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s 01. 성규와 나, 그리고 성규 엄마 |
Episodes 01. 성규와 나, 그리고 성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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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야?" "..." "성규야!"
또 없어졌다, 또. 이번엔 대체 어디야.
"성규야, 아빠 힘들어. 빨리 나와."
어르고 달래도 나올 생각을 않아 한숨을 쉬며 허리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무심코 바라본 식탁 밑에, 정확히는 의자 다리를 붙잡은, 그 작은 손을 보고 다가가 식탁보를 확 제치자,
"여기 있으니까 모르지..."
중얼거리며 쭈그리고 앉아 잠든 모양새를 바라보니 아주 잘도 잔다. 내 속은 이렇게 다 썩여놓고, 넌 편하다 이거지.
"으으."
고 빵빵한 볼을 꾹 하고 찌르자 인상을 쓴다. 귀여워. 누구 아들인지, 참 이쁘다.
"성규야." "...아빠아." "방에 들어가서 자자."
여긴 추우니까.
전에 사줬던 토끼털이 복슬복슬한 옷을 입혀놨더니 얼굴이 아예 묻혀있었다. 손을 뻗어 안아들자 눈을 감은 채로 딸려온다. 아기들은 원래 잠이 이렇게 많은건가. 새삼 고민하며 성규를 바르게 고쳐 안았다. 팔에 매달리듯 안긴 게 콱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 귀여워서. 결국 코를 물어버리자 와아앙 하고 터뜨리는 울음에.
"알았어, 알았어! 아빠가 미안해, 응?"
얼마 울지도 않은 것 같은데 속눈썹이 눈물로 젖어있었다. 습관처럼 엄지손가락을 깨무는 성규를 데려다가 미리 깔아둔 이불에 눕혔다. 반쯤 떴던 눈이 다시 가물가물하다. 그으래, 더 자.
"잘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참 신기하게 생겼다. 작은데 있을 게 다 있다니. 배를 토닥거리면서 이제는 입에 배어버린 자장가를 외었다. 많이 피곤했던건지 다시 잠이 든다. 새근새근 조용한 집안에 숨소리만 들렸다. 입을 반쯤 벌리고 잠든 성규를 보다가, 사진을 찍기 위해 저 멀리 던져져있는 핸드폰을 끌어왔다.
"어...문자."
누구지? 김명수? 이성종? 장동우? 이호원? 이성열? 확인버튼을 누르며 떠오르는 이름들을 읊었다. 그러나 내 예상은 전혀 빗나가고 말았다.
"...아...씨발."
[전화 주세요.]
짤막한 다섯 글자와 함께 도착한 문자의 발신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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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건이 뭐야." "일단 커피부터..." "필요 없으니까, 용건을 말해. 나 바빠."
김성규 이호원한테 맡기고 왔는데 또 울고있을거란 말이야.
"...그럼..." "..."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 안. 가득 차 있는 커피냄새. 포근한 디자인의 소파와 테이블 맞은편, 내 앞에 앉은 갈색의 긴 머리 여자. 하얗고 예쁘장한,
"우리 성규..."
김성규를 닮은 얼굴.
"뭐? 너 지금," "만나고 싶어요..." "...하."
헛웃음을 뱉었다. 뭐? 우리 성규?
"네가 버리고 간 애야."
돌려 말하는 건 성격상 맞지 않는 일이다. 정곡을 찌르자 무너지는 얼굴을 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꼬고 앉았던 다리를 풀며 덧붙였다.
"걔, 너 못 알아봐."
결국 커다란 두 눈에서 눈물이 방울져 떨어진다. 좆같네. 있는 대로 인상을 쓰며 앞에 있는 물컵을 집었다. 목이 탄다. 자꾸만 목이 타.
"흐으..."
혹시나, 성규가 이 여자를 알아보게 될 까봐.
"나 간다."
그래서 저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내 옆을, 훌쩍 떠나가게 될 까봐. 울고있는 여자를 봐줄 생각도 않고 카페 문을 열었다. 쏟아지는 햇살이 뜨거웠다. 잠에서 깨 울고있을 게 뻔히 보였다. 전에도, 그 전전에도 그랬으니까. 걸음이 빨라졌다. 흘긋 돌아본 뒤에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추스르는 모양인지 손을 눈가에 갖다대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만날 일 없었으면 좋겠네."
침을 탁 뱉고 자리를 떴다. 성규가, 기다리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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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워킹질을하며 이호원의 오피스텔에 도착하고보니, 복도에서부터 까르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슬쩍 웃음이 샌다. 안 울고 있었는가 보다. 초인종을 ㄴ누르는 대신에 오래전부터 알고있었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성규야!" "아빠아!"
이호원에게 안겨있던 성규가 도도도 달려온다. 그 작은 몸을 붙들어 안고서 안으로 발을 들이자,
"남우현!"
죄다 모여있는 꼴이 가관이었다.
"아 좀 성규 기저귀는 형들도 갈라고요!" "이성종 시끄럽다, 빨리 버리고 와."
