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항상 이어폰을 듣고 있었다.
수업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친구들과 놀때도. 덕분에 주변 소음에 참 무딘 너였다.
선생님이 저를 부르는지도 몰랐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말을 놓지는 경우가 많아 몇번이고 되물어보던 너.
처음에는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녀석인 줄로만 생각했다.
한 번은 선생님에게 수업시간에 이어폰을 뺏겼는데 주머니에서 또다른 이어폰을 꺼내 다시 듣고 있었다.
그 다음날부터 어디서 났는지 투명한 이어폰을 끼고는 귀를 덮는 머리로 가려 음악을 들었다.
참 재밌는 녀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까? 언제가부터 나도 모르게 너에게 내시선을 보냈다.
너는 워낙 주위시선에 무뎌서 내가 보는 줄도 몰랐겠지만....
그러던 어느날 너와 나는 짝이 되었다.
옆에서 보니 그 작은얼굴에 큰 눈, 코, 입. 하나하나 오밀조밀 들어가 있는게 신기했다.
그 날은 곧 다가오는 시험에 자습을 했다. 선생님은 교무회의로 자리를 비웠고 애들의 목소리는 조금씩 커지더니 소음으로 이어졌다.
회장의 조용히 하라는 말에 조용히해지는 것도 잠깐이었다.
덕분에 내가 풀고있는 문제지에 조금도 눈길이 가지 않았다.
옆을 보니 너는 어느때처럼 이어폰을 들으며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대로 공부가 안될것같아 조심스럽게 너의 팔을 치고 종이를 보였다.
'이어폰 같이 들으면 안될까?'
내가 입모양으로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돼 라고 말하니 너는 나를 뚫어져라 쳐보더니 내게 이어폰 한 쪽을 건냈다. 오른쪽이어폰이었다.
너의 오른쪽에 앉은 나였기에 왼쪽 이어폰으로 들어야했다. 하지만 말을 건낼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너가 누군가와 이어폰을 나눠 들은것을 본적이 없었기에 내가 처음인 것같아서...
너가 듣는 노래가 이런 노래구나.
몇 번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지만 너가 부르면 잘 어울릴 것 같은 노래였다.
내 문제집에 낙서를 하고 너의 팔을 팔꿈치로 툭툭쳤다.
'노래좋다.'
너는 내 교과서를 흘낏보고 mp3를 확인하고는 내 문제집에 무언가 썼다.
'포맨-내여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노래 제목과 가수인 것같았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제목을 확인하고서야 안다는게 이상했다.
아무렴 어때, 너와 무언가를 공유했다는 것이 마냥 기뻤다.
그 다음 날, 너는 어제 나와 나눠 들었던 이어폰과는 다른 것을 끼고 왔다.
나는 너와 무언가 나눴다는게 좋았는데 너는 아니었나 섭섭했다.
너와 나는 그저 짝일뿐인데... 내가 괜한 생각을 했다 생각해 섭섭함을 달랬다.
너는 항상 가방에 이어폰을 두어개 들고 다녔는데 반 아이들은 너에게 이어폰을 빌리고는 했다.
그 날도 박찬열이 너에게 이어폰을 빌렸다.
"도경수, 나 이어폰 좀 빌려주라"
"아, 내꺼 왼쪽 고장나서 잘 안들려"
어제 나와 함께 나눈 이어폰을 꺼내면서 너는 말했다.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던 너가,
누구와도 이어폰을 나눠 듣지 않은 너가
한쪽고장난 이어폰을 나에게 나누어준건 무슨 의미였을까?
괜히 기대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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