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빠09 |
ㅡ김종인?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종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몇번이나 불렀는지 알아? 뾰로퉁해진 태민의 말에 미안, 뭐 좀 생각하느냐구. 라고 둘러대는 종인이 다시 손에 턱을 괸 채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창 밖에서는 이맘때 쯤 꼭 내리는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툭툭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 소리에 맞춰서 종인이 손가락 하나를 책상 위로 놓았다 떨어트렸다 를 반복했다.
ㅡ주번! 이거 오늘까지 제출이야.
반장이 다가와 종인에게 이미 다 걷어놓은 유인물을 내밀었다. 아, 맞다. 이번주부터 주번이였지. 내밀어진 유인물을 받아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쉬는시간이 5분이나 넘게 남았다. 한쪽 손에는 유인물을 한쪽 손은 자신의 주머니에 꽂으며 교실 밖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종인이였다. 그런 종인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태민이였다. 이상했다. 공연 뒷풀이때도 여전히 무표정이였고, 월요일인 오늘도 표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 보였다. 혹시 경수형이랑 싸웠나? 라고 생각해보지만 그럴리가 없다며 얼른 그 생각을 지워버리는 태민이였다.
ㅡ도경수! 빨리 안오냐?
교무실문을 닫고 계단을 올라가는 종인의 귓가에 울려퍼지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는 종인이였다. 한 쪽에서 어디 이동수업이라도 하는 듯 책들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경수의 모습이 보였다. 빨리오라니깐? 계단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들리는 목소리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ㅡ아, 변백현. 천천히 좀 가자.
투정부리는 듯한 말투였지만, 경수의 표정은 이 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환해 보였다. 경수가 재빠르게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종인의 시야에서 경수는 사라져버렸다. 멍하니 경수가 사라져버린 계단을 바라보던 종인이 주먹을 꽈악 쥐어보였다. 종인은 보았다. 비오던 그 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뒷풀이도 뒤로 하고 뛰어 왔었던 경수네 아파트 앞. 그리고, 그쳐가는 빗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끌어안고 있던 경수와 백현. 내가 들어갈 틈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백현아빠09
ㅡ맛있어?
맛있냐는 백현의 질문에 애처럼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경수였다. 하루종일 빗물이 들어간 깁스 때문에 나는 역한 냄새때문에 짝꿍인 종대가 경수를 피해다녔다. 어쩌지라는 표정으로 울상을 짓고 있자, 종대와 자리까지 바꾼 백현이 경수와 하루종일 옆에서 수업을 들었다. 경수는 그런 백현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리고, 병원에서 시원하게 깁스를 갈라내고서는 발까지 씻고 나온 경수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애 같이 떡볶이 양념을 자신의 볼에 묻은지도 모르고 신나게 먹는 경수를 보던 백현이 슬그머니 웃었다.
ㅡ왜 웃어? ㅡ아휴. ㅡ뭐야, 변백현? ㅡ애 하나 키우는 기분이라니깐?
그러더니 자신의 앞에 놓여진 휴지를 빼서는 경수의 볼에 묻은 양념을 살짝 닦는 백현이였다. 그제서야 아 하며 백현이 닦은 자신의 볼을 만지던 경수가 민망했는지 자신의 포크에 떡을 하나 꽂아서는 백현에게 내밀었다. 낼름 경수가 내민 포크를 입에다 가져다대는 백현이 맛있다는 듯 웃었다.
ㅡ아, 학원가기싫다.
분식집을 나오면서 입을 삐죽거리는 백현에게 경수가 자신의 손을 들어서는 백현의 입술을 툭 쳤다. 우리 고3이야! 라며 꽤나 당돌하게 말하는 경수의 폼이 웃겼던 건지 백현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푸하하 하고 웃었다. 그런 백현때문에 머쓱해진 경수가 도리어 자신의 입술을 쭈욱 뺀 후에 백현을 뒤로 하고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쳇, 변백현. 잘 먹고 잘 살아봐라. 그렇게 앞서서 쭉쭉 발을 내디던 경수가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어라? 왜 아무런 소리도 안들리지.
ㅡ..어?
