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기숙사 방 안으로 들어오자 달콤한 향기가 풍겼다. 향기에 예민한 제인 덕분에 우리 방은 언제나 이렇게 달달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피곤해, 하고 칭얼대며 신발을 벗자 언제 신발을 다 벗은 건지 제인은 벌써 방 안에서 교복 마이를 벗으며 날 바라보았다.
" 그래도 올해 신입생들은 좀 괜찮지 않았어? "
" 작년보단. "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제인이 씻으려는 건지 입고 있던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괜찮은 애로 하나 꼭 물어야겠다, 하고 말하며 치마까지 훌렁 벗은 제인은 속옷 차림으로 갈아입을 잠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겨우 신발을 다 벗고 방 안으로 들어오자, 욕실 안으로 몸을 옮긴 제인이 밖으로 고개만 배꼼 내밀어 날 바라보았다.
" 올해는 꼭 남자 친구를 만들 거야. "
너랑 구준회 연애하는 거 때문에 내 속이 남아나질 않는다니까. 입술을 삐죽이며 그 말과 함께 나 샤워, 하고 덧붙인 제인이 욕실 문을 닫았다. 그런 제인을 향해 혀를 살짝 내밀곤 교복을 입은 그대로 침대 위로 몸을 날렸다. 배를 침대에 댄 채로 엎드려 눕자 내 이불에서 풍기는 포근한 향기에 온 몸이 축 늘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신입생들은 기숙사에 잘 적응하고 있으려나. 조금 전까지 보았던 신입생들의 앳된 얼굴이 떠올랐다.
딩동, 하고 짧게 울리는 소리에 마이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확인하자 모르는 번호에게서 [선배님!] 하는 메시지가 떠있었다.
[누구야?]
[저 김한빈이요.]
한빈? 한빈이 누구지? 아직 샤워를 시작하지 않은 건지 물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욕실을 향해 소리쳤다. 제인, 한빈이 누구야? 내 물음에 제인이 글쎄, 하고 소리쳤다. 들어는 본 거 같은데. 그리고 제인의 말이 끝난 뒤, 곧바로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욕실을 바라보던 시선을 다시 휴대폰으로 옮겼다. 엎드린 몸을 뒤로 돌려 등이 침대에 닿도록 누운 뒤 양손으로 휴대폰을 잡고 자판을 두드렸다.
[그게 누구?]
[힐러요.]
아, 힐러! 힐러 이름이 한빈이었지.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더라니.
[그래서 나에겐 무슨 볼일?] 하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한빈의 답장이 도착했다. 학생회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거기 적힌 번호로 연락을 했다는 한빈의 말에 그제야 잠깐 깜빡하고 있던 안내문 페이지가 떠올랐다. 맞다. 학생회. 아, 하고 의미 없는 소리를 뱉으며 휴대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깐 고민을 한 뒤, 짧게 답장을 쓰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래. 합격!]
[네?]
[합격이라고. 힐러.]
[합격이요?]
[왜, 싫어?]
[아뇨. 그건 아닌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한빈의 메시지가 하나 도착하고 곧바로 하나의 메시지가 더 도착했다. [어, 그러니까.. 면접을 본다고 적혀 있었는데… 면접도 없이 이렇게 합격이에요?]
조금 전 수업시간에 보았던 것처럼 문자로도 우물쭈물하고 있을 한빈이의 표정이 느껴져서 피실 피실 웃음을 흘렸다. [됐어. 내가 합격이라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쩔 거야. 일단 내일 수업 전에 학생회실로 와.] 하고 메시지를 보내자, 한빈이 [네.] 하고 짧게 답이 왔다.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곤 몸에 힘을 쭉 뺐다. 이대로 자고 싶다…. 욕실 안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듣고 있으니 더욱 나른한 기분이었다. 또 딸랑, 하고 짧게 울리는 메시지 소리에 손을 더듬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화면을 확인하자 하트 모양이 가득한 발신자에게서 짧은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산책 갈까?]
