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ped prince 12
w. Cascade
이번 스크랩드 프린스 12화는,
레몬티님, 메론바님, 콩이님, 기승전결님, 빵떡이님, 젖소님, 당근님, 전신거울님, 려현님, 달달님, 민트초코님, 삉삉님, 레어닉님. 레몬님, 밍숭맹숭님, 재채기님, 독서실님, 올백님, 미개루님, 콧물괴물님, 0408님, 큼님, 만두님, 슈밍님, 포포님, 으잉잉님, 쥬시쿨님, 룰루랄라님, 콩콩이님, 진소님, 쪼니님, 치즈볼님, 라븅님, 도시락님, 치즈마우스님, 오빠는안되여님, 튠튠님, 슬민님, 미루님, 어린누나님, 토순이님, 호떡님, 멍뭉님, 도도님, 꿈님, 가디건님, 패릿님, 콧물님, 콩쥐님, 봉봉님, 빠오즈님, 텐더님, 띵띵띵님, 뀨님, 챈님, 둉둉님, 나비소녀님 이렇게 57명의 독자분과 함께합니다. (+익명의 독자님들 ^^)
두 번째 에피소드, 형제의 복수(1)
민석은 찬열을 빤히 쳐다보았다. 지금 이 자가 나에게 무슨 부탁을 하려는걸까. 분명, 남자가 기생으로 화중주에 숨어 들어온 것에는 사연이 있을 터, 덜컥 이 부탁에 응했다가는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찬열은 민석의 당황한 기색을 눈치챘는지 곧 말을 이었다.
"아, 막 어려운 부탁은 아니다. 그저, 다음 잔치 때 경수님을 내게 소개해주지 않겠느냐?"
"경수님이요?"
"저번 비변사 장군들 잔치 때에 네가 경수님을 모시지 않았느냐? 이런 말을 하기는 부끄러우나, 내 그 남자에게 관심이 있어 이러한 부탁을 하는 것이다."
관심이 있다니. 아마, 이 기생은 자신이 그의 정체를 모른다고 굳건히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에 대놓고 거절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민석은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무하님이 사내에게 관심을 가지시다니, 의외입니다."
"준면님에게는 비밀이다. 그저, 나와 자리를 바꾸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럼 저는 누구 옆에 앉으면 되는 겁니까?"
"크리스"
"크리스라면..."
민석은 지난번 밤을 떠올렸다. 분명, 병사들을 이끌고 월풍을 쫓으라 하던 자가 크리스 아니던가. 그렇다면, 월풍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 분명할 것이다. 그런 자를 모셔야한다니. 민석은 새삼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했다간 그가 자신을 의심할지도 모른다.
"네 알겠어요. 근데 다음 잔치가 언젠대요?"
"내일 새벽"
"내일 새벽이요? 그 시간에 잔치를 하나요?"
"저번에 월풍이라는 자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난 이후로는 이른 새벽에 모임을 갖는 것 같더라고. 달밤이 진 후."
"아.... 그럼 서둘러 준비해야되겠네요."
민석은 찬열을 뒤로 한 채 화중주 꽃밭을 거닌다. 사뿐사뿐- 어느덧 여인네의 가벼운 발걸음쯤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사내들의 마음을 녹이는 미소쯤은 식은 죽 먹기었다. 하늘하늘- 꽃밭 위 돌을 하나하나 밟으며 걷고 있던 찰나였다.
"거기서 무얼 하고 있느냐?"
루한의 목소리다.
"루한! "
민석은 자기도 모르게 루한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무슨 귀신이라도 본 듯이 그리 크게 내 이름을 부르느냐? 혹, 내가 마음에 사무치게 그리웠던 것이냐?"
루한은 장난스레 민석의 볼을 툭- 건드렸다. 민석은 루한이 스친 볼을 손등으로 쓰윽 닦는다.
"루한님은 무슨 바람입니까? 항상 잠깐 스치듯 지나가시곤, 그러다가 별안간 갑자기 어디서 나타나시고."
