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팝나무입니다.
이번 편은 이건 뭨ㅋㅋㅋㅋㅋ 개드립의 향연 ^^.......... 아 쑥스럽네요.
새로운 현성 프로젝트의 전말이 나왔어요 드디어! 비루하기 그지없네! 그래도 박수 세번 짝짝짝 쳐주시길 바라구..
이호원의 마수에 빠져버린 순진한 남멍뭉과 이게 뭐하자는 플레이야? 라며 의아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성경이었네요.
다음 편은 수열이들이 나올 예정이구요. 여기서 오덕 에피소드는 딱! 끝맺을을 할 것 가트요.
그리고 30편은 다시 현성이들 or 야동이들이 나올 것 같규, 넹 그렇슴미다 헝헝.
아! 잊을까봐 말씀드리는데 예전에 번외 2개 투표 한 적 있었죠?
30편 이후에는 2차 텍파 배부가 시작될 예정이에yo. 거기에 들어갈 번외 2개였던거죠.
이제 좀 있으면 30편대를 바라본다니 벌써 생김도 후반부에 들어서고 있네요.
감회가 막 새롭구... 제 비루한 소설을 항상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리플 문제에 대해서는! 제 연재 텀이 길어져서 눈치 채셨을지는 몰라도
요즘 정말 눈코 뜰 새가 없이 바빠졌어요. 밖에 나가있는 일이 많아져서 진득히 앉아서 소설을 쓰지를 못하고 있네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리리플을 달러 인티에 들어오는 시간이 짧아졌어요.
하지만 늦어지더라도, 미뤄지더라도 리리플을 싹 다 달거랍니다!
그래서 조금 늦더라도 저를 이해해주시떼 ㅜ.ㅜ...
우리 독자 그대분들은 다 하나 같이 착하시고 좋으신 분들이라서 이 못난 작가를 이해해주실거 알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하답니다..
다시 한번 너무 감사드리고 너무 사랑합니다. 꾸벅
BGM은 김정아 - 귀여운 넌 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프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쁜 표지들이 추가 되었어요!
표지 선물 해주신 빨간스머프 그대, 에디 그대, Irara 그대, 하래윤 그대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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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들이셨다 내쉬어도 불쾌지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처럼 올라가는 바깥 공기와는 달리 선선한 커피숍 안은 땀은 많고 참을성 없는 평범한 두 남고생들의 몸을 느물느물하게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호원이 더위를 먹었네 마네 하며 하도 죽는 소리를 하기에 뒷덜미를 끌고 들어온 무한남고 부근의 이 커피숍은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위치한 곳이라 그런지 마냥 한적할 것 같던 오후에도 테이블이 꽉꽉 차있었다. 의자 하나 위에 가방을 거의 던지듯이 내려놓은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겨우 살아돌아온 것 같이 온몸의 수분이란 수분은 끌어모아 찔끔거리던 우현의 교복은 어느새 보송보송해져있었고, 호원의 반듯한 이목구비의 굴곡을 타고 흐르던 땀방울도 온데간데 없이 증발해버렸다. 너갱이를 동네 구멍가게에 군것질거리 심부름을 보내고 한참 동안이나 멍때리고 있던 호원이 그제서야 제 앞에 놓인 메뉴판에 시선을 돌렸다. 남우현, 뭐 마실거냐? 그에 아직도 찝찝한지 코 밑에 썩은 생선을 한 움큼 달아놓은 표정을 하고 있던 우현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난 그냥 오늘의 커피? 툭 던지듯 내놓은 말에 호원이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인생에 낭만이라고는 발가락 이끼만큼도 없는 새끼. 별다방에 왔으면 그럴 듯 한걸 마셔야지. 오늘의 커피가 뭐냐? 그럴꺼면 편의점에서 아이스 커피나 타마셔라." "너 지금 오늘의 커피 무시하냐? 스타벅스 알바생들의 땀과 정성이 묻어있는건 오늘의 커피도 마찬가지거든? 인성교육을 환타지로 받았나, 이 새끼가."
