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 조각글] W. 밤사자 * * * 정말이지 한 여름의 유원지는 더위를 까먹은 마냥 북적북적하기 그지없다. 뜨거운 햇빛이 제 살갗을 태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신나는 표정을 하고 맘껏 즐기고들 있으니. 물론 남의 피부이니 내 알 바 아니었지만.방학시즌인 탓에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한산함을 맛 볼 수 없으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아니 나는 그나마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 가장 편하게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름엔 에어컨 빵빵하고, 겨울엔 히터 빵빵하게 틀어 놓은 별로 크지도 않은 이 공간에서 평균 하루에 대여섯 번 정도 마음의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나이어린 아가들의 비위를 맞춰주면 되는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있는 이 곳은 나름 이름있는 유원지의 미아 보호소. 가끔씩 교대로 가족을 잃어버려 우는 아이가 있는지 순찰을 돌면 된다. 일을 시작하고 초반에는 미아를 찾다가 내가 길을 잃어 헤맨적이 있지만 오랜 시간동안 미아를 찾아다녔다는 변명으로 도도한 30대 여직원에게 "백현씨 일 정말 열심히 하는 군!"하며 칭찬을 들었더랬다. 난 어린아이를 달래는데에 능숙해진 터라 지금 내 앞에서 울고있는 이 아이에게 안심을 시켜주기로 마음먹었다. "공주님, 이렇게 울고있으면 얼굴이 못나져서 엄마가 못 알아봐요~ 울음 뚝!" 백현의 달래주기 기초단계는 일단 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가 울고있으면 여러가지 판단능력이나 기억력들이 감소하기 때문에 무엇을 물어보던간에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판단능력이란 나는 누군가 여긴 또 어딘가? 하는 정말 기본적인 것들이다. 낯선 곳에 혼자있는 아이는 불안감에 울음을 터뜨리고만다. 그리고 기억력은 아이 본인의 이름이나 부모님의 이름 핸드폰번호 같은 아주 중요한 정보말이다. 가끔씩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울다가자신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하니 조심히 다뤄야함은 이 곳 미아보호소의 직원 모두가 잘 알고있다. 지금 내 앞에 서서 눈물을 훔쳐내고 있는 이 여자아이는 많아봐야 여덟 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노란색 병아리 같은 원피스를 입고선 엉엉 우는데 어미 닭을 찾아 우는 병아리 같단 짧은 생각을 하곤 계속해서 눈물을 닦아주었다. "오빠가 엄마 찾아줄게요, 이름이 뭐예요?" 목청이 나갈 것처럼 울던 아이의 손에 백현이 막대사탕을 쥐어주며 이름을 물으니 의외로 쉽게 울음을 그쳤다. "…이…이, 지혜" "지혜? 이름도 얼굴만큼 이쁘네~ 놀이공원엔 누구랑 같이 왔어요?" "어…엄마랑… 아빠랑… 지훈이랑"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가족구성원을 한명 한명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에선 나름대로 잘 설명하려는 의지가 보였다. 일단 부모님과 지훈? 남동생이겠군. 백현은 아이가 불안한 상태에서 잘 대답하니 기특하단 생각에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막대사탕의 껍질을 벗겨주었다. "우리 지혜는 몇 살 이에요?" "일곱살이요…" 일곱살이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는 모습에 의젓함이 보였다. 백현은 그런 지혜에게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고 방송을 했다. /미아 보호소에서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7살 이지혜어린이를 보호하고 있으니 이지혜양의 부모님은 미아보호소로 속히 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7살 이지혜어린이의 부모님은 미아보호소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백현은 비교적 간단하게 방송을 마치고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아이와 놀아주기로 했다. 