"하하하... 내가 예전에 네게 말하지 않았느냐. 항상 너의 곁을 지키고 있다고. 혹, 내가 널 지키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냐? 난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다."
"항상 그렇게 능글맞게 넘어가곤 하시지요."
"그래, 기방 일은 할만 하느냐?"
"예. 준면님이 굉장히 잘 해주십니다."
"찬열과 세훈, 아니 기생 다미와 무하는 어떠하느냐? 널 괴롭히지는 않느냐?"
"아닙니다. 굉장히 잘 챙겨주십니다. 허나 루한님, 그들은 왜 이 곳에 여장을 한 채 기생으로 살고 있는 것입니까?"
"글쎄다.. 말 못할 사연이 있겠지. 너처럼..."
"저는 루한님이 이 곳으로 보낸 것 아니십니까? 덕분에 이 곳에서 이것저것 주워 듣고 그것을 기록하느라 밤에 잠도 일찍 못자고 그럽니다. 이 눈 밑에 다크써클좀 보십시오."
아차. 또 요즘 말을 써버렸다. 루한은 재미있다는듯이 민석을 쳐다본다.
"다크써클은 또 무슨 뜻이냐?"
"요 눈 밑에 거뭇한 자욱을 말합니다. 피곤하면 이게 점점 눈 밑으로 내려옵니다."
"훅 가면 눈 밑에 다크써클이 생기는거..맞지..?"
민석은 예상치 못한 루한의 대답에 깔깔대며 웃었다. 예전에 실수로 내뱉었던 말을 루한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맞아요."
"혹, 요새 기방에 별 일은 없느냐?"
"음... 아! 오늘 새벽에 비변사 잔치가 있어요. 이번엔 크리스를 모시게 되었어요. 차라리 경수님을 모시는게 더 나은데.. 부담되고 괜히 실수하면 죽임을 당할 것 같은 그런 무서운 사람이라니..."
루한은 흠칫 놀란 투다.
"왜 네가 크리스를 모시느냐? 내 준면에게 항상 너는 경수 옆에 있으라 부탁하였거늘."
"아.... 기생 무하가 저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근데,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무하가 경수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무하는 사내자식 아닙니까... 저번에도 경수님 이름을 말했다가 그가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혹, 루한님은 이에 관해 아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글쎄.. 경수 그 놈이 한 두명한테 원한을 샀어야지."
"경수님이..그렇게 나쁜 사람입니까? 잠깐 얘기해보았지만, 그리 나쁜 사람같진 않아보였습니다."
"글쎄다...... 나쁘다기보단 불쌍한 자식이지."
민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루한은 그런 민석의 볼을 다시 한번 툭- 건드렸다.
"네가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지 않느냐. 내 오늘은 비변사 잔치에 참석할 것이다."
"정말요?"
"하도 아버지께서 잔치에 나오지 않는다고 뭐라 하시는구나. 그 잔소리가 듣기 싫어 억지로 가는 것이다."
민석은 루한이 잔치에 온다는 소리에 절로 기뻤다. 뭔가 설레는 느낌마저 들었다. 평소보다 더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따가 보아요. 저는 음식 준비를 하러 가야합니다."
민석은 팔랑거리며 꽃밭 위 돌길을 하나 하나 뛰어넘어갔다. 바람이 후욱- 불면서 민석이 지나가는 길 위로 꽃을 흐드러지게 펼쳐놓는다.
**
"루한님, 정말 잔치에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 가야지."
"그 곳에 비변사 대장군 크리스가 참석하는 것도 알고 계시면서 그 말을 하시는겁니까?"
"그렇기에 가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민석이 크리스를 모신다는구나."
"아니 월화는 항상 경수를 모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찬열이 부탁을 했다고 하던데. 백현이 너는 뭐 짐작가는 거 없느냐?"
"글쎄요.... 도대감이 뭐 한두명한테 원한을 진 자가 아니지 않습니까. 아마 지난번 불난리 때 피해를 본 자들 중 한명일 듯 하네요."