야, 빨리 골라. 제일 싼걸로. 아메리카노 좋네. 그거 마셔. 어차피 니가 사는 것도 아니면서 시간 끌지 마라. 우현이 호원의 발을 툭툭 차대는 것과 동시에 메뉴판을 흔들며 재촉했다. 아오, 가만 있어봐, 쫌. 메뉴 넘겨 받은지 10초도 안지났어. 남우현 존나 생색쟁이네. 시발, 쫌생이 권력꾼보다 치사한 새끼. 우현의 속 보이는 재촉질에 함께 마음이 다급해져, 호원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살살 도는 맛깔스러운 음료의 사진들과 간단한 설명이 실려있는 메뉴판이 곰방이라도 뚫어질 정도로 강렬한 시선을 쏘기 시작했다. 난 오늘의 커피, 너는? 탁탁-. 난 오늘의 커피, 너는? 탁탁-. 난 오늘의 커피, 너는? 탁탁-. 좀 닥쳐봐. 니가 너무 나대니까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를 않잖아. 신경질적인 움직임으로 메뉴판을 제 얼굴 가까이 들이댄 호원이 한껏 궁시렁대자 손바닥을 쫙 펴고 퉁퉁 테이블 위를 리드미컬하게 내리치던 우현이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하게 올리고는 대꾸했다. 니가 문맹인게 왜 내 잘못? 그리고는 양쪽 어깨를 으쓱. 시각적, 청각적으로 동시에 제 친구를 심리적으로 압박시켜놓은 장본인인 주제에 호원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까막눈으로 매도하는 꼬락서니가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 내가 왜 그걸 생각 못했지? 메뉴판 속으로 금방이라도 빨려들어갈 것처럼 몸을 기울이고 또 기울이던 호원이 갑자기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짝 하고 손바닥을 마주 댔다. 뭔데? 너 같이 뇌 용량이 256MB도 안되는 아메바 새끼는 말해줘도 모름요. 경쾌했던 박수 소리처럼 명쾌하게 딱 떨어지는 대답이었다.
"저는 그린티 프라푸치노 벤티 싸이즈에다가 샷 추가해주시구요. 음, 자바칩은 반은 갈아주시고 반은 위에 그냥 살짝 얹어주시고, 아! 휘핑크림도 올려주시고 초코드리즐 뿌려주세요. 초코드리즐 특히 많이요!"
총 12000원입니다. 이 쪽에서 결제 도와드릴게요. 12000원이요? 뭐, 금가루라도 탔어요? 우현이 입가를 씰룩이며 지갑을 뒤적거렸다. 넌 강철고막이라도 갈아꼈냐? 금가루가 아니고 자바칩이랑 초코드리즐 뿌렸는데? 안색이 하얗게 질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성규와 커플 얼굴색을 자랑하고 있는 우현이 괴기스러운 표정으로 호원과 별다방 누나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손을 달달 떨며 돈을 건넸다. 구두쇠 새끼, 나 목 한번 축여주는게 그리도 아깝더냐? 계산대 앞에서도, 심지어 자리에 돌아와서도 길거리에서 여섯달치 정모비를 소매치기를 당한 것 보다 더욱 서글픈 얼굴을 하고 있는 우현에게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낀 호원이 장난스럽게 쏘아붙였다.
