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항상 그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봄이면 흩날리는 너의 머릿결과 벚꽃잎의 조화는 가히 말할 수 없었다.
누구나 너의 그 모습을 본다면 잊지 못할 것이다. 나처럼.
새학기가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계절은 봄이지만 여전히 추위가 몰려오던 날이었다.
아직 깜깜한 이른아침. 평소처럼 학교갈 채비를 하였다.
항상 7시까지 학교에 가면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갑갑한 집안, 모범생이라는 타이틀 아래 그 빈교실만이 나의 휴식처이자 일탈이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된 이후로는 그 일탈을 느낄수 없었다.
너는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다.
몇시에 등교하는지 항상 누구보다 일찍 학교에 와 교실 창가쪽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비록 내게 혼자있는 시간은 사라졌지만 너와 단 둘이 남아있는 교실은 내게 또 다른 일탈을 준비하게했다.
선생들은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나를 줄곧 괴롭히곤 했다.
원하지도 않는 회장자리를 내주고 정말 같잖은 일들로 나를 교무실에 부르며 오라가라 했다.
너는 나와 같은 처지였다.
작년 여름. 너는 1학기 기말고사를 일주일 앞둔 날 전학을 왔다.
그럼에도 너는 전교 10등안에 들었다. 덕분에 너는 전교에서 꽤나 유명해졌다.
다른반인데다가 다른층인 나의 귀에 들어왔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너와 내가 같은 반이 되었다.
너의 그런 소문과 나의 만들어진 모범생이미지는 너와 나를 붙어있게 해주는 매개체였다.
지원하지않았으나 담임의 강제로 나는 임시회장, 너는 임시부회장. 새학기부터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
물론 너와 대화하는 일도 많았다.
넌 평소에 말이 참 없는 성격이었다.
가만히 보면 너는 말도 별로 없고 수업시간 외에는 책만 읽어대었다.
솔직히 공부밖에 모르는 지루한 성격일 줄 알았다.
그런 생각을 한 내가 잘못이었다.
너는 유순해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똑부러지고 할말은 꼭 하는 성격이었다.
처음에는 너는 선생님이 너한테 맡긴일도 제대로 안하곤 했다.
덕분에 반에서 사고도 참 많았다.
선생님이 부탁한 프린트를 받아오지 않는다라던지 출석부를 제대로 안챙기고 다닌다던지.
왠지 덜렁대는 성격인줄 알고 귀엽다고 생각했다. 물론 반아이들은 불만을 느끼는 듯했다.
결국 너가 해야할일 마저 내가 했다. 그리고 너의 목적은 성립했지.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너는 일부러 반아이들에게 불만을 사게했고 억지로 나간 회장선거에 자연스레 낙선하게 되었다.
독특한 아인것같았다.
나와 비슷한듯 나와 다른...
그런 너가 맘에 들었다.
| 이렇게 제글은 |
점점 산으로...ㅋ
모찌슈/라뀨/핫뚜로/아포가토/오리/김자베 항상 감사합니다♥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넷플릭스 대홍수 전세계 1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