지금 다른 직원은 순찰을 돌고 있으니 당연히 백현의 역할은 아이와 놀아주는 것 밖에 없었다. 백현이 방송을 하는 사이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 줄 것이라 짐작한 아이는 막대사탕을 입에 굴리며 혼자 이곳 저곳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리곤 인형들이 가득한 곳에서 인형놀이를 하려고 마음먹었는지 인형들을 한데 모은다. 음… 딱히 놀아주지 않아도 되나. 가만히 지켜보다가 창 밖을 구경하고 있으니 미아보호소의 문이 벌컥 열린다. 재깍 두명의 시선이 열린 문으로 향했으나 어린시선은 금세 저가 하던 인형놀이로 가 버렸다. 미아보호소 입구에 서 있는 둘은 분명 아이의 부모는 아니었다. 한 명은 너무나도 익숙한 미아보호소의 30대 여자직원. 또다른 한 명은 처음보는 낯선 사람. 옆에 달고 온 남잔 누구냐는 의문을 담은 표정으로 고갯짓하니 어쩐지 난감한 표정을 짓는 직장동료. 어색함이 감도는 걸로 봐서 아는 사이가 아님에는 틀림없었다. "백현씨, 아- 그러니까 그게…" 왜 저리 말을 뜸 들이나 지켜보니 곤란하단 표정으로 맞받아친다. "미아…거든요?" "…네, 네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백현은 멀뚱히 서 있는 키가 꽤 큰 남자에게로 시선을 이동시켰다. 그러니까 키가 큰 남자다. 30대의 여직원이 봐도, 내가 봐도, 심지어 7살난 어린 아이가 봐도 미아라 소개 된 저 남자는 적어도 고등학생 이상의 청년이었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잘생긴 미남형의 얼굴을 가진 터라 멍청해 보이지도 않았다. "무슨…소린지 파악이 잘 안되는데요…" "이 학생이 미아라고 따라오길래… 저도… 모르겠어요." 곤란함을 한껏 내비친 찡그린 얼굴로 말하는 여직원이 못마땅하다. 그런 백현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직원은 혼자 놀고있는 어린아이에게로 관심을 돌려버렸다. 그걸로 끝났다는 듯 나에겐 그이상의 설명따윈 해주지도 않은 채 말이다.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생긴건 멀쩡해서 차마 정신연령이 좀 낮은가 테스트하기도 여간 겁이난다. 이건 뭔 상황인가 싶어 멀뚱히 서서 이곳 저곳을 훑어보는 남자에게로 시선이 꽂혔다. "저기요, '미아'라 함은 길을 잃어 헤매는 아이를 지칭하는 용어인데요…" "…예?" "아, 그러니까, 일행과 흩어져서 찾으러 온 거죠?" 당연히 미아로 안보이는 멀쩡한 외모에 일행을 찾으려고 여직원을 따라 온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그거 아니면 뭐겠는가. 요즘시대에 핸드폰도 안가지고 다니나?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아, 배터리가 나갔을 수도 있겠군. "아… 그건 아니고. 미아 맞아요. 여기 있을래요." …뭐지? 뭐 하자는거지? 일행을 찾으러 왔으면 적어도 일행중 누군가의 이름을 대면서 방송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런 부탁도 없이 자신을 미아라 칭하곤 이 곳에 있겠다고 한다. 정말 뭐 하자는거야?! 밑도 끝도 없이 미아라 하면 어찌 반응해야 좋을까. 아 이것도 미아보호의 한 차원이니 그냥 닥치고 어린아이 상대하듯 이름을 묻고 부모님을 묻고 나이를 묻고 해야 하는 건가? 어찌해야 될지를 몰라 머릿속은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별안간 보호소의 문이 또다시 벌컥 열린다. 그리고 보이는 형체는 부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 남자아이. 단번에 지금 보호하고 있는 여자어린이의 가족이란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가족은 나와 그 옆에 서 있는 남잘 번갈아 쳐다보더니 제 아이를 찾는다. "방송듣고 왔는데요, 우리 지혜가," "아빠! 엄마!" "어머, 지혜야!" 아빠로 추정되는 남자가 말함과 동시에 제 아빠와 엄마를 부르며 품으로 뛰어든 어린아이는 부모를 만났다는 안도감에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어디갔었냐며 걱정이 담긴 꾸짖음을 보였다. 