이였다.
내가 왜 그게 벼랑끝에서 보는 듯한 위협으로 가득찬 느낌을 받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미리, 알고 있었니?
...나는, 너도 알다싶이 김기범을 잃었어. 눈앞에서, 막을 틈도없이. 띄엄띄엄 말하는 손승완은 목을 가다듬으며 마저 말했다.
후회, 하지말라고, 나는, 그 애한테, 말 못했어. 김한빈, 너 좋아하니까.
이 시간이 지나면 너희들 중 분명히 죽는사람이 생겨.
그게 누구든. 그러니까 나중에가서 후회하지말고 사랑한다는 말은 꼭 해줘...
김기범 보내고나서... 가장 후회된거야.
손승완, 너는 정말 후회하지않는 선택을 했던 거구나.
기범아, 사실 널 정말 좋아했어.
4구역에서 탈출하고나서 차별로 대해주지 않았던 너의 맑은 미소가 날 구해줬어.
죽고싶을 때마다 너한테 전화했었는데 넌 그때마다 귀신같이 알아채고 달려와줬었고,
헝거게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너와 나는 친구였겠지만 난 너가 친구가 아니였는데.
너만 보면 왜 세상이 분홍색으로 보이고 너만 오롯이 빛났던 건지 뒤늦게 깨달았어. 난, 널 나도모르게 밀어내버렸던 거야.
너가 날 거절할까봐 용기도 내지못하고 이렇게 되버려서 널 볼때마다 표정이 자꾸... 화가 났어.
기범아, 너랑 헝거게임 시작하고 나서 든 생각이 뭐였는지 알아?
널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어. 아무도 못 해치게. 그리고 완벽한 시나리오는 너와 내가 돌아가는 거였어.
그런데 너가 죽어버렸어.
도무지 살 기운을 찾지못했어. 너가 죽고나서 12구역 여자애가 날 살려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오는 결론이 없었어.
너 없이는 아무것도 생각이... 안났단 말야.
하루동안 눈물 쏟으면서 막 울었어. 엉엉, 울면서 밥도 거르고 한 자리에 앉아서 계속 추운것도 모르고 울었어.
먼저 가버리니까 좋아?
너에 비해선 내가 너무늦었고, 다시 늦었겠지만 이젠 늦지 않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좋아했어, 정말.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다음에는 꼭 너가 내 역할 해야 돼. 내 역할 해서, 나 꼭 찾아줘.
기다릴께, 지금 너에게로 가고 있어.
김지원은 내 어깨를 감쌌다. 나는 그의 품에 얼굴을 파고 들어갔으나 금방 떼냈다. 눈물범벅인 내 얼굴을, 그는 한숨을 쉬고 닦아냈다.
울지마, 제발 울지마. 그는 방송사고 때 처럼 살짝 처절하게 말했다. 울지말라니까. 그는 입술을 깨물고 나를 자신의 품으로 넣었다.
손승완이... 그렇게 되버린건 온통 다 손승완의 의도였어. 너가 잘못한게 아니야, 그니까 울지마.
김지원은 전혀 다른 쪽으로 재해석해서 위로를 건넸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게 아니란 말이야!
추하게 변해버린 내 얼굴은 뒷전이였다. 내 행동에 김지원은 조금 놀란 표정이였다.
손승완은 ... 아니야, 그게 아니란 말야...
"울지마, 응?"
"..."
"사람이 앞에서 죽는걸 보니까 충격적이긴 하다만... 난 너가 우는게 싫어."
김지원은 등을 어루만졌다. 나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다. 내게 어쩌면 가장 필요한 위로가 그가 건네고 있었으니, 난 눈물만 흘리면서 숨을 골랐다.
지원아, 정말... 좋아했나봐. 정말, 좋아해서 저랬나봐. 내 말에 김지원은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렇게 소중했던 건가봐..."
[아, 아.]
내 말에 이어서 거의 동시에 라디오 주파수가 잡혔다.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또다시 들려왔다. 울던 것을 멈추고 김지원과 함께 하늘을 쳐다봤다.
아, 아. 하는 소리가 세 번 정도 들리고나서야 목을 가다듬더니 알립니다, 로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94회 헝거게임의 생존자는 현재 3명입니다. 11구역 남자와 12구역 남녀가 살아남았습니다.
현재 12구역은 중앙지에 있으니, 11구역은 어서 중앙지로 모여주세요. 4구역의 여자가 사망하여, 현재 생존자는 3명입니다.
다시한번 알립니다, 11구역은 어서 중앙지로 모여주세요. 현재 생존자는 3명, 3명입니다.
[세 명이서 과연 무슨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면서, 잠시뒤에 모이도록 합니다.]
"..."
[어떻게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모임과 동시에 다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나레이션은 웃었다.
말도 안돼게 정말, 끝을 향해 달려왔다.
현재 생존자 3명, 김지원, 나 그리고...
김한빈.
어쩌면 마지막, 이 될 수도 있는.
세 명의 대면.
마지막,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