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녀의 남자
배경
대한민국이 18대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대통령제를 포기하고 입헌군주제를 채택하였다.
현대의 관습에 따르되 왕실의 공적 행사에서는 조선 시대 군주제의 전통 의상, 의례 등을 차용한다.
또한, 왕실 여성의 왕위 계승을 허가하며, 명칭은 '왕세녀'라고 하기로 한다.
<1>
동궁으로 가는 발걸음이 쉽게 떼어지질 않는다.
'남편감을 골랐으면 한다.'
한 번도 왕실의 자손으로 태어난 것을 복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조차도 나는 항상 두려워야 했다.
아마 모두들 불편해하고, 거리를 두려 하겠지.
삶에 있어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 나를 향해 느끼는 거리감이다.
감정을 교류할 대상이 없다는 것.
그 현실 속에서 나는 언제나 고통받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보통 집안의 딸이었다면 이 나이에 결혼을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어릴 적, 왕세녀로 책봉되기 전에는 항상 연애결혼을 꿈꾸었다.
왕실의 후계자가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언젠간 남동생이 태어나 왕세자가 되고,
나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다가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그런 게 내 인생일 줄로만 알았다.
사랑해서 하는 결혼과 결혼해서 하는 사랑.
둘의 깊이는 분명 다르다.
동궁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집어들어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요즘 특별히 눈이 가고 있는 그 이름 옆에서 메시지가 왔다는 아이콘이 빛난다.
![[EXO/민석준면찬열종인] 왕세녀의 남자 <1> (퓨전사극)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620/faffedf756f1b7ef51f866456b6ba4b0.jpg)
[누나 지금 시간 없죠?]
김종인. 고등학교 후배인데, 2년째 같은 동아리를 하고 있어서 나름 친한 사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애와 '친한 사이' 이상이 되고 싶다는 헛된 바람을 품고 있다.
만약에, 내가 너한테 '나 왕세녀인데, 나 지금 결혼해야 된다. 그니까 너 나랑 결혼하자' 라고 하면,
너는 장난이냐며 웃다가 이내 정색을 하며 나를 멀리 하겠지.
그래, 이제 막 열아홉 살이 된 아이인데. 누가 결혼을 하려고 하겠어.
그러니까 너는 절대로 나와 엮이지 말고, 조용히 너의 인생을 살아가길.
[응 가족들이랑 밥먹으러 나가기로 했어 ㅠㅠ 미안]
언젠가 있을 결혼식 날, 내 얼굴이 처음으로 언론 여기저기에 마악 퍼질 때 쯤.
그 때 쯤 내가 왕세녀인 걸 알고 충격을 받겠지.
[아... 나중에 시간 한 번 내 줘요. 수능끝나면 밥사주신다면서.]
그래, 그래야지.
그리고 나는 차마 그 채팅방에 들어가 답장을 하지 못했다.
* * *
부마 간택에 왕세녀는 관여할 수 없는 것이 전통적인 원칙이나 나는 그 원칙을 깨어 버릴 만큼 완고하다.
결국 아버지와 나는 세 사람의 입궁을 허락하여 한 달동안 세 사람 모두를 만나본 뒤에 신랑감을 결정하기로 협의를 봤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첫 번째 남편감을 만나는 날이다.
첫 번째 남편감은 판사라고 했다.
판사라길래 나이가 좀 있으신 중년의 아저씨나, 아니면 적어도 30대의 삼촌뻘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걸, 20대. 그것도 26살의 젊디 젊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 사람도 참 불쌍하지."
혼자 중얼거리기도 민망해서 남편감의 프로필을 가져온 상궁에게 되물었다.
"안 그래요, 박 상궁님?"
"네? 왜, 왜 불쌍하다는 말씀이신지…."
"미래가 촉망되는 판사라면서요."
"……."
"판사 돼서 잘 살면 될 텐데, 괜히 내 남편이라고 언급되어서는."
문득 상궁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고 느꼈다.
무언가 말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것처럼.
"박 상궁님."
"…예?"
"왜 그렇게 안색이 안 좋으세요?"
그 순간이었다.
"세녀 저하, 김민석 공 드십니다."
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박 상궁이 앞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가고,
준수한 외모의 남자 하나가 내 앞에 와서는 절을 하고 선다.
![[EXO/민석준면찬열종인] 왕세녀의 남자 <1> (퓨전사극)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620/1269225e8ebb9710d83b638e2d52d337.jpg)
"세녀 저하를 뵙습니다."
프로필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고도 잘생겼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사진보다 훨씬 더 잘생겼다.
보자마자 '고양이상' 이라는 생각이 드는 저 눈매가 정말로 매력적이다.
"제가 한 말,"
"……."
"들으셨어요?"
내 질문에도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대답한다.
"들었습니다."
"……."
"……."
"뭐, 그 쪽도 그렇게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자신의 의사는 없었을테고, 어느 날 갑자기 왕세녀의 남편 후보가 되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을테니.
내가 이 사람이었어도 그런 상황은 좀, 별로였을 것 같긴 하다.
"근데 왜 포기 안 하셨어요?"
"……."
"요즘은 벌금 조금만 물면 포기할 수 있잖아요."
자세를 고쳐 앉아 말을 이어갔다.
"판사라면, 재력도 꽤 될 테고. 어차피 법 바꿔서 왕세녀랑 결혼해도 왕은 못 되는 것도 아실테고."
"……."
"포기 안 하실 생각이세요?"
어떤 표정도 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던 사람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실 이 방에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포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
차마 어떤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있던 찰나,
"저하를 직접 뵈니 포기할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그리고 나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순간 그 얼굴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아무도 나를 향해 보여준 적 없는 그런 표정, 마치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듯한 기분이다.
설렌다.
"저는 끝까지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세녀 저하."
세녀 저하라는 말과는 달리, 왕세녀가 아닌 한 여자를 대하는 것만 같은 그런 그의 태도가.
-
귤곰입니다!
아직 연재할지는 결정을 못 했습니다만 일단 한 편은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편 더 써 봤습니다 ㅠㅠ
다른 글도 함께 연재하고 있기 때문에 반응을 살펴보고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다음 편이 있다면 준면이와 찬열이가 순차적으로 나올 거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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