결국 참다참다 못해서 뒤를 돌아본 경수였다. 그러나, 경수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라? 변백현 어디갔지? 하늘로 솟았나 싶어서 하늘을 바라보고, 땅으로 꺼졌나싶어서 바닥을 본 후에 주위를 둘러봐도 백현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야! 변백현! 결국, 아까 백현과 서 있던 그 자리까지 돌아가보지만 아무도 없었다. 대체 말도 없이 어디로 사라져버린거야. 불안함에 한 쪽 손을 버릇처럼 입에 가져다댔다. 불안할 때 마다 나오는 손톱 물어뜯기였다. 나 지금 배터리도 없는데. 병원에서 꺼져버린 폰 때문에 연락도 하지 못한 경수가 그 자리에 결국 주저 앉고 말았다. 변백현, 뭐야. 어딨어?
툭툭-.
ㅡ뭐해? ㅡ야! 놀랐잖아!
주저앉아 있는 경수에게 언제 나타난건지 한 쪽 손에는 무언가를 잔뜩 들고 있는 백현이가 아무렇지 않게 경수를 일으켰다. 그렇게 놀랐어? 라며 경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백현의 모습에 화도 한번 내지 못하고 멍하게 백현을 쳐다보는 경수였다. 이거 사서 바로 쫓아가려고 했지. 라며 경수에게 무언가를 내미는 백현이였다.
ㅡ뭐야? 갑자기 무슨 딸기우유야? ㅡ우리경수 ㅡ... ㅡ키나 좀 크게 하려고.
키. 키 얘기에 가뜩이나 민감한 경수가 가만히 서서 백현을 노려보았다. 그런 경수가 귀엽다는 듯 피식 웃던 백현이 경수의 양쪽 손에 딸기우유를 꼬옥 쥐어주었다. 경수야, 이거 많이 먹고 키나 크자. 라는 백현의 말에 열이 확 올라온 경수가 백현의 등을 툭 치려고 했지만, 타고난 순발력으로 피한 백현이 경수의 팔을 잡았다.
ㅡ학원 늦겠다. 학원가는 동안 심심할테니깐 이것도 먹으면서 가라고.
그러면서 그 쪽 팔의 손가락을 쭈욱 펴서는 하늘색 포장지의 미니쉘 한 줄이 쥐어졌다. 끝나고 데리러 갈게, 알겠지? 라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쥐어진 미니쉘과 딸기우유를 번갈아 보던 경수가 아- 라고 탄식했다. 생각해보니 이 쪽 건물 위가 백현의 학원이였다. 시계를 가리켜보이며 먼저 학원으로 들어가는 백현을 보며 경수는 광대가 하늘로 승천할 것 같았다. 변백현. 은근히 섬세한 구석이 있다.
* * * * *
ㅡ오늘 레슨은 여기까지 하자.
박선생님의 말에 알겠다며 녹음실에서 나오는 경수였다. 이거 네가 오늘 부른 곡이니깐 집 가서 한번 다시 들어보고 문제점 보완해서 오는거 잊지말자. 단호한 박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녹음 파일을 자신의 엠피쓰리 안에 집어 넣은 경수가 가방을 들고 보컬트레이닝 반을 나오던 경수가 맞은편에서 가방을 들고 나오는 종인과 두 눈이 마주쳤다.
ㅡ어? ㅡ안녕하세요.
쌔앵-. 경수가 평소처럼 반갑게 종인에게 인사를 하려던 찰나에 먼저 종인이 경수에게 인사를 했다. 그것도 평소와 다른 중저음의 목소리로 고개를 한번 숙인 종인은 재빠르게 경수의 옆을 지나갔다. 김종인? 종인이 들릴 정도로 종인의 이름을 불렀지만 누구보다도 더 재빠르게 신발을 신는 종인이였다.
ㅡ경수형! 혹시 김종인이랑 싸웠어요?
언제 나온 건지 보컬실에서 고개를 쏙 내미는 태민이였다. 종인이랑 싸웠냐고? 아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경수가 그제서야 문득 종인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던 주말을 떠올렸다. 백현에게 정신없이 찾아갔던 그 날. 종인이 급하게 할 말이 있다고 했던 그 날. 아, 아. 그제서야 모든게 이해가 가기 시작한 경수가 태민이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는 신발을 대충 구겨 신은 채로 학원 밖을 나섰다.
