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변백현/오세훈] 괜찮아, 착각이야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060/5bf47306b9256bdf4c19edb1910bf120.jpg)
나는 겁이 많았다.
어렸을 적엔 변백현과 쌍둥이처럼 꼭 붙어 다니곤 했다.
처음엔 놀이터 정 가운데에서 자리를 잡고 모래성을 쌓는 또래 친구들이 무서웠고,
조금 더 컸을 때엔 학교에서 일진놀이 한답시고 온갖 쌘 척하는 아이들이 무서웠고,
그보다 조금 더 컸을 때엔 나의 말을 단어 하나까지 흘려듣는 변백현이
앞으로 무수한 시간이 지나가도 그대로일까 무서웠다.
고등학교 시절이 되어서야 나는 변백현이 만들어 놓은 조그마한 병에 갇혀 지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버리는 것도 마음대로였고, 다시 갖는 것 또한 마음대로였다.
나는 그 쉽고 가벼운 행동 하나하나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것을 극히 싫어했다
. 그 병은 아직 깨지지 않았나. 우리 집에서 다시 한 번 변백현과 내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에 이미 깨졌어야 할 병이었다.
더 이상 누구 한 사람의 짝사랑은 없다.
세훈이와의 연애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것은 내가 변백현을 대하는 것에 조금은 불편해 졌다는 거였다.
변백현이 여자친구를 만나듯 나 또한 남자친구를 옆에 두고 함께 걸어가고 있으니
서로 옆에 누군가를 두고 뒤를 보고 앞을 보면서 선 듯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 안녕.”
“응. 왜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냐? 옛날에는 집에 오지 말라고 해도 기어이 오더니 요즘엔 눈 코빼기도 안보여?”
그렇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단 우리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부모님이 서로 아는 사이라 아예 멀리 멀어질 수 있는 사이도 아니라 판단했고,
얘는 지금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거 아니야. 그 오해는 확실히 풀고 싶었다.
네가 아니라 세훈이.
라고 정정을 할 때까지 이럴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무언가 누군가의 손길 하나 타지 않은 마음 깊은 곳에서 벅차오르는 감이 있었다.
옛날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인데,
“야 여자친구랑은 잘 돼가?”
“응. 뭐 그렇지.”
“야 근데 너 왜 말이 다 짧아. 나한데 뭐 삐졌냐? 나 뭐 한 거 없는데”
나는 굳이 변백현에게 지난 일을 말하지 않았다.
계속 기억이 나지 않는 척을 했고,
세훈이가 이미 말을 했을지 모르지만 온몸으로 ‘나 남자친구 생겼어요.’ 라는 것을 풍겨댔다.
내가 굳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알아서 눈치채주길 바랬다
. 얘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구나. 라고 자기 혼자 깨닫길 바랐다.
굳이 내가 내 입으로 다시 꺼내기엔 내 자존심이 조금은 짓눌리는 것 같았다.
“야 나 들렀다 갈 데 있어. 먼저 가라.”
그리고 얘는 고속도로를 이용할 줄 모른다.
굳이 왜 계속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속으로만 저렇게 꾹꾹 눌러 담고는 내가 가는 길과는 다른 길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자존심보단 억울했다.
네가 아니라 세훈이라고.
-
여러 곳에서 변백현을 만났지만 그대로였다.
그 얘는 여전히 날 피했다. 뭣도 아닌 거 그냥 무시하면 되지.
참 쟤도 인생 어렵게 산다 싶었다.
나는 옛날에 깨 놓은 내가 있었던 병을 밟고 밟아 아주 모래처럼 곱게 만드는 중이었다.
-
또, 한 번 나에 의해서 나란히 길을 걷는 중이었다.
“야.”
“왜?”
변백현이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뭐 하러 이런 앨 몇 년씩이나 말도 못하고 좋아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세훈이가 아무 말 안 해?”
왜 항상 화난건 너고 푸는 건 나인지.
“뭔 말?”
“나 남자친구 생긴 거.”
내 말에 변백현이 나를 잽싸게 돌아봤다. 꼭 이럴 때만 행동이 빠르다.
진작에 고속도로 좀 탈걸.
“남자친구? 누가? 너?”
“응 나 남자친구 생긴 거 세훈이가 말 안 해?”
“어.. 그래? 남자친구...언제부터?”
변백현의 말소리가 정갈한 끝을 맺지 못했다.
“어 한 14일 됐어. 2주.”
“2주? 그런데 나한데 지금 말해?”
“세훈이가 말할 줄 알았지. 너 나랑 얘기 안했잖아. 나한데 뭐 화났냐?”
“아니. 안 났어.”
변백현이 신경질적으로 대꾸하곤 나를 지나쳐 저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내심 저 뒤통수에 통쾌해하면서 뒤따라 걷고 있는데, 변백현이 갑자기 뒤를 돌아 나에게 말을 건넸다.
“야 근데 왜 오세훈이 그걸 말해?”
친구로 시작했다가, 친구가 멀어지고, 다시금 친구가 되었다가 다시 멀어지고,
그 후로 변백현이 나에게 처음으로 건 말이었다
. 야 오세훈이 그걸 왜 말하는데?
당연한 게 아닌가.
“나 세훈이랑 사겨. 백현아.”
나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너에게 백현이라 부를 수 있어.
“축하 해줄거지?”
축하 해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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