"아니, 니 놈이 니 지갑에서 돈 안빠져나간다고 온갖 객기를 다 부렸잖냐. 음료 하나 시키는데 뭐 그리 오래 걸려? 나는 시발 무슨 주문이라도 외는 줄 알았네. 아니, 요술 공주 세리가 주문을 외우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벗었다 별 삽질을 다해도 너보단 빨리 끝났을거다." "우현아, 이건 객기가 아니고 청춘의 한 페이지를 갓 완성한거라고. 사람이 여유를 즐길 줄도 알아야지, 응? 너처럼 미각의 미 자도 조또 모르는 놈은 나중에 장금이 꼴 날지도 몰라요. 너 대하드라마 대장금도 못봤냐? 장금이 미각 잃어서 수랏간에서 존나 고생길 급행열차 강제 탑승한거 모름요?" "괜히 의녀로 성공한 장금이 갖다 붙이지 말고 그 초록색 액체나 얼렁 쭉쭉 들이켜라. 보기만 해도 썅토 올라온다." "남우현 개객기. 말 예쁘게 하기 대회가 있으면 넌 무조건 예선 탈락이다. 아니, see bird, 너한테는 출전도 사치야, 알간?"
전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둘이 주고 받고 치고 박으며 사이좋게 디스를 건네받는 모습이 정말 아릅답기 그지 없어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큼큼, 야, 워어워어, 1절만 하고 끝내자. 게다가 이제는 내 말에 귀 기울일 때가 되지 않았냐? 니 인생이 편해지려면. 갑자기 쏠린 다량의 눈에 이제서야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판단했는지 입매를 바르르 떨며 보기 좋은 미소를 만들어낸 눈치코치왕 호원이 아직도 으르렁 거리고 있는 남멍뭉에게 애초의 목적을 상기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갑자기 뭔 개소리? 정말 개가 우렁차게 짖는 소리를 듣는 것 같은 표정으로 답하는 우현을 바라보고 있자니 호원은 평소에 안나던 현기증이 날 것 같아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차근차근 말을 늘어놓았다. 김성규 쥐락 펴락 하는 밀당 스킬 들으러 온거잖아, 병신아! 아, 맞다! 뭘 맞다야! 나한테 100원짜리 쫀드기 사주는 것도 아까워하는 새끼가 거금을 탈탈 털은 이유가 바로 그거잖아! 아이고, 두야! 부끄럽기는 했던지 쑥스럽게 눈을 접으며 헤헤 하고 남멍뭉표 웃음 스킬을 시전하고 있는 우현이 눈에 들어오자 호원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게 아니라 하나를 보면 하나의 반을 깨닫는 남둔탱의 위용을 새삼스레 실감하며 아까보다 더 지끈거려오는 관자놀이를 꾹꾹 두번 더 눌러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런 새끼를 데리고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눈 앞이 심해 동굴 속보다도 더 깜깜해졌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등신 중의 상등신이니까 일단 밀당의 기본기부터 배우자." "뭐? 상등신? 상등신한테 급소 한 대 쳐맞고 한 큐에 응급실로 실려가볼... 잠깐, 그게 뭔데?" "진득히 좀 들어봐. 지금부터 말하려고 하잖아." "귓구멍 완전 개방해놓고 있으니까 니 새끼만 말하면 된다고. 팔자에도 없는 달팽이 코스프레 하냐? 개호원, 8400원짜리 물약 빨았으면 제 값을 해야지 존나 느려터졌어." "시발놈아, 쫌."
