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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숮] 낙엽 위에서

요정 슈화 X 사진가 수진


슈화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사랑하는 친구를 바라보고 외쳤다.


이것도 네가 알려준 거야! 기억나?”


수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그 옛날에 봤다던 내가 알려준 거야?”

! 기억나?”

기억 날 리가 없다니까...”


풀로 만든 이불에 번데기처럼 꽁꽁 싸 매여진 수진은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천천히 되짚어봤다. 아니, 딱히 짚어볼 필요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던 슈화에게 자신의 상태가 지금 좋지 않으니 돌아가는 걸 도와주거나 길이라도 알려 달라 하자마자 슈화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사라지더니 이상한 풀들을 가득 품에 안고 왔다.


못 가! 나랑 같이 있어야지!”


하고는.......


수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치료는 해주겠다는 심산인지 처음 눈을 떴을 때 풀잎으로 덮여있었던 상처 부위의 통증이 줄어들어있었다. 그럼 뭐 해. 진짜 안 보내주면 어쩌지? 수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콧노래를 부르며 화관을 만드는 슈화를 바라보았다.


귀신이라고 착각했던 슈화에게서 나오는 하얀 빛은 요정이라고 생각하니 그것도 또 그럴 듯 했다. 오밀조밀 예쁘게 생긴 얼굴에 먼지 하나 묻지 않은 하얀 옷. 이런 날씨에 하늘거리는 얇은 옷 한 장만 입고, 신발조차 신지 않았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걸 보니..... 귀신이든 요정이든 비현실적인 건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하면 날 보내줄까. 수진은 눈을 데굴 굴렸다.


.”


슈화가 반말을 하니 수진도 굳이 예의를 챙길 필요가 없었다.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걸 보니 저 요정에겐 존칭의 관념이 없을 수도 있겠다.


난 수진이야.”


우선 좀 친해져 보기로 할까. 쉽지 않겠지만. 친해져서... 나갈 방법을 구색해 봐야지.

수진은 거의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교성이 부족한 자신이 걱정되었다.

*


슈화의 말에 의하면, 과거 자신-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진과 몹시 친밀하게 지냈던 모양이다. 슈화는 시시때때로 수진의 손을 붙잡고, “내가 이러면 수진이 좋아했어.”라며 천진하게 웃었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수진을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 보통 사이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수진은 슈화에게 이름을 지어줬으면서 정작 본인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친구라고 불렀어. 아니면 숲지기라고 부르거나, 또 아니면 예쁜이라고! 그리고 또 아니면 내 사랑?” “.” 요정이라서 인간과 사고방식이 다른 걸까?


수진은 손가락으로 제 턱을 톡톡 건드렸다. 다른 것들은 뭐, 다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다. ()수진은 지금 어디에 간 걸까? 수진은 슈화의 말에서 찾은 단서들을 조합했다.

수진은 오랫동안 오지 않았다. 2. 슈화는 수진을 오래 기다렸다.


슈화.”

? ?”

예전의 나는 왜 널 떠났어?”

안 떠났어! 여기 있잖아.”

아니, 내 말은. 왜 넌 예전의 날 오래 기다린 거야?”


슈화는 잠시 말이 없었다.


수진은 다시 오겠다고 했어.”


아하. 고로, ()수진은 슈화에게 오겠다고 뻥치고 오지 않았다는 말이구나. 수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과 닮은 그 인간은 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 가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걸까. 슈화는 수진에게 착 달라붙어서 머리카락을 꼬아 땋으며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다.


그게 언제였는지 알아?”


슈화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수진의 머리 위에 머리를 올리고 손가락을 접었다.


그러니까... 으음.....”


손가락이 모두 접혔다 펴지기가 여러번.


겨울이 몇 번이 지나갔냐면...”


. 그래. 셀 수 없이 많이 지나갔나보군.

요정의 시간관념은 인간과 다를 수 있었다. 겉보기엔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데 그 속엔 백 만년 묵은 할머니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전혀 안 그래 보이지만...