고민도 없이 [좋아] 하고 답장을 보냈다. 몸을 벌떡 일으켜 현관으로 쪼르르 걸음을 옮겼다. 신발에 발을 넣으며 닫힌 욕실 문을 향해 소리쳤다. 제인, 나 데이트! 내 말에 제인이 안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피실 피실 웃으며 입고 있던 교복차림 그대로 방문을 열었다.
* * *
기숙사 1층 로비로 내려오자 나와는 다르게 사복차림의 준회가 보였다. 티셔츠 위로 가디건을 걸친 준회를 향해 달려가 준회를 마주보고 서자 준회가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비누 향기 난다. 내 말에 준회가 짧게 답했다. 씻고 나왔으니까.
내게서 한 걸음 물러서서 나를 쭉 훑어보던 준회가 살짝 인상을 썼다.
" 너 이러고 나왔어? "
" 응. "
내 대답에 하, 하고 어이없단 듯 날 바라보던 구준회는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었다. 춥게 뭐 하는 거야, 하는 말과 함께 내 어깨로 준회의 가디건이 둘러졌다. 배시시 웃으며 준회의 가디건 안으로 팔을 쏙쏙 집어넣는데,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구준회의 가디건은 내겐 한참 크기만 했다. 소매를 축 늘어트린 채로 준회를 멀뚱히 올려다보자 구준회가 참나, 하며 피식 웃곤 내 소매를 접어 올려주었다.
준회의 손을 꼭 잡고 기숙사 주위를 함께 걸었다. 학생회 지원자 연락 왔어? 하는 준회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 응, 한 명 왔어. "
" 누군데? "
" 힐러! "
" 힐러? "
" 이름은 김한빈. 그리고 내가 벌써 합격시켰어. "
내 말에 뭐? 하고 묻는 준회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그리곤 준회의 손을 조금 더 꼭 잡았다. 그런 능력은 우리 학생회 꺼야. 내 말에 걸음을 잠깐 멈춘 구준회가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며 왜? 하고 물으니 준회가 나와 잡지 않은 손으로 내 볼을 잡고 쭉 늘어트렸다.
아! 하고 칭얼대는 내 목소리에도 내 볼을 쭈욱 늘어트린 구준회가 어이없단 듯 웃으며 날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 회장님 권한 이렇게 막 써도 돼? "
준회의 손을 겨우 쭉 밀어내곤 붉어진 볼을 살살 문질렀다. 억울하면 네가 회장하시든가요. 피실 웃으며 하는 내 말에 구준회가 어이 없단 듯 웃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정원 안에 놓인 넓은 그네를 발견하곤 준회를 그쪽으로 잡아끌었다. 먼저 그네 위에 엉덩이를 앉히고 준회를 바라보자 준회가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잡은 손을 풀고 내 어깨에 팔을 둘러오는 준회의 손길에 배시시 웃으며 준회를 바라보았다.
" 네게는 누가 연락 왔어? "
" 꽤 많이 왔어. "
" 뭐야. 걔들은 왜 회장인 내가 아니라 부회장인 너에게 연락을 하는 거야? "
" 너보단 내 첫인상이 더 좋아서? "
" 말도 안 돼. "
고개를 저으며 샐쭉한 눈으로 준회를 바라보자 나와 눈을 맞춘 준회가 웃으며 내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아! 하지 마! 내 말에 구준회는 킥킥 웃기만 했다. 털어내듯 고개를 저으며 그 중에 뽑을만한 애는 있어? 하고 묻자 준회가 고개를 끄덕였다.
" 김지원. "
김지원? 그 이름을 듣곤 준회를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썼다. 이어서 짧게 한숨을 쉬곤 입을 뗐다.