알았어. 배우는 입장인지라 왠일로 고개를 한 번 숙이고 들어가는게 옳다고 판단한 우현의 기세가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후우, 그니까 일단 밀당 스킬은 연락과 함께 병행되는게 기본 중의 기본이야. 뭐? 성규보다 공부도 못하는 주제에 여기서 수학 증명 풀이라도 하냐? 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말 끝마다 토를 달아대는 우현 때문에 라마즈 호흡법으로 온몸을 짓누르는 화기를 겨우 가다듬고 있던 호원이 결국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야, 무슨 김성규 성적이 니 성적이냐? 존나 뭐 말을 못해요. 야! 나 안해! 안해! 8400원도 시발 10원짜리로 꽉꽉 채워서 돌려줄거고 아오이 소라 신보 DVD도 고대로 뱉을거야! 2학년 4반 견원지간이라고 공공연하게 불리우는 이 두 사람이 한 커피숍 안에서 한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작당을 모의하는 것 자체가 본래부터 말도 안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걸 그대로 인증하는 말을 내뱉은 호원이 아직도 분이 안풀리는지 씩씩 대고 있었다. 잠자고있던 호보살님 (물론, 우현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만 적용. 특히 for 짱똥) 의 콧털을 건드린 우리의 남둔탱은 깜짝 놀라 그대로 정지 상태. 야, 이호원. 진정하고 화 풀어. 나 니가 원하는대로 아닥하고 있을게. 깝쳐서 미안. 딱딱하지만, 호원과 달리 남을 달래고 어루는데 서툰 남우현만의 표현 방식이었다. 아쉬울거 많은 사람이 먼저 숙이고 들어가는게 옳다고 했던가, 고분고분하게 손바닥 안으로 제 발로 달려와 떨어진 우현에 터질랑 말랑하던 울화통이 다시 원상복귀된 호원이 한결 온화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니 신경에 조금이라도 거슬려도 정말로 닥치고 있어야 해? 알았어. 내가 똥을 줘도 참아야해. 다 대의를 위해서니까. 알았다고. 그리고 확인사살도 잊지 않았다. 호원의 안면근육에 제법 비장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먼저 질문부터 하나 할게.
"나무, 너 김성규랑 연락 얼마나 자주 해?" "학교에서는 너도 알다시피 붙어있는 편이고 학교 밖에서도 뭐, 거의 항상?" "그럼 카톡을 예로 들면 김성규한테 답장 얼마만에 해?"
빨대로 한번 쪼옥 커피를 빨아들인 우현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내용물을 빠르게 목구멍으로 넘긴 뒤에 대답했다. 오자마자 하는 편인데? 조금이라도 늦으면 성규 답답할거 아냐. 목줄을 풀러놔도 반경 10m 안에서만 맴도는 김성규의 충견답게 시원하게 떨어지는 답에 휘핑크림을 빨대로 휘휘 내젓던 호원이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깜빡거리며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밀고 당기기는 커녕 당겨지기만 하니, 줄다리기로 친다면 이건 딱 명백한 패배였다. 그린티 프라푸치노가 뚝뚝 떨어지는 빨대 밑동을 입 속에 넣고 한번 훑어낸 호원이 말했다. 답답하긴 개뿔. 지금 니 말이 오히려 나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구나. 그리고 다시 눈을 말똥말똥. 시원치않은 호원의 반응에 마음이 급해진 우현은 마음 같아서는 호원의 멱살을 잡고 마지막 남은 먼지 한 톨까지 탈탈 털며 재촉에 재촉을 더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아까 한 사나이간의 약속이 제대로 걸려 애써 쓴웃음을 띄운 채 다리를 달달 떨며 자신을 달래보았다. 그니까, 뭐라고 해야 되냐. 부담스럽게 빛나는 우현의 눈동자를 보며 할 말을 정리하고 있던 호원이 마셔도 마셔도 전혀 줄 것 같지 않은 악마의 음료를 입에 담은 채 쩝쩝 거리다 말을 이어나갔다.
"음, 답장을 좀 늦게 해봐. 사람이 애타는 맛이 있어야지. 김성규도 뭐, 까고 말해서 지금은 연애 초반이라 너한테 충실한다고 쳐. 조금 지나잖아? 점점 너한테 100% 가던 관심이 70이 되고 50이 되고 그러다가 흥미 떨구고 다른데 눈 돌리기 시작할껄?" "아..." "그니까 내 말은 항상 손에 닿을 것 처럼 구는게 아니라 닿을랑 말랑 나는 너한테 올인하는게 아니라 내 생활도 있다! 이런걸 딱 보여줘야 한다는거야. 그래야지 아 얘가 나만 아는 놈이 아니구나. 긴장을 놓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지. 게다가 김성규는 똑똑한 새끼라서 더 와닿는게 많을거다."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가 아니잖아. 지금 니 꼬락서니 봐라. 김성규한테 이 쪽으로 질질. 저 쪽으로 질질. 너도 좀 강단 있게 굴고 어? 남자답게 굴어야지. 너 그러다가 나중에 잠자리 포지션 위협까지 받는다? 김성규한테 깔리고 싶어?" "아니!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그러냐? 어우, 소름 끼쳐. 존나 내 팔뚝에 닭살 돋은거 보소."
