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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척이고, 또 뒤척이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계속 발그레 해지며 뜨거워지는 내 양 볼을 감싸며 혹 뜨거운 온돌 탓 인가 보일러를 끄기도 해 보았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 청할수록 자꾸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오세훈 탓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
눈을 감고 뜨고, 또 다시 감고 뜨기를 반복할까, 어김없이 아침이면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에 몸을 일으키고는 이불을 갰다.
어제 하루 종일 감자를 캐고 얻어온 감자 한 바구니를 꺼내 밥을 짓고는 아침밥을 준비했다.
항상 집에서 먹던 전기밥솥이 아닌 아궁이에 불을 얹고 밥을 지어 먹으려니 이것 참, 쉬운 일이 아니더라.
그렇게 밥과 감자를 솥에 넣고 한참이 지났을까, 솥 뚜껑을 열어보니 고슬고슬 잘 지어진 밥과 감자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밥을 퍼냈다.
부엌에 있는 조그마한 상을 피고는 감자밥과 김치를 함께 해서 먹고 있었는데, 대문이 끼익- 거리고는 열리더니 박찬열이 들어왔다.
"어라, 이제야 밥 먹냐?"
"응, 넌?"
"안 그래도 밥 좀 얻어 먹으려고 왔는데, 밥 좀 주라."
"너희 어머니는 어디 가시고 우리 집에 와서 밥을 찾냐?"
"아, 오늘 아침에 장독대 하나 깨트려서 울 엄마가 집에 들어오기만 해보라길래 튀었지."
"너도 참... 잠깐만 있어봐."
아직 해도 완전히 뜨지 않은 이 이른 아침에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밥을 달라는 박찬열에,
나는 혀를 쯧쯧- 하고 차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감자밥을 하나 더 퍼서 상 위에 올렸다.
"자, 먹어. 반찬은 보다시피 김치 밖에 없네."
"와-.잘 먹겠습니다-."
박찬열은 허겁지겁 숟가락을 손에 쥐고는 밥을 한 숟갈 퍼서 입에 잘도 넣는다.
김치 한 점 입에 넣고 또 밥을 입에 넣고, 어지간히 배가 고팠나 보다.
아니, 어제 감자를 그렇게 많이 먹고 아침에 또 이렇게 밥을 많이 먹는게 이해가 되진 않지만 말이다.
"여기- 물.."
"감사."
"..."
"캬- 시원하다. 근데, 넌 맨날 밥 이렇게 혼자 먹냐?"
"응, 나만 있으니까."
"..너네 부모님은 어디 가시고?"
"...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 얼른 밥이나 먹고 가."
"그럼 내가 맨날 같이 먹어줄까?"
"됐네요- 먹기나 해, 안그럼 치운다?"
"에헤이, 먹는다 먹어."
그렇게 한참을 밥에 코를 박고 먹고 있자, 금세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 박찬열에 다 먹었다며 제 배를 문지른다.
마침 나도 밥공기를 깨끗하게 비워 낸 참이라서 상을 이제 치운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우게?"
"응, 다 먹었는데 이제 치워야지."
"도와줄까? 나 이래봬도 이 마을 설거지 왕인데."
박찬열은 한껏 설거지 왕이라는 타이틀을 뽐내며 내 손에 들린 그릇들을 가져가더니 부엌으로 곧장 들어가 설거지를 하기 시작한다.
설거지가 재미있기라도 한 건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그릇을 닦는 폼이 꽤나 웃기다.
부엌 문 앞에서 자기를 보고 있는 내 시선을 느낀 박찬열은 내 쪽을 보더니 씨익- 하고 미소를 지어보인다.
"어떠냐, 이 설거지 왕의 설거지 솜씨가? "
"최고."
"그렇지? 그니까 내가 앞으로 맨날 여기 와서 밥 먹고 설거지 해줄게."
"아니, 그건 사양할게."