엄청 많이 지나갔어!”


슈화는 날을 세는 걸 포기하고 다시 수진의 머리 땋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풍성한 화관을 수진의 머리 위에 올렸다. 예쁘다며 감탄과 환호의 박수를 보내는 슈화에게 수진도 억지로 입 꼬리를 올려 웃어주었다.


()수진이 자신과 같이 평범한 인간이라면 죽었을 수도. 수진은 슈화의 콧잔등을 톡 건드렸다.


뭐야? 뭐야? 기억났어?”

아니.”


*


수진!”

.”

이거 먹을래?”


슈화는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내려다보니 생밤이었다. 나뭇가지를 주워 땅에 낙서를 하던 수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걸?”

!”

난 이거 못 먹어.”

아니야, 너 이거 좋아해!”

수진은 슈화가 떠다놓은 물을 마셨다. 물에서 단 맛이 났다. 단 걸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나 단 것도 싫어해.”

아니야. 너 그거 좋아해.”

싫어한다니까?”

왜 싫어? 입맛이 변했어?”


수진은 손을 펼쳐 제 얼굴을 쓸었다.

난 원래 이랬어.”


동그란 눈을 깜빡거리는 슈화는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네 친구가 아니니까. 겹쳐보는 거 그만해.”


수진은 어느 새 많이 나은 발목을 움직여봤다. 여전히 시큰거렸지만 잠깐은 걸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난 돌아갈 거야.”

뭐라고?!”

뭐 그렇게 놀라? 처음부터 말했잖아. 난 갈 거라고.”

, 하지만......”


다음에 올 땐 나랑 계속 있어주겠다고 했잖아. 다시 눈물을 글썽이는 슈화를 보며 수진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한숨이 늘었다


난 그런 약속 한 적 없어. 요정은 다 그렇게 멍청해?”

나 안 멍청해!”

아니. 멍청해. 계속 날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고 있잖아. 그렇게 좋아했는데 왜 구별을 못해? 사실은 안 좋아한 거 아니야?”

“...!”


. 슈화는 수진의 발밑에 밤을 던졌다. 밤이 땅 위에 나뒹굴었다. 하얗게 까진 밤의 겉이 갈라지고 부서졌다. 수진은 씨근덕거리는 슈화를 바라봤다. 슈화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외쳤다.



그리고 수진의 눈에서 사라졌다.


“....... 화 낸 거야, 뭐야?”


슈화는 그 날, 해가 지고 달이 뜨고도 꽤 뒤에 돌아와 수진의 옆에 웅크려 누웠다. 그리고는 ()수진이 알려줬다던 노래를 작게 불렀다. 잠깐 잠들었던 수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슈화를 내려다보았다. 요정씩이나 돼서 궁색 맞게 뭐하는 짓이래. 수진은 제가 춥다는 핑계를 대며 슈화에게 팔을 뻗어 껴안았다. 슈화가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 위를 천천히 토닥이며 수진은 속삭였다.


자자......”


순간 굳었던 슈화는 곧 아기 코알라처럼 수진의 품에 파고들었다.


*

수진! 일어나!!”


수진은 눈을 비비며 슈화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유난히 더 반짝거리는 것 같다. 밤에 눈 부셔서 멀리 굴려버릴까 했나 고민했는데 굴릴 걸 그랬다.


아침 먹어야지!”

뭔데?”

밤 싫다고 했으니까 버섯은 어때?!”


아침부터 우렁차다.


버섯 싫어.”

?”

수진은 몸을 돌려 땅에 엎드리고 킥킥 웃음을 흘렸다.

장난이야. 그런데 진짜 버섯은 별로. 차라리 밤이 나아.”

밤도 싫다며!”

다른 거 없어?”

슈화는 입을 부루퉁하게 내밀었다.

수진 내 친구 아니라고 했으면서 왜 똑같아?”

안 똑같아.”

기다려 봐. 내가 진짜 맛있는 거 가져올게!”

