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뇽토리] Romantic Holiday
w. 여신
형 나 좋아해? 이승현의 뜬금없는 물음에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벌게진 얼굴로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소심한 나의 대답이 이승현이 원하던 것이던, 원치 않던 것이던 난 상관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속에서만 웅얼거렸던 말을 녀석이 대신 물어주었으니, 내 쪽에서는 고마웠다. 당연한다듯한 내 대답에 꽤나 놀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덤덤한 이승현의 반응에 민망해져버렸다. 차라리 놀라는 척이라도 하란 말이야.
“…그렇구나.”
두 눈을 껌뻑이던 녀석의 작은 대답이였다. 거절도 아니고,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아닌 모호한 대답이였다. 마땅히 건네 줄 말이 없어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침묵이 흘러버렸다. 시계 바늘이 흘러가는 소리, 내 침이 꿀꺽하고 넘어가는 소리, 맥박이 뛰는 소리 등 평소엔 느껴지지도 않던 미세한 소리들이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크게 들린다.
“…덤덤해보여.”
“그냥. 그것 쯤은 알고 있었거든.”
“그런데 왜 물은거야?”
“답답해서. 날 좋아하는 건 분명한데…좋아 한다는 말도 없었잖아.”
“기다리고 있었어?”
“약간은.”
이승현은 고개를 들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 아니, 약간보다 훨씬 많이. 제 말을 고치며 내쪽으로 의자를 당겨 앉는 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렸고, 문득 나도 녀석처럼 볼이 빨갈까- 하는 영양가 없는 궁금증이 생겼다. 타오르듯 벌건 두 뺨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손을 대고 말았다. 역시 보는 것과 같이 따스했다. 이른 봄날의 늘어진 온기처럼, 이승현은 따듯했다. 고백같은 말도 없고…. 제 볼에 올려진 내 손을 잡고 퉁퉁 분 입술로 웅얼거린다. 마치 삐친 아이의 귀여운 투정 같이 느껴져 자연스레 웃음이 세어나왔다.
“미안. 날 싫어하는 줄만 알았어.”
“어째서야?”
“먼저 뽀뽀해주지 않았잖아.”
“…피하지도 않았는걸….”
“그렇네. 몰랐어. 눈치가 원래 없잖아.”
“그래도 그렇지. 뽀뽀까지 했으면 고백이라도 할 줄 알았어. 너무해.”
내가 먼저 말 하게 만들고. 못됬어. 잡았던 내 손을 화난듯 떼더니 내게 등을 보이고 침대에 누워버린다. 귀엽다니깐…. 꽤나 속상했던지 궁시렁거리며 이불을 확 끌어안는 모습에 어쩌면 좋을까 한참을 생각하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주 오래 전 부터 맴돌았던 그 말을 드디어 내뱉었다.
“좋아해 승현아.”
“몰라. 이미 늦었단 말야.”
“진짜? 에이…그럼 안되는데.”
옆으로 누워있는 이승현을 내쪽으로 돌린 후 입술을 맞췄다. 촉, 하는 부끄러운 소리에 귀가 달아올랐지만 그때처럼 눈을 감거나 하지는 않았다. 너무 붙어있었는지 내 심장소리인지 이승현의 심장소리인지 모를 박동수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 처럼 크게 들렸다.
“너무 가까운걸….”
“싫어?”
“입냄세 날 것 같아…. 나 아까 양파 먹었단말야.”
“양파라면 괜찮아. 나 어니언 좋아하잖아.”
맞아. 형은 팝콘도 어니언 팝콘만 먹잖아. 할배같아. 코를 찡긋거리며 웃는 모습에 심장이 반응했다. 입냄세를 걱정하는 사람치곤 지나치게 말이 많은데? 내 장난에 살짝 삐지는 얼굴을 하는 이승현의 입술에 다시 한번 입술을 찍고 한참을 머물렀다. 내꺼야, 이건.
“으응…너무 오래는 아직 싫어. 무서워.”
“그럼 잠깐씩 자주는?”
“…그건 괜찮아.”
“알겠어. 너가 가능할때까지 기다릴게.”
“그때까지 다른 사람하고 뽀뽀 안 할거야?”
“응. 아무것도 안 할게.”
“알겠어. 약속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이 건네는 약지에 내 약지를 건네어 얽혔다. 복사~ 싸인~. 어린애처럼 굴며 손바닥 장난을 치는 이승현의 볼을 잡고 입술을 다시 한번 맞췄다. 그럼 도장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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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것만 쓰다가 달달한 거 쓰니 정화된 깁운!!><ㅋㅋ
언제 떡번외로 올지 몰라윰ㅎㅎ
홀리데이의 뇽토리들을 기억해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