"야, 솔직히 이런 신랑감이 어딨냐.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
"마치 그건 니가 내 신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한다?"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8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814/6de4ee16d57c96286510745184885f4e.png)
"왜, 내 색시라도 해 볼래?"
내가 어이 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뜨려보이자, 박찬열도 제가 한 말이 부끄럽기라도 했던 건지 연신 헛기침만 해댄다.
그러고는 설거지를 다 했다며 싱크대 물기를 행주로 슥슥 닦더니 부엌 문을 지나 마당으로 나온다.
아침밥도 다 먹었거니 이제 집에 가겠지하고 생각하는데, 박찬열은 그대로 우리 집 마당 평상 위에 벌러덩- 하고 눕는다.
"야, 박찬열. 집에 안가?"
"..."
"야-. 박찬열?"
"..."
"뭐야, 야- 박찬열!"
"야."
"...? 뭐야, 왜."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뭐?"
박찬열은 다짜고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며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내 팔목을 잡아 대문 밖을 나선다.
그러고 내 팔목은 놓아주지도 않고는 동네 구멍가게 쪽으로 계속 걸어간다.
그렇게 한 오분쯤 걸었나, '순돌이네' 간판을 달고 있는 구멍 가게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멍 가게 앞에 다다르자 박찬열은 잡던 손목을 놓고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길래 나도 따라 들어갔다.
가게 안에 들어가자 가게 주인은 안 보이고... 주인 아들처럼 보이는 애가 계산대에 앉아 있다.
"야- 순돌이 너 많이 컸다?"
"찬열이 형아!"
"짜식, 형 많이 보고 싶었어?"
"응! 오늘은 우리 아부지 없어. 산에 버섯 캐러 가셨어."
"그래? 형은 아이스크림 사러 왔어."
"진짜? 근데 형아 뒤에는 누구야?"
"아, 왜 전에 형이 말해준 누나 있잖아. 서울서 온."
"안녕..? 너가 ..순돌이야?"
"응! 누나 안녕. 찬열이 형이 누나 예쁘다고 했-. 데으읍! 형-으브읍!"
"하하... 얘가 뭐래냐 지금. 넌 빨리 아이스크림이나 골라와."
한참을 조잘거리는 순돌이의 입을 그 큰 손으로 턱하니 막자 순돌이는 숨이 막히는지 박찬열의 팔을 연신 쳐 댄다.
불쌍한 순돌이.
이내 박찬열이 아이스크림쪽으로 오더니 쭈쭈바 하나를 꺼내 내 입에 물려준다.
"...??"
"그게 제일 맛있어, 그거 먹어."
"다짜고짜 입에....."
박찬열은 자기도 쭈쭈바를 하나 꺼내 껍질을 까고는 자기 입에 물고는 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내 순돌이에게 건내준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오백원이라니. 말도 안돼, 진짜 싸다...
순돌이는 천원을 받고 나에게 잘가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박찬열을 째려보면서 "형아는 잘가던지." 라며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우리는 토라진 순돌이를 뒤로 하고 가게를 나와, 가게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야."
"어? 왜."
"너네 부모님은 안 오시냐? 보고싶을텐데 한번도 안 보이시네."
"아.. 그냥.. 아마 안 오실거야. 나 안보고 싶어하실 걸?"
"참-. 자기 딸 안 보고 싶어하는 부모가 어디있냐?"
"있어, 우리 부모님. 나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나 여기로 보내신거야."
"웃기는 부모님이네. 다음에는 너도 너네 부모님 보고 싶지 않다고 성질을 내버려. 뭐하러 말을 듣냐."
"치-.. 그냥..."
그렇게 한참동안 박찬열과 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박찬열은 박찬열 대로. 나는 나대로. 그렇게 손에 들린 쭈쭈바만 먹고 있었다.
"그냥... 우리 부모님은 내 동생만 좋아하셨어..."
"..."
"동생은 나와 다르게 모든 것을 다 잘했어. 부모님 눈에는 동생만 예뻐 보였겠지. 나는 다 잘하지 못했거든.."
"허- 다 잘해야 되냐."