"그렇지..나도 그 생각을 했다. 아무튼 오늘 민석을 그곳에 혼자 두기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구나. 너도 함께 가서 찬열, 세훈을 감시하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갈 채비를 하도록 하지요."
루한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민석을 기방으로 보낸 것이 실수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자신이 신뢰하는 준면이 있고 또, 등잔밑이 어둡다고 그 곳이 가장 안전할 줄만 알았다. 월풍으로 변장하고 상처를 입고 민석을 찾아 그 곳으로 간 것도 후회했다.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었고, 민석에게는 상처만 됬을 뿐이었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이 민석을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몰고갔다. 이번에 가서 이 모든 것을 되돌리고 민석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해야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그거 두개만 사오면 되는거죠?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민석은 한 손에는 바구니를 든 채 화중주를 나섰다. 세훈이 같이 장에 가주겠다고 했지만 극구 민석을 거절했다. 왠지 어색하고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찬열과 세훈, 기생 무하와 다미.. 의뭉스러운 구석이 많은 두 사람이었기에 그들을 우선 멀리하기로 했다. 혹, 저잣거리에 나서면 월풍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감에 민석은 길을 걷는 내내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월풍의 두 눈을 보기만하면 민석의 가슴이 아려왔다. 그 사람을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왠지... 사람의 토닥임이 필요한 사람 같았으니까.
그 때였을까, 너무나도 눈에 익은 사람이 눈에 보였다. 종대였다. 민석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신만 이 곳 조선, 과거로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종대가 이 곳에 있다니. 민석은 있는 힘껏 종대를 향해 소리쳤다.
"야! 김종대!!"
종대는 그런 민석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민석은 다시 한번 소리지른다.
"김종대! 이 새꺄! 너 내 말 안들리냐?"
그런 민석을 시장에 있던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러나 민석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있는 힘껏 종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간 민석은 그를 돌이켜 세웠다.
"야 임마! 니가 어떻게 여기 온거야?"
종대다. 정말 종대가 맞다.
"너는 누구길래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냐."
민석은 그런 종대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분명, 얼굴은 민석이 알고 있는 종대의 모습이다. 그리고 본인도 자신의 이름이 종대라 하고 있다. 하지만 행색은 영락없는 조선시대사람이었다. 헐렁한 니트에 면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놈이었는데, 이 곳에서 그는 조선시대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민석은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뭐지.... 대한민국과 조선시대...이 두 장소에서 같은 얼굴, 이름을 한 사람이 존재한다.
"아..죄송합니다.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헌데, 넌 누구냐? 얼굴은 많이 낯이 익구나."
"화중주 기생 월화...라고 합니다."
"월화... 혹 내 본명을 알수 있을까?"
"민석입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치고는 꽤나 남자다운 이름이구나."
종대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웃었다. 그것마저도 민석이 알고 있는 종대의 모습과 똑같았다. 하지만, 자신을 모른다고 하는데 무작정 세워놓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화중주의 기생이라고 하였느냐?"
"네"
"이따 잔치에서 보겠구나. 조심히 가거라."
민석은 혼자 유유히 사라지는 종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곳 조선에서는.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시장에서 길이라도 잃은 것이냐? 시간이 촉박하니 어서 그걸 갖고 부엌으로 가거라."
"네 죄송해요 준면님."
"아니다. 아 이따가 루한이 잔치에 온다던데, 혹 이유를 알고 있느냐?"
"음.. 루한 아버님이 비변사의 중앙권력 무사..여서 그런 것 아닌가요?"
"그건 알고 있다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거 원... 알았다. 일단 가보거라."
준면은 루한이 걱정되었다. 전면에 이렇게 루한이 얼굴을 내비추다니. 그것도 자신이 극도록 증오하는 비변사의 부패한 중앙 관리층들 앞에서. 너무 위험하다. 분명 민석이라는 자 때문일 것이다. 준면은 오늘 새벽이 무사히 지나가고 밝은 태양이 떠오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
"꼭 가야겠느냐."
