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단편/조각 만화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온앤오프
바보둘정상인하나 전체글ll조회 510l 1



너를 찾아서



눈이 아파

아니, 머린가...하여튼, 무지하게 아파. 

온 몸이 뜨겁다.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지금은 아마 오후 8시. 조금 있으면 형이 돌아올 시간이다. 밥통에 밥 없을텐데...

밥 안쳐야 되는데, 도통 일어나질 못하겠다. 왜 이렇게 울렁거리지? 어쩔 수 없어, 좀 누워 있어야지. 잠이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프다...형한테 문자 해야 되는데, 집에 밥 없다고. 그리고 타이레놀 좀 사오라고... 핸드폰.......어딨지? 맞아, 화장실에 두고 나왔는데, 아, 머리가...

눈이 감긴다.

이런 두통은 처음이야, 좀 자면 나아질까. 안 그래도 요즘 잠이 엄청나게 많아졌는데. 맨날 뒹굴뒹굴대면 살 찌는데..

그래, 좀 자자.

딱 한 시간만 자자.

형 돌아오기 전에, 딱 한 시간만.........






너를 찾아서 1








 기억. 내 기억은 언제부터 였을까. 

중학교를 다니던 때 부터 주변 애들은 내 기억력을 부러워 하곤 했지. 학교에서 나눠주는 영어 단어 프린트 쪼가리 몇 장 쯤은 별 노력 없이도 쉽게 외울 수 있었으니까. 고등학교를 가서는 더더욱 그랬고. 맞아, 주변 애들 생일부터 해서 전화 번호, 혈액형같은 사소한 정보까지 한번 듣고 나면 거의 다 기억하던 나였다. 나는 그닥 특출나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안 그랬지. 기억력이 좋으면 뭐해, 공부를 안하면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런 기억력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몇 살부터의 기억이 있느냐 이거다. 아무도 정확히 말할 수 없지 않을까. 기억이란 게 어느 시점부터 영상처럼 모든 걸  펼쳐서 보여 주진 않는 것 같아. 보통 임팩트있는 장면만 조각 조각이 나서 떠돌지 않을까. 그니까, 내가 지금 기억을 해낼 수 있는 범위에서 말이다. 분명히 몇 살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장면 장면들 중에선 내가 4살 이던 때와 6살 이던 때, 9살 이던 때 모두 뒤섞여 있겠지. 사실 나도 어렸을 때 기억은 잘 나지 않고 말이야. 왜 갑자기 이런 게 궁금해 졌을까? 갑자기 내가 캄캄한 곳에 둥둥 떠있는 느낌이 난다. 불이 꺼진 영화관에 혼자 가만히 앉아 스크린이 켜지고 필름이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기분이랄까? 

 주변이 환해진다. 여기는 이제 영화관이 아니라 내가 어렸을 적 살던 집이다. 아마 내가 태어나고 2년? 3년? 즈음에 이사 왔던 집이었을 것이다. 십 년은 보지 못한 집인데..왜 아직도 이렇게 생생히 기억이 나는걸까? 이 때가 내 기억의 시작인 것일까?


 언젠가 엄마가 말씀해주신 바에 따르면 나는 처음 걸음마를 뒤로 걸었더랬지. 앞으로 걷질 않고 왠걸 뒤로 뒤뚱뒤뚱 걷는 내가 너무 우스웠다고 그랬지. 나는 세 살 부터 유치원엘 다니기 시작해서 한글도 유치원에 다니며 금방 깨쳤지. 7살 까지 다녔던 유치원이 어떻게 생겼었는지는 별 생각이 안난다. 다만 기억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나는 초등학생 때 까지도 야외 수영장을 싫어했어. 유치원 때 기억 때문이겠지, 아마. 유치원에서 다같이 야외 수영장으로 놀러 갔을 때 였어. 친구들이 노란색 조그만, 기껏해야 한 두명 올라가는 보트를 밀면서 딱 어린애에게 가슴께까지 오는 물에서 놀고 있었어. 나는 그 옆에서 잠수를 해보려고 코를 막고 눈을 감고 몇 초 동안 물 속으로 머리를 담그고 보글보글 있다가 파! 하면서 숨을 뱉으며 물 위로 올라오곤 했어. 내가 또 잠수를 하다가 물 위로 올라오려 물 속에서 점프를 했는데 바깥은 보이지 않고 머리가 무언가에 의해 막힌거야. 애들이 타고 있던 노란색 보트가 물에 잠겨 있던 내 위로 지나가는 때에 마침 내가 머리를 들이민 거지. 당황해서 물은 물대로 먹고 어푸푸 거리다가 그 애들이 지나간 후에 위로 올라왔는데 내 딴엔 엄청 당황스러웠지. 물 먹인 귀도 먹먹하고, 물 속이 무섭고, 하여튼 그 뒤로 엄마한테 야외 수영장은 싫다고 했어. 이유를 물어보셔도 그냥 싫다고만 대답했지. 이 때가 5살 쯤이었나?