"우리 부모님은 다 잘하길 바랬거든. 대리만족이지 뭐. 그래서 그런지 다 잘하지 못하는 내가 눈엣가시였나봐. 집에서 나가주라고 하더라고."
'우리는 너가 이 집에서 나가주었으면 해. 니 집은 알아봤으니 내일 중으로 짐 싸주길 바란다.'
'..엄마..'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네 엄마이고 싶지 않아. 언젠가 만나게 되더라도 모른체하고 지나가면 좋겠구나.'
'...'
'우리 가족은 우리대로, 너는 너대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그러기만 한다면 우리 집은 더 화목해지겠지.'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의 가정사, 나의 부모님, 그리고 나. 박찬열은 이 모든 것을 그저 잠자코 듣기만 했다.
남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막상 누군가에게 말하고 나니 그 끝에는 먹먹함이 몰려오더라.
상처를 덮고 딱지가 떨어져 나와 밖으로 나오는 먹먹함을 나는 이겨내지 못했다.
한 방울, 두 방울. 눈에서는 눈물들이 차오르더니 내 볼을 타고 한 방울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우는 나를 보며 박찬열은 짐짓 당황하더니 이내 자신의 두 팔로 나를 끌어안아 등을 토닥여 주기 시작했다.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8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814/8712e8fb08118983351d916242012cc6.png)
"야-..넌 아무 잘못 없잖아.부모님이 뭐라고 너한테 상처를 줘. 이렇게 예쁘고 착한데 자기들이 뭐라고 너한테 손가락질을 해."
"..."
"만약에 여기 오면 나한테 바로 말해. 달려가서 욕을 한 바가지 해 줄테니까. 부끄러운 줄 알라고. 허- 참, 별 사람 다 있네 진짜."
"푸흡-..."
"웃기냐. 울 엄마가 울다가 웃으면-"
"아, 알았어! 하지마 그 말! 더러워..."
"얘 좀 봐라? 싸워준다니까 더럽데... "
눈가에 묻은 눈물들은 옷 소매로 다 닦아 내었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 속 응어리진 속마음을 털어내는 것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듣는 그 누군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마음 속 응어리가 내 눈물에 휩쓸려 지나간 것만 같았다.
큰 상처가 사라지고 남는 것은 흉터. 아프진 않지만 언제든지 다시 아파질 수 있는 마음의 흉터.
내 주변에, 그리고 내 옆에. 남은 흉터마저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내 마음 속 꽃을 피우게 해줄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있을까.
'딸랑- 딸랑-'
"야- 오세훈. 순돌이네서 보는 건 오랜만이다?"
"오세훈?"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8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814/fac3308f656fc40373af6985964b7f1f.png)
오세훈. 박찬열에게 손인사를 하고,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는 내 앞에 선다.
그러고는 한참을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 없이 나와 눈높이를 맞춰온다.
왜 울었냐며 어린아이 어루만지듯이, 내 눈가를 제 손으로 어루만지고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런 오세훈을 보며 나도 살며시 웃음을 지어보이자, 내 손을 꼭 쥐어 주더니 따라 미소를 짓는다.
내 옆에 앉아 있는 박찬열도 "드라마를 찍고 있네."라고 궁시렁 거리다가도 내 머리에 큰 손을 턱- 하니 올려놓고는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마음이 한껏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작은 소망을 하나 말해보자면, 오세훈과 박찬열이 내 곁에 계속 있기를.
그리 크지 않은 소망이기를 바라면서 내 앞에 있는 이들과 함께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예쁜 미소를 지어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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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왜 여주가 시골로 내려오게 되었는지, 그 부분을 약간 들추어 보기 위한 내용을 써보았습니다!
플러스, 덤으로 찬열이의 신랑 드립과 세훈이의 눈맞춤...헷... 'ㅅ' (♡♥)
암호닉은 받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
♥♡암호닉♡♥
ㅅㅇ사랑♡ 님 / 늘봄님 / 매일님 / 니니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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