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2020 !
上
/ 김세균 /
/
" 창균아, 얼른, 얼른! "
"알았어, 좀 기다려봐"
"카운트다운 한다, 10, 9, 8, 7 ,,,"
"6,5,4"
"3,2,1"
"해피뉴이어, 김농부"
/
임창균은 이상한 놈이다. 우리 학교 이상한 2학년 양아치. 50미터 전방에서 봐도 눈에 띌 법한 머리색을 하고 다니고,
매일 아침마다 교복은 단정히 갖춰 입지만 절대 운동화는 신고 오지 않는, 이상한 신념을 가지고 사는 놈이다.
매일 아침마다 학주는 임창균에게 시비를 걸고, 임창균은
'슬리퍼 정도는 봐주세요!'
라고 매일 아침마다 당당히 외치며, 의미 없는 싸움을 반복한다. 임창균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을 매일 하다 보니 우리가 모를 수가 없다. 임창균이 이제 2학년을 마쳐 가니, 이 짓거리도 2년이나 했다는 의미이다.
내가 1학년부터 선도부를 하면서 지켜봤지만, 이만큼 또라이 같은 놈은 역시 임창균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
"누나, 예뻐요"
나? 임창균의 시선이 가르키는 곳을 쫒아 뒤를 두리번거렸다. 내가 나를 가르키며 벙쪄 묻자 임창균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닌가,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서 옆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지만, 임창균의 시선 역시 그대로 날 좇았다.
"너, 나를 언제 봤다고."
"누나 맨날 선도 서잖아요, 나 몰라요? 2학년 임창균"
"알아, 오늘도 슬리퍼지? 이름 적고 들어가"
임창균이 받아 적고 내게 돌려 준 차트에는, 2학년 2반 임창균, 글씨와 함께 전화번호가 작게 적혀 있었다.
/
"누나, 시험 잘 봤어요?"
대체 저놈은 날 언제 봤다고 누나람, 어쩌다 복도에서 보이기만 하면 말을 거는 임창균에, 손에 들고 있던 책을 꽉 쥐고, 안경을 밀어 올리며 빠르게 걸어갔다.
누나, 누나! 하고 뒤에서 외치는 소리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만 같아서 귀끝까지 빨개졌다,
정말 왜 저러는 건지, 언제부터 봤다고 누나 누나 하는 사이로 통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녀석의 사고방식도 이해할 수 없다.
다음에 만나면, 따끔하게 한 마디 하겠다고 다짐하고 자리에 앉아 수학노트를 펼쳤다.
/
"누나, 오늘-"
"너 잘 만났다, 이리 와봐 임창균."
"어, 이름 기억 하네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적당히 좀 해"
"적당히요? 뭘요?"
"나한테 누나누나, 그 소리 하는 것부터, 그냥 다"
"아... 저는 그냥 누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친해지고 싶어? 넌 친해지고 싶은 사람한테 다짜고짜 그러니?"
"..."
"부담스러워, 하지 마, 친해지려고 하지도 마, 나 고3이야"
네, 라고 대답하는 임창균의 목소리와 고개를 떨군 모습은 마치 비에 축 젖은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았다.
그동안 임창균은 고양이 같은, 혹은 여우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면을 아는 것 같아, 살풋 웃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임창균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더라 ?
/
'누나가 부담스럽다니까 두고 갈게요,
오늘 기말고사 잘 봐요, 잘 보고 수시 써야죠!
화이팅, 초콜릿 먹고 힘내요 :-) '
책상 위에 놓인 초콜릿은, 일찍 오는 편인 나보다 일찍 놓여 있었다.
어제 야자를 마치고 나가던 시점에는 없었는데, 오늘 둔 것이라는 소리었다.
창 밖에 내리는 비처럼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손에 들고 있는 사회문화 노트를 한 장 넘겨서 펴고는,
잠 깰 겸이야, 라는 핑계를 대 가면서 복도를 왔다갔다했다.
설마 내가 일찍 등교하는 걸 알고 두러 온 건가, 싶어서 2학년 반에 가봤지만
그 놈은 없었다.
그럼 그렇지, 싶어서 다시 돌아가려고 노트를 잡는 순간,
"누나"
녀석은 등교해 있었다.
/
차트에서 찢은 종이를 찾아 옷장을 뒤지자, 그날 입었던 후드집업 속에서 꼬깃꼬깃하게 나왔다.
임창균이 적어 둔 악필 글씨 답게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연필로 쓴 글씨였다면 지워졌을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글씨는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오늘, 초콜릿 고마웠어]
[잘 먹었어, 너도 남은 시험 잘 봐]
적당히 할 말만 적는다고 생각했는데, 수십 번 고쳐 적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내일 남은 시험 공부를 머릿속으로 계획해 보고, 문자를 보낸 지 20초가 지나지 않아 답이 왔다.
[헐, 누나에요?]
임창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문자에 피식 웃고는 답장했다.
[응, 나 김농부 맞아, 근데 나 공부할 거야. 미안]
[응, 열심히 해요!!]
[시험 끝나고는 뭐해요?]
답장하지 않고 못 배기게 만드는 임창균에, 결국 백기를 든 건 내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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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특별편 겸 단편으로 인사드려요, 참고로 하편은 언제 쓰일지 몰라요, 하하 ...
그리고 많이 고민 해 봤는데, 교생 선생님은 가능하다면 계속 글을 쓰려고 해요,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오랜만인데 이런 글밖에 못 써서 죄송해요 ,, ㅜ ㅜ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리고 원하는 멤버나 글이 있다면 말해 주세요, 적어 볼게요 :-)
해피 뉴이얼,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