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ped prince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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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카디] Scrapped prince 22(完)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7/c/07c0528fc74522a78ac2de764e155b7e.jpg)
이번 스크랩드 프린스 22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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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왕자(마지막)
2013.7.13. 서울
어느덧 봄이 가고, 여름이 옴을 알리는 비가 따뜻하게 땅을 적시었다. 하나, 둘 빗방울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울리었다. 저 멀리서 두 남자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웅웅대었다.
"너 과제는 다 했어?"
"과제가 있었어?"
"김민석, 너 이번학기에는 성적 장학금 받는다며.."
"그게 생각대로 되냐. 김종대 너는 했어?"
"어제 중앙 도서관에서 밤샜어. 핫식스를 두 캔이나 마셨다. 내 다크써클 좀 봐."
"잘됬다. 나 그 숙제좀 공유해줘라."
"싫은데? 내 밤샘의 결과야.."
"진짜 치사하다. 종대 넌 이 곳에만 오면 항상 기가 살더라? 확 다시 돌아가버리는 수가 있어."
"혼자 돌아가라! 난 여기서 뼈를 묻을거니까."
민석과 종대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여느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기나긴 횡단보도를 지나 굴다리에 다다랐다. 비가 와서 그런지 바닥은 빗물로 질척였다. 여느 때와 같이 굴다리 입구에서는 한 아저씨분이 잡지를 판매하고 계셨다. 그리고, 굴다리 한 가운데에..... 루한이 앉아있었다.
민석은 종대의 어깨를 꽈악- 눌렀다. 종대는 그런 민석의 등을 두번 토닥여주었다. 민석은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떨구고, 루한에게 다가갔다. 발소리에 루한은 고개를 들었다. 비에 흠뻑 젖었는지 머리카락에 물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민석은 꾸부려 앉아 루한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루한을 바라만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민석은 루한의 입에 자신의 입을 살짝 갖다대었다. 처음 조선에 자신이 돌아왔을 때, 루한이 자신에게 해주던 그런 애절한 키스였다. 가만히 입을 떼자 당황한 듯한 루한의 표정이 눈 앞에 보였다.
굴다리 밖에는 세차게 내리는 빗 소리만 시끄럽게 날 뿐이었다.
"네 놈은 누군데..." 루한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민석은 가만히 루한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민석이 루한은 답답하였는지, 옆에 서 있는 종대에게 말을 걸었다.
"이 곳은 어디길래 사람들이 죄다 우스꽝스러운 머리에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냐?"
"500년 후, 대한민국."
종대는 조용히 대답했다.
"500년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그럼 내가 미래에 와 있기라도 한다는 것이냐?"
"응. 루한."
민석의 대답에 루한은 놀랐다.
"네놈은 어찌 내 이름을 알고 있느냐? 혹, 나를 아느냐? 어찌 사내자식이 사내에게 입맞춤을 한단 말이냐 망측하게."
"....."
"꿀 먹은 벙어리도 아니고.. 이리도 대답이 굼떠서 원..."
루한은 기대고 있던 등을 떼고 천천히 일어났다. 비에 젖은 옷이 살갗에 붙어 불쾌한듯 미간을 찌푸렸다.
"가자. 우리 집으로."
"너네 집이라니?"
"옷이라도 말리고, 밥도 먹어."
민석은 그리 말하고 떨어진 우산을 집어 먼저 걸어갔다. 종대는 민석의 눈에 아른하게 고여있던 눈물을 보았다. 민석은 밀려오는 감정을 차마 이기지 못한듯 했다. 종대는 루한에게 우산을 씌어주었다.
"이게 무엇이냐?"
"비를 막아주는 물건."
"거 참 신통하구나."
루한의 엉뚱한 말에 종대는 환하게 웃었다. 루한이... 돌아왔다.
민석은 복잡한 신촌거리를 바쁘게 걸었다. 눈물을 보이기 싫었다. 비 내리는 거리에 사람들은 저마다 우산을 들어, 지나다니기가 더 복잡해졌다. 투둑투둑- 우산끼리 부딪히는 소리에도 민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평소같았으면 인상을 찌푸리며 불평을 했을 터였다. 지금은 그저 눅눅한 날씨마저 포근하게 느껴졌다.