 커다란 파란색 트럭이 뒤에 짐을 한가득 싣고 우리 아파트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것도 5살 때였다. 나는 그 트럭을 유심히 보다 집으로 쪼르르 달려 들어가서 엄마를 찾았지. 저 차 뭐냐고. 왜 우리집 앞에 서 있는 거냐고.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응, 옆집에 이사왔댄다. 대답해주셨어. 남자 어른들이 트럭 위에 쌓인 소파며 티비 같은 것을 끌어 내어 우리집 오른쪽 화알짝 열린 문 안으로 옮기는 거야. 우리집은 3층. 내가 살던 아파트는 한 층에 두 집만 사는 조그마한 데였지. 엘레베이터가 짐을 옮기는 사람들을 옮기느라 자꾸 열렸다 닫혔다 반복했어. 유치원을 안 가는 주말이었던 터라 시간은 오전 10시, 그 즈음이었겠지. 새하얀 햇살이 복도에 난 커다란 창문으로 쏟아내렸던 듯한 느낌이 나니까. 나는 어떤 사람이 이사를 왔는지 궁금했지만 친구가 아파트 앞에서 자꾸 놀자고 소리지르는 통에 옆집 안을 들여다 보지도 못하고 계단으로 쏜살같이 내려갔어. 가을이었지 아마. 살살 부는 바람에 햇살이 애들이 뛰어 놀기엔 딱 좋은 날씨였으니. 친구랑 누가 먼저 가나 경쟁하면서 아파트 단지를 따라 아스팔트 길 위를 달려갔어. 아파트 근처 딱 하나있는 놀이터는 그네가 두 개 밖에 없었어. 나랑 내 친구는 놀이터에 도착하자 마자 타는 게 그네였는데, 그 날 따라 다른 애가 먼저 와서 그네를 혼자 타고 있는 거야. 나는 달리기에 져서 내 친구가 먼저 하나 남은 그네 위에 엉덩이를 붙였고, 나는 야 같이 타아! 하면서 친구 놈을 밀어내려 애썼고. 친구는 야아 옆에 타는 사람 내리면 너가 타아! 하면서 나를 막았지. 어쩔 수 없었네. 나는 그 때도 조그만 남자애였으니까 덩치가 큰 편이었던 내 친구를 힘으로 밀어낼 순 없었어. 난 기다리기로 하고 누가 타고 있는지 얼굴을 봤어. 나도 타고 싶은데에..하면서 말이야. 


 처음 보는 얼굴이었어. 일단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애는 아닌 것 같았고. 나보다도 내 친구보다도 덩치가, 아니, 덩치라기 보단 키가 큰 게 딱봐도 나보다 형이었어. 난 낯을 많이 가렸어. 처음 보는 형아가 나를 쳐다봤어. 깜짝 놀랐어. 얼굴이 희고 예쁜 게 꼭 여자애 같았어. 앞머리는 눈썹 보다 조금 위에 올라와 있었고 뒷머리는 적당히 목을 덮고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새까만 나보다는 연한 색이 돌았어. 나도 피부가 남자치고는 하얀 편이지만 그 형아는 정말 상처하나 없어서 인형같다 생각했을 정도야. 내가 눈을 떼지 않자 형아는 땅을 보더니 너 그네 타고 싶어? 하는 거야. 나는 당황해서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저으면서 그네 옆에 있는 철봉 쪽으로 뒷걸음질 치면서 숨었지. 뒷걸음질이라니, 

나는 걸음마를 뗄 때부터 뒷걸음질 치는 연습을 했었나봐. 형아는 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걸 봤음에도 그네에서 살포시 내려 시소 쪽으로 걸어갔어. 그리고는 한 쪽에 털퍼덕 앉아 가만히 있었지. 시소는 둘이 타는 건데..내가 생각했어. 형아가 같이 탈 애가 없나 봐. 그렇게 부끄럼 많고 낯 가리는 내가 시소로 뛰어가서 형아 반대편에 앉았지. 형이 나를 쳐다봤어. 시소 탈 줄 알아? 형이 말했겠지. 난 안 타봤는데.. 나는 시소 타는 게 자신 있었어. 발을 구르려고 했지만 내 쪽으로 붕 떠있어 난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았어. 형..이 좀 더 앞으로 와야 돼! 형이 더 무거워서 내가 발이 안 닿잖아. 형아가 의아해하며 앞으로 몸을 옮기자 그제서야 균형이 좀 맞았어. 우리는 신나게 쿵떡쿵떡 시소를 땅에 찍으면서 놀았어. 처음 타 본다던 형아는 금세 배워서 웃으면서 발을 굴렀지. 우리가 재밌어 보였던지 친구가 그네에서 뛰어 내려 우리 쪽으로 달려 왓어. 