"이럴 때일수록 경수님께서 중심을 잡고 계셔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직 우린 괜찮다-건재하다-를 확인해주셔야지요."
"그들이 날 어떤 눈으로 볼지 두렵구나."
"그들 또한 두려움에 떨고 있겠지요. 떳떳한 자가 어디 한둘이나 있겠습니까. 도대감님의 일을 보고 모두들 걱정이 되는 것이지요."
"아버지의 일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데..."
"누구든 사람들은 실수를 합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이럴 때일수록 강인해지셔야합니다."
그렇게 조선에는 달이 떠올랐다. 어느덧 마을은 고요해졌고, 화중주에는 오색빛깔 등이 켜졌다. 저번 월풍의 습격 때문이었을까... 저번보다 병사들의 수가 늘어났고, 사람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민석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저번보다 훨씬 많은 병사들이 모였다. 그리고 본인은 그 잔치상 맨 끝에 앉아있는 크리스의 옆에 앉았다. 민석은 흘끔흘끔 경수쪽을 쳐다보았다. 계속 경수,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는 찬열이 마음에 걸리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크리스가 물었다.
"월화라고 하옵니다."
"눈매가 굉장히 아름답구나." 크리스가 민석의 뺨을 감싸안았다,
민석은 갑작스러운 크리스의 손길에 움찔했다. 이 곳에 와서 대화 상대는 많이 해보았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몸에 손 대는 사내는 처음이었다. 높은 사람이라고 하니 민석은 차마 그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저 두 눈을 지긋이 감을 뿐이었다. 그 때였을까, 크리스의 손이 거두어졌다. 민석이 눈을 떴을 때에는 그 앞에 루한이 크리스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이게 무슨 경우냐."
크리스가 화난 듯이 루한에게 소리쳤다. 그런 크리스의 반응을 무시한채 루한은 싸늘한 눈길을 보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공조좌랑(계급명) 아들, 루한이라고 합니다."
공조좌랑이라는 말에 크리스는 흠칫 놀란 모양이다. 그 유명한 망나니 아들이구나. 잘못 건들였다간 자기에게 화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 크리스는 묵묵히 그 인사를 받고 넘겼다. 루한은 빤히 민석을 쳐다보더니 씨익- 웃는다. 민석은 왠지모를 안심이 되었다. 민석은 곧 벌떡 일어나 두리번 두리번 고개를 저었다. 종대가 분명 이 곳에 온다고 했다. 그러다가 옆을 본 민석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크리스 바로 옆에 종대가 있었다.
"어...어..."
민석은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종대는 그런 민석을 보더니 눈으로 인사를 했다. 종대는 크리스의 측근인듯 했다. 줄곧 크리스와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술잔을 하나, 둘 채워졌고 어느덧 점점 많은 병사들이 술에 곯아 떨어졌다. 민석은 조용히 그 자리를 나섰다. 새벽부터 시작되어서 그런지, 민석의 눈꺼풀은 굉장히 무거워졌다. 민석의 마음의 안식처인 화중주 꽃밭 위 돌담길에 도착했다. 새벽바람이 솔솔 민석의 코끝으로 불어왔다. 사실, 이 곳에 루한과 백현을 데리고 오고 싶었으나 민석이 자리에 일어났을 때에 루한과 백현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오늘 내내 많은 일들이 일어난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하나 둘 정리해나갔다. 이따가 일기장에다가도 써 놓아야 했기에, 까먹기 전에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너 이 자식!!!!!!"
이 꽃밭에는 민석 혼자만이 아니었다. 돌담길 건너에 누군가가 보였다. 민석은 제 눈을 의심했다. 경수가 돌담에 밀쳐져 있었고, 그 앞에는 어떤 두 사내가 칼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내를 향해 종인이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이 광경에 민석은 어찌할 줄 몰랐다. 우선은 이 상황을 수습해야될 것 같았다. 루한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자신의 일이 아닐 경우는 지나치라고 충고를 귀에 박히게 했지만,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민석이 아끼는 화중주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리고 아무리 루한과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안면이 있는 사람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다.