'자..다시 시작하자 루한. 예전의 너와 나의 만남처럼. 처음부터 시작하는거야.. 서두르지 않을거야. 와줘서... 고마워.'
**
"김민석. 나는 방에 가방 좀 놓고 올게."
"알았어."
종대는 민석의 옆집에 살고 있다.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작은 문 두 개가 나왔다. 오른쪽 문으로 종대는 들어갔다. 그 광경을 루한은 멍하니 쳐다봤다.
"이게.. 500년 후의 집의 모습인가?"
"응. 맞아. 왜? 너무 작고 허름해?"
"멋이라고는 하나 없고 무슨 닭장같구나."
"닭장이라니... 맞아 닭장. 들어가 어서."
민석은 루한의 등을 한 번 툭 친다. 그 힘에 루한은 민석의 집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민석의 집은 굉장히 좁았다. 발 디딜 곳이란 없었고, 책상과 침대가 방 바닥의 전부를 차지했다. 루한은 멍하니 방 안을 두리번대었다.
"어서 옷부터 갈아입어. 여기서 그 차림으로 다니면 사람들이 미친놈으로 오해하니까."
"미친놈이라...."
"왜?"
"아니... 생소한 단어인데 들어본 듯 하여 .."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자! 이 옷이 어울리겠다."
민석은 루한에게 자신의 옷을 던져주었다.
"이 옷은 어찌 입는 것이냐?"
루한은 커다란 박스티를 손에 쥐고 두리번대었다. 팔을 넣는 구멍에 얼굴을 집어 넣으려 낑낑대는 루한을 보던 민석은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자. 여기. 여기다가 얼굴을 집어 넣어. 옳지."
"이상하구나. 너는 누구길래 나에게 이리도 친절한 것이냐."
"아무 사람도 아니야. 내 취미야.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것이..."
"참 별난 취미를 갖고 있구나. 헌데,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느냐?"
"글쎄.... 그 방법을 알아내는 동안은 여기서 지내. 같이 알아봐 줄테니까."
"내 체면이 있지, 모르는 사람한테 짐이 될 수는 없다. 숙소는 내가 알아볼것이야."
"돈은 있고?"
"돈..."
루한은 주머니를 뒤적였다. 돈이 있을리 없지... 루한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민석은 루한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렸다. 어느새 루한의 키가 민석의 키에 맞추어지면서 두 사람의 눈 높이가 같아졌다.
"여기서 지내. 그리고 돈은 일해서 갚아."
"일이라니...?"
"쉬운 일이야. 너가 잘하는 일."
**
신촌의 밤은 밝았다. 밝은 도시의 불빛 덕에 달은 보이지 않았다. 낮 내내 비가 내린 탓에, 밤 공기가 무척이나 습하였다. 민석과 종대, 그리고 루한은 밖을 나섰다.
"뭐 먹을래?"
"민석이 너 먹고 싶은거 아무거나. 일식만 빼면 다 오케이."
"복성각이나 가자. 비도 오는데 짬뽕이 땡긴다.."
"밤인데도 무척이나 사람이 많구나."
"신촌이니까. 신촌의 밤은 굉장히 밝아."
"내가 있던 곳은 무척이나 고요했는데..."
"그래? 그리고..?"
"내 기억 속의 조선의 밤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마치 나 혼자 이 곳에 남겨진 것처럼...."
"이 곳은 아닐거야. 북적대며 사람들 사는 맛이 있는 곳이니까... 너도 시켜. 골라."
민석은 루한 앞으로 메뉴판을 갖다주었다. 루한은 멍하니 메뉴판을 바라만 보았다.
"아...미안.. 못 읽지? 골라봐 내가 읽어줄게."
민석은 하나하나 메뉴판의 메뉴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 때였을까. 미닫이 문이 스르륵 열렸다.
"야, 김민석! 우리 빼고 벌써 시키냐? 매너 없게... "
"지금 왔음 됬잖아. 도경수, 김종인 빨리 앉어. 배고파."