진짜네. 닭살이 오도도 올라왔네. 동해 바다에서 갓 건져올린 칠성장어 같은 생동감 있는 반응에 픽 하고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나온 호원이 다시 큼큼거리며 말을 이어붙였다. 오늘 같은 날에도 니가 연락 안하다보면 분명히 김성규한테 먼저 카톡이 올거란 말이야? 오면 오자마자 확인하지마. 1 자체가 사라지지 않게 아예 보지를 말어. 알간 모르간? 아, 응응. 물론,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 그러다가 조금 있으면 김성규가 답이 왜 늦냐고 물을거란 말이야? 딱! 여기서부터는 얘가 이상신호를 감지했다는거지. 아-. 알겠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그만 둬서는 안되고, 이렇게 대답하는거야. 뭐라고? 이것저것 하느라 바빴어, 미안. 현대 사회의 바쁜 남성과 같이 무심하면서도 시크하게 답을 날려주는거지. 물 흐르듯이 쏟아지는 호원의 가르침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우현이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로 빙의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너 이 새끼, 최고! 최상의 제스처를 아낌없이 남발했는데도 불구하고 뭐가 그리 또 모잘랐는지 다른 손까지 굳이 출동시켜 최고를 부르짖는다. 최고! 이호원, 니가 다 해먹어라, 그냥. 존나 짱짱! 그에 어깨에 에어 뽕을 두 겹 세 겹을 낑겨넣은 호원이 우쭐우쭐 열매를 주워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든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참 트루의 사실. 내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알지? 조금 있으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출 것과 같은 포스로 양쪽 어깨를 으쓱거렸다. 알지! 너는 중딩 때 부터 떡잎부터 다른 놈이었어! 멋져부러! 평소 같으면 구토와 구타를 쌍으로 유발하니 객기 부리지 말고 소금처럼 짜지라고 디스를 거세게 날렸을게 뻔한 우현도 이번에는 긍정의 표시를 내보이며 호원과 뜻을 함께 해주었다. 그 순간, 회식 자리에서 학창시절 무용담을 늘어놓는 부장님과 그 옆에서 싸바싸바를 하며 입을 털어대는 말단사원과 흡사한 모습으로 커피숍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호원과 우현을 현실로 되돌린건 우현의 핸드폰 위에 팝업된 카톡 메세지창 하나였다.
[규쁘니♥ : 뭐해]
파블로프의 개가 종 소리만 들어도 침을 젤젤 흘리듯이 무조건 반사로 득달같이 핸드폰에 손부터 올려놓고 보는 우현을 저지한 호원이 제법 매서운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휙휙 두번 내저었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다 벼룩시장에 팔아먹었어? 일단 씹어. 호원의 단호한 눈매를 멀뚱멀뚱 쳐다보던 우현이 이제 얼음의 눈부신 자태를 반 이상 드러내고 있는 커피를 쭈욱 크게 들이켰다. 이제, 됐어? 보내도 돼? 꼬리를 바닥 끝까지 내리고 눈알만 도로록도로록 굴리던 우리의 남멍뭉이 결국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돼.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심심하면 이거나 하던지. 길다란 검지 손가락을 휘휘 흔들어보이며 No 사인을 보낸 호원이 중풍 환자가 된 것 마냥 손을 달달 떨고 있는 우현에게 자신의 똑똑한 핸드폰을 내밀어보였다. 보라색 케이스로 꽃 치장을 한 폰 화면 위에는 탭소닉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있었다. 터키행진곡 최고난이도로 깨면 폰 돌려줌. 