 조그마한 놀이터를 활보하며 셋이서 놀았지. 그러다 점심 먹으러 오라는 엄마의 부름에 나와 내 친구는 헤어졌어. 형은 혼자 놀이터에 남아 있었어. 밥을 먹은 뒤 형을 찾으러 놀이터로 전속력으로 달려갔지만 형은 없었어. 그냥 집에 돌아와 책상 앞에 숙제를 하려고 앉았는데 초인종이 난데없이 울리는 거 아냐. 나는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여신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숨어서 누가 왔는지 훔쳐 보았지. 놀랐었겠지. 수줍게 시루떡을 내민 그 소년이 아까 놀이터에서 함께 놀았던 형이었으니까. 어머, 옆집에서 온거니? 엄마가 기뻐하며 형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그 때 형은 나를 보았어. 눈이 마주쳤어. 속눈썹이 그늘을 드리운 얼굴에 예쁜 미소가 떠올랐어. 너, 여기 사는구나. 나는 안재효. 오늘 이사왔어. 형의 말에도 나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엄마 뒤로만 숨었어. 얘가 왜 이런다니? 형아가 먼저 인사해줬잖니. 너도 인사해야지, 응, 어서. ...나는 우지호. 형이 입속으로 중얼거렸어. 우지호... 그리곤 활짝 웃었지. 너, 귀엽다. 


 생각해보면 그 때가 진짜 내 기억의 시작인 것 같아. 그 소년은 내 어린 시절의 증거나 다름없어. 그가 내 전부가 되었던 건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겠지. 그래, 마음이 아파. 보고 싶어. 가슴이 있어야 할 곳을 만져도 손은 허공을 떠다니고만 있다. 나는 여전히 어렸을 적 살던 집 앞에 있어. 아까 생각했던 것 처럼, 영화를 볼 때 같이 편하게 내 기억을 감상하고만 싶은데, 불안한 마음이 진정이 안된다. 그래도 필름은 계속 돌아가. 문득 내가 배경에 녹아 드는 느낌이 나. 실체 없는 허상처럼 허물어지는 듯 해. 


 이 영화 끝엔 무엇이 있을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 퓨후05.05 00:01
      
      
      
블락비 [직범] 내 연인은 청순하다2 yahwa 08.18 11:20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5 워너 08.16 14:39
블락비 [블락비/피오] 지하철에서 피오 닮은 남익 만난 썰2222 80 지하철 피오 08.15 21:49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84 찡긋< 08.15 04:17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0 미안해얘들아 08.15 01:22
블락비 [블락비] 08. 8남매의 파란만장한 생활 (부제: 야 to the 동)4 결혼해피오 08.13 20:53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0 미안해얘들아 08.13 16:43
블락비 [블락비/피오] 지하철에서 만난 피오닮은 남익 썰! 32 지하철 피오 08.13 16:10
블락비 [블락비/피오] 안녕 나 피오 남익 쓰니야!! 25 지하철 피오 08.13 11:32
블락비 2014.07.21 3 벌꽃 08.13 09:29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1 연루 08.12 03:13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4 PoT 08.11 22:01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4 검백 08.11 17:14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연루 08.11 03:42
블락비 [블락비/오일/피오태일] 아 태일선배 귀여워요 쪼꼬만해요 (공지) 옥돔 08.10 14:09
블락비 [블락비/재코] 너를 찾아서 1 바보둘정상인하.. 08.10 03:17
블락비 [블락비/지권] 댄동부장 김유권 012 우지호랑뽀뽀했.. 08.09 19:52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8 PoT 08.08 23:06
블락비 [블락비] 07. 8남매의 파란만장한 생활 (부제: 공연)5 결혼해피오 08.08 15:19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7 찡긋< 08.07 11:43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우지호랑뽀뽀했.. 08.07 00:40
블락비 [블락비/피코] 여름 바람上2 행운의향로 08.06 23:09
블락비 [블락비] 06. 8남매의 파란만장한 생활 (부제:성적표 그리고...)6 결혼해피오 08.06 21:21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 프티 08.06 12:52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0 PoT 08.05 20:44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8 PoT 08.02 21:57
블락비 [블락비/오일/피오태일] 아 태일선배 귀여워요 쪼꼬만해요 10 옥돔 08.02 14:32
전체 인기글 l 안내
5/6 17:56 ~ 5/6 17:5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