"나는 깐풍기." 경수의 말에 종인이도 옆에서 메뉴를 골랐다.
"나는 유산슬밥."
"아주 쌍으로 지랄들을 한다. 짜장면 시켜."
"내가 먹고 싶다는데 왜?"
"비싸. 돈 없어."
"내가 낼게!"
"너 돈 있어?"
그 말에 경수는 조용히 자신의 지갑을 열어본다. 그리고 종인의 어깨를 툭 치며 눈치를 준다. 그제서야 종인도 자신의 지갑을 열어보더니 경수를 향해 양옆으로 고갯짓을 한다.
"아직 종인이 너는 일할 데 안 알아봤어?" 민석이 물었다.
"아직...."
"같이 알아봐줄게. 너 인터넷은 할 줄 아냐?"
"아직...."
"갈 길이 멀다 너네도 참..."
"근데 이 사람은...?"
경수는 루한을 쳐다보며 물었다.
"몰라. 굴다리에서 데려왔어."
"뭐야? 그냥 모르는 사람을 집 안에 들였어?"
"내 취미잖아."
경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루한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이름이 뭐야?"
"루한...이라고 한다."
"말투가 그게 뭐냐? 무슨 조선시대 사람마냥.. 자 따라해봐. 안녕, 나는 루한이야."
"....."
"따라 안해? 자~ 안녕, 나는 루한이야."
"....."
"김민석, 왜 이런 놈을 주워왔냐? 다시 갖다 버려."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나? 나는 도경수라고해. 첫 느낌은 별로긴 하지만...뭐... 일단은 만나서 반가운걸로 하자."
"난 김종인이야."
루한은 경수 옆에 앉아 있는 종인을 멍하니 쳐다봤다. 종인은 루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자. 악수하자."
가만히 있는 루한의 손을 종인은 들어 올려 자신의 손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위 아래로 악수를 했다.
"이걸 악수라 하는거야. 반갑다는 뜻."
"야 근데 김민석, 진심 나 깐풍기 먹으면 안되냐?"
"도경수, 그냥 짜장면 먹으래도."
"김종대 너는 쫌 가만히 있어봐. 어제도 짜장면 먹었단 말이야."
"짜파구리겠지."
"그거나 이거나."
그렇게 신촌의 밤은 깊어만 갔다.
**
1513.7.13 한양
조선은 현 왕의 죽음으로 한 바탕 혼돈기를 겪었다. 김수민의 등장과 여러 문서들의 발견으로 조정은 무수히도 많은 개혁을 겪었다. 7년 전 반란 당시에 조선의 왕자 김민석은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고, 납치된 자는 김민석이 아니라 김수민, 조선의 공주였음이 다시금 알려졌다. 김수민은 이에 조선시대 최초의 여왕이 되었다. 그리고 문신들이 다시금 정권을 잡게 되는 형색이 되었고, 조선도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공주님. 아니 이젠 폐하라고 불러야 하나."
"백현 오라버니. 그냥 편하게 부르셔요. 폐하라니.. 아직은 굉장히 낯선 자리입니다."
"그동안 마음 고생 많았지."
"오라버니야말로.. 괜찮으십니까? 그렇게 오랜 벗들을 멀리 떠나보내고... 이 곳에 계셔도 ..."
"널 혼자 두고 함께 가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그리 한 것이니, 너무 마음 쓰지는 말아."
"그립지 않으십니까?"
"그립지...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는 않다. 행복하게 그들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
"다행입니다. 저도 민석 오라버니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하지만, 민석 오라버니는 분명 행복하기에 저도 불행하지 않아요."
백현은 조선에 남았다. 어린 시절부터 여동생처럼 돌보았던 수민이 마음에 걸렸고, 아직 부모님을 죽인 자들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도 있었다. 또한, 준면이도 백현이 이 곳 조선에 남은 이유 중 하나였다. 분명 자신이 떠나면 친구 하나 없이 밤새 혼자 조용히 지낼테니까. 백현은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그 날은 벗들과 함께 다시 무녀를 찾았었다.
-몇 주 전
"7년 전, 그 도련님들이 어찌 다시 이 곳을 찾으셨습니까?"
