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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데 자꾸 말을 안해줘."  

  

  

다른 동네로 와도 데이트 코스는 비슷하다. 그게 지금 내가 카페에 있는 이유이다. 지호는 넋이 나간 나를 위로해줄 생각으로 카페에 데려온 것 같은데 내가 아무말 않고 생각만하고 있으니 점점 화가 나는 듯 보였다. 지호 앞의 커피는 도무지 줄어들 생각을 하지않았다.  

  

  

"누구냐고. 김유권."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하고 빨대를 입에 무니 지호가 무섭게 쳐다본다. 애써 시선을 피해 창밖을 보았다. 지호를 안심시킨다고 나쁜사람은 아니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보면 제일 나쁜사람이고... 마음 속에 얇은 종이들이 하나 둘 쌓여가는 기분이다. 한숨을 푹 쉬었다.   

  

  

"지금 한숨 쉬어야 될 사람 나거든?"  

"나도 한숨 쉴 수 있거든?"  

  

  

지호가 얘 오늘 왜이러나,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나도 지금 내 기분이 뭔지 모르겠다. 굳이 말해보자면 옛애인을 만나서 슬프고 착잡한데 화도나고 이상하게 설레이기까지한다. 그래서 지호에게 미안하다. 복잡하다.   

  

  

"나가자."  

"어딜."  

"그냥 걸어."  

  

  

내가 한 말이 탐탁치 않은 듯 지호는 아니꼽게 나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하는 무심한 말과 함께 먼저 카페를 나간 지호를 따라갔다. 가을 바람이 얼굴에 닿자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드는 기분이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혼란스러웠던 기분을 바람이 정리해주는 것 같다. 정리라고 해봐야 바람에 날려버리는 것 뿐이지만.   

  

지호는 어디로 가는 건지,아니면 내 말에 충실한 건지 정말 그냥 걸었다. 아무 말도 없이. 그게 지금 나에게는 오히려 더 편하기도 하다. 지호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럴때는 지호한테 고맙다.   

  

  

"...우지호."  

"왜."  

"화났지."  

"아니."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말을 꺼내도 지호는 앞만 보며 말한다. 화난게 틀림없다. 모른척 지호 팔을 잡고 팔짱을 껴본다. 팔짱을 끼자마자 빼버린다. 은근슬쩍 지호 손을 잡아본다. 바로 손을 빼서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지호야아.."  

  

  

내가 아무리 간절하게 쳐다봐도 지호는 그냥, 계속 그냥 걸었다. 말을 붙였다가는 괜한 눈초리만 받을 것 같아 더이상 말을 걸지 않고 지나가는 차를 본다거나 신기한 간판들을 보면 속으로만 감탄하는 등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며 지호를 따라갔다. 그렇게 10분쯤, 지호의 뒷모습을 머리에서부터 하나하나 뜯어보며 자세히 살펴보고 있을 때, 지호가 멈춰서서 한숨을 폭 쉬었다. 따라가던 나도 덩달아 멈춰섰다.  

  

  

"김유권."  

  

  

낮게 깔린 목소리에 괜히 긴장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지호가 뒤돌아서 손을 내민다.  

  

  

"화풀렸어?"  

"아니."  

"근데 왜.."  

"니가 안풀어줄 것 같아서."  

"야 아까 내가..!"  

"그거 하고 끝?"  

  

  

아. 뭔가 확 밀려오는 기분이다. 10분 동안 혼자 화를 삭였을 지호에게 더 미안해진다. 지호가 내민 손을 얼른 잡았다.   

  

  

"밥먹으러 가자, 배고프지."  

"누구 덕분에 점심도 못먹고, 커피도 못먹고, 진짜 배고프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곡을 콕콕 찌른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뭐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오늘 가려고 봐둔 식당이 있었는데 지금쯤 가면 줄을 엄청나게 서야해서 오늘은 포기해야할 거라며 더 미안해지게 하는 말을 또 한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미안해애.."  

"얼만큼?"  

"진짜 많이.."  

  

  

고개를 푹 숙이고 지호한테까지 들릴까 싶을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호가 그런 내 모습을 힐끔 보는 듯 하더니 혼자 웃는다.   

  

  

"지금 하는거 유치원 애들이랑 완전 똑같다 진짜."  

