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현] 나만 몰랐던 이야기
화창한 오후였다. 추운 겨울 바람이 무색하게도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겨울 날 이었다.
내가 잊고 지내던 너를 다시 만난 건, 바로 기분 좋게 집을 나섰던 어느 겨울 날이었다.
"어? 김여주?"
"...변백현?"
"야,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잘 지내라.'
"응, 그럼."
다행이라며 자신도 잘 지냈다고 해맑게 웃는 너는 예나 지금이나 티끌하나 없이 밝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아릿하게 아파오는 가슴으로 향하는 오른 손을 왼손으로 잡아 내렸다.
"어,어! 그래야지! 아, 그런데 이 근처 살아?"
'이제 나 같은 건 잊고,'
"...응. 근데 그건 왜...?"
"잘 됐다! 나 이 근처로 이사 왔거든.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많이 걱정했는데, 오며 가며 보면 나한테 꼭 인사 해 줘야 해?"
'잘 살아. 행복하게.'
... 아, 정말 넌 다 잊었구나. 처음 부터 끝까지 어색한 티 하나 없이 반갑게 날 반기는 널 보니 정말 넌 모든 걸 다 잊었구나.
"... 그래."
"역시, 김여주! 착하다니까. 아, 바쁘다 했지? 어서 가봐! 나도 약속 시간 늦겠다."
"약속?"
"응. 여자친구랑. 엄청 예뻐. 너도 다음에 같이 한번 보자!"
...아. 아프다. 가슴이, 참 많이 아프다. 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기분이라는 걸, 너는 알까.
나는 애써 밝게 웃으며 말을 건냈다. 하지만 예전부터 내가 무엇을 숨기려 해도 모든 걸 다 알아차리던 눈치 빠른 너는 그런 내 표정을 이미 읽었는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에게는 이미 모든 것을 다 들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는 예전과 같이 또 그런 나를 모른 척 할 것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그래. 나중에 보자, 여주야. 만나서 반가웠어."
번호까지 교환하고 나서야 다시 걸음을 옮기는 너의 뒤를 나는 가만히 서서 시선으로 쫓았다. 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랫동안.
그때, 그날처럼.
그리고 네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고개가 떨구어 지자 그제서야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만하자, 우리."
"...나쁜 새끼."
넌, 정말로 나한테 천번 만번 미안해 해야 해.
변백현, 이 나쁜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