"똑같은 부탁을 하고자 한다."
"왕자님.. 이 곳에 남아계시지 않으실겁니까?"
"나한테 왕의 자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거든. 미련도 없다."
"그럼 이번엔 누구를..."
무녀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여섯명의 청년들을 한 명씩 보았다. 마치 그들의 앞에 놓여진 운명을 읽는 듯, 한명 한명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정말 이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십니까? 다시 이 곳에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루한님께서는 500년 후로 간다 하여도 아무런 기억을 가져가지 못할 것이구요."
"괜찮다."
"김민석, 너 진심이야? 내가 기억을 못 한다는데?"
"나도 기억 못 했어. 그래도 루한 네가 기억을 했잖아. 그리고 너네들 모두 날 기억해줬잖아."
"이게 이기적인 선택이야?"
"엄청 이기적인 선택이지. 나는 정사 돌보는 일에 눈꼽만큼이라도 관심이 없어. 오히려 수민이가 더 조선은 잘 돌볼거야. 나의 행복은 그런 자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거든. 생각해봐. 내가 언제 행복한 미소를 지었는지. 화중주에서도 남자의 몸으로 기생 노릇하면서도 행복하다고 웃고 다니던 나야."
"그럼 너희들은..."
루한은 경수,종인,종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으로 가겠다는 거야 너네들..."
"나야 뭐 항상 왕자님이랑 함께였으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곳의 곱창 맛을 잊지 못하거든."
종대가 답했다.
"내 행복은 너랑 다투는 데에서 나오거든. 그럴려면 네가 있는 곳으로 가야지 내가. 뭐 어쩌겠어."
"경수님이 가면 물론 나도 가야지.."
"너네들은 하나같이 미친놈들이야."
"루한님. 저는 이 곳에 남아 공주님을 돌보겠습니다. 물론, 많이 보고 싶을 겁니다. 당신이..그리고 너네들 모두..."
백현이 말했다.
"편지해."
경수가 말했다.
"어떻게 전하라고..?"
"우린 500년 후로 가는거니까. 어디든 흔적을 남겨. 그럼 우리가 볼 수 있지 않을까? 변백현, 행복해라. 부모님 일도 다 잘 해결됬으면 좋겠다. 그래도 김준면이 있으니 다행이다. 또 뭐, 너는 공주님 남편으로 떵떵거리며 잘 살테니깐."
"이상한 말 하지마 도경수. 아주 가기 직전까지.."
"보고싶을거야 백현아."
백현의 주위로 건장한 다섯 청년들이 에워쌌다.
"즐거웠어. 나의 오랜 벗들... 덕분에 행복하다 나는."
지독한 향과 함께 그렇게 다섯 사람은 백현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
"후식 뭐 먹지?"
"근처 카페나 가자."
"어디가 좋아?"
"그냥 요 앞에 홀리스 카페. 어때? 거기 학생 할인 20%야."
"콜"
"뭐 드릴까요?"
직원의 물음에 앞다투어 커피 음료를 주문한다. 루한은 멀찍이 뒤에서 그 광경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민석은 뒤로 빠져나와 루한에게 말을 걸었다.
"아메리카노. 니 껀 내가 시켰어."
경수가 먼저 달려가 카페 구석에 자리잡았다.
"남자 다섯이 카페라니..."
종대가 장난스레 실의에 가득 찬 말을 내뱉었다.
"야.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커피 받아오기."
"콜콜!"
"자 가위바위보!"
"으악!!!!!"
"김종인 잘다녀와!"
"...."
"루한 왜 그래?"
"이걸 먹는단 말이냐?"
"응. 써? 시럽 넣어줄까?"
"꼭 사약처럼 생겼구나..."
"에이 사약은 무슨. 마셔보라니까.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꺼야."
루한은 민석의 말에 벌컥 한 입 들이 마셨다. 그리고 곧 오만상을 찌푸리며 혀를 내둘렀다. 그 모습이 귀여운듯 민석은 소리 내어 웃었다.
"우와 얼굴 표정좀 봐. 어떻게하면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냐?"
도경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루한을 놀려대었다.