반짝거리던 슈화가 환하게 웃곤 다시 사라졌다. 수진은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폈다. 뚜둑, 뚜둑.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 몸이 굳었다. 슈화의 지극적성 간호 및 감시 속에서 움직일 일이 별로 없기도 했으니... 발을 바닥에 굴리니 이것도 꽤 쓸 만하다. 이제 정말 작별이 머지않았다. 수진은 슈화가 소중하게 간직해준 카메라가방을 열어 카메라를 꺼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집 차 빼고 제일 비싼 건데, 망가지지 않아서 진짜 다행이지.

수진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어제 이후 슈화는 자신이 그 이전의 친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조금은 인지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소중하다는 친구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닮은 나를 쉽게 보내줄까? 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이 누워있던 풀 이불을 찍었다. 가을임에도 한 여름의 이파리처럼 푸릇했다.

수진은 이불을 정리하고 산책할 겸 주위를 뱅 돌았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가공한 길은커녕 누군가의 발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나무, 나무, , , 버섯, 다람쥐, , 나무, 거미줄 .... .....?

?”

수진의 몸이 경직됐다. 여태 숲이 그렇게 자주 들락날락거렸으면서 무슨 일에서인지 수진은 단 한 번도 실제 뱀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사전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나 뱀의 등장과 그 위험에 대해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니 봤다 하더라도 저렇게 어린애 몸뚱이만한 뱀을 볼 일이 어디 있겠어! 뱀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수진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저리 가.”

나뭇가지가.... 아니, 위협하면 안 좋나? 어떻게 해야 하더라?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수진은 뒷걸음질 치며 손을 휙휙 저었다.

저리 가. 오지 마.”

수진의 말을 알아 듣기라도 한 양 뱀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마치 왜? 라고 묻는 모양새였다. 아니, 뱀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라니. 이게 말이 돼? 수진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오지 마.”

난 뱀 무서워해.”

세로로 찢어진 동공에 소름이 끼쳤다. 요정과 오래 있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게 틀림없다. 수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아픈 게 덜 나았거나, 정말 굴러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쳤거나. 아무튼 이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


오지 말라고 했지.”


뱀이 슬프게 축 늘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 역시 뇌의 착각임에 틀림없다. 그 때, 이제 익숙해진 목소리가 바로 귀 옆에서 들려왔다.

왜 뱀 괴롭혀?”

으악!”


그 목소리의 주인은 놀라 뒤로 도망갈 준비하던 발을 잘못 디뎌 자세의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수진의 허리를 능숙하게 붙잡고 지탱했다.


깜짝 놀랐어?”


해맑게 웃는 요정이 코앞에 있었다.


놀랐잖아!”


수진은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려는 표정을 겨우 감추고 엉거주춤 다시 땅에 발을 제대로 디디고 섰다.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손질하며 슈화를 노려보았다. 슈화는 어깨를 으쓱 하고 윙크했다.


“... 뭐야?”

숲지기도 처음에 그랬어. 익숙해 질 거야!”

내 말은 그게 아니...”

슈화는 수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자리에 여전히 멈춰있는 뱀에게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수진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뱀은 왜 괴롭히고 있었어? 슬퍼하고 있어.”

거짓말하지마. 뱀이 슬퍼할 리가 없잖아.”

아니야! 뱀도 슬퍼할 수 있어. 너도 나도 슬퍼할 수 있는 것처럼.”

수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슈화를 바라보았다.

난 뱀이 무서웠으니까 어쩔 수 없어.”

뱀이 무섭다고오?!”


슈화가 양 손으로 수진의 어깨를 붙들었다.


어떻게! 뱀이! 무서워? 너 뱀 가장 좋아했잖아! 나보다 좋아해서 질투 났는데!”

아니.... 잠깐만, 슈화야. 내가 몇 번을 얘기하는데

너무 달라진 거 아니야?! 너 내 친구 맞아?!!”


수진의 이성을 지탱하던 끈이 뚝, 끊어졌다.


난 네 친구 아니야!”


수진은 슈화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그리고 손이 닿았던 어깨를 털어냈다.


짜증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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