" 역시 난 이름 외우는 건 영 소질이 없나봐. "
내 말에 구준회가 컨트롤러야, 하고 말했다. 그제야 학생회 실에서 들었던 남자 컨트롤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 아! 남자 컨트롤러. 걔도 지원했어? 어, 신기하다. 지원이가 학생회에 지원한 거야? "
혼자 말하곤 웃겨서 킥킥대며 웃자 구준회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바라보았다. 피식 웃으며 날 조금 더 제 품으로 당긴 준회 덕분에 밤공기의 차가움이 덜 느껴졌다. 강아지처럼 준회의 어깨에 볼을 부비자 준회가 바람 빠진 웃음을 지었다.
" 좋아. 얼른 걔한테도 답해. "
" 뭘? "
" 합격이라고. "
" 그렇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래도 그러네. "
" 아냐. 보나마나 그 컨트롤러, 제인의 뒤를 이을 아이일 게 분명해. "
내 말이 맞지? 내 물음에 딱히 부정은 안 하는 건지 준회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준회가 먼저 몸을 일으켜 내 앞에 마주보고 섰다. 추워. 들어가자. 준회의 말에 몸을 일으키는 대신 준회를 향해 양팔을 뻗자 어이가 없단 듯 날 바라보던 그가 내 어깨 아래로 손을 넣어 날 들어올렸다. 구준회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팔은 구준회의 목에 딱 두른 채로 준회에게 매달렸다. 준회가 팔로 나를 떨어지지 않게 꼭 안아왔다.
" 살 빠졌어? "
" 왜? "
" 더 가벼워져서. "
" 아마 좀 빠졌을 거야. "
" 살 빼지 마. "
" 싫어. "
더 빼서 깃털처럼 가벼워 질 거야. 내 말에 준회가 웃었다. 바람 불면 날아가게? 피실 피실 웃으며 준회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대답 대신 그대로 준회의 입술로 다가갔다. 쪽, 쪽, 쪽, 짧게 세 번 닿았다가 떨어지자 준회가 사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잡아먹기라도 할 표정이다? 내 말에 준회가 킥킥 웃었다. 잡아먹어도 돼? 하고 물어오는 준회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안 돼.
헤헤, 웃으며 준회를 바라보는데 문득 멀리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려줘, 하는 내 말에 준회가 날 품에서 내려주었다. 바닥을 딛고 서서 작은 소리가 들린 듯한 그쪽을 계속해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를 따라 그쪽으로 시선을 잠깐 옮긴 준회가 다시 날 바라보며 왜? 하고 물었다. 고개를 돌려 준회를 올려다보며 양쪽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리고 준회의 손을 꼭 잡았다. 가자.
나란히 로비를 향해 걸어가다가 고개를 돌려 조금 전 바라보았던 곳을 다시 바라보았다. 기숙사 뒷문 쪽, 약한 조명 아래로 서있던 남학생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아마 그 곳을 지나다가 우연히 이쪽을 보게 된 것 같았다. 당황한 듯 한 그 남학생을 향해 씩 웃었다. 손가락을 들어서 입술 가운데에 가져다 대곤 쉿, 하자 그 아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쟤도 귀엽네. 살짝 웃곤 다시 준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 *
학생회 실에 온 아이들을 쭉 훑어보았다. 꽤나 많은 아이들이 학생회 면접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교실이 아닌 이곳으로 먼저 걸음을 옮겼다. 앞에 선 아이들을 대충 한 번 바라보는데, 익숙한 얼굴 하나에 피실 피실 웃으며 그 앞으로 다가갔다. 우물쭈물하며 날 바라보는 한빈이의 팔을 손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안녕, 힐러. 내 인사에 김한빈이 작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내 옆에 선 제인이 얘가 힐러야? 하고 물어왔다. 고개를 끄덕이자 제인이 피실 피실 웃으며 귀엽다,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쓰다듬던 손을 떼며 제인을 바라보곤 그치? 하고 답한 뒤, 다시 한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형식상 면접은 봐야 할 거야. 그래도 벌써 합격이니까 걱정은 마. "
알았지? 웃으며 묻자 한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끝나길 기다렸던 건지 구준회가 면접을 시작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두 명씩 방 안으로 들어가서 면접을 볼 겁니다. 면접은 10분간 진행되고….
