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연애생활은 나와 했던 종류와는 사뭇 다르게도 건전하고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늘 얼굴은 반짝였고, 피곤한 일정에도 힘든 내색 없이 밤새 여자친구와 통화를 했다.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나는 속이 타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감정을 인정하자, 그 범위는 소용돌이가 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애교섞인 목소리로 집에는 잘 들어갔어? 오늘은 안 힘들었어? 하며 행복해 하는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치 지난 날의 나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승현과 홀로연애를 했을 시절의 나도, 저 얼굴이였을까.
이승현과 녀석의 여자친구. 그리고 나. 누군가 이 연결고리를 들여다 본다면, 아무리 보아도 내쪽에서의 일방적인 방해와 질투로 치부할 것이였다. 어쩌면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둘은 거리낌없이 나를 자리에 불르곤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더 비참하게 했다. 둘이 무슨 짓을 하건 상관할 바도 아니였고, 내가 상관한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였다.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스레 둘의 연애로 끼어드는 내 의지를, 나는 차마 막을 수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그의 애인과 연애하는 모습을 절반 이상을 관찰하고, 동행한다. 누군가 들으면 속 없다고 욕할 이야기였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하는 사람이였다. 이승현의 연애사에 끼어드는 일도, 그 ‘일’에 속했다. 내 스스로를 보호하며 둘의 연애사의 디테일한 것까지 관섭하며, 나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기도했다. 그들의 연애가, 제발 빨리 막을 내리게 해달라고. 하지만 그런 내 간곡한 바람과는 다르게도 둘은 꽤나 오래된 만남을 지속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셋의 이상한 만남도 덩달아 지속됬고 팬들 사이에서는 셋이서 사귀는 거 아냐? 하는 일측까지 나올 정도로 각별한 사이로 변질되고 말았다.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우리 셋이 결혼하자- 고 하는 이승현을 빤히 바라보며 어색한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거든? 부정하는 여자를 따라 내 속마음을 넌지스레 비춰보았다. 이승현은 녀석 다운 환한 웃음으로 내 손을 꾹 잡을 뿐이였다.
그들의 만남이 지속되는 동안, 나도 아무런 발전이 없던 것은 아니였다. 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사이는 결코 아니였다. 하지만 내 멋대로 이승현을 애인으로 두진 않았다. 녀석의 옆에는 늘 여자가 있었다. 나와 각별해 보이는 말들을 나눌 때도, 웃으며 장난을 칠 때도, 손을 잡고나 포옹을 할 때 마저, 늘 그 여자와 함께였다. 밖에서는 당연지사, 따로 나와서 사는 집에서까지 녀석은 핸드폰을 놓지 않았으니, 늘 셋이 함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때문에 불과 몇 시간 전에 녀석의 입술과 마주했던 오늘날까지도 여자보다 특별한 관계였다고- 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어영부영, 2년이 흘렀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와 이승현은 여전했다. 나도 그동안 여자를 아예 안 만난 것은 아니였다. 다만 그 시기가 짧고 누가 봐도 진정성이 없는 사랑이였다. 나와는 반비례하게도 둘의 연애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내게는 언제 막을 내릴지 모를 끝없이 지루하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함 뿐인 동화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3년 가까이 되는 연애가 결국 막을 내렸다. 그 계기는 어쩌면 나로부터 시작된 걸지도 모를 일이였지만, 나는 애써 뜨이는 눈을 꽉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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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스피드로 돌아왔습니다 ㅎㅎㅎ
브금 제공 해주신 아칸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