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빠07 |
내가 생각해도 속이 좁았다. 그대로 손에 쥐어진 영화표를 대충 구겨서는 쓰레기통에 집어 넣은 백현이 자신의 침대 위로 누웠다. 아무일도 아니였는데 난 왜 거기서 화를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버린거지. 아까부터 울려대는 백현의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꿔버리고 책상 위에 아무렇지 않게 던져 놓았다. 화면에는 여전히 <도경수> 라는 세글자의 이름이 떴다.
ㅡ미쳤지.
아무 일도 아니였는데. 왜 김종인이랑만 있는 도경수를 보며 화가 날까. 아니 그 화를 왜 도경수한테 화풀이를 한거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마구 헝클어대던 백현이 손을 멈추고 침대 옆에 놓여진 전신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신경써서 한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고, 신경써서 입은 하얀색 카라티의 깃도 막 구겨져 있었다. 다시 얼굴을 이불 안으로 묻은 백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ㅡ도경수. 김종인.
김종인.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걸까. 아까 자신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경수의 태도도 마음에 안들었지만, 지금은 검은색 나시티를 입은 채로 음료수를 들고 있던 김종인이 더 마음에 안 들었다. 이게 대체 뭐지. 질투인가. 질투? 변백현이 질투를?
ㅡ아!!변백현!!!
미쳤어.
백현아빠07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는 백현 때문에 경수는 초조했다. 늘 백현과 헤어졌었던 아파트 단지 앞의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는 경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화 좀 받아봐, 백현아. 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여전히 답은 없었고 전화도 없었다. 무작정 백현의 집에 찾아가볼까 싶었지만 백현의 집에 백현의 친척형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던 터라 혹시 폐가 될까봐 가지도 못하는 경수였다. 그저 그네에 앉아서 불이 켜진 백현의 집 창문만 하염없이 쳐다보는 경수였다.
ㅡ..벌써 8시네
예정대로 였으면 지금 백현과 신나게 영화를 보고 있을 시간이였다. 가만히 놀이터 흙을 자신의 발 끝으로 지그시 누른 경수는 다시 심호흡을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이번에 받지 않으면 그냥 들어가겠다고 크게 마음을 먹은 경수였다.
ㅡ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ㄱ...
역시 전화를 받지 않는 경수는 주눅이 잔뜩 들었다. 요즘따라 변백현이 이상했다. 한껏 잘해주었다가도 저렇게 화를 내기도 하고. 여기까지 생각에 미친 경수는 갑자기 백현에게 화가 나서 욕을 하려다가 다시 멈칫 했다. 내가 왜 거기서 친척동생이라고 했을까. 그냥 종인이라고 사실대로 말했으면 백현이가 이렇게 화를 냈을리도 없잖아. 결국 모든 화근의 원인은 자신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가슴팍을 탁 탁 치던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ㅡ나도 모르겠다.
일단 부딪혀봐야겠다. 또 다시 저번처럼 백현과 거리가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경수는 나름 씩씩한 발걸음으로 백현의 집 앞까지 다가갔다. 딩 동. 한번의 초인종 소리가 경수의 마음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했다. 아무런 소리가 없는 백현의 집이였다. 경수가 심호흡을 하고 다시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철컥 하고 열렸다.
ㅡ..들어와
백현이였다. 아까 그렇게 나가버린 변백현이였다. 자다 일어난 건지 한쪽 머리카락이 위로 올라와 있는 천하태평인 백현을 바라보니 경수는 문득 눈물이 터질 것 만 같았다. 자신이 언제 화를 냈었냐는 등의 태도로 먼저 거실 안으로 들어서는 백현이였다. 현관에는 백현의 컨버스화 밖에 없었다. 가만히 현관에 발을 디딘 경수가 고개를 떨구었다. 등신같았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 갑자기 자꾸 기분이 변해버리는 백현. 모든게 못마땅했다.
ㅡ안 들어올꺼야?
제자리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경수가 이상한 듯 하품을 연간 하던 백현이 경수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까 자신도 모르게 잠든 백현이 침대에서 일어나서 부재중이 찍힌 경수의 번호를 보며 통화 키를 누를까 말까 하던 찰나에 울리는 초인종소리가 들려왔다. 기분 좋은 예감이 들던 백현이 총알같이 뛰어나갔다. 현관카메라 사이로 밤톨같은 경수의 머리가 보이자 자신도 모르게 웃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어줬던 백현이였다. 자신이 낸 화를 무마하기 위해서 아무렇지 않게 경수를 대했는데, 경수가 심상치 않은 포스를 뿜으며 현관 앞에 서 있었다.