뭐 항상 있는 일이니 어깨를 으쓱하며 기분좋은 미소를 흘려보냈다. 가족과 상봉한 어린아이를 보는 건 나름 뿌듯하다. 잠시간의 가족상봉이 지나고 지혜란 어린아이의 엄마를 찾아주어서 감사하단 인사를 끝으로 미아보호소는 다시 조용해졌다. "저, 백현씨? 어쨌든 이 학생 미아보호소에 왔으니 책임지시고, 전 다시한번 순찰돌러 갈게요." "네? 책임이라뇨, 책임은," "그럼 전 이만" 책임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 지셔야 되는거 아니에요?!라고 하고싶었지만 여직원이 재빠르게 미아보호소를 나서는 바람에 뒷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더운 땡볕에 저 도도한 여직원이 굳이 두 번 연속으로 순찰을 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예 신경을 꺼버리고 싶어 하는 그런 불쾌한 느낌. 아… 그러니까 내가 책임을 지란 거잖아. 뭐, 가족을 찾아줘야되나? 아니면 친구라던가. 어찌되었든 누군가를 찾기위해 왔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방송이었다. "방송같은 거, 할 필요 없어요." 침묵을 깬 건 다름 아닌 들어온 순간부터 뻣뻣하게 서 있던 남자였다. 먼저 말해주니 참으로 고맙다만… 방송을 할 필요 없으면 여긴 왜 온 걸까? 그런 의문이 생겨날 때쯤 남자는 널따란 쇼파로 가 앉아 몸을 뉘었다. "저기요… 학생.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가 본데, 여긴 휴게소가 아니에요." "그건 나도 알아요." "여긴 미아보호소인데…" "알아요." "그럼 여긴 왜," "아~ 그냥 냅둬요." 뭐? 그냥 냅둬? 별 웃기는 자식일세. 백현은 그저 황당함에 얼굴이 일그러져버렸다. 예의를 밥말아 쳐먹었나, 앞 뒤 설명없이 찾아와서는 쇼파에 느러누워 고작 하는 말이 그냥 냅둬요? 그냥 냅둬요~? 백현은 어린아이에게완 아주 딴 판으로 같은 또래에게는 친절치 못한 관계로 가만 냅둘 수가 없었다. 이게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놀이공원의 미아보호소다.) 낮잠따위나 자려고 왔단 말인가. 괘씸해서라도 이 남자의 단 잠을 깨우려 다가가 눈을 가린 팔을 치웠다. 잠을 자러 온 남잔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벌떡 일어나 얼굴을 찡그렸다. 정말 자려고 왔나보군. "뭐하는 거예요?" "그…, 그건 제가 물을 일입니다만? 이름이 뭐예요?" 뻔뻔스럽게도 제 행동을 보곤 뭐하냐 묻는 모습이 여간 짜증나는 백현이었다. 생긴거 답지 않게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라 조금 주춤하긴 했으나 한 번 마음먹은 일은 행하는 백현이었기에 끝까지 말을 이을 수 있었다. "이름? …이름을 알아야 하나…" "일단, 여긴 미아보호소이고. 기본적으로 다 묻고 있어요. 그러니까 예외는 없," "박찬열." "네에~ 박찬열씨," 백현은 본능적으로 마이크 앞 노트에다가 이름 석자를 적다말고 다시 뒤를 돌아봤다. 미아가 아닌 미아인 찬열의 눈은 백현이 적고있는 노트를 뚫어져라 향해있었다. "거기에 뭘 적는거죠?" "…이것도 내 일의 절차거든요. 방송을 해야죠. 잃어버린 일행 찾아드릴께요." "뭐?! 그럴 필요 없다니깐!" 쇼파에 앉아있던 찬열은 잽싸게 뛰어와 백현이 잡고있는 마이크대를 잡아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뺏어버렸다. 마치 방송을 하면 안된다는 양 급히 움직여 백현을 당황케 만들어버렸다. 그에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백현은 어안이 벙벙해져 굳어져버렸다. 내 일이 저지당했어…. 왜 이러는거지? 난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미아의 부모를 찾아주고, 평소와 다름없이 방송을 하려는데 웬 평소완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지? 한번도 방송을 하려다말고 제지당한 적은 없었는데…. 아니, 다 큰 남자가 온 것도 처음이다. "저기요, 박찬열씨? 왜 이러시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당연히 방송을 하기위해 여기 오신 거 아닌가요?" "…그런거 아니에요. 