"네놈은 초면에 어찌 이리도 무례한 말을 뱉는단 말이냐?"
"어이쿠, 도련님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네. 메롱이다."
#종대
루한을 만났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그 반가움은 굉장했다. 루한이 처음 민석이를 만났을 때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비에 흠뻑 젖어 앉아 있던 루한의 모습이 무척이나 슬퍼보였다. 아직 조선시대의 말을 하고 있는 루한의 모습에 문득 예전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무엇보다도 민석이가 굉장히 기뻐했다. 역시 기억은 잃은 듯 했다. 언제 다시 그 기억이 돌아올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루한이.... 돌아왔다.
#종인
루한이 돌아왔다는 말에 부리나케 나갈 채비를 했다. 사실, 이 곳에서의 삶을 적응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한 동안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민석이 구해다 준 방 안에서 경수랑 둘이 지냈다. 아직 밖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무서웠다. 식당의 문을 여는 순간 그리웠던 얼굴이 보였다. 멀뚱히 토끼눈을 하고 앉아있는 루한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났다. 나도 이리도 힘든데, 얼마나 정신 없을까.... 조선에서 항상 힘든 나날만을 보냈던 루한이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오늘 밤 루한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잠에 들 수 있지 않을까... 피바람이 불지 않는 밤이니까.
#경수
루한이다. 내 원수. 이 놈이랑 한 순간도 티격태격 하지 않으면 내가 심심해서 못 견디겠다. 그런 루한이 돌아왔다. 역시나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한껏 놀릴 수 있을 때 놀려야겠다. 나중에 기억이 돌아오면 제대로 놀릴 수도 없을테니... 그리웠던 내 오랜 벗이 돌아왔다. 야호.
#민석
루한. 나의 행복을 보여주고 싶었다. 너와 함께하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그리고 너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지내는 너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내 행복이다. 나를 왕좌에 올리기 위하여 7년간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 것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에 무척이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눈 앞에서 행복을 잃을 수 없었다. 넌 나의 행복, 그 자체니까. 내가 조선에 다시 돌아왔을 때, 너에 대한 기억이 없었을 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 때 나에게 대했던 행동들, 건네주었던 말들 하나하나가 생각나며 웃음이 났다. 날 보자마자 키스를 해주었던 너의 기분이 이해가 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행복이, 돌아왔다. 이 곳 대한민국에.
**
"종인아."
"왜?"
"넌 이 곳 생활이 어때?"
"좋지. 너한테 이렇게 반말도 하고.."
종인은 불쑥 경수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반말이라니. 나이로 따져도 내가 형이야." 경수는 낑낑대며 종인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밀어내었다.
"뭐 어때. 친하면 반말해도 되던데? 형은.. 후회안해? 여기서 사는 거 힘들지 않아?"
"글쎄... 뭐 계속 그 곳에 있었다면 몸은 편했겠지. 근데, 한 번 사는거 재밌게 살다 가야되지 않겠어? 그리고 너 되게 여기 오고 싶어했잖아."
"내가 언제?"
"내가 바보냐? 그 정도는 다 눈치채. 어쩌겠냐.. 니가 그리도 가고싶어하니까 그냥 나도 가겠다고 한 거였어. 루한 그 자식도 없으면 재미 없을 것 같기도 하고...이 곳 삶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가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더라. 복잡하고 아직은 눈이 어지럽지만..."
"형"
"왜"
"형은 나 없으면 어떨것 같아?"
"글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너무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내 옆에 있었잖아.."
"그러니까 나 없으면 어떨것 같냐고.."
"갑자기 그건 왜 묻는데? 너 또 무슨 일 있어?"
"아~ 진짜..."
종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눈치 없는 도경수...
"나는 형이 좋다고. 이 도경수야."
경수는 금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나..나도 알고 있었어 그건.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 하나 했네." 경수는 애써 종인의 눈을 피해 책상 위 물건을 하나 둘 정리한다. 바쁘던 경수의 손이 멈추었다.
"김종인.. 네가 있어 행복해 나는.무척."
작은 창가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햇살이 무척이나 밝았다.