ㅡ..도경수?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경수에게 다가간 백현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경수를 그제서야 발견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큰 두 눈이 새빨갛게 변해서 눈물을 훔치던 경수가 고개를 낮춰 자신과 두 눈을 맞춰오는 백현을 보고서야 그 자리에서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ㅡ야! 도경수. 무슨 일 있었어?
엉엉 서러운 듯 울어대는 경수의 어깨를 붙잡고 어쩔 줄 몰라하는 백현이였다. 경수는 이미 제자리에 주저 앉았고 그런 경수와 눈을 마주치려고 함께 현관 앞에서 주저 앉은 백현이 미치겠다는 듯이 한 쪽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다. 큽.크.흐.아.흥. 훌쩍이는 울음소리를 내던 경수가 결국 앞에 앉아 있는 백현의 목을 끌어 안았다. 도경수? 당황한 듯한 백현이 경수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경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ㅡ..흐..백현아 ㅡ응, 경수야. ㅡ나는. 나는. 네가 미워. ㅡ... ㅡ미워죽겠어.흡. 맨날 니 멋대로고. 오, 오늘도.
미워죽겠다는 경수의 말에 백현의 심장이 발 끝으로 추락하는 듯한 기분이였다. 착잡한 표정으로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온 경수의 등을 한번 쓸어주자, 다시 울음을 터트리던 경수가 백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ㅡ경수야 ㅡ..흐 ㅡ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절대로 이제는 화 안낼게. 나지막하게 거실 안에 퍼져나가는 백현의 중저음 목소리가 경수의 귓가에 까지 들려왔다. 백현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묻은 경수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얼굴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의 백현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새빨간 두 눈에 울음기가 어른 거리는 경수가 한참이나 백현을 바라보았다.
ㅡ..백현아 ㅡ응 ㅡ좋아해
좋아해. 네가 너무 좋아. 백현아.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에 경수는 자신의 한쪽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내일, 아니 몇 분 후 라도 후회할 게 뻔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경수는 현재에 충실하기로 했다. 좋아해, 변백현. 네 하얀 피부도 좋고. 네 복숭아빛 입술도 좋아. 또 웃을 때마다 휘어지는 작은 눈꼬리도 좋고. 너의 낮지도 높지도 않은 애매한 목소리도, 추위를 잘타는 내게 늘 담요도 덮어주는 네가. 그 무엇보다도 백현아빠라고 칭하면서 나에게 자상한 네가 좋아.
아무말 하지 않는 백현을 감싼 팔을 경수는 풀었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백현을 향해 경수가 조그만하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해. 라고 대답하고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이킬 수 없다.
이 6음절이 경수를 스쳐 지나갔다. 평소처럼 잘 지내지 못하겠지. 그런 씁쓸함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는 후련함에 경수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여전히 주저 앉은 백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이것도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겠지. 밖에서는 비가 내리는 듯 툭 툭 빗방울 소리가 그들 사이의 적막을 가득 채웠다.
ㅡ...갈게
현관문을 열고 경수는 백현의 집을 나갔다. 경수의 생각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비에 사람들이 모두들 비를 피해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소나기이겠지. 조금은 강한 빗방울에 경수는 말 없이 빗 속에 발을 디뎠다.
백현아, 나는 이러한 감정이 지금 내리는 소나기였으면 좋겠어. 잠시 내렸다가 사라지고 다시 평온한 햇빛을 보여주는 그러한 소나기. 하지만, 내 마음은 이렇게 커져버렸는데. 내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너에게 먹구름처럼 내리는 비가 나는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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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비 |
안녕하세요, 샐리비입니다. 경수가 고백을 먼저 해버렸네요. 전편에 댓글도 달았지만, 경수는 자신의 감정에는 충실하지만 눈치가 없어요. 왜냐하면 자신이 짝사랑하는 상대인 백현에게 혹시라도 잘못된 모습을 보일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눈치를 보기 때문이죠ㅎㅎㅎㅎ이제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경수...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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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 받아요 :) 사랑합니당 ♥ |
오세훈/ 텐더 / 폴리니/ 백도러 / 볼링공 / 떡뽀끼 / 베가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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