ㅡ종인아!!!김종인!!
뒤에서 자꾸 들려오는 경수의 목소리에 걸음을 재촉하던 종인이 아! 하는 경수의 외마디 비명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오다가 발목을 삐었는지 자리에 주저 앉아서 자신의 발목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잠시 미간을 찌푸리던 종인이 이내 경수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ㅡ다쳤으면서 뭘 그렇게 뛰어와요?
퉁명스러운 종인의 말과는 달리 경수가 만지고 있는 경수의 발목을 자신의 손으로 살짝 돌려보던 종인이였다. 그런 종인을 보던 경수가 땅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간은 얼얼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그런 경수를 앉아서 올려다보던 종인도 자신의 행동에 어이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경수가 종인을 위로 올려다보았다.
ㅡ종인아 화났어? ㅡ아니요. 라고는 못할 것 같아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종인의 말투에 경수는 어찌 행동해야할지 당황했다. 단 한번도 이런 적이 없던 종인이였다. 이렇게 종인을 화나게 한 원인은 경수 자신이라는 생각에 미안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러고보니 그 다음날이 던지, 몇 시간 후에라도 종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서 그 이야기를 들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미치자 경수는 그대로 뒤를 돌아서 가려는 종인의 팔을 잡았다. 여전히 무표정으로 경수를 바라보는 종인의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ㅡ종인아. ㅡ... ㅡ형이 그 날은 정말 정신이 없었어. 늦게라도 전화했었어야하는데. 미안해, 형이. ㅡ형 ㅡ... ㅡ..아니다.
변백현이 그렇게 좋아요? 라고 목 까지 차오르던 말을 종인이 꾹꾹 눌러서는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변백현이 그렇게 좋냐는 질문에 언제든지 응!이라며 긍정적인 대답을 할 것 같아서. 그러면 또 자신은 상처를 받을 것 같아서. 종인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꽈악 쥐었다. 이미 둘 사이에 낄 틈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종인은 경수를 갖고 싶었다. 도경수. 학원에 처음 왔던 그 날,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면서 학원 내부를 설명해주던 새하얗던 도경수.
ㅡ미안해, 형이. 뭐라도 사줄까? 어?
정말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경수였다. 형. 근데 그거 알아요? 형은 나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죠? 근데 형이 저한테 그 날 제가 하려던 말이 뭐냐구 물어보지는 않아요. 만약, 아주 만약에 형이 물어본다면요. 저는 바로 말해버릴 수도 있는 말인데요. 그만큼 오랫동안 혼자 간직해던 마음이에요. 근데, 형은 물어보지도 않네요.
ㅡ형 ㅡ응, 종인아. ㅡ저는 괜찮아요. 형, 근데 제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요. ㅡ아. 어디 아파? ㅡ그냥 몸이 안 좋아서요. 저 먼저 집에 갈게요.
결국 종인은 경수에게 마주서서 말하지 않았다. 경수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애초에 허락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종인이 몸 잘 챙기라며 걱정해주는 경수에게서 등을 돌렸다. 경수형. 앞으로는 우리 이정도 사이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제가 상처를 덜 받을 것 같으니깐요.
다시 한번 백현을 끌어안고 있던 경수를 떠올리던 종인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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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비 |
안녕하세요, 샐리비입니다. 예정대로 였다면 어제 9편이 올라왔어야 하는데, 개인적인 일이 이것저것 갑자기 다 겹쳐와서 오지를 못했네요ㅠㅠ 부랴부랴 9편 올립니다! 댓글들로 늘 절 즐겁게 해주시는 독자분들 ㅅㅏ랑합니당ㅠㅠ
이번편은 경수를 향한 종인이의 마음이라죠......ㅠㅠ 브금은 뭘로 해야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정하지도 못했어요.....ㅠㅠ 이해부탁드리면서..
흠 오후 쯤에 다시 10편을 들고 찾아올게요! 그 때 암호닉분들 다시 체크할게요!! 암호닉 올려놓으시고 안 오시는 분들도 많아서요..후잉..
오늘 하루 좋은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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