"어?"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기분이다. 싫은 건 아닌데 부끄러웠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친게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이런걸 가르침 받은 건지도 모르겠다.   

  

  

"고개 들어도 돼."  

  

  

그 뒤로도 한참을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걸었더니 지호가 몸을 숙여 나를 보며 말한다. 지호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하니 그제야 안심이 된다. 고개를 들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지호를 보자 왜, 뭐,하며 장난스럽게 받아준다. 만난지 2시간이 넘어서야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지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안데려다줘도 된다는 유권의 말에도 지호가 남아도는게 시간인데 괜찮다며 유권의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방에 불이 켜지는 것 까지 보고나서야 집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남아도는게 시간이다.' 지호는 집에 와서야 새삼 저 말의 씁쓸함을 깨달았다. 아직도 별다른 직장이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이었다.   

  

유권과 연애한지는 6개월쯤, 그 전에는 친구로 지내다가 지호가 먼저 고백한 것이었다. 지호는 이제 완전히 가까워진 것 같다고 느끼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유권에 대한 의심과 불안함이 불쑥 고개를 들곤 했다. 이상한 사람이 누굴까. 지호는 털썩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아직 내가 그런 걸 들을 정도는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 섭섭해지기도 했다.  

  

  

"이상한 사람. 이상한 사람."  

  

  

듣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소리내어 말해봤다. 혹시나 이러면 누군지 알까 싶어서. 지호는 한참을 멍하니 누워있다가 핸드폰 알람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유권이다.  

  

  

[들어갔어?]  

  

  

별 것도 아닌 문자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지호는 아까까지 했던 생각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헤실헤실 웃으며 답장했다.  

  

  

  

  

피곤하지만 아이들 볼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월요일 아침이 또 시작되었다. 이번주는 다른반 선생님이 통학차 담당이어서 조금 늦게 출근해도 된다는 사실이 입꼬리를 한층 더 올라가게 했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지난 밤에 온 카톡에 답장을 해주고 해도 시간이 남아 여유롭게 출발했다.  

  

오늘따라 왠지 기분이 좋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유치원으로 향했다. 익숙한 건물이 보여 이제 다 왔다는 생각에 걸음을 조금 빨리하니 유치원 앞에 낯선 차가 서있다. 애들 부모님 차인가, 아닌데 애들 버스타고 올텐데. 낯선 차로 가까이 가며 별의별 생각들을 다 했다. 대충 보니 아직 안에 사람이 타고 있는 것 같은데, 잠시 주차해놓은 걸지도 모르겠다 싶어 곧 유치원버스가 올테니 죄송하지만 차를 빼주셔야겠다고 하는 식의 말을 준비해 운전석 창문으로 다가갔다.  

  

잘 썬팅된 창문을 똑똑 두드리자 곧 쭈욱 내려간다. 나는 창문이 내려가자마자 이것도 인연이라면 참 지독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왜."  

  

  

내가 여기 선생님인 것은 모르는 것 같다. 형은 진짜 왜 왔냐는 식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어차피 주말에 한 번 마주쳤는데 말 못할게 뭐있냐며 혼자 다독였다.   

  

  

"곧, 유치원버스 와요. 차 빼주세요."  

"아. 그거 때문이야? 볼 일이 있어서 금방 빼주지는 못 할 거 같은데."  

"...그래도."  

  

  

말이 끊기자 미묘한 분위기가 형과 나 사이에 흘렀다. 계속 마주보고 있자니 민망해져 그냥 유치원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틀어버렸다. 유치원 정문으로 들어서니 뒤에서 차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형이 차를 뒤로 빼고있었다. 별 것 아닌 행동인데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하지만 뒤이어 차에서 내리는 형,품 안의 작은 아이를 본 순간 다시 모든게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  

  

뭔가..제목을 재미없게 지었나봐요(크나큰 착각)  

조회수라도 높으면 좋을텐데!ㅋㅋㅋㅋ  

봐주시는 분들 감사해요  

아직 2화밖에 안되지만 :P  

이거(2화)는 한 2개월반 전쯤 글이에요  

지금도 완결못내고 쓰고있다는게 함정 

오타있으면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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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범이아이가 거기 다니는건가여ㅠㅠㅠㅠ 앞으로도 자주 마주치게 되게ㅆ네요ㅠㅠㅠ 짠내나는권이ㅠㅠㅠㅠ 그런 권이도 좋습니당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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