좀 피해있으려고…." "예? 누구를…" "친구들이요" 참 나. 일행을 피하러 미아보호소에 오는 경우는 보다 처음봤다. 지 일행을 피하려면 요령껏 숨을 것이지 왜 선량한 미아보호소 직원을 귀찮게 한단 말인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은 백현은 애꿎은 볼펜만 손에 쥔 채로 노트를 푹푹 찍어대고 있었다. "그럼, 난 뭘 하면 되죠? 뭐 도울거라도…" 일단 백현은 유원지의 직원이었고, 찬열은 유원지를 이용하는 손님이었으므로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물었다. 혹시나 말하는 모양새가 맘에 안들어 컴플레인을 걸어온다면 백현은 직장에서 결코 좋지 않은 일이 발생 할 수 있다 생각했다. 이를테면 짤릴 수도 있는거였다. 아무리 일을 잘 했어도 이 곳에 오래 있지 않았고, 놀이공원의 이용객을 최고로 생각하는 방침이 있었으므로. "아, 그냥 내버려두면 돼요." 네. 그렇게 짧게 대답한 백현은 찬열의 손에 들린 마이크를 뺏어 제 자리에 놓곤 의자에 앉았다. 가만 내버려 두라니 그렇게 하지 뭐 별 수 없지 않은가. 이건 베테랑인 30대 여직원이었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비록 순찰이라는 명목으로 자리를 피하고 자신에게 모든 일을 맡겨버렸지만. "여기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그냥 잠만 잘 것 같던 남자가 뜬금없는 질문을 해왔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가 저절로 향하고 갸웃하니 다시 한번 일 한지 얼마나 됐냐며 물어 온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 까짓게 왜 궁금한 걸까? 내가 하루밖에 안되든, 오래 일했던 왜 그런 시덥지않은 질문을 하는 걸까? 아는 사이도 아니고 말이야. 백현은 그 질문의 의미가 뭔지에 대해 잠시 생각하는 사이 찬열이 자세를 고쳐앉았다. 왜 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허공만 쳐다보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곤란한 질문이라도 했나싶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놀이공원에 억지로 이끌려오긴 했는데, 더운 날씨 탓에 여간 귀찮아 화장실간다 뻥치고 미아보호소로 추정되는 직원을 따라왔을 뿐이다. 어딜 숨어있든 마땅치 못한 곳만 있기에 최선에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조용히 잠만 자려던 찰나에 저와 또래, 혹은 어려보이는 알바생이 있기에 심심해서 말을 붙였으나 대답이 없다. 평소에 말이 굉장히 많은 찬열인지라 침묵이 불편했다. "아 나 심심한데" 찬열의 심심하단 투정에 백현은 한번 흘낏보는게 전부였다. 물론 그 찰나에 순간을 캐치한 찬열은 저 남자가 나를 무시하는구나 하고 단순히 생각해버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긴 다리로 몇 걸음 안걸어 백현의 앞에 섰다. 갑작스런 다가옴에 백현은 흠칫 놀라 의자를 돌려 찬열을 올려다봤다. 왜, 왜그러지? 얼마나 일했냔 질문을 씹어버려서 때리려는 건가? 그런생각을 하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데 찬열이 별안간 제 가슴팍에 달린 명찰로 손을 뻗는다. 직원이라면 누구나 왼쪽 가슴팍에 달고있는 명찰이었다. "지, 지금 뭐 하시는," "변 백현? …이름 하난 끝내주는데, 성도 죽이네" "예?" "몇 살 이야?" "……." "너 미성년자지? 쪼끄만 게 형 말을 씹고 말이야" 찬열은 황당하단 얼굴로 저를 올려다보는 백현에게 약한 꿀밤을 먹였다. 그에 반사적으로 머리를 문지르는 백현은 울상이 되어 지금 이 남자가 자신에게 하는 행동이 약간 화가나 흘겨봤다. 그 걸 알리 없는 찬열은 아까 저보고 학생이라 부르더니 지가 학생이면서 어른인 척 하는 게 웃겼다. 멀리서 봐도 어려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야, 내가 심심해서 말 상대 좀 해달란거야." "…." "Do you understand?" "그럼… 친구들도 있잖아요. 왜 친구 놔두고-" 백현은 저 버릇없는 남자가 자신이 몇 살 인지도 모르면서 학생같다 말을 놓고 손찌검(?)