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캠퍼스. 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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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이란, 어떠한 상황을 접했을 때 설명하거나 증명을 하지 않아도 잔상을 곧바로 알아채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그 어떠한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고 그것은 점심 시간에 확신할 수 있었다. 나와 정우는 캠퍼스 커플이었으나 사랑을 언제나 우선시 하기 보다는 서로의 생활과 친구들을 존중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날 나를 홀로 두고 말없이 우르르 몰려나가는 친구들을 보았다. 돌처럼 굳어버린 듯 한참을 자리에 앉아 책상을 보았다. 핸드폰을 꺼내들어 친구들과의 단톡을 확인했지만 나를 반겨주는건 -000님이 나갔습니다.- 라는 반복적인 메세지들과 홀로 남아버린 방 뿐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어디선가 또 다른 내가 나타나 물었다. ' 나 지금, 따돌림 당하는 건가? 왜? 어째서? 잘못은 이슬이가 했잖아. ' 길고 긴 물음표들의 끝엔 답이 없었고 나는 결국 이 상황을 수용할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 김여주, 너 왜 여기 혼자 있어? "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려 했던 것인지 정우와 친구들이 교실로 들어왔다. 나는 이런 모습을 정우에게 보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속상하고 창피해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했지만 정우는 그런 나를 막아섰다. ' 무슨 일 있지, 말 해. ' 정우의 표정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있는 듯 했지만 내게 직접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믿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 그냥... 그냥 오늘은 너랑 먹고 싶어서, "
" 잘 됐네, 어차피 많이 시켰어. "
정우의 뒤에 있던 경민이는 사탕을 문체로 대답했다. 정우는 ' 정말이야. ' 라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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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선배 어디갔지. "
분명 여기 있겠다고 했는데. 민형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전화를 걸려는 듯,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러다 ' 민형아! ' 하고 본인을 부르는 목소리에 왼편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부과대와 같은 반 동기 몇 명은 민형에게 다가와 같이 과 부스로 가자고 말했다. 민형은 대답이 없는 체로 다시 핸드폰 화면을 보며 통화버튼을 찾았다. 그러나 부과대는 더 가까이 다가와 민형의 팔뚝을 슬쩍 잡으며 ' 애들 다 저기서 기다려, 얼른 가자! ' 했고 민형은 그 손길을 가볍게 밀어냈다.
" 너 혹시 그 선배 찾는거야? "
" 응, 봤어? "
" 응! 아까 우리 과 어떤 선배랑 어디 가던데? "
" 진짜? "
" 가면서 은미한테 민형이한테 먼저 가있으라고 전해달라 했어. 그치 은미야? "
" 어.. 어 맞아. "
은미의 말에 민형은 결국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부과대와 친구들을 따라 과 부스로 향했다. 부스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저 멀리 쉬시가 보여 그곳으로 가려던 발걸음은 이내 부과대에 이끌려 어느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테이블엔 일면식 없는 남자 선배 3명이 앉아있었다. 민형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지만 부과대는 이미 그 선배들과 친해진 건지, 아는 사이인 건지 말을 편하게 놓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한 선배는 어디서 다치기라도 한 탓인지 입술이 부어올라 있었다. 부과대는 ' 선배 뭐에요? 싸운거에요? ' 물었고 그 선배는 거친 말들을 하며 대답했다. 물을 마시던 민형은 언제쯤 자연스럽게 이 자리를 빠져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 씨발 몰라,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리는데- "
" 어머, 누가요? 어떤 미친놈이야. 우리 승혁선배를 때렸어. "
" 김정우라고 있어, 븅신같은 새끼. 간만에 후배들이나 보려고 왔는데 초장부터 기분 잡쳤네.. 에라이. "
민형은 '김정우' 라는 단어에 슬쩍 승혁이라는 선배를 살펴봤다. 뭔가 느낌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승혁선배는 민형에게 ' 넌 이름이 뭐냐. ' 물었고 민형은 ' 18학번 이민형 이라 합니다. ' 정중하게 대답했다. 과대라고 덧붙이는 부과대의 말에 승혁선배는 피식- 하고 웃더니 ' 니네 반에 여자 복학생 하나 있지 않냐. ' 라고 물었다. 민형은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내뱉으며 ' 네. ' 하고 답했다. 승혁선배는 얼음주머니로 볼을 문지르며 연신 바람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민형은 부과대를 바라보았고 민형을 마주보는 부과대는 웃으며 고개만 기웃했다.