꽤나 길었던 면접이 끝나고 뽑힌 아이들을 마주보고 섰다. 당연한 듯 보이는 한빈의 얼굴을 보며 씨익 웃곤 고개를 돌리는데, 이번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시선이 닿았다. 묘한 얼굴의 그 아이 명찰엔 '김지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어. 어제 몰래 훔쳐보던 걔네. "
내 말에 구준회가 뭐가? 하고 되물었다. 고개를 저으며 김지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살짝 눈웃음을 짓자 김지원은 머뭇거리다가 내게 고개를 살짝 꾸벅했다.
제인이 그 아이를 향해 다가갔다. 네가 컨트롤러야? 하고 묻는 제인의 질문에 그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네, 하고 답했다. 반가워. 나도 컨트롤러야. 제인이 손을 내밀자 김지원이 그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손을 살짝 흔들곤 금방 손을 떨어트린 제인이 합격한 아이들을 쭉 훑어보곤 입을 열었다.
" 지금부터 학생회 일에 대해 너희들에게 설명해 줄 거야. 따라와. "
그 말과 함께 학생회 실 문을 연 제인을 따라 아이들이 하나 둘씩 방을 나갔다. 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마지막 즈음에 밖으로 나가려던 김한빈이 나가려다 말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한빈이 살짝 고개를 숙여 꾸벅 인사를 했다. 그 인사를 바라보며 살짝 입가에 미소를 걸곤 손을 들어 흔들었다. 한빈이 방 밖으로 나가고, 제인이 갔다 올게, 하는 인사와 함께 웃으며 학생회실 문을 닫았다.
내 옆에 서있던 구준회가 내 어깨에 팔을 걸었다. 쟤는 왜 너한테만 저렇게 인사해? 그 물음에 어깨를 으쓱했다.
" 글쎄. 이중에선 날 제일 먼저 알았으니까? "
아무래도 저 병아리는 날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네. 내 말에 준회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
안녕! uriel 입니다!
늘 새벽에만 글을 올리다가 이렇게 오후에 글을 올리려니까 이상해요..*_* 운동 가기 전에 품고 있던 마이너 한 편을 이렇게 올리고 갈게요!♡
아, 그리고 이건 최근에 글을 올리면서 느끼는 건데 제 이쁜이들 댓글에 답글을 잘 못 달아드리는 게 마음에 자꾸 걸리더라구요 ㅠ_ㅠ 저는 그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조금이라도 글을 더 빨리 들고오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제가 독자님들의 입장이 된다면 답글 없는 제게 서운하실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정말로 서운하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해요 ㅠ_ㅠ 저는 여러분이 달아주시는 댓글 늘 즐겁고 또 행복하게 읽고 또 읽어요! 아침에 눈 떠서 댓글 확인할 때면 정말 행복하답니다 한 분 한 분 표현은 못 해드렸지만 저는 정말 여러분을 아끼고! 늘 감사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 아시잖아요, 저 글마다 끝엔 여러분께 뽀뽀를 날리는데! 거절은 거절합니다 흐흐
오늘 글은 주네의 지분이 많으니 주네 사진으로!
아, 또 생각났다 이 마이너는 제가 참 좋아했던 웹툰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쓰는 글이에요! 학원 앨리스는 본 적이 없었는데, 독자님들 얘길 듣고 검색해봤더니 정말 비슷하더라구요 판타지란 ☆★ 그래도 내용은 아이콘의 이야기로! 다르게 흘러갈 예정입니다 ㅎ_ㅎ
안녕,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사랑해요! 오늘도 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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