부엌 옆에 딸린 다용도실에서 징징대며 걸어나오는 이성종부터, 그런 이성종을 보고 뭘 그러냐며 핀잔주는 이성열에, 텔레비전을 뚫을 기세로 쳐다보는 김명수와, 내게 안긴 성규를 놀리는 이호원, 성규 장난감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장동우까지.
"너희 왜 다 여기있냐?"
내 질문에 하나같이 입을모아 "성규보러왔지!" 란다. 언제부터 김성규를 그렇게 챙겼다고...
"넌 어디갔다오는데?"
성규를 데리고 장난치던 이호원이 나를 향해 물었다. 단박에 표정이 굳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입술을 잘근거리자 그 새 눈치빠른 이성열이 소리쳤다.
"그년 만났지?!"
그러자 티비에 집중하던 김명수며 장난감을 갖고놀던 장동우와 기저귀를 치우고 온 이성종, 아예 대놓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인 이성열과 나와 마찬가지로 표정이 굳은 이호원의 시선이 전부 내게 꽂혔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게 안겨 꼼지락거리는 성규만이 밝은 순간이었다.
"...어."
짤막한 내 대꾸에 푸하, 하고 헛숨을 뱉은 이성열이 물었다.
"불러서 뭐라디?" "아, 아야, 잠시만."
멍하니 서있다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성규를 바닥에 내려놓고, 토끼 장난감을 집어다주었다. 성규야 잠시만. 그렇게 중얼거리고 옆에 주저앉아서는 입을 열었다.
"뭐라고 하긴 뭘, 또 보고싶다고 그러지." "미친년 아니야?" "야야, 성열아. 넌 애 앞에서..." "쟤도 알 건 알아야 돼, 쟤 엄마...으읍." "시끄럽다, 좀 조용히 해 봐."
이때다 싶어 욕설을 내뱉는 성열을 제지하는 동우와, 아직은 들어서는 안 될 얘기를 뱉는 입을 틀어막는 명수를 차례로 훑고 고개를 숙였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커피숍에서 기세좋게 나온 것과는 달리, 성규의 얼굴을 보니까 차마 평생을 안 보여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지혜한테 뭐라고 했어, 그래서?"
동우가 물었다. 흘긋 성규를 쳐다보고는 대꾸했다.
"성규 너 못 알아본다고...니가 버린 애 아니냐고. 그랬지..." "그랬더니?" "울더라구."
울 만 하네. 그렇게 중얼거린 명수가 여태 막고있던 성열의 입을 놔주었다. 입 주변이 붉어진 모습이 꽤나 웃겼지만, 지금은 웃을 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한참을 쓰라린지 입술을 매만지던 성열이 말했다.
"말 잘 했네." "..." "못 만나게 해." "..." "솔직히 김지혜, 그 년 때문에 니가 고생한 게 얼만데!!"
성열만이 흥분해서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아이들의 마음이 성열과 같은 것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혜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생했던 내 모습을 하나부터 열까지 지켜봐온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그래야겠지..."
어느새 장난감을 내던지고 내 손가락을 붙잡고 노는 성규를 쳐다보았다. 이 작은 애를...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떻게 평생을 엄마없이 살게 해. 나 혼자만으로는 부족할 거라는 건 그 누가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사랑을 준다고 해도 어느 한 구석이 빈 것 같은 느낌은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엄마의 자리란 게 그런 거니까.
"일단 걔하고 있었던 일은 그게 끝인거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명수가 아까 잠시 꺼뒀던 텔레비전을 다시 켰다.
"우울한 분위기 싫으니까, 티비나 보자. 너희들 다 여기서 자고갈거지?"
명수의 말에 다들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여기 내 집이거든?" "어유, 호원씨, 너희집 내집이 어디있어요, 우리사이에. 아잉." "동우야 저 새끼 좀 치워버려." "하하하하하하."
어느새 걷힌 우중충한 분위기에 잠잠해진 성규를 쳐다보니, 유심히 내 손가락을 쳐다보고 있었다. 손을 빼려고 움찔하자 탁 붙잡고는 안 된단다. 왜? 했더니 어느 손가락이 제일 못생겼는지 고를 거라고. 사실 성규의 말을 반쯤 못 알아 들었지만, 대충 그런 말이리라 해석하련다.
"아 배고프다." "나도..." "치킨먹을사람?"
텔레비전을 보다가 너도나도 배가 고프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성종이가 "치킨먹을사람?"이라고 물었고, 모두들 고개를 번쩍 들고서 외쳤다.
"나!!!!!!!!!!!!!!!"
덕분에 내 손가락을 관찰하던 성규가 놀라서 딸꾹질을 했음은, 말 안 해도 다들 아는 사실이라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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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견에서 넘어왔심더
잘 봐주세여ㅑ
성규는 올해로 세쨜
우현이는 올해로 스물한쨜
ㅎㅔ헿ㅎ헿ㅎㅎㅎㅎ
성규 어머니와 인피니트들의 불화에 관련된 이야기는 뒤에 차차 나올거에영
헿헿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