우현이 굳은 결심이 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폰이나 교환하는 주제에 둘은 누가 보면 자랑스러운 애국지사들이 조국에 관련된 은밀한 편지라도 주고 받는다고 착각할 정도로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경쾌한 곡의 흐름을 배경음악 삼아 서로 행동을 달리 한지 20분 쯤이나 흘렀을까. 모차르트 개객기는 왜 이딴 노래를 쳐만들어서 나를 힘들게 해. 기분이 조또 상쾌하네. 닭똥 휘파람을 불어도 이보단 상쾌할 수 없을거야, see bird. 우현의 핸드폰으로 초록창에 대고 '여배우들의 숨막히는 뒷태' 따위나 검색하면서 블로그 서핑을 하고 있던 호원이 이제는 울그락불그락 얼굴 만면에 열꽃을 피운 채 천재 음악가에게 시대를 초월한 욕지거리를 내뱉고있는 우현에게 힐긋 시선을 던졌다. 그냥 그만 하고 답 보내. 기다려봐, 한 판만 더하고. 잠시동안 뇌구조에서 성규의 존재보다 핸드폰 게임의 비중을 폭발적으로 높였던 우현이 현실 세계로 다시 입성한건 한 판이 아닌 세 판, 네 판을 더 끝내고 난 다음이었다. 과연, 디아블로에 연인과의 즐거운 시간을 홀랑 내다판 전적이 있는 전과자다운 불꽃 같은 의지였다. [그냥 있어.] 호원의 조언대로 차가운 도시 남자의 면모를 네 글자만으로 뽐내는 고난이도 스킬을 시전한 우현이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제 친구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노닐었다. 어때? 존나 나쁜 남자 포스 쩌냐? 어? 상남자 내음이 아주 그냥 풀풀 진동하지? 응, 김성규 이 새끼 너한테 존나 반할 것 같은데. 너 마초라고 떠받들고 스스로 발닦개로 자처하면 어떡함? 그리고 다시 하이파이브. 정말, 놀고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어? 답장 왔다. 여배우들 시상식 드레스 사진을 찬찬히 스크롤바를 내리며 훑고 있던 호원이 진짜로 행진을 하고 있는 것 처럼 터키행진곡에 맞춰 빠르게 발을 구르고 있는 우현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규쁘니♥ : 그냥 있다는 새끼가 왤케 답이 늦어?]
야, 뭐라 그래? 우현이 어제는 웬수였으나 오늘은 은인이 되어버린 호원에게 무한한 신뢰의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밀당 프로젝트 (부제 : 남멍뭉 상남자 만들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여왕규 코 납짝하게 만들기.) 를 위해 손수 TV 동물농장에서 개들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동쪽에서 서쪽에서 신출귀몰하게 출동하시는 이웅종 소장님 코스프레를 하고 있던 호원이 큭큭 거리며 답했다. 이야, 생각보다 반응이 빨리 왔네? 역시 쓸데없이 예민한 김성규답다. 나한테 잠깐 줘봐. 응, 뭐라고 보내게? 음, 그러니까. 입을 꾹 닫고 핸드폰 화면 위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 호원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미안하다. 좀 바빠서.] 어때, 사과를 하는데도 전혀 쫀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남자다워보이는 요 화법. 와, 박력 쩐다 진짜. 드라마에 나오는 나쁜 남자 같아. 그 누구냐? 신사의 품행제로에 나오는 장동건보다 훨씬 매력있어! 남우현 요거요거 말 예쁘게 하기 대회 본선 진출이요! '장동'까지만 듣고 몸을 흠칫 떨었던 호원이 제 페이스를 되찾고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로 놀고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규쁘니♥ : 뭐래. 너 더위 먹었냐?]
다시 한번 우현의 똑똑이폰 화면에 빛이 들어왔지만 습자지보다도 얕은 우정을 자랑하던 두 남고생이 오랜만에 의기투합을 하고 제멋대로 청소년 드라마를 찍고 있는 상황 속에서 성규의 카톡 메세지가 주목을 받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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