민석은 그 곳을 향해 달려갔다. 한 손에는 돌 하나를 든 채로. 민석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세훈과 찬열의 모습이었다. 두 사내의 모습은, 바로 기생 무하와 다미, 아니 세훈과 찬열이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오늘 이 둘의 행동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이렇게 칼부림으로 이어질 정도였는 줄은 몰랐다.
"이 곳에서 무얼 하고 계시는겁니까? 그만두세요!!! 무하님! 다미님!"
찬열과 세훈은 칼 끝을 경수에게 그대로 둔 채 민석을 바라보았다.
"너는 우리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 집이 불에 활활타고, 그 안에서 부모님이 타죽어가는 것을 눈물만 주륵주륵 흐르며 쳐다보아야만 했던 우리들의 분노를 너는 모를것이다. 말리지 마라. 넌 우릴 말릴 자격이 없다. 우린, 부모님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이 날만을 기다렸다. 사내의 몸으로 기생의 모양을 하며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부모님이 불에 타 죽던 날, 우리 형제는 이 세상에 대한 믿음 또한 불태워 버렸다. 도영감의 피붙이 자식인 도경수의 목을 베야 우리의 분노가 풀릴 것이다."
"내가 그리 하도록 놔둘것 같으냐."
종인은 낮은 목소리로 찬열의 목에 칼을 더욱 들이댔다. 그러자 세훈은 경수의 목에 칼을 바싹 대었다. 그 칼날에 여린 목이 베었는지 주르륵- 피가 흘렀다. 그러자 종인은 주체못할 분노에 휩싸였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와 동시에 세훈을 바닥에 눕혀 제압하고 칼을 빼앗었다. 경수를 지키기 위해 평생동안 무술만을 연마해왔다. 그러던 사이 어느덧 찬열은 경수의 목을 팔꿈치로 가격하였다. 경수는 윽- 소리를 내며 정신을 잃었다. 그러자 민석은 한 손에 들고 있던 돌을 머리 위로 들어 찬열에게 달려들었다. 더 이상 사람이 죽는 꼴은 보기 싫었다. 월풍이 밤새 내내 흘리던 피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 때였을까, 누군가 민석의 앞을 가로막았다. 백현이었다. 백현은 민석이 들고 있던 돌을 빼앗아 돌담 위로 훅- 던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돌이 떨어졌다.
"누가 이리도 무모한 짓을 하라고 일렀더냐."
백현은 무척이나 화난 표정이었다. 그리고 능숙한 칼솜씨로 찬열에게서 경수를 빼내었고, 찬열의 칼을 빼앗었다. 백현은 찬열의 두 손을 뒤로 묶었고, 종인 또한 세훈을 결박하였다.
"도영감은 이미 감옥에 있다. 그 자가 너희들에게 저지른 죄는 나도 충분히 격분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 자의 아들로 태어난 이 자가 무슨 죄가 있겠느냐. 피의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 너희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허튼 생각 말고 이 곳을 떠라. 내 준면에게 너희들의 딱한 사정은 줄곧 들어왔다. 이 곳에서 너희들의 생각이 고쳐질 줄 알았는데, 오늘보니 그건 준면의 착각이었던 것 같구나. 너희들을 거두어주었던 은혜가 있으니 떠나기 전, 준면에게 감사의 인사는 전하고 가라. 한번만 더 내 눈앞에서 너희들이 보였다간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칼부림을 하게 될 것이야."