**
조선왕조실록 발췌 中
[... 이는 향후 월풍의 난이라 일컫는다. 조선의 왕 김진태를 폐위시키고 그 일족을 모두 살해한 이민준은 김진태의 친딸, 조선의 공주 김수민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후, 조선의 공주 김수민은 조선 최초의 여왕이 되어 어진 정치를 행하게 되었다. 7년 전, 이민준의 난에 의해 납치되었다고 전해진 왕자 김민석은 그 날,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시신을 찾을 수 없었지만, 매년 5월, 그를 기리는 제사를 국가적으로 행하였다. ...]
**
2014년 봄
어느덧 루한이 대한민국으로 온지도 1년이 지났다. 아직 루한의 기억은 되돌아오지 않았으나, 이에 상관없이 계속 민석의 집에서 함께 살며 지냈다. 어느덧 민석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친해지면서 이 곳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어제까지는...
"루한! 나 왔어. 아 피곤해..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여느때면, 달려나와 민석을 맞이했을 루한이 대답이 없었다.
"루한? 자?"
신발장에서 신발을 툭 털어내고 민석이 방 불을 켰다. 침대 위에 루한이 앉아있었다.
"깜짝이야. 왜 그러고 있어?"
루한은 민석을 한동안 쳐다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김민석.........."
그날, 루한이 돌아왔다. 진짜 돌아왔다. 내 행복이 돌아왔다.
#루한
소년을 만났다. 정신 없는 이 곳에서 머리가 너무 아파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얼굴이 하얀 그 소년은 날 보자마자 입을 맞추었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줬다. 나와 나이가 같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직 어린 소년 같았다. 민석의 친구들을 만났다.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이런게 행복한 삶이구나...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아직 내가 왜 이 곳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나는 분명 조선에서 심심하고 무덤덤하게 살던 도련님이었다. 항상 웃으며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민석이란 소년이 밉지 않았다. 그래서 남기로 했다.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혼자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때였을까, 깨질듯한 두통이 시작됬다. 언젠가부터 있었던 두통이지만, 민석이 걱정할까 두통이 시작할때마다 화장실에 가서 머리를 부여잡고는 했다. 문이 열렸다. 민석이 돌아온 것 같았다. 머리가 너무 아파 불도 키지 못했는데... 민석이를 보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루한 괜찮아?"
아...
그리웠던 내 사랑...
김민석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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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서울의 청년들
"이야~ 진짜 오랫만이다 여기."
"500년 전 그대로네."
다섯 사람은 오랫만에 조선의 궁궐을 찾았다. 물론,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지만...
"김민석 후회 안해? 궁궐에서 살 수 있었는데."
루한이 물었다.
"아니. 전혀. 5평 월세방이 훨씬 내 스타일이야. 근데 입장료라니 너무하다... 내 집일 뻔 했는데. 그건 아쉽네."
루한이 민석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리고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무슨 생각으로 날 데려올 생각을 한거야? 그것도 500년이나 뒤로.."
"그럼 넌 무슨 생각으로 날 이 곳에 혼자 보냈던거야? 그것도 500년씩이나.."
"내가 졌다."
민석은 활짝 웃었다.
"경수야. 종인아 거기 서 있지만 말고 ! 좀 둘러보자."
"너무 더워..."
"안으로 들어가면 되지. 어서!"
"우와.. 이 곳이 예전 왕이 신하들과 집무를 봤던 곳이란 말이지?"
"그럼 내 동생 수민이도.. 이 곳에 있었겠네.."
"백현이도... 이 곳에서 지냈겠지..."
민석은 벽을 손으로 훑었다.
"어?"
"왜? 뭐 있어?"
민석이의 놀란 소리에 모두들 모여들었다.
"이것봐."
민석의 손이 가리킨 곳에는 누군가 뾰족한 것으로 긁어 글자를 새겨 놓았다.
我等享福
우리는 행복합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Scrapped prince 마침.
곧 후기 및 완결본 메일링 관련 공지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ascade 올림 :D
스크랩드 프린스는 완결이지만 계속해서 독자님들과 댓글로 소통할거에요~ 정말 감사합니다.