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민석찬열경수세훈종인백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내가 너에게로 달려가고 있다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1622/c37d45a068be05882ab58dcd1101bcf4.jpg)
일체유심조
一 切 唯 心 造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쏘크라테스
6
내가 너에게로 달려가고 있다
잠깐,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자. 새벽에 가족들을 보내고 잠깐 잠을 잔 사이에 납치를 당했다. 그것도 기생집을 운영하는 찬열이란 사람한테. 그리고 거기서 내 이름이 생겼다. 수려하게 생긴, 아니 노란색 비단 옷을 입은 세훈이란 사람한테. 근데 지금은 지금은.
"여기서 지내게 될 거야. 너랑 같은 방 쓰는 애는 현이라는 앤데, 너처럼 남자고."
"나 진짜 여기서 지내는 거야?"
"어. 농인줄 알았냐. 도망 갈 생각은 안 하는게 좋아. 아까 뛰면서 봤지? 미로같이 되어 있어서 나오기 힘들어."
"이봐, 난 가족이 있는 사람이야. 여기서 이러고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다들 그래. 근데 내가 많은 기생들을 봤거든."
"뭐?"
"처음에는 울고 불고 난리를 피워. 밥도 굶고 말도 안 들어. 그래서 돈을 쥐어주고 집으로 돌려보내줘. 그럼 몇일 후에 다시 그 애가 여기로 돌아와."
"왜?"
"가족들이 다시 내쫒거든. 돈 벌어오라고."
나는 찬열의 눈에서 순가 섬뜩함을 느꼈다. 그래도 돌아가고 싶어. 근데 나도 저들처럼 다시 내쫒기면 어쩌지. 우리 대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만에하나. 지금 도적단의 형편이 많이 좋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마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국에 밥이나 축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가야 한다. 도적단이 돌아올 때 비어있는 집을 보면 걱정할테니까.
찬열은 말이 없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웃어버리곤 말았다.
"집으로 아예 안 돌려보내진 않아. 너 하는 거 봐서. 결정할거야."
"저기."
"비, 이따가 현이가 올거야. 그럼 그때 다 들어. 오늘 간부들이 오는 날이라 신경쓸게 많다고."
찬열은 그럼 쉬어, 라는 말만 남겨놓고 방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럼 이제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착잡한 마음에 멍하니 문만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방 안은 꽤 아늑했다. 남자가 혼자 쓰는 것치고는 잘 정돈되어 있는 물건들과 깔끔한 내부 때문에 쾌적해보였다. 붉은 색으로 꾸며진 방의 물건들이나 이불, 화장대같은 것들도 처음 본 것들이었다. 도적단에서 살 때는 구경도 못해본 것들이라 모든 게 신기했다. 화장대에는 여러가지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그나저나 남자가 쓰는 방에 화장대라니.
나는 방 구경을 하다가 창을 열었다. 아직 밝은 하늘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지금쯤 산을 오르고 있을 도적단이 떠올랐다. 몸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다녀와야 할텐데. 무슨 일이 생긴것이면 어쩌지. 나는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다가 바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덜컥 방문이 열렸다.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민석은 산 모퉁이에 있는 한 초가집의 문을 두들겼다. 산을 오르다가 발목을 접질린 동료 때문에 쉬다갈 요량이었다. 초가집 문을 여니 기생옷을 입고 있는 여인과 사내가 나타났다. 여인은 낯선 이에 놀란듯 바로 무릎을 꿇으며 잘못했다며 비는 시늉을 했고, 사내는 여인을 안보이도록 가리기 바빴다. 그들의 행동에 민석은 놀란 듯 손사례를 치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아, 아니 왜들 그러시는지."
"그린내에서 온 분들이 아닙니까?"
"그린내라니, 혹 도적단의 이름입니까?"
"아, 아니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도망나온 신세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여인은 민석의 말에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민석은 그런 여인을 안정시킨 뒤에 그린내의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린내가 뭐길래 그렇게 치를 떨며 싫어하십니까."
"사실, 저는 보시다시피 기생입니다. 나름 이름이 유명한 기생이었지요. 그린내는 제가 있던 기생집의 이름입니다."
"그린내라면,"
"인연이란 뜻이지요. 조선에서 가장 큰 기생집이라 왠만한 나랏일을 하는 사람도 들락거리는 곳입니다."
"그런데 왜 도망나오셨습니까?"
"이 사람을 만났습니다."
여인은 옆에 나란히 앉은 사내의 손을 잡았다. 사내는 많이 야위어있는 여인의 어깨를 잡으며 다독이기 시작했다. 민석은 기생집이란 말에 이제야 어렴풋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소문으로는 나라를 다스리는 왕도 신불을 숨기고 놀고 온다는 말이 있었다. 민석과는 크게 관여되지 않는 곳이라 신경쓰고 있지 않았던 곳이다.
"그린내에서는 사적인 만남은 금물이라 몰래몰래 이를 만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너무도 고되어 이렇게 도망을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렇군요."
"악랄한 곳입니다. 포주의 눈에 띄는 여인이나 사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생집에 넣으려고 하죠. 저도 그런 방법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
"이때문에 딸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그 흔한 시장가에서 딸을 두지 않습니다. 참 슬픈일이지요."
여인의 말을 무심코 듣고 있던 민석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민석은 얘기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는 초가집을 나섰다. 민석이 나타나자 산을 둘러보고 있던 종인이 민석에게로 다가갔다. 민석은 들어갈 때와 달리 많이 산만해보였다.
"왜 그럽니까, 대장. 무슨 일 있습니까?"
"잠시 마을로 내려가겠어."
"무슨 일입니까."
"별 일 아니야. 그냥 걱정되어 그래. 먼저 출발하고 있어. 긍방 다녀올게."
"대장!"
민석은 종인을 지나쳐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종인은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가 뭔가 일이 난 것 같아 부대장에게 찾아가 일을 알리고는 민석을 따라 내려갔다. 불안한 기운이 종인에게까지 전해진 듯 발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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