백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또박또박 이어나갔다. 종인은 묵묵히 정신을 잃은 경수를 품에 안았다. 제 아버지 탓에, 이곳 저곳에서 수많은 수모를 당해온 경수였다. 항상 어렸을 적부터 시기하는 자가 많았고, 경수에게 이유없는 분노를 하는 자가 많았다. 그리고 경수는 이를 당연한 듯 여겼다. 종인은 항상 이런 경수 옆에서 그런 자들로부터 지켜줬다. 그러나 오늘처럼 직접적으로 경수가 칼부림을 당했던 적은 처음이다. 그만큼 경수에게도, 종인에게도 충격이었다. 종인은 "백현아 고맙다."고 낮게 속삭이고는 경수를 안고 돌담 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백현은 뚜벅뚜벅 민석을 향해 다가갔다.
"널 걱정하는 사람 생각은 안하고, 네 몸을 이리 막 대해서는 되겠느냐. 루한님이 이 사실을 아셨다간 한바탕 난리날 것이 분명하니, 이 일은 너와 나의 비밀로 하도록 하자. 알겠느냐. 여기 있지 말고 다시 잔칫상으로 돌아가라. 여긴 너무 어둡구나. 뒤처리는 내가 하도록 하지. 준면에게도 내가 이를것이야."
민석은 말없이 꾸벅- 백현에게 인사를 하고는 투벅투벅 걸어갔다. 백현이 세훈과 찬열에게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왠지 그 둘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자신도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눈 앞에서 지켜보았다. 그 충격은 이루말할 수 없고,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분명, 자신에게 그당시 칼이 쥐어주었다면, 비슷한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잔치가 열리는 곳으로 민석은 도착했다. 크리스는 그 자리에 없었다. 아마, 벌써 돌아간 모양이다. 그 옆 자리에 루한이 앉아있었다. 홀짝 홀짝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민석은 쪼르르 그 곳으로 달려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디갔다가 지금 오느냐."
"아...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어디 구멍에라도 빠졌다가 온것이야? 네가 오기까지 기다리느라 혼자 몇 잔을 마셨는지 모른다."
루한은 많이 취한 듯 했다. 루한은 민석을 보며 씨익-웃더니 민석의 고개에 얼굴을 기댄다. 루한에게서 향긋한 내음이 났다. 오늘의 피로가 가시는 듯 했다. 아까 참았던 졸음이 한 순간에 오는 듯 했다. 방금도 너무 힘든 광경을 보고 왔다. 조선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픈 곳이었다. 대한민국도 칼부림이 없을 뿐, 이와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한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민석은 문득 궁금해졌다. 권력가 집안의 아들, 돈 걱정은 해 본적이 없는 사람, 항상 이쁜 옷을 입고 향긋한 내음을 풍기고 다니는 사람,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 눈을 감고 곤히 자기의 어깨에 기대어 쉬고 있는 루한의 얼굴을 보며 민석은 곤히 생각에 잠긴다.
이 순간, 루한은 민석의 어깨 위에서 10년만에 가장 편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항상 방 안에서 칼을 이불 안에 두고, 조그만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 경계 태세를 갖추곤 했다. 항상 악몽만이 루한에게 다가올 뿐이었다. 그날 밤, 루한은 민석과 함께 흩날리는 꽃들 아래에서 환하게 웃음짓는 그런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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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예고
"네 놈은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어보아야 이 절실함을 알 것이야."
"나 때문에... 루한이......"
또 다시 조선의 달밤에는 월풍이 불었다.
"김종대..넌 내가 누군지 알고 있지?"
** 안녕하세요, Cascade입니다! 이번 두 번째 에피소드는 총 3화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찬열,세훈,종대 세 인물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월풍의 활약도 다시! 시작됩니다. 물론, 경수와 종인이의 이야기도 루한과 민석이와 같이 계속 진행된답니다. 항상 많은 사랑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20~25화정도로 Scrapped prince는 마무리가 될 예정입니다. 추후 완결된 소설은 독자분들께서 소장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혹, 완결된 소설을 원하신다면 암호닉을 신청해주시면 나중에 배포가 수월할 것 같습니다. 배포는 텍스트 파일 or 전자책 형태로 bgm과 일러스트를 첨부하는 방안을 생각중에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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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난리났다는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근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