까지 했지만 직원이란 신분을 한탄하며 존댓말로 답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오늘 보고 두번 다시 안 볼 사람이었기에 똑같이 대할 필욘 없다고 생각했다. 백현은 겉으로 대인배였다. 속으론 혼자 온갖 욕을 하고 있지만. "친구? 친구는…. 돌아다니기 귀찮아." "아…." "귀찮은 건 딱 질색이야" "그리고… 더워서죠?" "Exactly, 에어컨이 있어서 좋네" "…." 백현은 자꾸 자기 앞에서 짧은 영어를 쓰는 남자가 아니꼬웠다. 아 그냥 말을 말자. 알아서 가겠지 뭐. 그렇게 생각했다. 저 남자가 미아보호소에 있는다고 딱히 문제 될 것도 없으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야, 시급은 얼마야?" "…." "얼마냐니까~"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말을 걸어오는 찬열로 인해서 표정이 찡그려지는 백현이었다. 게다가 반말로 저리 뻔뻔스럽게도 묻는다. 그저 인성이 글러먹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기엔 지나치다 생각했다. 꿀밤을 맞았을 땐 어이가 없어 아무말 않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야'라 부르는 저 목소릴 듣고 있자니 슬슬 스팀이 오르는 것 같았다. 초반에 존대를 했으면 계속 할 것이지 일관성 없이 반말은 뭐란 말인가. 거기다가 멀쩡히 고등학교졸업한 저를 미성년자라 치부하고 알바생으로 보고있다. 그래도 나름 직원인데. 직원인데…. 반말하고, 야라 부르고. 뭐? 시급? 진짜 날 뭣같이 보고 앉았네. "어이, 야!" "……야?" 백현은 사실 깡이 별로 없었다. 홧김에 소리는 쳤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맘 같아선 자신은 미성년자가 아니고 이 곳의 직원이며 니가 만만하게 말 깔 상대가 아니다 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보다 큰 키와 굵직한 목소리에 쫄았냐 묻는다면 아마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장난을 걸어올 땐 그냥 얼굴은 미소년인데 목소린 상남자네 하고 말았지만 '야?'라고 낮게 되묻는 찬열에게서 백현은 공포를 느꼈다. 왜 저리 기분나쁜 표정이냔 말이다. 지도 나보고 야라고 했으면서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자신만만하게 소리는 쳤으나 이제 어떡한담. 아랫입술을 무의식적으로 씹었다. 이미 엎어진 물 주워 담을 수 없다면… "동, …보세요? 하, 하하!" "…야동?" 에잇, 씨발! 야구라고 할 껄! 백현은 속으로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 저는 보거든요, 오늘 새벽에도 보고왔는데" "……." "아아 그러니까… 야동은 역시 메이드 인 재팬 아니겠어요? 하하!" "……." "아, 어제 본 게 제목이 뭐였더라… 추천하고 싶은데, 그…하하하" 백현은 석상처럼 굳은 상태로 입만 하하 웃었다. 그리고 저만 들릴 정도로 작게 욕을 읊조렸다. …씨발. 내가 무슨소릴 지껄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죽어버렸으면 싶다. 사실 새벽에 야동따윈 보지도 않았는데 웬 야동이 튀어나간거야. 게다가 별 거지같은 말들로 야동이야기를 뒷받침 하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병신같아서 울며 뛰쳐나가고 싶었다. 아니, 나가고 싶다 생각할 바에야 뛰쳐나가는게 탁월한 선택으로 이어질 것 같다. 백현은 망설이지 않고 미아보호소의 문을 소리나게 쾅 열어젖히고 달렸다. 뒤에서 뭐라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멈춰섰다간 더 쪽팔릴 것 같아서 그냥 삼십육계줄행랑을 쳐버렸다. 그렇게 백현은 근무지 무단 이탈을 해버리고 말았다.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 1화같은 조각글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엑소 첫 입덕했을 때 메모장에 써놨던 건데... 이 뒤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몇달 째 냅두고 있어요..... 언젠간 쓰겠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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