" 너 눈엔 어때, 예뻐 걔? "
" 그 선배 되게 예뻐요! 그정도 얼굴이면 당연히 남자친구도 있겠죠. "
" 야 선아야, 너가 백배 천배 훨 예쁘거든. "
" 에~ 무슨 말이세요! "
" 어때 민형아? 선아 정도면 여자친구로 딱이지 않냐? "
" 네 뭐, 선아.. "
" 딱 보니까 선아가 너 좋아하는 눈친데, "
" 아 자꾸 아까부터 무슨 말씀이세요오 선배! "
민형은 말없이 웃다가 아무런 알람 없는 핸드폰을 보며 ' 저 잠시 자리 좀- ' 하고 일어나 통화하는 척 테이블을 나와 부스 밖으로 나왔다. 마침 양손 가득 먹을 거리를 사들고 오던 쉬시와 마주쳤다. 쉬시는 민형을 보자마자 웃으며 ' 요- 맨! wassup! ' 두 팔 벌려 다가왔고 민형은 가볍게 인사하며 바로 ' 여주 선배 못봤어? ' 여주를 찾았다. 쉬시는 흘러내리는 떡볶이를 급히 먹으며 아까 같이 있었던 닭꼬치 부스를 바라보았다. 음.. 쉬시는 잠시 말이 없더니 ' I don't know. 근데 진짜 누나 어디갔어? ' 금새 울상인 표정이었다. 민형은 알겠다고 하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뭔가 직감이 좋지만은 않아 서두르며 학교로 다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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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구나. "
" 넌 아무렇지도 않아? "
" 응. 아무렇지 않아. "
" 거짓말 좀 하지마. "
" 진짜야. 난 알고 있었어.. 그 선배 복학할거. "
처음 학과장 교수님을 찾아갔던 날이 떠오른다. 이미 교내에서 퍼질대로 퍼진 소문을 접하신 건지 나를 보는 눈빛이 예전처럼 다정하진 않으셨다. 거기서부터 이미 희망이란건 보이질 않았고 마지막 밧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교수님께 내 사정을 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학교의 폐가 가는 일은 안 된다. 라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 날 휴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바로 학교의 폐가 되는 것이 그 선배가 아닌 바로 나라는 것을 알고나서였다. 내가 처한 현실을 두 눈으로 마주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건물을 나온 나는 말없이 걷기만 했다. 걷다가 누군가와 부딪혀도 계속해서 걸었고, 결국 달려오던 차의 클락센을 듣고나서야 도로 한 가운데에 있던 나를 알아챘다. 정우에겐 다 말해줄 수 없었지만, 이미 나는 1년 전 알고있었다. 선배의 복학을.
" ....그래, 학교 생활은 어때. 좀 뜬금없긴 하지만.. "
" 하나도 안 뜬금해. 괜찮아. 좋은 사람들도 만난 것 같고.. "
" 좋은 사람들... 다행이네, 좋아보여서 참 다행이야. "
" ...... "
" 아직도 그 마음 그대로야? "
" 무슨 마음? "
" 나랑 다시 잘 될 일 없다는 마음. "
정우는 천천히 손을 뻗어 흘러내린 머리칼을 조심스레 정리해줬다. 정말 오랜만이였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정우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다. 차마 정우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 침대 시트만 바라보며 말없이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 이내 내 손위로 겹쳐지는 정우의 손에 갈팡질팡 하는 것도 잠시, 울려대는 핸드폰 진동소리에 급하게 정우의 손을 피해 전화를 받았다. 민형이었다. ' 선배, 어디에요? ' 전화기 너머로 민형이의 목소리를 들은건지 정우의 눈빛이 아까와는 달라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커텐 밖으로 나왔다. 나.. 나 여기... 잠깐 어디 왔어. 내 말에 민형인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다 알았다고 민형이가 대답했고 전화는 끝이 났다. 이내 자리에 돌아와 그만 일어나려 정리를 하는데 정우가 말했다.
" 걔랑 사귀는거 아니라며. "
" ..응. 아니야. "
" 그럼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돼? "
정우는 기대고 있던 몸을 똑바로 세우며 나를 바라보았다. ' 부탁이야, 김여주. '
더 캠퍼스 로망스
-08-
브금-벚꽃잎이 떨어질 무렵 |
일단 너무 죄송합니다 ㅜㅜ 너무 늦었죠.. 한 달 만에 글을 올려버렸네요 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나 오래 기다리게 해서 ㅜㅜ 이제 4학년 취업준비를 하다보니 더더욱 늦어졌네요.. 으잉 ㅜ.ㅜ 한 달 동안 이런저런 일두 많았네요. 다들 종강, 방학 하셨나요? 저는 이제 종강했어요! 방학 동안 취업준비도 하고 면허도 딸 예정이에요 ㅎ.ㅎ 물론 연재도 열심히 하구요! 오늘도 이렇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